미드나잇 시리즈 2번째 ~
안똔 체호프 6호병동
6호병동과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1. 6호 병동
적당히 게으르며 적당히 자신이 지성인에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의사 안드레이 에피미치 라긴은 지옥같은 더러운 정신병동의 6호에 갇힌 이반 드미뜨리치 그로모프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평화와 만족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
이 얼마나 쉬운 해결책인가.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이반은 이렇게 외친다.
<왜냐하면 이 행동과 따뜻하고 아늑한 서재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까. 참 편리한 철학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양심이 깨끗한 현인이라도 된 듯이 느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아니, 이보시오. 이것은 철학도 사색도 넓은 견해도 아니오, 게으름이고 무기력이고 잠에 취한 무감각입니다. 그렇지 않소! >
의사 안드레이는 6호 병동에서의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평화와 만족을 찾았을까. 분노와 적개심으로 이를 갈다가 절망과 우울과 두려움에 쫓겼을까.
2.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가면과 위선을 벗고 만나게 될 때가 있다. 너무 낯설어서 이런 마음이 진심인지, 내게 찾아 온 진실 된 사랑이 행운인지 불운인지 조차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 소중한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감정조차 찾아와야 할 때가 있다. 그 시기.
인간은 완결된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마침표를 찍고 덮을 수 없는 존재. 흙 속에 누워 묘비가 세워진다 해도 누군가에 의해 기억되는 한, 그 기억들은 주인공 대신 각색되고 흐려지고 변색되거나 하며, 본인이 원하지 않는 불량식품같은 2부가 만들어 질 때도 있다.
초고를 고칠 수도 없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덮을 수도 없다. 내 사랑은 끝났다고 마침표를 찍었다. 그런데 사랑이 온다. 사랑같은 감정엔 이미 졸업을 했고 잠시의 유희정도면 만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같은 사랑이 온다. 밑줄을 그어야 하는걸까, 그저 앞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이야기들을 적어야 하는 걸까.
<마치 두 마리의 암수 철새가 잡혀 각기 다른 새장에서 길러지는 것 같았다. 그들은 과거의 부끄러웠던 일들,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서로 용서했다. 그리고 이 사랑이 자신들을 바꿔 놓았음을 느꼈다. 예전에 그는 슬플 때면, 머리에 떠오르는 온갖 논리로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이제는 논리를 따지지 않고 깊이 공감한다. 진실하고 솔직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만 울어요, 내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