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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는 없다 1 - 그림과 문학으로 깨우는 공감의 인문학 ㅣ 롤리타는 없다 1
이진숙 지음 / 민음사 / 2016년 12월
평점 :
친구들이랑 전생에 너는 ~~였을거야 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던 적이 있다. 한 친구가 나는 전생에 나무였을 거 같단다. 엥? 거의 움직임이 없는 그래서 체육시간이면 목석같이 앉아서 엄청난 이산화탄소만 내뿜는 내 모습에서 그런 이미지를 떠 올린 걸까? 나도 부여의 공주? 이런거 하고 싶은데.....단테의 신곡에선 자살한 자들은 나무가 된다 고 이야기하려다 말았다.
스스로의 생을 마감한 자들은 의지와 능동성을 빼앗기고, 움직일 수 없는 수동성의 나무가 된다. 너무 많은 자유로 죽음까지 선택하게 한 벌일까.
아래 사이트는 전생 테스트, 선전이 좀 있지만 재미있다. 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절대군주.
https://nelna.shop/nelna-mbti
자살과 나무. 이런 이야기들이 떠 오른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들 중엔 자살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사랑과 죽음과 예술을 다루는데, 죽음에 대한 비중이 크다.)그들의 죽음이 찬양되거나 우상시 되는 것도 올바르지 않지만 그런 이유로 인해 폄하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삶의 의지는 꺾이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예전 사람들이 믿었던 것처럼 예술가들에겐 우울이란 담즙이 몸 속에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책 또는 시와 연계되는 예술작품을 묶어 소개하고 있다.
랭보의 시<감각>과 벨라스케스의 <거울 앞의 비너스>에선 아련한 사랑의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818/pimg_7675121143068761.png)
시 속 특정되지 않은 <한 여자>와 흐릿한 거울 속 벨라스케스의 비너스는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 속 옛사랑이 된다. 특정 짓지 않았기에 만인의 연인으로, 그리움을 끌어내는 싯구와 그림을 소개한다.
안나 카레니나와 소설 속 그녀를 그린 이반 크람스코이.미지의 여인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818/pimg_7675121143068760.png)
최근에 읽은 안똔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와 부그로의 소녀들 그림을 통해 사랑의 진부함도 이야기한다. 인간애를 물씬 풍기지만 그 속에 냉소를 숨기고 있는 안똔 체호프, 후속편은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 아닐까라며.
삶과 죽음에 대한 서사시 길가메시는 데미안 허스트와 짝을 이룬다. 그의 방부제 속 상어는 현대의 미이라로, 유명한 스폿페인팅의 약 이름은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진실을 의미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818/pimg_7675121143068762.png)
루치안 프로이트(프로이트의 손자)의 그림 속에선 누드 속 중첩된 물감들이 결국은 필연적인 노화와 그런 변화에 대한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을 보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삶이란 이렇듯 고단함 속에도 불쑥 내게 내밀어주는 뜨끈한 감자 한 알 같은 거라고.
작가는 사랑과 죽음, 그리고 예술을 이야기한다.
책 속 글귀 중)
“타인의 죽음에 대해 냉정한 사회는 철학적으로 빈곤한 사회이며, 비인간적인 사회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돈을 그러 모으고, 영원히 살 것처럼 권력을 휘두르는 오만한 자에게 보내는 삶의 경고가 타인의 죽음이다. 죽음은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고마운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