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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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흡족해 하며 배 두들기는 걸 좋아하는 나는...
맛집탐방기,그 맛집의 대표음식을 먹는 법에 관한 책을 사서 읽고 실망한 적이 있다. 

예를 들면 서울의 유명하다는 설렁탕 집의 경우, 
반 정도는 그냥 국물과 고기 맛을 음미해 가면서 먹고,
반쯤 먹은 연후에 깍두기 국물을 넣어 간을 맞춰 먹으라...뭐,그런 지침이었다.
블로그에서 읽었을 때는 입맛을 다시게 했었는데,
책을 읽고 실제 내가 그의 방식대로 따라해보니, 
나의 취향이나 입맛과는 한참 어긋나 있었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읽으려던 일곱권의 책 대신 내가 이 책을 택한 것은,지인의 강요 때문이었다.
"나,이 사람 책 너무 어려워요.알라딘 서재에서 공짜로 볼 수 있던 것들도 머리에 쥐나려고 해서 마다했는데 책으로요?"
"그렇고 그런 인문학 책이 아니고 문학,고전,미술,역사,철학,학술,글쓰기,심지어 다른 사람의 서평도 비판해 놓았는데도...?"

'내 흥에 겨워 장르소설 나부랭이나 번역하고 살고 싶다는데 심오한 인문학이 왜 필요하냔 말이쥐~ㅠ.ㅠ'
툴툴거리면서 책을 사들고는 내가 봐야한다는 번역 관련 글들만을 발췌하여 읽고 말려고 하였다.
그런데,웬걸...책을 읽다보니 알라딘 서재 페이퍼에서 읽을 때와는 달리 재밌는거다.
그의 오지랖은 웬만한 아즘들의 그것보다 훨씬 넓은데(문학,고전,미술,역사,철학,학술,글쓰기...심지어 다른 사람의 서평 비판까지)...그렇다고 억지스럽지도 않다.
덕분에 지인에게 백만번 쯤의 땡큐를 날려줄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책이라고는 못하겠다.
왜냐하면 자연이건 사람이건 10년이라는 세월이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듯이,
10년이 넘는 동안 써온 그의 글들은 삶의 또 다른 반영이어서 호락호락한 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인문학자의 고뇌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으나 그의 고뇌가 눈물겹다.)

인문이 교양인가 하는 내 나름대로의 고민은 차치해두고,
그는 여느 인문학자들이 인문과학에만 촛점을 맞추느라 등한시 하는 자연교양에도 눈을 돌리고,
환경문제나 사회 공헌 따위도 언급하고 들어간다. 

여기에 '행동'이나 '실생활에 접목'따위의 말들을 첨언하고 싶다. 
우리가 종국에 얘기하야 할 것은 어쩜 자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아직까지는 관심이 인간에게로,거기서 자연에게로 옮겨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정도이다.

그래도'아니면 말고'식의 공자의 유세관이나,'목숨걸고'식의 한비자의 유세관만을 언급하고 지나갔다면(86쪽) 살짝 아쉬웠을텐데...
토정 이지함을 실천적 지식인(87쪽)으로 언급하여 균형을 유지한다.

개인적으론,
'숙취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날 아침에는 잔소리 대신 절인 오이 안주에 보드카 한 잔 따라주는 아내였다.(92쪽)'
라는 인용이 너무 맘에 든다.
나도 이런 아내가 되고 싶다.
<숄로호프 단편선>의<인간의 운명>도,그 책에서 이런 인용을 끄집어 낼 수 있었던 그의 시선도,서평도...다 맘에 든다. 

대증요법:병의 원인을 찾아 없애기 곤란한 상황에서, 겉으로 나타난 병의 증상에 대응하여 처치를 하는 치료법. 열이 높을 때에 얼음주머니를 대거나 해열제를 써서 열을 내리게 하는...(네이버 국어사전) 

127쪽의 대증요법은,291쪽의 '슈퍼노멀'의 경우와 더불어 내게 훅 와닿지 않는다.
단지 '입장바꿔 생각해봐'가 대증요법으로 뭉뚱그려 질 수는 없는 것이고,
형광펜은 돌출을 위해 일부러 사용하는 것이니 엄격히 따지자면 '슈퍼노멀'은 아닐 듯~^^

156쪽,157쪽에 오용이나 남용의 경계에 대해서 얘기하며,
'지나친 겸손은 책임에 대한 방기이다'라고 하는 부분은,
내 삶이랑 관련하여 찬찬히 되짚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아무래도 가장 주의깊게 읽은 건 '번역' 관련 부분인데,
'번역이란 외국어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한국어를 바로 세우는 작업(146쪽)'이라는 구절은 내 삶의 경구로 삼고 싶을 정도이다. 

593쪽을 보면,
'번역작업이 홀대받는 환경에서 고생한 역자들에게 지나치게 냉혹하다고 나무라는 분들도 있다'
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동안 저자가 독서가들을 향하여 기울인 노력은,역자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알겠고,그렇다면 같이 나아가자는 채찍임을 모르지 않겠다.

밑줄,형광펜 사용,작은 따옴표 등은 강조와 돌출을 위한 그만의 제스츄어로 노력의 산물이다. 
반어법과,문장의 도치,부사어구의 '살짝' 위치  탈선,감정이 2% 빠진듯한 비유 등도 그만이 구사할 수 있다.
300쪽의,'역자만이 알것이다.',이런 문장은 소름이 돋는다. 

그의 노력의 산물들을 빼고,아름답고 맘 따뜻해 지는 부분을 꼽으라면 김훈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걸까?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걸까? 

소개하는 책 중에는 읽은 책도 있고 소장하고는 있으나 읽지 않은 책들도 있고,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책도 있다. 
이 책도 슬픔의 소지는 지니고 있다.
소개하는 책 중 내게 없는건,절판이거나 번역에 문제가 있다고 툴툴거린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어쩜 동년배인지도 모를) 사람이 쓴 책 한권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건 좀 웃기니까,닮고 싶다 정도로 바꿔야 되겠다.
나도 무색,무취,무미의 사람이 되고 싶고,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개입시키지 않고 쓰는 글이라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제대로 된 서평이라고 할 수 있는게 아닐까?

내겐 피카소,조남준이 그렇고,시인 중에는 김사인 정도를 꼽겠다.
 
이들의 그림이나 글을 보고 있으면...지극히 절제됐다는 차원을 넘어서 소박한 느낌마저 든다. 
근데 이건 다다르지 못함이 아니라,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덜어냄이고 비워냄이다.
나도 그런 절제됨을 구사하고 싶지만 나는 아직 그런 경지에 다다르지 못했기에 갈길이 멀다.

그렇게 그렇게 책을 덮게 되지만,
나는 다시 한번 일독하는 대신 내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보겠다.
그것이 이 책을 읽은 수확이라면 수확이고 보람이라면 보람이다. 

여느 서펑집처럼,
반쯤 읽은 후 다소 지루해지니,어떤 책을 끼워넣어 교차읽기를 시도해라...
뭐,이딴 충고를 했다면 난 청개구리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입맛이나 취향을 강요 당하는 일은 좀 불쾌하니까.
(아닌가?아님 말고...나는 그렇다!) 

그도 이제 책을 읽어야 할 의무에서 걸어나와 책을 읽을 자유를 흠뻑 누리고 살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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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9-25 13:13   좋아요 1 | URL
어려울까봐 지레 겁먹은 1인이라 님의 리뷰로 대신하렵니다.^^

양철나무꾼 2010-09-26 12:34   좋아요 1 | URL
겸손하시기는요~
일독하실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요~
서재 대문 어딘가에 이 분의 지젝 강의도 걸려 있는 데,
전 이것도 꽤 괜찮더라구요.

2010-09-25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6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7 0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7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9-25 13:46   좋아요 1 | URL
이 리뷰 읽고 비로소 양철나무꾼님의 서재를 처음부터 꼼꼼히 다 둘러보았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09-26 12:38   좋아요 1 | URL
아웅~쑥스...
저도 남사시려워 안 하는 일을~~~

관전평을 듣고싶습니다~!!!

stella.K 2010-09-25 15:29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으셨군요. 전 전에 로쟈님 첫번째 내신 책이 살짝 어려운 느낌이 들어
그냥 구경만하고 있는데...
제목이 참 훌륭하군요. 물론 리뷰도.^^

양철나무꾼 2010-09-26 12:39   좋아요 1 | URL
전 이 책 읽고,첫번째 찾아 읽기로 마음 먹었는걸요~

언제 장바구니가 불러 주문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땡스 투는 님 리뷰입니다~^^

세실 2010-09-25 16:52   좋아요 1 | URL
저도 문학 편독이 아닌 고전,미술,철학,학술까지도 읽어볼 날이 오겠지요. 음. 언젠가는...
요즘은 문학 읽기도 빠듯해요.

양철나무꾼 2010-09-26 12:42   좋아요 1 | URL
저도 여기저기 덩치로 쌓아놓은 책이 장난이 아닙니다요~

이러다가 저도 '전작주의자의 꿈'을 쓴 누군가처럼,
책은 하나도 안 읽겠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이 더 중요하다~
이럴지도 모르겠어요.

프레이야 2010-09-25 19:15   좋아요 1 | URL
리뷰 잘 읽었어요. 꾹!
책을 읽을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느끼는 것이 힘이다! 한 권을 읽어도 뭘 제대로 읽고 느끼고 있나,
생활 속에서 의미있는 확장을 하고 있나, 반성해 봅니다.

양철나무꾼 2010-09-26 12:48   좋아요 1 | URL
님처럼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하고 계신 분이라면...
느낌이 또 다를 수도 있겠네요.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삶 속에서의 의미있는 확장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oren 2010-09-25 20:00   좋아요 1 | URL
이 곳 알라딘에서는 특히 화제의 책인데,
왠지 무거울 것같아 장바구니에조차 담지 못하고 있는데,
나무꾼님의 무척이나 경쾌한 서평글을 읽고 나니,
이 책을 읽어야할 것같은 기분에서 벗어난듯 싶어 마음이 가벼워지는군요.

이 책의 제목 또한 너무 강한 역설로 다가와 부담스러웠는데,
나무꾼님 말씀처럼, 그리고 저자의 바램처럼,
'누구든지' 책을 읽을 자유를 흠뻑 누리며 살기를 바래봅니다.

마녀고양이 2010-09-26 10:34   좋아요 1 | URL
저도 오렌님과 비슷한 느낌을 가졌는데,
대신 말씀해주시네요....... ^^

양철나무꾼 2010-09-26 12:52   좋아요 1 | URL
oren님,더 두껍고 어려운 책도 마다하지 않는 분이 겸손하시기는요~
일독의 가치 충분히 있는 책입니다.

마고님,이렇게 묻어 가시다뇨~
마고님의 의견을 피력해 주십사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여~^^

꿈꾸는섬 2010-09-26 17:32   좋아요 1 | URL
ㅎㅎ아는 것이 힘이다...느끼는 것이 힘이다...ㅋㅋ
뭘 알아야 그 느낌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같아요.^^
로쟈님 서재, 어려워서 잘 안 가게 되더라구요. 서재글과 책은 좀 다르긴 할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0-09-27 10:2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편견을 갖고 있었다니까요~^^

요번 책 괜찮습디다~~~

2010-09-27 12:53   좋아요 1 | URL
아, 글방이 환하고 아늑하네요. 글방주인의 마음이 따뜻하셔서 그런가봅니다. 저도 책이 나오자마자 구해서 틈나는대로 읽고 있어요. 로쟈선생에게 늘 감사할 따름이죠.

양철나무꾼 2010-09-27 22:04   좋아요 1 | URL
주인 혼자 따뜻해서 되겠어요?
따뜻함은 전달이 빠르잖아요~
저도 님들에게 전염됐나 봐요~^^

네,저도 로쟈선생께 '때때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장소] 2017-08-30 03:50   좋아요 1 | URL
무려 2010년에 쓴 리뷰였네요 . 이분 글은 이따금 기고한 글로 만나게 되던데 ( 인터넷에서 신문에 실린 평론 ?) ..

아는 것보단 느끼는 것이 ... 끄덕끄덕 ~ !!!
날이 급 추워졌어요 . 그새 손이 곱아지는 날씨라니 웃기지 뭡니까 ... 낮엔 더워서 땀으로 샤월 해대면서.. ㅎㅎㅎ 건강하시길!^^

2017-09-05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9-05 16:54   좋아요 0 | URL
별고 없이 잘 지내고 계셨나요? 댓글보니 반가움이 와락 밀려옵니다~

직장이래봐야 임시직입니다 . 저야말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발등의 불 끄러 나선 셈이고요 . 밤을 걷는 선비가 대낮에 나오기 위해 특수한 겉옷을 입듯 저도 , 낮에 철판이란 것을 두르고 부끄럽게 살아있습니다 . ^^

알라딘엔 늘 빚진 마음입니다 . 여기가 친정인데 , 할 도리를 다 못하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
책을 통해 서재 이웃분들과 소통하는 기회의 문을 열어준 곳이 바로 여기인데 ... 정작 이곳엔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 올렸던 리뷰도 잠가놔야하는 상황이 되버렸구요 .

9월부턴 좀 자유로워지니 , 자주 리뷰로 찾아 뵐게요 . ^^

아 , 전 이현우 ㅡ로쟈 라는 분을 잘 알지 못해서 좋다 , 싫다 ~ 할 처지가 못되니 팬도 아니고 몰매도 안드립니다 . ^^ ㅎㅎㅎ
 

집착하는 건 쉽다. 
하지만 헤어나는 건 어렵다.
집착하는 그 무언가로부터 얻는 위안과 맞먹는 고통을 겪고 나서야 탈출할 수 있다.(있나?)
그래서,집착-길들여짐을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게 다다르는 고지는 그래서,
강도 높은 스킨쉽이나 섹스가 아니라,정말 그저 '편한'관계인지도 모르겠다. 








 

Ain't no sunshine when she's gone
It's not warm when she's away
Ain't no sunshine when she's gone
And she's always gone too long
Anytime she goes away

Wonder this time where she's gone
Wonder if she's gone to stay
Ain't no sunshine when she's gone
And this house just ain't no home
Anytime she goes away

I know, I know, I know, I know
I know, I know, I know, I know
I know, I know, I know, I know

Hey I ought to leave I ought to leave her alone
But Ain't no sunshine when she's gone
Only darkness every day
Ain't no sunshine when she's gone
And this house just ain't no home
Anytime she goes away


Ain't no sunshine when she's gone
It's not warm when she's away
Ain't no sunshine when she's gone
And she's always gone too long
Anytime she goes away

I know, I know, I know, I know, I know
Anytime she goes away
I know, I know, I know, I know, I know
Anytime she goes away


보름달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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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9-24 01:11   좋아요 0 | URL

순오기 2010-09-24 02:48   좋아요 0 | URL
와우~ 보름달 모자인지는 몰라도, 아드님은 확실히 보름달이네요.ㅋㅋ
진짜 보름달은 제 서재에서 볼 수 있습니다요.^^

양철나무꾼 2010-09-25 01:47   좋아요 0 | URL
네,바로 보러가겠습니다요~^^

hnine 2010-09-24 07:00   좋아요 0 | URL
아, 양철나무꾼님, 안녕하세요~ (사진 뵈오니 마치 지금 제 앞에 계신 듯 이렇게 공손하게 인사드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
양철나무꾼님보다 아드님 키가 더 커 보이네요? 웃는 얼굴 자체가 보름달처럼 환합니다.
한복도 예쁘게 입으시고...전 한복 입어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한데 말이지요.
잘 다녀오신거죠?

양철나무꾼 2010-09-25 01:50   좋아요 0 | URL
저 사진에선 제가 힐을 신어 약간 조작된거고,
실은 아들이 저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요~^^

님도 예쁜 송편 맛나게 드시고,즐거운 추석 되신거죠?

세실 2010-09-24 07:27   좋아요 0 | URL
아드님이 중2지요. 참 듬직하겠어요.
두 분 모두 편안하고, 선해 보이시는 인상. 좋아요^*^
한복입은 모습이 단아합니다.
요즘 옆지기와 편한 관계 유지하고 있습니다. 힘들게 다다른 고지라는 표현에 고개가 끄덕거려 지네요.

양철나무꾼 2010-09-25 01:52   좋아요 0 | URL
세실님 따님과 동갑이었죠.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만으로도 배가 부른걸요~^^

쟈니 2010-09-24 09:4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사진으로 뵈니 모니터에 인사를 꾸벅 하게 되네요. ^^
추석 잘 보내셨는지요?
사진을 뵈니, 추석 즐겁게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아드님이 듬직한 개구쟁이 분위기네요.

힘들게 다다른 고지는 편한 관계... 부부 뿐만 아니라, 많은 가족 관계/친구 관계도 그런 것 같습니다. 편한 관계.. 나를 꾸미지 않고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관계..
많이 공감하는 글입니다. ^^

양철나무꾼 2010-09-25 01:54   좋아요 0 | URL
나를 꾸미지 않고 내어놓기까지가 쉽지는 않았습니다여.
님의 공감에 동감입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셨나요?

저절로 2010-09-24 09:47   좋아요 0 | URL
와우! 양철댁이당.^^ <내스따일이예염, 당신 아들이요>

집착-길들여짐 조심해야된다..집착할거 같아서 조심하고 있어요<양철댁께>

양철나무꾼 2010-09-25 01:55   좋아요 0 | URL
에파타님의 그런 집착...격하게 환영해요~^^

글샘 2010-09-24 10:07   좋아요 0 | URL
와~
추석날 종일 비가 와서 여기선 못 본 보름달을 이제서야 보네요. ^^
1Q84처럼 달이 두 개예요. ㅍㅎㅎㅎ
아들 옆에서니 왜 작아지시는 겁니까? 엄마들의 공통점...
추석 잘 보내셨나요? 저는 추석에도 정상근무라서... 애들이랑 싸우는 틈에 몇 자 남깁니다.
글이 갈수록 윤기가 반질반질 나는 마루같아지네요. 자꾸 닦으셨나? ㅎㅎ

양철나무꾼 2010-09-25 01:58   좋아요 0 | URL
보름달 보시고,소원도 비셨어요?
1Q84,저 아직 못 읽어서,달 두개의 뉘앙스를 몬 알아들었어요.
읽을 책들이 많이 밀려 있지만,함 욕심내 볼까요,불끈~^^

gimssim 2010-09-24 10:18   좋아요 0 | URL
어머, 양철나무꾼님도 이쁜 보름달...아드님은 듬직한 보름달이시네요.ㅎㅎㅎ
역시 명절엔 한복을 입어야돼.
나도 내년엔 한복 입고 시댁에 가야겠당!

양철나무꾼 2010-09-25 02:01   좋아요 0 | URL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지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명절엔 한복을 입으려구요.

저 한복은요,조금 슬림했을때 만든거라서...조끼가 자꾸 벌어진다는~~~ㅠ.ㅠ

마녀고양이 2010-09-24 10:59   좋아요 0 | URL
사진 올렸네? 낯익은 얼굴이당~
그리고.... 듬직한 아들이네? 좋아보인당~

즐거운 추석 지냈나보네요!

양철나무꾼 2010-09-25 02:02   좋아요 0 | URL
그대의 코알라양과 어떻게....응?

비로그인 2010-09-24 11:08   좋아요 0 | URL
푸히히~~
드뎌!

양철나무꾼 2010-09-25 02:03   좋아요 0 | URL
드뎌 뭐요?
푸히히~~넘 반가워요~^^

oren 2010-09-24 11:20   좋아요 0 | URL
엊그제 환한 보름달을 한참이나 보며,
언제 또 저렇게 아름다운 달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늘까지도 보름달을 볼 수 있네요.

추석땐 한복 입은 모습 보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진 속 주인공들이 더욱 정겹고 멋져 보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9-25 02:04   좋아요 0 | URL
보름달 보시고 덕담에...
정겹고 멋져 보인다고 칭찬해 주셔서,감사합니다.
님도 추석 잘 보내셨겠죠?^^

다락방 2010-09-24 13:41   좋아요 0 | URL
오와- 양철나무꾼님을 지금 제가 사진으로 뵌건가요? 저는 이번 추석에 보름달을 못봐서 흐음 여기서 봐야하나 싶어서 클릭했다가 보름달보다 더 좋은 양철나무꾼님 얼굴을 뵙네요. 헤헷.

반가워요, 양철나무꾼님!
:)

양철나무꾼 2010-09-25 02:06   좋아요 0 | URL
"좋은=더 둥근"
이런 뉘앙스인거 같아 살짝 슬플려고 하지만,뭐 사실인걸요~ㅠ.ㅠ

전 다락방님 사진으로도 뵌 적 없으니,
길거리 자나다가 절 보심 아는 척 하셔야 해요~^^

2010-09-24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9-25 02:09   좋아요 0 | URL
절 상상해 보셨다는 말에 기분이 좀 좋아질려고 합니다.
어떻게든 절 떠올렸다는 건...해피한 일이잖아요.

님도 잘 다녀오신거죠?
님도 저도 일상으로 돌아와서 안도하고 있습니다.

2010-09-24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5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5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5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9-25 15:30   좋아요 0 | URL
양철님 눈매가 참 선해 보이십니다.
사진 멋지군요. 저런 아들 있으면 든든하겠어요.^^

양철나무꾼 2010-09-26 12:23   좋아요 0 | URL
보이는 건 마음가짐의 표출이기도 해서요~

저 선해 보이신다는 눈매도 가끔 표독스러워 지기도 한답니다여~^^

비로그인 2010-09-25 21:46   좋아요 0 | URL
저도 보름달 잘 보고 갑니다.

히힛..

양철나무꾼 2010-09-26 12:25   좋아요 0 | URL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그 보름달 중 하나가 체해서 누렇게 떴습니다~ㅠ.ㅠ

2010-09-26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6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9-26 17:34   좋아요 0 | URL
전 추석 전날은 시댁에서, 추석엔 친정에서 달 보았어요.^^
근데 나무꾼님 추석에도 한복 입으시는군요. 저흰 설에만 입어요.
너무 고우세요. 아드님은 듬직해보이구요.^^

양철나무꾼 2010-09-27 10:24   좋아요 0 | URL
시댁과 친정이 가까우신가 보죠?
부럽~~~
전 시댁은 전북 고창이고,친정은 울 옆동네인데...
친정을 더 안가게 된다는~~~ㅠ.ㅠ
 

         

  하  얀   비 
               - 송 경 동 -

양철지붕을 두드리며
밤새 내리는 비

나도 누군가의 영혼을 밤새 두드리는
겨울 찬비가 될 수 있다면
하지만 나는 아직도
세상의 음계에 맞춰
내 노래 조율하는 법을 몰라 

내 노래는 내가 죽어도
내 목 밖에서 객처럼 서성일 것인가
밤새 내 영혼을 두드리는
하얀비 

 

1. 밀가루 음식과 찰떡 궁합을 이루는 날씨이다.
   아침부터 수제비를 잡을까 말까 하다가...양은 냄비로 하나 가득 김치수제비를 잡았다. 
   남편은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데,
   아직 비오는 날 먹는 밀가루 음식의 운치를 모르는 아들만 한마디 한다.
   "내가 이렇게 서민적인 음식을 먹어줘야 되겠어?" 

2. 지난 금요일 아들 학교 공개수업에 갔었다.
   끝나고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이 있었다. 
   부모가 더 잘아야 할 아들의 일상을 담임선생님께 묻는 엄마들이 살짝 이상했다.
   한참 그렇게 수다를 떨던 엄마들,급작스럽게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
   할말이 없어 대략 난감해 하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한마디 거든다.
   "OO는 정말 말이 필요없어요.저 정도만 하면 돼요."
   대답을 비껴갔다 안도할 새도 없이,
   "애를 어떻게 잡으면 그렇게 돼요?
   비결 좀 알려주세요~" 
   이번에도 담임선생님이 조금 빠르다.
   "OO엄마는 직장생활 하시느라 바뻐서 애 잡고 말고 할 시간도 없으실 걸요."
  
   애들이 촘촘한 그물망만 있으면 잡혀주는 송사리도 아니고 말이다. 
   뭘 어떻게 잡는다는 것일까? 

3.추석에 시골 동네에서 돼지 한마리를 잡을까 말까 하신단다.
   "당연 잡으셔야죠.어머니표 돼지갈비찜 완전 죽음이잖아요." 

4.오랜 친구가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이곳에 꼭 있어야 할 이유도 없지만,꼭 그곳에 들어가야 할 이유도 없는 친구다.
   나랑 감수성의 파장이 비슷해...이 친구가 떠나버리면 좀 외롭고 쓸쓸할 것 같다.  
  잡을까 말까?

5.누군가에게 억만금을 주고도 들을 수 없는 과외를 공짜로 받았다.
   나는 대머리를 두려워 해,공짜는 싫은데... 
   줄 수도 없는 마음을 받았으니 됐단다. 
   암튼 덕분에 감 잡았다. 

 

  수제비나 돼지는 잡을 수 있다지만, 
  사람이나,사람의 마음 따위는 잡을 수 있는게 아닐게다. 

  잡은 감을 유지할 참고서는 하나도 없고,
  시골에 가지고 갈 가방에 엉뚱한 책들만 한가득 집어넣는다.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세상이 하도 시끄러워,
  달이 너무 밝아도...속속들이 비추일까 두려웠는데,
  달이 안 뜨면 소원을 빌 수도,희망을 챙겨가질 수도 없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스럽다. 

  다들,마음 만큼은 보름달처럼 풍성하게 채워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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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9-19 21:58   좋아요 0 | URL
저 시인은 누군가의 영혼을 두드리는 찬비가 되고 싶다네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제 누군가의 영혼을 별로 두드리고 싶지도 않고, 저도 비를 맞고 싶지 않고요. 충분히 맞아서 그럴까요?
책 저렇게나 많이 가지고 가세요?
아들이 돌아왔나봐요.
어떻게 잡았길래 라고 묻는 엄마들 마음도 저는 이해가 조금은 되어요...

양철나무꾼 2010-09-20 13:08   좋아요 0 | URL
영혼을 두드리는 따위의 고차원적인 건 아니라도,

나도 누군가에게 손 내밀 수 있고,
누군가가 내미는 손이 있으면,
뿌리치지 않고 맞잡을 수 있을 정도만 됐음 좋겠어요.

책은 직장에서 읽던 책,집에서 읽던 책,출퇴근 시간에 읽던 책...
장소에 따라 한꺼번에 여러권을 읽어서요~
가지고는 가는데,다 읽고 오기는 힘들죠.

어떻게 잡았길래...나중에 귀뜸해 주세요~
(저희 아들의 독특함을 아시는 게 먼저겠지만...)

2010-09-19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0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9-19 23:01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저 시집을 막 시작했어요. 한편 읽고 잠이 들긴 했지만 첫번째 시부터 참 좋았어요.
그나저나 오늘의 언어유희가 참 맛있어요. 추석 연휴 따뜻하게 보내셔용~

양철나무꾼 2010-09-20 13:13   좋아요 0 | URL
주의깊게 안 봐서...다른 시집을 올렸다가 수정했네요.
<꿀잠>도 참 좋은데 말이죠~^^

'따뜻하게'란 표현 좋은걸요~
제 맘에도 따뜻함이 전해져요.
님도 따뜻한 추석 보내세요~^^

책가방 2010-09-20 01:08   좋아요 0 | URL
달은.. 안 뜨는게 아니라 구름에 가려 안 보일 뿐입니다.
그러니 너무 밝아서 속속들이 비추일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구름 저편에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소원을 못 빌까, 희망을 챙겨가지 못할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돼지갈비찜 맛나게 드시고 명절..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양철나무꾼 2010-09-20 13:16   좋아요 0 | URL
우와~위 댓글로 산문시나 선문답 한 구절 만들어도 되겠는걸요~^^
참 좋아요.

돼지갈비찜은 아버님이 돼지의 갈비 부분을 사수하시느냐가 관건입니다,불끈~
님도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다녀 와서 뵙죠~^^

세실 2010-09-20 09:32   좋아요 0 | URL
5번이 급 궁금해 집니다.
저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알려주세용^*^

우리 편안한 마음으로 추석 보내요. 주문을 걸어 보자구요^*^

양철나무꾼 2010-09-20 13:20   좋아요 0 | URL
세실님 혹 대머리의 조짐이...?ㅋ,ㅋ~.
과외받은 게 어떤 과목인지,
세실님에게 적용 가능한지도 알아보지 않으시고요?

주문은 '수리수리마하수리'로 할까요?
'아부라카다부라'로 할까요?
'레드 썬',이건 최면이라 안 된다~^^
세실님도 즐.추.요~!!!

세실 2010-09-20 19:59   좋아요 0 | URL
칫 그니까 그게 어떤 과목인지, 저도 적용 가능한지 알려달라구요. ㅋㅋ
다행히 머리 숱이 많아 대머리는 안될듯 하옵니다^*^

꿈꾸는섬 2010-09-20 09:52   좋아요 0 | URL
송경동 시인,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을 읽고 완전 반했던 시인이에요. 요 시집도 참 좋군요.^^
나무꾼님 고창 잘 다녀오세요.^^
추석 연휴동안 이 책들을 모두 읽으실거군요. 아, 부러워요.^^
ㅎㅎ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0-09-20 13:24   좋아요 0 | URL
송경동 시인,전 자주 멀리서 뵙기만 했지...
시집을 저렇게 꿰고 앉아 읽어 보긴 처음이예요~

음,좋죠?

책은 모두 조금씩만 읽게 될듯~^^
전 님이 더 부러워요~^^
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셔야 해요!!!

저절로 2010-09-20 12:17   좋아요 0 | URL
질투 바이러스에 아무래도...! 전 4번이 궁금해용!!<버럭>

어머님표 돼지고기 마니 드시고용
달뜨면 '에파타 동네'쪽으로 윙크한번 날려주쇼.

잘 다녀와용~

양철나무꾼 2010-09-20 13:27   좋아요 0 | URL
4번 저 친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동창이예요.
이 친구의 감수성 한 자락만 맛뵈기로 보여 드리면,
초6때 엄마가 처음으로 뽀글이 파마를 하고 오셨대요.
그래서 마당 대추나무 밑에 앉아 밤새 몰래 울었대요~^^

윙크는 얼마든지 날려드릴 수 있는데...
근데,'에파타 동네'가 어디냐구요~^^

님도 즐.추.^^

라로 2010-09-20 10:12   좋아요 0 | URL
시댁은 돼지를 잡으시는 그런 곳이군요~.^^;
정말 풍성하겠어요!!
풍성한 한가위 보내실 님~~~~더불어 즐거우시길,,,그리고 준비해 가신 책 다 읽으실 수 있는 명절 되시길요~.^^

양철나무꾼 2010-09-20 13:30   좋아요 0 | URL
댓글들을 보니 아무래도 제가 저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을런지가 궁금들 하시군요.
물론 다 절대 못 읽습니다.
다 조금씩 읽고 와도 다행일거예요.

제가 이래뵈도 OO 이씨 OO파 O대 종가집 맏며느리랍니다,ㅋ~^^

2010-09-20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5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10-09-20 14:17   좋아요 0 | URL
맏며느님이셨군요.것도 종가집...
제가 어제 오늘 하고 있는 불평들이 싹 들어가게 하는 단어네요.ㅎㅎ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시고 , 저 책들 모두 다 읽으세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09-25 01:16   좋아요 0 | URL
전 무늬만 맏며느리이긴 하지만요~
정신적인 무장상태론 안동김씨고택 맏며느리에 버금갈거예요~^^

님도 즐.추 되셨겠죠?
야구는 어째 만족스러우신가요?^^

글샘 2010-09-20 16:49   좋아요 0 | URL
학교도, 추석도 사람 잡죠. ^^
보아하니 책 잡을 시간은 없으실 거 같고... 식솔들 군기나 잡으셔야 할 듯... ㅎㅎㅎ

님 닮은 보름달 보면서 편안한 한가위 보내시길....

양철나무꾼 2010-09-25 01: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학교도 추석도 사람 잡죠~

전 식솔들 군기나 잡은것도 맞구요.
제가 한 일은,풍천장어와 복분자주 풀코스로 대접,노래방 가족실 대여,해수 사우나 접대...이런 코스였는데요.

오랜세월 군기 잡아보신 님이 보시기에 괜찮은가요?^^

전호인 2010-09-20 17:49   좋아요 0 | URL
푸하하, 가능하면 잡으라고 해드리고 싶어요.
수제비도 잡는다라고 하는 군요. 음~~~!
난 뭘 잡을까요?
아, 오늘 늦은 저녁 고향을 가려면 운전대를 잡아야 할 듯.......
힘들지 않은 귀성길이 되어야 할텐데......ㅠㅠ

양철나무꾼 2010-09-25 01:23   좋아요 0 | URL
운전대도 사람 잡죠~^^

다행인지 남편과 같이 움직일때,
길에서 쉬었으면 쉬었지 절대로 제게 운전대를 안 넘겨준다는~~~

전 그닥 힘들지 않은 귀성,귀경길 였어요.님은요?^^

blanca 2010-09-20 20:45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제가 장차 듣고 싶은 얘기들을 들으셨군요^^ 부러워요. 저는 자꾸 시간을 잡고 싶고 변하지 않는 관계를 잡고 싶어 안달이었는데 이제 시간에 따라 흘러 나가고 변하는 것들에 순응하는 것도 제맛이 있다고 생각하고 손가락을 쫘악 펼쳐 흘려 보내는 중입니다. 그러니 맘이 조금은 편해져요. 한가위! 돼지갈비 드시면서 푸짐하게 행복하게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0-09-25 01:25   좋아요 0 | URL
손을 움켜쥐어야 할 때와 손을 쫘악 펴야할때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다면야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없겠죠~
그래서 너무 안달하지 않으려구요.

요번에 돼지갈비에는 실패했어요.
대신 풍천장어와 대하를 원없이 먹어줬죠~^^

비로그인 2010-09-20 22:21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비록 비 때문에 보름달은 못 보더라도
여유롭고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0-09-25 01:29   좋아요 0 | URL
전 보름달 봤어요~^^
어제 귀경길에 서해안에 걸린 새벽달을 바라보며,넘 멋져 감격하기도 했구요.
서울 도착 후 큰비가 훑고 지나간 참담함에 눈물 흘리기도 했구요~ㅠ.ㅠ
추석,무탈하셨는지요?

2010-09-21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9-25 01:34   좋아요 0 | URL
네,설악산에 서리도 내렸대요~
아침에 긴팔옷을 꺼내 걸쳤는걸요.
꽃이 피는 것도,단풍이 드는 것도,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도...잠깐인 것 같아요.
꽃과 단풍은 본분을 다하고 있는 것 같고...
전 나이값을 하며 나이를 먹어야 할텐데 말이죠~^^

님의 글은 늘 제게 또 다른 깨달음을 준단 말이죠~

stella.K 2010-09-21 15:07   좋아요 0 | URL
햐~글 한번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요.
난 왜 이리도 마음이 안 잡히는 건지...ㅠㅠ
김규항 책은 읽으셨나요? 전 아직 한번도 안 읽어봤는데...^^

양철나무꾼 2010-09-25 01:39   좋아요 0 | URL
ㅎ,ㅎ...전 항상 님이 조금씩은 부러운걸요.

그리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마음은 줄 수도 받을 수도 잡을 수도 잡힐 수도 없는 거라니까요.

전,김규항을 제일 좋아해요.
언젠가 아침 출근 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김규항을 보고...그날 하루가 마냥 행복했었던 적도 있습니다.

김규항 정도면 품어가질만 하죠.
걸어두고 본보기로 삼을만도 하구요.
그의 삶도,글도...
처음부터 책이 좀 거부감이 드실라치면,그의 홈페이지에 놀러가보시는 것도~~~

stella.K 2010-09-25 15:32   좋아요 0 | URL
햐~ 김규항 예찬론자시군요.
그렇다면 저도 언젠간 품어 가져볼랍니다.^^

따라쟁이 2010-09-21 16:39   좋아요 0 | URL
오오오. 양철나무꾼님께서는 추천을 잡으셨어요 ㅎㅎㅎㅎ
양철나무꾼님 글은 읽을 수록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는..
행복한 추석 보내고 계신거죠?

양철나무꾼 2010-09-25 01:41   좋아요 0 | URL
오오오.따라아가씨 그런 건가요?
추천을 잡았단 말이죠?
아가씨로 맞는 마지막 추석이겠군요.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셨나요?

2010-09-21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5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9-23 21:32   좋아요 0 | URL
굉장히 예쁜 페이퍼인걸?
아.. 잡을까 말까? 그렇지...... 누군가를 잡을까 말까?
하지만,
잡는다는건 어쩐지 집착하게 될까봐 매이게 될까봐 무섭고
만다는건 심장 터지는 소리를 듣겠다는거지?
넘 어려운 선택인걸?

추석 잘 지냈죠?

양철나무꾼 2010-09-25 01:46   좋아요 0 | URL
어제 이 댓글에서 저 '보름달 보셨나요?'페이퍼가 나왔는데...
다들 보름달 보느라고...내 잡을까 말까에는 조언을 안해주더이다~

'잡는다는건 어쩐지 집착하게 될까봐 매이게 될까봐 무섭고
만다는건 심장 터지는 소리를 듣겠다는거지?'
댓글이 너무 멋지구리 한걸요.
댓글에는 추천할 수 없냔 말이죠.

글구 조언을 시작한 김에 쭈욱 좀더 풀어놔 보셔요~^^

마녀고양이 2010-09-25 08:4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보름달이 하두 이쁘고 흥미진진하니 그렇지!

hina 2010-09-25 11:08   좋아요 0 | URL
잡으셔야죠^^ 단,잡히지 않았을때에도 후회가 없을꺼라면 말이죠!
쉽게 잡히는거였다면 벌써 잡아서 고민도 없겠고
그게아니라면...어짜피 못잡을거 손에서 놓아버려도 나와는 무관이다,
이렇게 딱 돌아서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단건...
아직은,혹은 차마 놓고싶지 않다는 마음의 반증이에요.ㅎㅎ
잡고 후회없거나,잡다가 후회하거나,
못잡아도 후회않거나,못잡아서 후회되는...
몇가지의 선택을 놓고 생각을 정하시면 됩니다^^

추석 잘보내셨죠? 위에 보름달도 잘보았어요^^*

양철나무꾼 2010-09-26 12:22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덧글은 조 위 페이퍼로다가~~~^^

감은빛 2010-09-28 22:41   좋아요 0 | URL
글샘님의 서재에서 경동선배 시 감상을 읽고 왔는데, 여기도 경동선배 시가 있네요.
저 이 시집 참 좋아합니다. 한동안 읽고 또 읽었던 시들입니다.
창비에서 나온 두번째 시집이 더 유명해졌지만,
실은 이 첫 시집이야말로 경동선배 다운 시들이 실렸다고 생각됩니다.

1번에서는 군침을 흘리고,
2번에서는 개울에서 그물 던지는 상상을 해보고,
3번에서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4번에서는 머리칼을 매만져보고,
5번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09-28 23:27   좋아요 0 | URL
글샘님 시감상은 저도 읽고 감동 먹었어요.
시를 그렇게도 해석해 낼 수 있다니요~

송경동 시인 멀리서 몇번 뵙기는 했지만,
시집을 꿰고 앉아서 읽어 보기는 처음이었어요~^^
(다 님 페이퍼 덕분이예요~'속닥')

1,2,3,4,5번 다 전 '헤에~^^'그냥 웃어야지요.
 

그동안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따위는 빠다(버터) 발린 말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결혼 후 열다섯 번 맞이하는 동안 시어머니는 열네번 내게 생일 떡을 해서 보내주셨다.
쑥을 아주 많이 넣은 절편을 한말 뽑아 보내주신다.
어머니는 내가 쑥절편을 아주 좋아하는 줄 알고 해마다 보내주셨지만,
실은 난 떡을 안 좋아한다.

어머니가 내가 쑥절편을 좋아하는 줄 오해하신 사건이 있기는 하였다.
서울 토박이 였던 내가 시댁이라고 내려가면 음식이 입에 맞질 않았었다.
어떤 때는 마을 어귀까지 비린내가 먼저 날 마중하는 것도 같았다.
하루 이틀은 대충 이것저것을 주워 먹는다 치지만 임신한 여자가 사흘정도 되면,
뱃 속에서 때 아닌 구라파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하늘이 노랗게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런 내가 제일 먹기 좋은 시댁음식이 떡이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내가 떡을 좋아하는 줄 알고 계실텐데,올해는 기별이 없는 거다.
겸사겸사 전화를 드렸는데,내 생일인지도 기억 못하신다. 
섭섭하다기 보다는 마음이 쓰라렸다.
"어머니 저 취향이 바뀌었나 봐요.
 이제 쑥 절편은 먹기 싫어요.
 올해부터는 호박고구마로 바꿔주세요."
"호박고구마는 여물려면 좀 더 있어야 한다."

고백컨데 어머니의 지난한 삶이 맘에 들지 않아 몇번이나 어긋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끼니마다 밥을 넉넉하게 하시면서도 남은 찬밥은 꼭 당신이 드시는 거다.
처음 몇번은 내가 뺏어도 먹어봤지만,어느날 이건 아니다 싶어 찬밥을 새로한 밥에 섞어 버렸다.
"어머니,우리 다같이 조금씩 나눠 먹어요."
그때 황당해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몇번의 큰 병환을 겪어내면서 어머니는 얼굴의 주름도 깊어지셨고,
생각을 깜박 깜박 놓치기도 하신다. 

그렇더라도 난 어머니가 오래만 사셨으면 좋겠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말의 뜻을 깨달았다.


오래 살 수 있기 위해서는,

최성각이 함석헌옹을 만났을 때의 일화.

"자네는 왜 그렇게 허리가 굽은가?...저 학생처럼 허리가 굽으면 마음도 굽고,마음이 굽으면 정신도 굽지,그러면 바른 생각,바른 삶을 살 수 없지.학생은 자세를 고쳐야 해." 

법정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수도자는 앉는 자세가 일반 사람들과 달라야 한다.늘 허리를 바짝 펴야 한다.허리를 바짝 펴면 정신이 가장 맑아진다.허리가 삐딱하면 정신이 죽어 있는 것이다.남의 흉을 많이 보는 사람은 허리가 삐딱해진다는 말이 있다.허리를 바짝 펴면 남 흉볼 여력이 없다.허리를 바짝 펴면 눈이 저절로 자기 코끝으로 온다.자기 허물만 살피는 것이지 남의허물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디에도 기대서는 안 된다.오로지 자신의 등뼈에 으지해야 한다.자기 자신에,진리에 의지해야 한다.자신의 등뼈 외에는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는 안정된 마음이야말로 본래의 자기이다.(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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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9-20 20:46   좋아요 0 | URL
아아아. 정말 신기해요. 알라딘에는 구월생이 압도적이다. 이거 뭔가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양철나무꾼님 늦게나마 생일 진심으로 많이 축하드려요!!!

양철나무꾼 2010-09-25 01:01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죠?
어쩜 9월생들이 대대적으로 광고를 해서일수도 있구요~^^

pjy 2010-09-21 15:34   좋아요 0 | URL
허리를 바짝펴고 살아야겠습니다^^ 좋은말씀에 많이 공부가 됩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전 정말 떡 좋아하는데요ㅋ

양철나무꾼 2010-09-25 01:03   좋아요 0 | URL
저도 때론 허리를 바짝 펴기도 하고,정신을 바짝 차리기도 하고 살아야겠지요~
고기도 좋아하고 떡도 좋아하는 pjy님,기억해 두겠습니당~^^

순오기 2010-09-24 02:49   좋아요 0 | URL
분명 이 글을 봤는데 왜 댓글이 없을까요?
생일 축하도 했을거라 생각했는데 댓글이 없으니 축하도 안 한거네요.ㅜㅜ
뒷북 생일축하는 뻘줌하니까 내년 생일을 미리 축하해볼까...

양철나무꾼 2010-09-25 01:08   좋아요 0 | URL
저도 님의 댓글 상황...이해할 수 있겠어요.
저도 때로 꾸려가기가 버거운데...
순오기님처럼 파워블로거가 되시면 더 힘드시겠죠~

이해는 할 수 있었는데요~
음,순오기님께 늦게라도 축하받아서 기분 좋아요~^^

쟈니 2010-09-24 09:4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 늦은 축하이지만 가득한 마음으로 축하드려요..
저도.. 같은 하늘아래 사는 것이 축복이라는 말에 많이 공감합니다.
왠지 어머님 글 부분에선 살짝 눈물이 나네요.. 우리,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축복을 오래도록 누립시다.

양철나무꾼 2010-09-25 01:09   좋아요 0 | URL
네,쟈니님~
우리,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축복을 오래도록 누리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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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 생태주의 작가 최성각의 독서잡설
최성각 지음 / 동녘 / 201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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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글을 아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장르소설을 주로 읽기는 하지만,
내 독서취향은 잡식성에 가까워서,
가끔  잘 알려지지 않은...하지만 아주 좋은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럴때는 내가 아주 매력적인 글쓰기가 가능해서,
내 리뷰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사 읽었으면 좋겠다. 
내가 거품 물고 칭찬하는 책들을 좀 같이 읽고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 

보통 때의 나는 각양각색의 사람 수 만큼이나 취향의 독특함을 알기 때문에,
취향이 나랑 비슷하면 좋고 아니어도 존중해 줄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해선 내 취향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지만 말이다.

이 책은 '한때 나와 같은 선입견을 가졌던 사람이 어떻게 선입견에서 걸어나올 수 있었는지'부터가 시작이다. 
그는 '내가 몰라도 되는 영역으로 간주하고 손사래부터 치는 게 멋인줄로 알'았다고 했는데,
내겐 '경제'말고도 인문이나 환경 따위가 그랬었다.
계기가 있어 내가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좀 해야 되겠다 싶었을 때...마땅한 책이 없었고,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물론 이 동네에도 '인문학'을 하시는,인문학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시는 아주 훌륭한 분들이 많지만,그 분들의 글은 나같은 초보자가 보고 이해하기에는 어렵고도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최성각님의<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이 책은 내게 등대나 나침반 같았다. 
이 책이 좋은 것은,딱 나보다 세상을 몇발자국 앞서간 선배의 조언이나 충고같이 느껴져서이다. 
충고가 뾰족하지만,뾰족해서 고고하고 아름답다. 

물론 이분은 사상가 일뿐만 아니라 행동가여서,
이분을 닮고 싶다고 마음 먹은 이상 내 몸이 좀 고달플 각오는 하여야 한다. 

이분은 정도를 걷고 있고,
힘들다고 하여 곁길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더디더라도 그렇게 그렇게 한발자국 한발자국 밟아 나가는 법을 가르친다.

좋은 책을 만나면 두루두루 소개해서 읽게 하고 싶어하고
그게 원서이면 상업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번역하고 읽히고 싶어하였다.
그래서 출판사를 차려볼까 고민했다는 게 이 책에서만도 꽤 여러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위안이 된 건,
읽은 책이 몇권은 됐다는 거고,가지고 있는 것은 조금 더 됐다.
한가지 곤란한 것은,추천하신 것 중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은 거의 고서이거나 절판본이어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용 중 고개를 끄덕여 수긍한 부분이 여러곳 있었는데, 

심지어 최근 어떤 출판인이 "지금 시대는 내용보다는 디자인이에요.디자인으로 승부를 내야 합니다,"어쩌구 했을 때에는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어떻게 책이라 불리는 書物이 거기 담긴 애용이 아니라 디자인으로 승부를 내야 할,단지 상품에 불과하단 말인가.(48쪽)

이 부분은 내 경험에 미루어 반쯤 이해가 되었는데,
내용이 좋으면 디자인 따위는 궁시렁거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지만, 
내용이 별로이면 디자인을 가지고도 궁시렁 거리게 되고,
내용이 너무 좋으면 다른 것들을 트집잡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분의 글솜씨야말로 매력적이어서,처음 이분을 찾아 읽기까지가 문제지 그 후는 걱정할 바가 아니다.
하나 같이 훌륭하여 다 좋았지만,가장 큰 울림을 준 건 '피터드러커'의 <방관자의 시대>관련 글이 아니었나 싶다. 

'좋은 책이라면 마땅히 독자의 이마를 쪼개고,심장을 도려내고,무방비 상태의 몸과 영혼을 위축시키거나 달뜨게 만들 것인데,이 책이 바로 그랬다.'(64쪽)

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피터드러커'가 소개하는 '칼 폴라니'의 일화는 너무 감동적이다. 

캘빈과 카스텔리오의 상반되는 묘사 또한  인상적이었다.
캘빈과 숙명적인 대결을 했어야만 했던 카스텔리오를, 
온화한 공자를 닮았고,에코의 윌리엄수사를 닮았다고 한 부분은 멋졌다.

채식은 과연 만병통치에 '아름다운 미래의 열쇠'인가 하고 묻는 글이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의외였다.
'건강한 잡식이 자연에는 더 어울리는 일'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이쯤에서 나는 두손 들고 순순히 이분에게 홀릭되기로 했다.
이 나이쯤 되면 생각이나 견해가 고착되어 다른 사람들이나 새로나온 견해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받아들임과 수긍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랐고,놀라움은 존경으로까지 이어졌다. 

김용철의 <삼성을 해석한다>에 대한 이 분의 해석 또한 재미있다.
'정의로운 자들만이 정의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부분은 경제,인문에 걸친 전반적인 내용이었다면, 
중후반으로 갈수록,환경이나 생태문제,4대강에 관한 내용들이 집중 되고 있다.
기실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고 사상가이면서 실천가인 그가 그런 전철을 밟는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 자신의 화두가 장르소설에서 자꾸만 이쪽으로 바뀌어 가는 것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자연스러운 일인가?) 

<100분 토론> 관련 감상은 격하게 공감을 표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그러므로,나는 어차피 내 신념에 바탕해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 듣고 공감하고,내 의견과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열심히 경청이야 하지만,때로는 저항감을,때로는 분노를,때로는 욕설이 나온다.나는 공감하는 의견을 내는 사람이라도 그 말에 절박함이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불쾌해진다.어쩔 수 없는 편견과 선입견을 스스로 어느 정도는 통제하려고 애쓴다는 이야기다.그러나 4대강 같은 주제는 그 견해가 명백하게 대비되어서 내 이성적 통제를 요긴하게 작동시킬 필요가 없었다.163쪽)' 
"이런 대규모 국책사업의 결과에 대해서는 평균치를 드러낼 게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는게 옳다고 본다."(165쪽)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완상에게 했다는 말을 주워가진 것도 횡재다.

"한박사,당신은 학자니까 자꾸 그런 말을 하는데,나는 현실 정치인임을 잊지 마세요."(188쪽)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게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라 담벼락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이를 어찌 거인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196쪽) 

하지만,뭐니뭐니 해더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깨달음은... 
좋은 책은 시간과 세대에 구애받지 않고 영원하다는 거다. 

그가 소개하는 책들을 보면 3,40년 된 책들도 수두룩하고. 
번역본의 경우도 기획,번역 얘기부터 결과물로 나오기까지 몇 년,길게는 9,10년 정도이다. 

책의 영속성이야 예전부터 많이 회자되던 거지만,이분의 무던함과 진득함도 보통은 아니다. 

책이나 이 분 말고 무던함과 진득함을 얘기할 수 있는 건 자연 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서 터득했으니(터득하려고 노력했으니) 이제는 실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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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0-09-16 17:57   좋아요 0 | URL
오늘.. 글을 아주 잘 쓰셨는걸요.
벌써 이 책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으니까요..^^
그리고 <방관자의 시대>도 중고등록알림SMS신청 해놨구요..^^

전 독서경력이 짧다보니 특별히 독서취향 같은 건 없어요.
그래서 다른분들의 리뷰에 크게 의지하는 편이랍니다.
그러다보면 제 취향도 생기고 리뷰도 멋지게 올릴 날이 오겠죠 뭐..^^

양철나무꾼 2010-09-17 00:28   좋아요 0 | URL
흐흐,감사합니다~
좀 옆구리 찔러 절 받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이 책은 그렇게라도 여기저기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왜 걍 그럴 때 있잖아요.
<방관자의 시대>구하면 귀뜸해 주세요.
저도 많이 궁금한 책이랍니다~^^

실은 책가방님의 얘기가 제 얘기이기도 하지만,
암튼 우리 같이 홧팅 하자구요~^^

마녀고양이 2010-09-16 19:26   좋아요 0 | URL
아! 나두 사고 싶다...

2010-09-16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9-17 00:29   좋아요 0 | URL
이 책 죽음이예요~
쥐약이기도 하구...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고 싶은 책이 넘 많아서~^^

2010-09-17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09-16 20:38   좋아요 0 | URL
긴 리뷰가 참 멋지네요
이렇게 잘쓰시면서 웬 그런 바람을.

양철나무꾼 2010-09-17 00:40   좋아요 0 | URL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여~^^
몇가지 문제점들이 있죠.
일단 맞춤법,띄어쓰기는 패쓰하고라도~
긴 내용을 극도로 응축시키는 힘이 부족한 것 같아요.
설익었다고 해야 할까?

한창 바쁘실텐데...이곳까지 찾아주시고 감사합니다.

하늘바람 2010-09-17 07:02   좋아요 0 | URL
님 댓글을 못달아서 그렇지 자주 왔답니다

양철나무꾼 2010-09-17 11:19   좋아요 0 | URL
아핫,감사~!

꿈꾸는섬 2010-09-16 20:55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글 정말 잘 쓰시거든요. 제가 맨날 부러워하고 있다구요. 게다가 올리시는 책들마다 사고 싶다구요.ㅎㅎ 이 책 읽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0-09-17 00:41   좋아요 0 | URL
마고님께도 얘기했지만,이책 죽음이기도 하고 쥐약이기도 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이 너무 많아요~^^

2010-09-16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0-09-17 06:52   좋아요 0 | URL
딱 호기심을 가지게끔 글을 잘 쓰셨는데요.
이 책 서점에서 한번 쓱 들춰보긴 했는데,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 분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아주 크게 실망한 일이 있어서요.(환경운동할 때 얘기예요.)

하지만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와 책에 대한 관심은 또 다른 영역인 듯.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뭐라고 썼는지 궁금해서 읽고 싶어지더군요.

양철나무꾼 2010-09-17 11:33   좋아요 0 | URL
저 이분도,감은빛님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이해하겠다는 거창한 말은 할 수 없지만서도...ㅠ.ㅠ)

근데,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좋은거라니까요~^^

머큐리 2010-09-17 08:43   좋아요 0 | URL
추석 연휴때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아시려나??

양철나무꾼 2010-09-17 11:34   좋아요 0 | URL
누굴까요?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이 하나 같이 주옥같아요.
절판본이 너무 많아 너무 아쉽다는~ㅠ.ㅠ

stella.K 2010-09-17 11:13   좋아요 0 | URL
이 책 전에 글샘님이 리뷰 쓰신 책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 모르겠어요.
아직 제 기억이 쓸만한데 문제는 내 기억을 내가 확신할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거죠.
그게 맞다면 글샘님 이책은 너무 좋은데 오타가 많다고 툴툴거리셨던 것도 맞을 겁니다.흐흐

2010-09-17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9-17 16:34   좋아요 0 | URL
아~악! 실수했어요. 글샘님은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였는데...비슷해서리.ㅜ

책 디자인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는데,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건지,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볼 땐 디자인도 좋은 책이 내용이 좋은 경우가 많기도 하더라구요.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예를들면 민음사의 세계문학 시리즈 같은 경우 디자인은 별로거든요. 그렇다고 내용이 나쁜 건 아니죠.^^

양철나무꾼 2010-09-18 00:18   좋아요 0 | URL
그쵸?
어?글샘님 글이라면 저도 관심갖고 보는데...블라인드 처리를 해 놓으셨나 했죠.

더우기 <동녘>출판사 편집 교정은 훌륭한 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저도 세계문학 시리즈 같은 것도 좀 읽어봐야 할텐데 말이죠,불끈~^^

따라쟁이 2010-09-17 13:50   좋아요 0 | URL
이미.. 쫌 잘쓰시는거 아닌가요?

양철나무꾼 2010-09-18 00:20   좋아요 0 | URL
정말요?
따라님의 칭찬을 받으니 우쭐해지는 걸요,감사~!!!

2010-09-18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8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8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9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09-25 23:00   좋아요 0 | URL
피터드러커의 <방관자의 시대>는 80년대 초에 읽었던 책인데 지금은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네요. (하긴 오늘 동네 도서관의 열람실에서 내가 사두고 읽던 책을 보다가, 나중에 도서실로 내려가서 이리저리 책 구경을 하다가 몽테뉴의 '수상록'이 눈에 띄길래 한참이나 뒤적거려 봤는데, 그리스·로마시대 시인들의 시가 그렇게나 풍성하게 많이 담겨 있었던가 싶어서 놀랬답니다.)

피터 드러커의 말을 들으니 독서명언 100선 가운데 두 가지가 떠오르네요.
**************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 Franz kafka(1883~1929)

어떤 책이 좋은지 판단하는 기준은,
그 책이 얼마나 강한 펀치를 당신에게 날리는가 하는 점이다.
- Gustave Flaubert (1821~1880)

양철나무꾼 2010-09-27 10:27   좋아요 0 | URL
댓글을 이제 봤네요,지송~ㅠ.ㅠ

두번째 독서명언이 제겐 더 강한 펀치가 되는걸요~^^

곰곰이 2010-09-30 17:35   좋아요 0 | URL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앗어요.. 분명하고 예리한것 두루뭉수리 하지 않은 점 개인적으로 군데군데 한국문학을 마뜩찮아 하는 점이 인상적이엇어요.. 할말을 딱대신 해주는 느낌.. 소개된 책들 꼽아논것만 십여권 다 읽을 거예요.. 성각님이 추천하는 거라면 ^^ 개인사와 잘 맞물려 있는 감동적인 책이야기 그리고 행동하는 양심 ! 최성각 짱!!

양철나무꾼 2010-09-30 23:5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곰곰이님.
같은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전 늘'행동하는 양심'인지는 퀘션마크이지만요,암튼...최성각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