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얀 비
- 송 경 동 -
양철지붕을 두드리며
밤새 내리는 비
나도 누군가의 영혼을 밤새 두드리는
겨울 찬비가 될 수 있다면
하지만 나는 아직도
세상의 음계에 맞춰
내 노래 조율하는 법을 몰라
내 노래는 내가 죽어도
내 목 밖에서 객처럼 서성일 것인가
밤새 내 영혼을 두드리는
하얀비
1. 밀가루 음식과 찰떡 궁합을 이루는 날씨이다.
아침부터 수제비를 잡을까 말까 하다가...양은 냄비로 하나 가득 김치수제비를 잡았다.
남편은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데,
아직 비오는 날 먹는 밀가루 음식의 운치를 모르는 아들만 한마디 한다.
"내가 이렇게 서민적인 음식을 먹어줘야 되겠어?"
2. 지난 금요일 아들 학교 공개수업에 갔었다.
끝나고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이 있었다.
부모가 더 잘아야 할 아들의 일상을 담임선생님께 묻는 엄마들이 살짝 이상했다.
한참 그렇게 수다를 떨던 엄마들,급작스럽게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
할말이 없어 대략 난감해 하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한마디 거든다.
"OO는 정말 말이 필요없어요.저 정도만 하면 돼요."
대답을 비껴갔다 안도할 새도 없이,
"애를 어떻게 잡으면 그렇게 돼요?
비결 좀 알려주세요~"
이번에도 담임선생님이 조금 빠르다.
"OO엄마는 직장생활 하시느라 바뻐서 애 잡고 말고 할 시간도 없으실 걸요."
애들이 촘촘한 그물망만 있으면 잡혀주는 송사리도 아니고 말이다.
뭘 어떻게 잡는다는 것일까?
3.추석에 시골 동네에서 돼지 한마리를 잡을까 말까 하신단다.
"당연 잡으셔야죠.어머니표 돼지갈비찜 완전 죽음이잖아요."
4.오랜 친구가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이곳에 꼭 있어야 할 이유도 없지만,꼭 그곳에 들어가야 할 이유도 없는 친구다.
나랑 감수성의 파장이 비슷해...이 친구가 떠나버리면 좀 외롭고 쓸쓸할 것 같다.
잡을까 말까?
5.누군가에게 억만금을 주고도 들을 수 없는 과외를 공짜로 받았다.
나는 대머리를 두려워 해,공짜는 싫은데...
줄 수도 없는 마음을 받았으니 됐단다.
암튼 덕분에 감 잡았다.
수제비나 돼지는 잡을 수 있다지만,
사람이나,사람의 마음 따위는 잡을 수 있는게 아닐게다.
잡은 감을 유지할 참고서는 하나도 없고,
시골에 가지고 갈 가방에 엉뚱한 책들만 한가득 집어넣는다.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세상이 하도 시끄러워,
달이 너무 밝아도...속속들이 비추일까 두려웠는데,
달이 안 뜨면 소원을 빌 수도,희망을 챙겨가질 수도 없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스럽다.
다들,마음 만큼은 보름달처럼 풍성하게 채워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