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다빈치 art 18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신성림 옮김 / 다빈치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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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궁 미술관의 라틴미술 전시회를 놓쳤다. 지방으로 이사를 오고나니 이런 저런 문화생활에서 멀어지는 느낌이다. 마침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끌레지오가 쓴 프리다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책이 눈에 띄었다. 

예술이 인생이고, 혁명이며 투쟁이었던 두 사람의 인생과 사랑의 이야기이다. 시기별로 의미 있는 디에고의 벽화나 처절한 프리다의 자화상들을 둘러싼 결코 포기 하지 않는 삶의 역사를 읽을 수 있었다. 절대 가볍지 않고, 단순한 도록이 아니다. 건조한듯 담담한 어투는 그만큼 이 두 사람의 별난 사랑이 도드라지게 한다. 그래도 내 마음에서 지울 수 없는 것은 거두의 천재 예술가와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희생해 마지 않았던 여인이라는 이미지이다. 물론 이 둘은 프랑스 커플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너무도 솔직하고 엽기적이며, 넘쳐 흐르는 상징의 프리다 그림은 사실, 좀, 거리를 두고 싶어지게 한다. 하지만, 그녀 처럼 열일곱에 대수술로 척추를 잃고 그림 밖에 살아갈 이유가 없이 침대에 묶여 하루 하루 연명한다면, ... 그 정도는 정말 온화하다고 이해할 것이다.  

온 영혼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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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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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책>이 들어가는 제목, 청소년 섹션에 진열되어 있던 영문판 때문에 큰아이 용으로 살까 생각했었는데, 점원 말씀에 (열세살 주인공이지만 열세살에게는 좀 이를거라고) 내가 읽었다. 낯설게도 화자는 죽음의 신이다. 하지만 서양 전설에서처럼 두건에 긴 낫은 들지 않았다고 화자는 우기고 있다 - 그래도 표지에는 책속에서 문 열고 나서는 쬐끄만 두건과 낫이 그려져 있다.  

이 책 안에는 모든 것이 살아 있다. 죽음, 말, 글, 불, 재, 눈, 구름....모든 것이 살아서 움직이고 말을 건다. 그리고 맹목적인 선전용 애국심도 살아 날뛰며 사람들을 죽인다.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을 둘러싼 모습을 보여준다. 잔인하게도 몇달후, 몇년후 다가설 죽음까지 몇 페이지 앞서서 예고까지 한다.   

2차대전 영국에서는 아이들을 시골로 피신시켰고, 나니아로 위로했다. 하지만 나찌는 암스테르담 다락방의 유대어린이를 몰아대다가 죽였으며, 독일 아리아 어린이는 죄책감으로 몸을 떨게했다. 이것은 2차대전 독일 뮌헨에 살던 소녀를 둘러싼 죽음과 말과 책의 이야기이다. 유대인이 아닌 독일소녀도 죄책감에 서서히 죽어갔고 그 와중에 성장하며 자신의 내부에 "온통 뒤 섞여 썩은 냄새를 풍기는 세상"을 저주한다. 

청소년용 책 답지(?) 않게 정성스레 펼쳐지는 이야기가 무겁지만 좋다. 막스가 리젤에게 선물하는 우화 "말을 흔드는 사람"은 최고다. 말을 흔들고, 마음을 흔드는 사람. 그저 심심풀이로 훔치는 책 이야기가 아니다. 흔한 <책>시리즈 속에서 단연 빛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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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되는 부모
수잔 포워드 지음, 김형섭 외 옮김 / 푸른육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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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이 서늘한 제목이다. 생명을 낳아 사람으로 키우는 부모가 되려 아이의 인생에 <독>이 되다니. 교육지침서로 집어들었지만, 이 책은 교육서라기 보다는, 젊은 부모들 안에 남아있는 상처받은 어린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그 상처들을 이해하고, 다음 세대로 그 상처를 물려 주지 않도록 하는 책이다. 

작고 여린 아이들은 쉽게 상처 받는다. 그리고 가정 안에서 가장 믿는 부모로 부터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그리고 무서운 일이지만 가족이나 사랑에 대해서 왜곡되고 잘못된 정의를 내리게 된다. 

내가 내 뱉는 말이, (때론 아이의 잘못에 성숙하지 못한 방법으로 반응한 것을 고백하건데...ㅜㅜ) 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으리라. 또 내 기억 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꾸중의 추억이 쓰라린 것도 사실이다. 내가 더 어른스러운 어른이 되기 위해서, 혹시나 남아있을지 모를 부모와의 앙금의 이해를 위해서 읽어야 할 책이다. 하지만, 책 제목 만큼이나, 내용은 강하다. 정말, 독하게 강하다. -- 심리치료 전문의에게 상처를 안고 찾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그 부모가 뿜어낸 독은 그 자녀를 망치고도 남는 맹독이다. 그러니 그 해법도 우리 정서에서 보자면 독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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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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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표지와 묵직한 제목, 게다가 책에 관한 필이 충만한 시기가 맞아떨어져서 구입했다. 하지만, 그다지 새로울 거는 없다. 잔혹동화와 성장소설, 그리고 2차세계대전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나니아 연대기'의 에코가 처음부터 끝까지 울려댄다. 하나더, 좀더 소프트한 버전이라고 여겨지는 Whangdoodle 은 몇몇 캐릭터까지 아주 흡사하다.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456385&CategoryNumber=002

하긴, 동화의 이면을 열어보는 일은 흔하디 흔한 일이고, 우리가 덮어 놓은 Happily Everafter는 무책임한 어른들의 거짓말일 것이다. 매섭게 추운 하루, 따뜻한 햇살이 들어 오는 마루에서 따뜻한 생강차와 함께하는 몇시간이라면 족할 책이다. 별책으로 붙어있는 빨간표지의 <동화의 진실?>은 좀더 알차게 꾸며졌다면 좋았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두권이 (파란책과 빨간책) 중간쯤 읽다보니 떨어지는걸 알았다. 분리되는 것이었다면 우악스런 접착제 대신 겉표지를 폴더식으로 했으면 나았을걸.

또, 번역탓인지 상징의 무거움 탓인지 51쪽 "농아들을 위한 점자책"이란 부분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점자책들은 다행히 다른책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전혀 들을수없었다." 게다가 조나단 툴베이가 주인공의 새엄마 로즈의 삼촌이라고 나오더니 뒷부분에선 증조할아버지로 설명된다. 이건 확실히 번역의 문제리라.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일곱난장이의 부분이다. 이건 어느정도 작가의 생기발랄랄라함이 보였다. 다른 부분은 이미 여러 문학작품에서, 드라마에서, 또 디즈니 만화에서 여러 버전으로 보았기에 그리 싱그럽지 않았고. 사실, 너무 시.시.하.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몇몇 단계들이 너무 투박하게 등장하고, 엉성하게 소개되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전투장면의 설명은 생생했고, 다시 한 번, 백설공주는 압권이었다. 이 것만 따로 별전으로 다시 썼으면 대박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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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식사 - 위화 산문집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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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에 만나기 힘든 책이다. 무게로만 따지면 그렇다. 요즘 너나 없이 희고 무거운 종이만으로 책을 만드는데 이 책은 정겨운 누르스름한 색에 약간 거친 재질의 종이로 만들어졌다. 그덕에 300여쪽의 책 (아담사이즈 이기도 하고)은 가뿐하게 가방안에 들어갔다.

내용은 절대 가볍지만은 않았다. 첫 장의 아버지로서의 감화에 대한 이야기는 소박하기도 하고 공감도 많이 가는 부분이지만 그 것이 이 책이 말하는 대부분이 아니다. 많은 부분은 제목을 따온 Soul Food, 특히 흑인의 노예 역사와 무참히 죽어간 미국 원주민 인디안 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왠지 꼽게 보이는 것도 있다. 바로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티벳 독립 운동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일언반구없다. 

마지막 부분의 <그리고 나의 책들>은 저자의 대표작들의 각 언어판 서문의 모음집이다. 각 언어로 출간될 때마다 독자에 맞게 따로 쓴 서문들은 작가의 또 다른 배려가 보인다. 

부모님 두 분 다 의사이시고, 자신도 5년간 치과 의사로 일하다가 작가가 된 내력은, 얼핏 보면 굉장한 부르조아이지만, 의사라는 것이 당시 그다지 존경을 받는 고임금 직업이 아니고 남의 입안을 들여다 보는 "이빨가게"에서 일한 경험은 처음 생각한 것보다 훨씬 소박한 모습의 작가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그의 용감하고 정의로운 두 눈이 왜 한국의 80년대 정치상황, 더 일찌기 미대륙 침략의 역사, 또한 유럽의 아프리카 식민지화를 보면서, 중국의 폭력은 - 그 끔찍한 민족주의!- 언급하지 않는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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