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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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책>이 들어가는 제목, 청소년 섹션에 진열되어 있던 영문판 때문에 큰아이 용으로 살까 생각했었는데, 점원 말씀에 (열세살 주인공이지만 열세살에게는 좀 이를거라고) 내가 읽었다. 낯설게도 화자는 죽음의 신이다. 하지만 서양 전설에서처럼 두건에 긴 낫은 들지 않았다고 화자는 우기고 있다 - 그래도 표지에는 책속에서 문 열고 나서는 쬐끄만 두건과 낫이 그려져 있다.  

이 책 안에는 모든 것이 살아 있다. 죽음, 말, 글, 불, 재, 눈, 구름....모든 것이 살아서 움직이고 말을 건다. 그리고 맹목적인 선전용 애국심도 살아 날뛰며 사람들을 죽인다.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을 둘러싼 모습을 보여준다. 잔인하게도 몇달후, 몇년후 다가설 죽음까지 몇 페이지 앞서서 예고까지 한다.   

2차대전 영국에서는 아이들을 시골로 피신시켰고, 나니아로 위로했다. 하지만 나찌는 암스테르담 다락방의 유대어린이를 몰아대다가 죽였으며, 독일 아리아 어린이는 죄책감으로 몸을 떨게했다. 이것은 2차대전 독일 뮌헨에 살던 소녀를 둘러싼 죽음과 말과 책의 이야기이다. 유대인이 아닌 독일소녀도 죄책감에 서서히 죽어갔고 그 와중에 성장하며 자신의 내부에 "온통 뒤 섞여 썩은 냄새를 풍기는 세상"을 저주한다. 

청소년용 책 답지(?) 않게 정성스레 펼쳐지는 이야기가 무겁지만 좋다. 막스가 리젤에게 선물하는 우화 "말을 흔드는 사람"은 최고다. 말을 흔들고, 마음을 흔드는 사람. 그저 심심풀이로 훔치는 책 이야기가 아니다. 흔한 <책>시리즈 속에서 단연 빛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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