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감기에 가을을 앓는다.....는 시적 표현을 써본다. 흐르는 콧물, 맹맹한 목소리에 꺼칠한 피부. 그래도 커피는 포기할 수 없지. 알람 없이 일어나는 일요일의 호사,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짧은 감상문장이라도 조금 남겨보기로. 그동안 뭘 읽었더라...

 

 

세풀베다를 동화책으로 처음 만났다. 아이의 국어 숙제를 돕다가 알게 된 책인데 지나친 교훈으로만 빠지지 않으며 아름다워서 좋았다. 특히 세상의 바다를 두루 경험한 멋진 고양이 바를로벤또가 쓰는 비유법이 재미있다. 

 

 이런 향유고래 기름 같은 경우가 있나!

고등어 아가미 같은 훌륭한 생각이군!

내 꼬리의 털만큼이나 많은 알을 낳을 놈이야!

이런 오징어 먹물 같은 일이 있나!

이런 다랑어 송곳니 같은 녀석을 봤나!

이런 가자미 어금니 같은 일이 있나!

바다장어가 방전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말씀!

이런 말미잘 고수머리 같은 경우가 있나! 

낙지 촉수 같이 대단했지!

이런 해마 코털 같은 놈!

 

어른은 어른대로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맘대로 해석하며 즐기면 좋을 책이다. 교과서에 실리면서 이리저리 교훈을 뽑아내면 좀 시시해 지지만.

 

로쟈님의 신간. 바로 찾아 읽었지만, 이번 책에 수록된 이야기기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아니라서 ....음, 조르바 같은 너무 미운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소설이라 지난 번 책만큼은 맘껏 즐기질 못했다. 내 탓이지. 어렵기도 했고.

 

권 보드래 교수의 책은 몇 년 전 부터 읽어야지...하다가 이광수의 무정을 읽기 전에 챙겼다. (무정은....언젠가 읽겠지)  1910년대 부터 (삼일운동 이후 더 눈에 띄는) 신여성의 등장, 교육, 그리고 사랑과 의리와는 다른 연애. 라는 감정과 표현.

 

연애 결혼의 허와실을 담았다는 만화와 신문 사설 그리고 배운 남자들의 논평들은 어째 타임머신을 탔는지 요즘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꽤 긴 시대의 신여성, 구여성, 여학생과 기생 등 연애라는 신 개념의 감정과 여성들을 분석하는 책...이지만 많이 아쉽다. 같은 제목으로 나온 고미숙 작가의 책도 찾아 읽고 싶다.

 

처음 읽는 임경선 작가의 책. 가이드/엣세이 라기엔 더 느긋한 호흡의 교토 스케치. 기대보다 문장과 시선이 평범하다. 교토 책을 이미 여럿 봐서 색다른 교토의 모습을 보고 싶은 독자들을 겨냥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

 

게이코의 엄한 수련과정과 자부심을 '우아한 여성'으로 그린 건 불편하다. 교토 문화의 한 부분으로 게이코/마이코 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의 고객, 그 문화를 함께 즐기는 사람은 남자뿐이라 (단골만 받는다, 회원제 클럽 느낌의 '요정'의 격조높음) 게이코가 표현하는 우아한 '여성미'라는 건 남성고객을 위한 봉사니까. 교토 책은 잘 팔린다고 한다. 교토라는 영민하고 속을 내보이지 않는 여성을 연상하게 된다. 이 책 덕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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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존에 임경선 에세이 읽었던 적 있는데 좀 불편했던 기억만 남아있어요. 그 뒤로 안찾아읽게 되더라고요.

유부만두 2017-09-20 09:35   좋아요 0 | URL
전 연재 칼럼을 조금 읽었었는데 꽤 열린(?) 시각을 가졌다고 기억했어요. 그런데 이번 책을 읽곤 갸웃해지는 거에요. 너무 뭐랄까...아저씨 같고, 가르치려고 들어서...

레삭매냐 2017-09-20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름 세풀베다의 팬이라고 자부하는데
세풀베다 아저씨가 쓴 동화를 아직 못 읽어
봤네요.

구해서 읽어 봐야겠습니다.

유부만두 2017-09-28 09:28   좋아요 0 | URL
동화라 어쩔 수 없이 ‘교훈‘이 어색하게 들어있지만 환상적인 분위기와 간간이 보이는 유머가 좋았어요.
 

‘버드‘가 반미친 상태로 술을 들고 대학 동기인 옛여친을 찾아간다. 그녀의 방에 걸려있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비늘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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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킹 수상작을 ..스토킹으로 읽고 쫄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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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혹은 ˝내 말이!!!˝

큰 아이와 읽었던 책을 오랫만에 막내와 함께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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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8-31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역시 내말이!! ㅎㅎ
 

コ-ヒ-をのみます。

가타카나를 외우는중. 좀 어려운데, 와이샤츠, 호테루, 하는 발음이 재미있어서 자꾸 써본다. 아무래도 일본인들 글자 만들기 귀찮았나봐. 점 세 개 찍는 비슷한 게 있고.

 

그래도 이젠 쓰고 말할 수 있다. 커피를 마십니다.  コ-ヒ-をのみます。

아직 '일요일 아침에'는 안 배워서 모름.

 

 

동네 서점서 보고 놀란 ...

 

 

저 사진들을 트윗에서 지나칠 땐 패러디인줄 알았더니, 진짜 표지였어. 하....

 

트레버 노아의 책이 시기적절한 선택이었구나. 그는 출생부터 아파르트헤이트 하에서 범죄행위의 결과였고, 성장하면서 온갖 차별과 폭력, 가정 폭력과 성차별을 목격하며 살았다. 끔찍한 세월을 그려내는 문장이 웃기다니! 상황이 완전 코믹해서 몇 번이나 소리내서 웃었는데 웃다보니 눈물도 나고 분노도 하게된다. 모든 상황에 (인종)차별을 비춰보는 데, 이게 얼마나 쓰레기 같은 장치인지 더 절실하게 이해된다.

 

https://youtu.be/_hfMNTnBM4I

 

가디언의 강연회 영상이다. 48분 즈음부터 내가 좋아했고, 많은 이들이 좋아했다는 shitting 똥싸는 장면. 이 뭐랄까, 철학적이기까지한 코메디언 트레버의 다른 공연 영상도 찾아보는 요즈음이다.

 

재미있는 자막영상 하나 링크. https://youtu.be/Pv0IJS2-44Y

 

그의 어머니가 두번 째 남편의 폭력 (살해 위협 뿐 아니라 진짜 살인 행위)에 당하고 경찰에 신고해도 가정사라며 외면하는 공권력....하아, 이건 너무 낯익은 장면이다. 세상의 온갖 폭력, 차별, 그리고 비관주의. 

 

책 후반부의 트레버의 범죄 고백, 그리고 그 경과가 너무 자세해서 거북하기도 했고 편집이 이리 저리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의 찐한 고민과 폭력에 맞서는 모습이 멋지다. 넷플릭스에서 찾을 수 있는 그의 공연 DayWalker 준비 다큐에는 그를 '(흑인이라) 우대 받는 건방진' 사람이라고, 자신들이 역차별 당한다고 광광우는 백인 코메디언들도 나오는데 ... 이것 역시 새롭지 않은 모습들.

 

만다꼬 책을 읽는가.... 생각해봤다. 좋으니까. 기분이 좋고, 새로운 것을 만나게 되니까, 또 익숙한 것들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으려고.

 

앞 부분에 실린 저자의 일상들, 추억들, 특히 빅토리북이 감동적이다. (힘 빼고 슬쩍만 감동하기로 한다) 뒷부분 여행기는 좀 식상했는데, 남미라는 여행지 탓이 아니라 저자의 식상한 블로그 같은 문장들, 상황들 탓이다. 힘을 너무 빼서 밍밍했어. 하지만 굴하지 않고 자기 호흡대로 끝까지 끌고 간다. 저자가 지인들의 이름을 다 적어 놓아서 새롭기도 했다. 그냥 ABCD 가 아닌 이름 석 자로 친구를, 선배를, 좋아하는 작곡가 이름을 불러주어서인지 책에서 그들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힘을 안주었는데도. 벨로주의 영상을 찾아서 노래를 들었다. 야야야야야......

 

 コ-ヒ-をのみ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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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08-2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유부만두님은 4개국어를 하시는 겁니까!! 멋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