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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서재에 자주 뭔가를 올리는 이유는... 컴퓨터를 쓸 수 있다는 얘기고, 아이가 줌수업을 듣지 않고 '현실' 등교를 한다는 얘기고, 점심 급식은 피했으며 고로 기분이 좋아서 수다를 떨고 싶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런 좋은 기분도 엉뚱한 책으로 잡치기도 ...




책과 서점을 소재로 한 sf단편집 <책에 갇히다>에서 염려하며 그려보았던 '책 없는 디스토피아'.


미래의 세상. 학교에선 가상 체험 기기와 개인용 컴퓨터 등을 사용해서 수업을 하지만 '종이책'은 없다. 종이책은 유해한 바이러스를 퍼트려 감염시키기 때문에 금지 되었고 책 소지자는 수용소에 갇히기 까지 한다. 그런데 한 어린이가 '마지막 책'을 줍고 그만 읽어 버린다. 


줄거리는 줄여 놓고 보면 더 이상 흥미진진할 수 없고 리뷰들도 좋아서 나도 낚였지만 ... 막상 책장을 열어 읽기 시작하니 더없이 엉성하고 지루했다. (어쩐지 리뷰가 다 별 다섯에 칭찬이 과했음) 


종이책을 읽어서, 재미있게 읽어서 주인공 시오는 없던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 책은 (다행이다 호머나 성경이 아니었어) 우리의 전래동화집, 호랑이 이야기;;;; 에이...


다행히 어느 박사님 아저씨가 책과 '자연의 금지된 식물'을 되살릴 연구소를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책 금지 음모는 '로봇'으로 책을 대체해서 돈을 벌려는 배불뚝이 사장님 탓이었다. 얄미운 같은 반 여자 아이 주나는 알고보니 책 결사대의 일원이었고.... 그런데 주나는 가방에 인형만 셋이나 넣어 다니고, 멋 부리고, 수업 시간에는 졸기만 하는데 (알고 보니 책 복구 작업을 밤새 하느라? 피곤했어) 받아쓰기는 왜 빵점인가요. 주나가 중간 위기의 상황에서 주인공 시오를 구하는 상황은 빛났는데 평소의 주나는 그냥 멍청한 여자애, 화나면 얼굴 빨개지는 여자애인가요. 그러니 시오가 '여동생을 구하는' 오빠인 척 용기를 내는거죠. 책 바이러스 이름은 부카 바이러스인데 얘들은 약속이나 맹세는 '원주민에게서 사온 아프리카 전통 반지'에다 대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어쩐지 불편한 기분이 드는 건 독자 아줌마의 편견 탓인가요. 


뻔하게도 부잣집 아이가 최신형 로봇을 갖고 다른 아이들은 그에 우루루 몰리고, 버릇 없는 로봇과 성질 나쁜 부잣집 아이는 닮았고, 책을 쫓는 북킬러들은 어째선지 공권력이 아니라 로봇 회사 소속 같이 굴고요. 주인공이 그토록 지키려는 책에선 오래된 냄새... 할머니의 된장국 냄새가 난다고...이미 다른 동화책들에서 너무나 흔하게 만났던 공식들이 재탕 삼탕 만탕이 되어서 이게 딱히 미래 같지도 않고요, 요즘 애들도 이런 엉성한 설정은 재미 없어 할 거란 말이죠. 


그리고 계속 주나가 계속 먹어대는 젤리 .... 그게 너무 맘에 걸리는 겁니다. (미래 소설에서 애들한테 알약이나 젤리 먹이지 말아요, 쫌) 정신을 깨우는, 낯빛을 바꾸는 용도 라는데 그 젤리의 성분이나 원래 목적은 끝까지 안 나오고요. 결국 책 복구 프로젝트를 하느라 어린이를 야간 노동에 투입 시키는데 임금은 제대로 줄 거 같지도 않고, 어린이의 보호자와 협의도 없고요. 차라리 종이책을 금지 하는 게 아니라 옛날 책이 엄청나게 귀하게 되어서 서로 차지하려고 겨루는 이야기를 ....아, 이미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있구나요. 어쨌거나 여기 엄마들은 공부 시키고 잔소리 하느라, 혹은 애들 방 청소하고 뒤지는 데는 부지런 한데, 정작 아이가 경찰들 어른들에게 부당하게 공격 당할 땐 애들 편에 서질 않고, 멀찍이서 '갠챤아'만 외치다가 어느새 사라져 버립디다? 엄마는 밥먹을 때만 나오는 밥순이 입니꺄?!!!! (울컥) 


책이 재미도 없는데 디테일 뭉게지게 엉성해 짜증이 나서 이렇게라도 풀어볼라고요. 초등 저학년 용이라는데 애들도 솔직하게 '시시해'라고 할겁니다. 근데 여러 독자님들, 왜이리 리뷰를 반짝이게 별 다섯 개씩 달아주셨어요? 속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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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23 0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책 좀 더 재미있는 거였으면 좋았겠네요 그런 책으로 할 만한 게 뭐가 있을지, 하면 바로 떠오르는 건 없네요 책이 없어진 세상이라니, 별로 안 좋을 듯합니다 나무를 생각하면 책을 많이 만들면 안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오래전에는 부자만 책을 보기도 했는데, 다시 그런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희선

유부만두 2021-03-23 14:46   좋아요 1 | URL
책이 금지된 세상과 경찰/수용소 설정은 ‘화씨 451도‘가 생각났어요. 디스토피아 미래 세계의 한 버전으로 ‘책=자율성‘이 통제되는 세상이 나오는 것 같아요.

마지막 책, 으로 어떤 게 좋을까, 생각해봤어요. 책의 근원이나 시작에 의미를 둔다면 전래동화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여기선 너무 뻔한 전개를 해서 재미도 없고, 여러 불편한 부분이 많아서 실망스러웠어요. ... 지금은 부자들끼리만 알고 나누는 정보가 이미 옛날의 책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열불 나는 뉴스가 넘치는 매일입니다. 전 그저 조용히 종이책을 즐기고 싶은데 말이에요. ㅜ ㅜ

psyche 2021-03-29 0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의 빡침(?) 이 느껴집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1-03-29 16:3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 빡침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뻔하고 거져 먹으려는 심뽀가 보이더란 말이죠.
 

프랑스 대혁명은 1800년 후반까지 80년 이상 계속 되고 있었다. 1870년 프로이센 전쟁에 패한 프랑스의 파리는 척박한 폐허로 남았고 이제는 프랑스 '베르사이유' 정부군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파리 코뮌은 몰리고 몰린 파리 노동자들의 자구적 항쟁으로도 보이지만 인간의 폭력성이 폭발하고 지옥문이 열리는 면면이 보이기도 한다. 이미 150년 전 일이다. 직접적인 발단은 1871년 3월 18일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시작했다. 그 피의 속죄로 1874년 사크레쾨르 성당이 세워졌다.



사료들을 충격을 줄만큼 충실하게 시각화 해 놓은 그림은 흑백이지만 화약과 피냄새가 진동한다. 기록은 실존 인물들과 가상의 중심인물들을 따라가는데 많은 부분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이야기에 업혀있다. 수양딸 잔의 살인범으로 억울하게 20년 옥살이를 하던중 가석방되어 새로운 신분, 경찰 정보원으로 살고 있는 오라스 그롱댕. 거구에 힘이 장사인 그는 진짜 살인범일 수양딸의 전약혼자 타르파냥을 좇고 있다. (레미제라블과 파리의 노트르담의 여러 요소들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두 소설 모두 파리의 격동기, 민중의 궐기를 다루고 있다. 또한 클로드 프롤로도 등장한다.) 오라스 그롱댕의 과거를 의심하며 박쥐처럼 코뮨파와 정부/경찰쪽을 오가는 기회주의자 경찰 이폴리트는 정의 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계산하기 바쁘다. 타르파냥은 잔과 헤어졌지만 정의를 따르고 솔직한 성격, 게다가 미남자라 따르는 여자들이 많다. 정부군으로 시민들과 대치하다 코뮌쪽으로 돌아선 타르파냥은 폭력단 우르크 파의 두목 에드몽 트로카르의 정부 가브리엘라와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에 대한 폭력단의 보복으로 (파리 코뮨 와중에) 죽을 위기에서 가까스로 도망쳐 계속 헤어진 가브리엘라의 행방을 찾는다. 두목이 사창가로 보내버린 가브리엘라는 인생을 포기하며 살아가다 어린 소년병 (사진가 테오필의 조수)을 만나 부상병을 치료하며 코뮌군을 돕는다. 

전투와 방어전, 화염병과 총알이 오가는 거리, 스치듯 가브리엘라와 타르파냥은 만나고 헤어지기를 몇번이고, 복수심에 칼을 갈고 갈던 오라스 그롱댕은 잔의 진짜 살인범을 알지 못한 채 정부군의 총을 맞는다. (이 둘이 파리 지하도로 가는줄 알았....) 거의 모든 인물들이 사망하고 코뮌군의 두 젊은이만이 '총은 버린 채' 담을 넘어 파리를 벗어난다. 


파리 코뮌 역사의 중요한 여성 혁명가 루이즈 미셸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 Louise Michel : 1830년 5월 29일-1905년 1월 9일)은 프랑스의 무정부주의자, 교육자, 의료노동자이며, 파리 코뮌의 요인이었다. "몽마르트르 언덕의 적처녀"(red virgin of Montmartre)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져 있다.사창가와 벗은 여인들, 특히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그림과 그 작업 장면 등을 필요 이상으로 묘사하고 성적이며 폭력적인 대사와 묘사를 넘치도록 실어놓았다. 여성은 그저 피를 뿌릴 대지, 아니 거름쯤으로 취급하고 있어서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여성은 거의 상의를 벗은 상태로 나온다. 어머니라 젖을 먹이거나 창녀라 성을 팔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들라크루아의 혁명의 이미지로 (붉은 처녀;;;; 무슨 홍대 여신 처럼) 깃발을 휘둘러야 한다. 제대로 옷을 입고 말하고 싸우는 모습의 중심 여성이 없어서 매우 안타깝다 못해 분노한다. 역사적 이야기를 엮기 위한 도구용 서사라 인물들의 행동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파리 시내의 묘사와 역사 자체가 주는 힘은 크다.  

파리 코뮌 종식 두 달 후인 1871년 7월, 파리의 부촌 16구에서 프루스트가 태어났고, 코뮌파의 대 방화를 살아남은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화재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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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봄날, 개학인데 개학 아닌 개학. 개같은 나날들. 개의 심장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는 인간의 뇌하수체와 성기를 이식한 개, 그래도 개의 심장을 지닌 개-인간, 샤릭-샤리코프의 이야기를 읽었다. 


차가운 눈바람이 몰아치고 허리에는 화상을 입은 길거리의 개, 자부심은 고고해서 지나가는 인간들을 하나씩 멸시하며 (어이, 그래도 소시지나 좀 조바라) 품평하다 먹이와 따뜻한 잠자리에 이끌려 의사 필립 필리뽀비치네 집에 들어간다. 하지만 의사는 그를 실험대상으로 여기고 있었고 어느날, (아직은 개) 샤릭의 머리가 나쁜 예감으로 쿡쿡 쑤시던 날 그 실험/수술은 이루어진다. 


의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회춘' 대신 '변신'이 이루어지는 샤릭의 몸. 맥줏집에서 칼싸움에 사망한 망나니의 성질이 옮아가 이제 샤리코프는 말을 하고, 직립 보행을 하고, 폭행을 저지른다. (이제는 인간) 샤리코프는 자신을 꾸짖는 의사에게 묻는다. "아빠, 아빠는 왜 그렇게 나를 심하게 학대하고 그러세요?" 그리고 샤릭코프는 여엿한 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공산당에 들어가고 직함을 갖는데 평소 샤릭이 혐오했던 길고양이들을 처리하는 일을 맡았다. 


더이상 샤리코프의 폭력과 비행, 자신의 영역과 권위를 위협하는 것을 참지 못한 의사는 조수 보르멘딸리와 함께 일을 수습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의사 직과 명예를 걸고, 또한 의사의 윤리에 대해 고민하면서. 저 놈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 결자해지. 결국 그 인간말종의 뇌하수체와 성기가 부린 난동을 지우기 위해선 그 원인을 (사회제도나 인간관계가 아니라 글러먹은 그 육체조직) 제거하고 의사의 발 옆엔 (다시 개) 샤릭이 엎드리게 된다. 아직 혀에 남은 인간의 말, 하지만 온순해진 뇌로는 자신의 복받은 환경에 감사하면서. 계속 샤릭-샤리코프의 몸에는 개의 심장이 펄떡이고 있었다. 


인간들 묘사와 대사가 과장되고 희화되어 블랙 코미디 극을 읽는 기분이 든다. 추운 거리의 샤릭의 시점으로 시작해서 3인칭 시점과 묘사-기록-대화 등 여러 형식으로 구성된 짧은 소설은 투박하지만 흡입력이 강하다. 특히 수술장면의 생생한 묘사는 의사 작가의 특기가 살아있다. 수술 장면만 두 번 읽었는데 이런 피냄새 나는 (응?) 묘사를 '프랑켄슈타인'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서는 만나지 못했기에 더 신선한 기분이 든다. (라고 쓰고 보니 내가 많이 이상한 사람;;;;) 


못 배우고 더러운 것들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의사의 혐오가 큰데 그것을 혁명과 계급에 대한 반동문학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은 던져주었으니 고민은 독자의 몫으로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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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21-03-19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이한 소설이군요. 유부만두님 오랜만. 여전히 읽고 쓰시는 거 보니 반갑.
개학인데 아이 둘의 학교 가는 날이 달라서 급식의 은혜를 못 입고 있어서 너무 우울합니다. 저도.
그래도 봄이니까 잘 지내시죠?!
저는 자주 안 오면서 늘 있는 분들 보면 너무 좋다. ㅎ

유부만두 2021-03-22 11:13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반갑습니다. 저야 별일 없이 밥밥책책밥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급식의 은혜는 정말 없을 수록 더 크게 느껴지고요. 봄이네요. 겨울옷 아직 입고 밤에만 동네 슈퍼를 가곤 하는데 꽃이 조금씩 보이는 데 더 우울하고 그래요.

이 소설은 20세기 초 러시아 소설인데 투박하고 강렬한데 은근 매력있습니다. <거장과 마가리타> 읽기 전에 준비운동 삼아 읽었습니다.
 


스완에게는, 부모님의 옛 친구인 ‘아들 스완‘이자 조키 클럽 회원으로서의 스완과는 전혀 다른 인격,(이것이 마지막일 리는 없겠지만) 즉 오데트의 남편이라는 인격이 더해졌다. [...] 그는 아주 딴사람같아 보였다.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아내와 함께 두 번째 삶을 선택한 그 - P14

이런 변신의 가장 주된 이유는 [...] 우리의 미덕 자체가 자유롭고 유동적이어서 영구히 우리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 P15

내가 박수를 치면 칠수록 라 베르마의 연기가 더 훌륭해지는 것만 같았다. - P49

이런 민중의 열광이라는 싸구려 포도주를 그들과 나누어 마시면서 취했다. - P50

인과관계란 가능한 거의 모든 결과를 만들어 내며, 따라서 우리가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도 만들어 낸다. 이 작업은 우리 욕망이나 - 빨리 진행하려고 하면 도리어 방해가 되는 - 삶 자체로 인해 더욱 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욕망이나 삶이 멈추었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 스완의 마음 속에서, 그의 모든 삶을 함께 보내고 싶어 그토록 열망하고 절망했던 존재가 죽고 나서야 한 결혼이 바로 이런 사후의 행복 아니었던가? - P86

대개는 천재의 생각으로 가득 채워져서는, 자기 작품에 이 천재의 생각을 덧붙이고 그래서 자기 작품을 다시 생각할 때면 처음 나타났던 대로 보지 못하고, [...] 자신에 대한 최종적인 만족감을 표현하는 전체 속에 [천재의] 뛰어난 글 몇 쪽의 기억을 끌어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며 그리하여 자기가 그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작가들 - P102

우리 정신 속에서 공동으로 기거하는 관념들 가운데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관념이 처음에는 진짜 기생충처럼 자신에게 부족한 중요한 힘을 낯선 사람이나 이웃에게서 얻었던 것은 아닌지 말해보라. - P103

내가 ‘시간‘ 밖에 있지 않고 소설 속 인물 처럼 시간의 법칙 속에 종속된다는 점이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콩브레에서 덮개 달린 버드나무 의자 깊숙이에서 그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을 때, 인물들이 그토록 날 슬픔 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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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들 간의 섬세한 차이를 사문서(死文書)처럼 무의미하게 여기는 몇몇 무지한 일반인들 및 사교계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을 친밀하게 만드는 것은 견해의 공동체가 아니라 정신적 혈족관계이다. - P17

사랑이라는 순전히 주관적인 현상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 현상이라는 것이, 하나의 보충적인 인물을, 즉 사회 속에서 같은 이름으로 통하는 이름으로 통하는 인물과는 구별되며 그 대부분의 구성인자들이 우리자신에서 추출된 하나의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 일종의 창조 행위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세인의 눈에 보이는 것과는 같지 않은 어떤 사람이 결국 우리의 내면에서 차지하게 되는 엄청난 비중을 자연스럽게 여길 수 있을 사람들도 거의 없다. - P62

나는 새해 첫날이, 자기를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며, 나에게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모습으로 황혼 속에서 끝나고 있음을 느꼈다. [...]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에는, 이제 더 이상 아무도 그들에게 새해선물을 주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더 이상 새 해라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에, 젊은이들과 다를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일 월 초하루를 이제 막 겪고 난 후였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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