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위츠 1권이 경쾌한 홈즈 분위기였고 2권은 살짝 지루했다면 이번 3권은 클래식한 애거서 크리스티에 가깝다.

호로위츠는 호손을 주인공으로 하는 “리얼” 범죄 시리즈 1권 출판 직전에 (2권은 아직 원고를 쓰는 중) 홍보차 작은섬의 문학패스티벌에 호손과 함께 간다. 그런데 그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은 겉모습과 다른 곳이었고 설상가상으로 호손의 원수가 주최측 사람이다. 불편하고 삐걱거리는 행사 진행 중 페스티벌의 큰손 후원자가 살해당한다. 그런데 그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워낙 조용한 섬이라 옆 섬 (건지 아일랜드)에서 형사가 파견오길 기다리며 호손이 사람들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시골 형사 게으른 능구랭이랑 수사 협조를 하는 사이, 또 한 사람이 죽는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번 페스티벌에 초대된 작가들이 하나같이 사연이 있는 것이었던 것이었던 거시다. 살인자를 밝힐 때까지 아무도 섬을 나갈 수 없다! (코난이 나와도 놀랍지 않을 설정)

마지막에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데 그 전에 독자는 (호로위츠도 덩달아) 여러 명의 용의자를 세웠다 지웠다 하게된다. 술도 안하고 사회성도 결여되어 보이며 상황을 잘 이용하는 호손이라 호감은 덜가지만 이런 그가 독서모임에 참여한다는게 재미있다. 이번 3권 출장길에 그는 세라 워터스의 ˝리틀 스트레인저˝를 읽는다. 작은 섬마을과 환경/시대의 변화를 소재로 삼는다는 면에서 연결점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단 ˝노인과 바다˝ 인용이 도드라졌다.

He‘d bee defeated when we walked in. Now he was destroyed. (253)

이 destroyed 된 사람은 후에 호로위츠가 호손의 정체에 대한 의심을 키우게 만든다. 그게 아마 4권에서 좀 더 나오지 않을까. 2권에서 관둘까 하다가 이제 4권 The Twist of a knife을 읽을 결심을 한다.

공식대로 진행되는 소설이고 트릭도 별거 없는데 미쟝센에 신경쓰는 범인이나 탐정이 친근하다. 억지로 비비 꼬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고. 은근 나쁜놈 혼내주니까 시원하… 면 안된다지만, 쨋든 여름에는 탐정 소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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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E1y-8oIA2Oo?si=FO0Tp56zDbOyBX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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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군, 호랑이가 키운 여자아이 후녀가 얼마나 잘 크는지, 호랑이의 눈으로 하찮은 인간 역사를 바라보는 소설. (책은 여러 작가들의 설화 테마 소설 모음집) 산군이 이 아이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가 재미 뽀인트.

그나저나 먹방족 한민족을 그리는 첫부분도 재미있다.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곰의 후손답게 이놈들은 먹는 데 진심이다.

고봉밥으로 식사하는 와중에 반주라며 술을 마시다가 안주라며 고기를 굽고, 고기 기름기를 잡는답시고 쌈으로 싸고, 쌈에 감칠맛이 부족하다며 장에 버무린 나물을 종류별로 넣어 먹다가는 입가심을 한답시고 과일을 산더미처럼 먹다가 어이쿠, 다음 끼니때가 왔네, 하고 또 밥을 짓는다.

마늘은 또 어찌나 좋아하는지, 국이든 고기든 나물이든 마늘을 한 주먹씩 버무려야 시원하다는 놈들이다. 마을 주민들은 벌써 신목(神木)을 둘러싸고 사흘 밤낮을 먹고 마시고 있다. 간만의 풍년이기도 했다. 그리 넉넉한 땅은아니다 보니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것이 신조가 된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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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0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10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디어 중쇄를 찍자 완간.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읽고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

작가님, 달이 아름답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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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phet Song (Paperback, Export Edition) - 2023 부커상 수상작
Paul Lynch / Oneworld Publications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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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 상황에 임시법과 규율이 생활을 제한하고 있는 가상의 아일랜드. 네 아이의 아버지 래리는 교사 노조 간부다. 그는 집까지 찾아온 ‘안기부‘?직원에 불안함을 느끼지만 해야할 일은 하기로 하고 전체 시위에 참여한다. 그리고 연락두절.

남편의 소식을 백방으로 찾는 아일리시는 막 출산육아 휴직에서 복귀해서 직장에서도 힘든 상황. 더해서 고2 큰 아이는 엇나가는 느낌이고 중딩 딸과 아들도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친정 아버지는 치매로 기억이 오락가락 한데 멀리 캐나다로 이민간 여동생은 아일랜드의 불안한 정치를 걱정하며 출국을 권한다. 하지만 남편의 부재는 길어가고 아일리시는 집을 나라를 떠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큰아이와 막둥이의 여권은 거절당한다. 게다가 이제 고작 고2인 큰아이가 징병대상이라는 고지를 받는다.

어어어? 하는 사이에 믿었던 정의나 원칙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오직 ‘국가를 위해서‘와 ‘임시 상황‘이라는 슬로건 아래 일상은 무너진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오늘과 내일이 불안하다.

이렇게 무서운 소설을 이렇게 아름답고 힘찬, 그리고 절절한 문장으로 읽는 건 아름다운 5월에 가장 못할 짓이다.소설 끝까지 심장을 죄어오는 긴장과 희망에 이게 소설인지 실제인지 외국이야기가 아니고 현실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는데 악몽을 꾸는 건 주인공 아일리시 혼자가 아니다. 챕터8에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일리시 이건 당신 탓이 아니에요. 세상이 이런 걸 부모가 다 막아줄 수가 없어요.

너무 무섭고 강렬한 책이다. 마지막 장면이 이럴줄 알았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 하지만 읽은 나는 여기 있지. 여러분도 어서 이 고통을 맛봐바바요. 1984나 시녀 이야기보다 더 현실감 넘치고 더 무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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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4-06-09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앜 덜덜덜;;; 보관함에 담습니다. 손을 달달 떨면서ㅠㅠ;;;

moonnight 2024-06-09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담고 보니 외서ㅠㅠ 번역본 나오나용ㅠㅠ

유부만두 2024-06-09 22:12   좋아요 1 | URL
2023 부커상 수상작이니 곧 번역본 나올거에요. 정말 멋지게 무서운 책이에요. 주인공 심리 주변 풍경 묘사랑 대화 처리가 엄청나요!!!

hellas 2024-06-09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기대되는 리뷰예요. 번역본 두근두근 어디에서 나올지 기다려야겠어요. :);)

유부만두 2024-06-09 22:19   좋아요 1 | URL
스포될까바 더 자세히 못썼어요. 엄청 긴장감 넘치고 아름다운 소설이에요. 작가가 정말 잘 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