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후 일차 설겆이와 뒷정리 후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시댁 동네의 커피집으로 외출. 이곳은 명절 마다 오는 데, 그때 마다 앉는 창가 자리가 반갑...기도 했다.
그림책이 있기에 한 권 골라서 읽었는데, 아, 이것은 명절 겨냥 엄마 때리기 그림책이었고나. 우리 엄만 힘도 세고 소리도 지르지만 이것 저것 날 위해 다 해주는 슈퍼엄마임, 우리 엄만 사장님 우주 과학자 영화 배우 다 '할 수 있었'지만 우리 엄말 하기로 했음. 나도 엄마 싸랑해염. 이런 책인데, 안소니 브라운 그림책이 맞는건가? 싶어서 작가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아니 이런 뻔하고 '전통적인' 베리 머치 코리안 스타일 그림책이라니. 그것도 명절에 후달리는 부엌일 하고 짬내서 커피 마시는 호사를 하면서 읽자니 .... 운명의 장난인가요, 난 엄마나 하라는건가요.
에잇
어흥 하고 소리질러버릴테다.
이렇게 슈퍼엄마, 라고 추켜세우면서 지들 방청소랑 부엌일을 넘길 속셈인걸 모를소냐?!
돼지책을 소환하겠다! 회사원, 과학자, 그리고 배우도 다 할 수 있으면 하는거다. 엄마도 하면 하는거고. 선택의 문제지. 발목 잡히는 게 아니라면. 아, 이렇게 쓸 때 내가 '전문직장인'이었다면 얼마나 멋졌을까. 나는 그러니까...그냥 엄마임. 가끔 알바나 하지만 그냥 엄마, 수퍼 엄마도 아닌 그냥 엄마. 그래서 이렇게 그냥 엄마 칭찬하는 척 하면서 깔보는 그림책이 싫었다.
카푸치노에 계피가루 엄청나서 (아, 맞다, 여기 추석 때도 이랬었지) 걷어내고 마셨지만 계피 향이 나서 더 기분이 별로였나봐. 시댁으로 다시 가서 그 다음 식사준비에..뒷정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