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을 나눠서 읽고 천천히 느낌을 곱씹는다.
제일 뒤에 실려있던 '뼈도둑'과 '파씨의 입문'은 춥다. 꽁꽁 얼어서 깨질 것만 같다. 그런데 멈추지 않는다. 여기에서 어쩌면 '계속' 뭔가가 일어나는걸까. 장을 사랑하고 사랑받던 조는 장의 죽음 후, 그의 장례 후, 장의 가족에게서 내쳐진다. 숨어들듯 시골의 어느 농가에 세를 얻는 조. 배수구 없는 수돗가는 조의 심정이고 불에 타서 뼈만 남은 장 처럼 추위와 눈에 갇혀 굶어서 뼈만 남은 조는 장의 유골함을 향한 모험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극한의 기온과 폭설은 디스토피아 소설 같은데, 조의 마음과 시골집의 상황이 밖으로 뻗어나가 온 세상을 삼켜버린 결과다. 같은 性이라고 눈총을 받던 시간들과 달리 극과 극으로 떨어져 헤매는 조. 만나세요, 가서 꼭 장을 만나세요.
'파씨의 입문'은 언뜻 '옹기전'의 아이가 생각도 나고, 어쩌면 '야행'의 그인지도 모르겠지만 가난과 추위에 덤덤하게 체온을 뺏기고 무심하게 배를 곯으며 하루 하루를 산다. 아빠가 저 위에 챙겨놓은 짐과 엄마가 입안에 넣고 자는 밥 한 숫갈은 뭔가. 이들은 이미 관 속에 누워있다가 커다란 전기 관, 냉장고를 이고 지고 웃으며 나르는건가. 앞 뒤가 맞지 않잖아, 이런건, 왜 이러고 사는 아니 헤매고 있는데? 그런데 읽히다니. 읽으면서 단어 하나하나, 인물 하나 하나가 죄다 내 머리와 몸에 들어와 박히는 기분이라니. 이렇게 축축하고 차가워서 닿으면 아픈데 속에선 뜨끈하다니. 황정은의 소설을 죄다 찾아서 읽어버리겠다. 소리내서 읽어서 다 먹어버리겠다. 그런데 파씨, 는 뭔지 모르겠다. 모르는 거라고, 그냥 파씨는 파씨라고 작가가 말했는데도 종일 파 생각이 났다.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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