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고 있나요? 라고 아가처럼 말하진 않지만 셰릴은 자기가 이렇게 망가져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엄마가,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가, 특별한 모녀 관계이자, 마치 엄마가 자신인 것 처럼 느꼈는데 없어졌으니까. 라고 스스로 되뇌이면서 사막을, 바위산을, 겨울 눈 산을 걷는다.
다락방님 덕분에 알게된 영화를 오늘 봤는데,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다. 스스로에게 고행을 던져주고 견뎌내는 힘을 끌어내는 걸까, 여지껏의 괴로운 인생에서 툭 떨어져 나와 새롭게 시작하려는 시도일까. 무모해 보이는 미국 종단 트래킹 프로젝트. 영화는 아슬아슬 아찔아찔한 순간들을 보여주면서 꾿꾿하게 걷고 걷는 셰릴을 계속 보여준다. 트래킹의 후반부에 마주치는 '여우'를 보고 제인 에어 그림책의 붉은 여우 생각이 났다. "돌아와~" 라고 눈밭에 엎어지며 셰릴은 소리친다. 엉엉엉. 마지막 장면, 신의 다리에서 저 멀리 강과 산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트래킹의 첫날보다 더더욱 설레 보인다. 이제 다시, 진짜, 시작이다. 그러니 나도 읽고 또 읽겠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책도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