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한 여자의 일생 이야기, 문학과 책으로 단단하게 다져지고 뭉근하게 오래 그 불씨를 안고 살아가는 나름대로 충만한 한 여인의 인생 이야기이다. 


소네치카는 책을 읽는다. 어린 시절 부터 그녀는 책읽기를 중심으로 살았다. 그리고 인생에선 그녀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았다. 배신감에 무너지고 허망함에 휩싸일 때, 그럴 때 소네치카는 책을 읽는다. 결혼 생활을 시작한 후 살림과 육아에 치여서 책읽기에서 멀어질 때도 있었으나 그녀가 읽은 책들의 주인공들과 그 배경은 현실에서 소네치카의 겉옷 혹은 모피처럼 함께 했다. 그녀는 자신의 행복에 불안하고 자신이 부족해서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부처님도 못하신다는 "시앗보기"를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은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다 늙은 그 예술가 양반을 그런 식으로 떼어놓고 대신 자유 시간을 얻는 소네치카의 계획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니 그건 아니었겠지.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내 마음도 쓰릿했다. 마침 그때 정말 혼자가 되어버렸으니. 그때 그녀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이 모든 가정불란 장면이 덤덤하고 슴슴하게 진행된다. 


내가 그녀에게 격하게 감정 이입을 한 장면은 소네치카가 딸 아이 타냐에게 책 읽기를 권할 때다. 


"소네치카는 어떻게든 타냐에게 독서 습관을 붙여주려 노력했지만, 타냐는 소냐가 솜씨 좋게 책읽는 소리를 들으면 눈이 멍해져 소냐가 꿈에서도 본 적이 없는 곳으로 도망쳐 사라지곤 했다." 


책읽기는 억지로 시킬 수가 없다. 손에 책을 쥐여주고 숙제나 상품으로 다그쳐보아도 결국 책읽기는 타고난 "책벌레" 우리들이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 만난 기막힌 사랑과 실패, 엄청난 범죄나 배신, 희생과 인간 승리를 읽으며 겪고 현실에서 조금은 덤덤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고 내 팔자야, 퍼질러 앉아서 악을 쓰거나 너죽고 나죽자 드잡이 하는 장면은 소네치카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독자양반들, 너무 흥분하지 마, 이런 거 문학작품들에선 천지삐까리여. 소네치카는 천천히 자신의 삶을 다져나간다. 


오늘 밤, 동지 소네치카 이야기에 맘이 벅차올라서 바로 이어서 두꺼운 러시아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과 그냥 소네치카가 생각 만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반반이다. 마지막 문장 정말 멋지네요, 잠자냥님 나도 딱 그래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3-10-28 0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쵸?! ㅎㅎ

유부만두 2023-10-28 15:56   좋아요 1 | URL
스페이드의 여왕도 재밌게 읽었어요. 능숙한 작가의 힘!이 이런거죠!

책읽는나무 2023-10-28 0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구수한 입담의 리뷰입니다.
그리고 잠자냥 님과 통하셨군요.ㅋㅋㅋ

유부만두 2023-10-28 15:59   좋아요 2 | URL
육고냥댁 추천은 어렵지만 믿을만하잖아요! 어휴 어제 저 책 읽고 을매나 좋았게요. 오늘은 “스페이드의 여왕” 읽고 또 너무 좋아서 차이코프스키 오페라 틀어놨쟈나요, 나 이러케 교양있는 만두에요~

새파랑 2023-10-28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이 책 주문했습니다~!!!

유부만두 2023-10-28 20:14   좋아요 1 | URL
잘 하셨어요!!! 새파랑님의 감상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전 이번에 나온 <메데야와 그녀의 아이들>로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