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에 걸쳐 읽었다. 이야기가 순서 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데 그래서인지 한 인물이라도 성격이나 상황이 매우 달라져 있기도 한데다 이름이 한글자 씩이라 누가 누구더라, 헷갈리기도 했다. 


다른 서재 친구분 리뷰에서 짚으신대로 무거운 주제가 한둘도 아니고 여러 개가 담겨있어 뻑뻑한 소설이다. 인물들의 대사나 상황 묘사보다는 직접적인 저자의 '설명'이 많아서 (작가는 "길고 혼란스러운 소설"(저자의 말, 337쪽)이 오독될까 걱정이었나) 내가 소설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간섭을 받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책은 328쪽이 아닌 700쪽쯤이 되었어야 할지도 모른다. 좀 느슨해도 좋았을걸. 


제약회사와 사이비 종교의 갈등 속에는 닮은 점이 보인다. 사욕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이용한다는 점, 가까운 약자에게 폭력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피해자는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서 죽음으로 내몰린다는 점, 사회의 편견과 이분법에 결연히 맞설 수 있다는 점, 그러려면 돈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 남자 사람은 자아가 비대해서 모든 결과를 자신의 남성 몸으로 연결한다는 점, 그래서 좀 웃기다는 점, 정답지처럼 바른편 인물들은 밍밍하다는 점, 그래봤자 인간은 답이 없으니 다른 생명체의 인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 (정세랑 작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과하다. 


이 책이 사회 고발이 아니라 SF로 현실의 틀이나 공식을 흔든다는 것을 후반부에 가서야 알았다. 그 "빛나는 아우라"가 비유적 표현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314쪽 맨 아래줄 문장에서 그렇게나 요약을 해버리니 음... 좀... 머.... 내가 알아서 읽을 수도 있었어요, 라는 맘 마저 들었다.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신체의 감각과 기능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그 어떤 환희와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육체가 경험하는 감각과 사고를 언어 혹은 다른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으니 인간은 오랫동안 그렇게 전달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려 애썼으나 그 어떤 표현의 방식도 결국은 불충분하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체 안에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128) 


하지만 그 고립과 고통을 공유하려는 따뜻한 제스쳐? 같은 소설이다. 그 두 사람, 사랑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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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19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일글쓰기27일차!

유부만두 2023-10-19 10:16   좋아요 2 | URL
매일 매일 뭔가 하기가 정말 힘드네요. 그런데 잠자냥님은 하루에도 특급 뻬빠랑 리뷰 멀티플로 생산하시죠. 존경해요. 그리고 나 잠자냥님 좋아하는 거 같아요. (누군가 질투로 파르르 떨겠지만)

잠자냥 2023-10-19 10:19   좋아요 2 | URL
빵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왜요 그 친구가 주소 들고 만두 님 집 찾아가고 싶다던데요. 근데 이렇게 사랑이 깊어질 줄 모르고 폐기했다고...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0-19 10:25   좋아요 1 | URL
흥칫핏. 그 아가님 맘엔 오로지 잠자냥 뿐이거든요.

단발머리 2023-10-19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빛나는 아우라... 그 부분이 참 좋았고. 테드 창도 생각나고 칼 세이건 소설도 생각나고 그랬는데 스포 될까 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년쯤 지나서 써보려고요. 그런류 좋아하는 사람.
매일글쓰기27일차 화이팅!!

유부만두 2023-10-20 09:25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도 ‘그런류‘ 좋아한다고요. 그런데 맘의 준비가 안 됐는데 훅 들어오고 설명 요점정리 후다닥 해버리니까 놀랐고요. ^^
오늘으 28일차입니다. 지금 읽는 책 마저 읽고 간단하게 감상 올릴게요. 100일이 긴 시간이군요.

보물선 2023-10-20 0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가?‘ 그랬음요ㅋㅋ

유부만두 2023-10-20 09:26   좋아요 1 | URL
보물선님 리뷰보고 엄청 공감했어요.

보물선 2023-10-20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같은 책을 연달아 읽고 비슷한 느낌을 받았네요. 이런걸 소울메이트라고 하나요? 음하하!!!

유부만두 2023-10-20 09:49   좋아요 1 | URL
그쵸! 쉬운 말론 찌찌뽕. ^^

유부만두 2023-10-20 09:51   좋아요 1 | URL
그런데 그 두 신간들에 대한 기대가 커서 실망했을지도 몰라요. 그냥 마음을 비우고 초연하게 책을 만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