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책 중 이렇게 일러스트 있는 건 <버스데이 걸> 이후 처음인데, 그 책은 독자들의 원성을 살만큼 높은 가격의 얇은 책이었다. 검색해 보니 총 4권의 시리즈라고. 난 이번 도서관 책이 더 마음에 들었다. 괴괴하고 기기하고 쓸쓸하고 또 어딘가 해변의 카프카 생각도 나고. 간 대신 골 빼먹는 늙은 구렁이 사서는 판에 박힌 인물이지만 재미있다. 양 사나이! 내 기억엔 어디 다른데서도 뭔가를 하는 역할이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루키 책은 수백 쪽을 읽어도 덮는 순간, 푸슈슈 김이 빠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왜 나는 계속 하루키를 읽는가. 와카리마셍. 


구원의 여신 역할의 '말 못하는' 희미한 실루엣의 소녀가 나온다. 하지만 소년 화자는 그녀의 멧세지를 알아듣는다. 확실한 액션은 취하지 않는 소녀, 밥만 차려 갖다주는 그 소녀, 그리고 집/부엌 붙박이로 울고 괴로워만하는 어머니 (아이 동선을 생각해서 경찰서 도서관 등을 뒤집어야 할 것 아닙니까)를 생각하면 아, 하루키 센세는 한결같다. 버스데이에서도 밥 카트 끌고와서 (감)방에 넣어주는 갓 20살 된 여자가 나온다. 밥이 중요하다. 그런데 간식도 중요하다. 그걸 양사나이는 알고 손수 도나츠를 만들어 튀긴다. 


나도 도나츠에 레모네이드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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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1-08 1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꺼운 하루키를 읽고 나서의 제 느낌이 이거였네요 ㅋㅋㅋㅋ덮는 순간 푸슈슈 김이 빠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읽어보고 싶어요. 네 권이면 좀 많은데요?

유부만두 2022-01-08 19:41   좋아요 1 | URL
각각은 얇은 단편 소설과 일러스트 장정이니까 하나씩 골라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계속 이렇게 기괴하고 어둡지만 책과 연결되는 이야기라면 좋을듯하고요. 전 가끔씩 읽어보려고요. 푸슈슈 날아가더라도요. ^^

mini74 2022-01-08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키에 제 청춘이 묻어있습니다 ㅎㅎ 20대때 최애직가 ㅎㅎ

유부만두 2022-01-08 19:42   좋아요 2 | URL
미니님의 청춘이 하루키와 함께 했군요.
그 풋풋함은 하루키의 소설에 숨어있을겁니다. 골을 빼먹는 도서관 이야기 속에서 ... 청춘을 다시 만나시는 거죠. 네??!!

책읽는나무 2022-01-08 2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골라 읽은 책이었는데 만두님 리뷰 읽으니, 나쁘지 않았군요.ㅋㅋㅋ
읽을 땐 이상타!!!! 생각 했었는데..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아래 있는 책 세 권도 비슷한 스타일인가 보군요?
나중에 읽어봐야 겠어요^^

유부만두 2022-01-09 10:19   좋아요 2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익숙한 코드로 환상적이지만 안전한 이야기를 만난 기분이 들어요. ^^

psyche 2022-01-09 0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사나이에 대한 유부만두에 대한 이야기. 완전 공감해서 웃었어. 읽으면서 양사나이 어딘가 나왔었는데? 어디였지? 했거든. 책을 덮는 순간 김이 빠지는 것도 그렇고. 근데 다시 읽으면 머리 속에 다시 좍 펼쳐지더라고. 신기해라. ㅎ 근데 나는 하루키 읽은 지 오래 된 거 같아. 다자키 스쿠루던가 그게 마지막이었던 듯

유부만두 2022-01-09 10:20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양사나이 좀 두꺼운 책에서 봤는데 .... ㅎㅎㅎ
전 하루키 이젠 그만 읽어야지, 하다가 또 집어들고 있어요. 습관이 이렇게나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