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책 중 이렇게 일러스트 있는 건 <버스데이 걸> 이후 처음인데, 그 책은 독자들의 원성을 살만큼 높은 가격의 얇은 책이었다. 검색해 보니 총 4권의 시리즈라고. 난 이번 도서관 책이 더 마음에 들었다. 괴괴하고 기기하고 쓸쓸하고 또 어딘가 해변의 카프카 생각도 나고. 간 대신 골 빼먹는 늙은 구렁이 사서는 판에 박힌 인물이지만 재미있다. 양 사나이! 내 기억엔 어디 다른데서도 뭔가를 하는 역할이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루키 책은 수백 쪽을 읽어도 덮는 순간, 푸슈슈 김이 빠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왜 나는 계속 하루키를 읽는가. 와카리마셍.
구원의 여신 역할의 '말 못하는' 희미한 실루엣의 소녀가 나온다. 하지만 소년 화자는 그녀의 멧세지를 알아듣는다. 확실한 액션은 취하지 않는 소녀, 밥만 차려 갖다주는 그 소녀, 그리고 집/부엌 붙박이로 울고 괴로워만하는 어머니 (아이 동선을 생각해서 경찰서 도서관 등을 뒤집어야 할 것 아닙니까)를 생각하면 아, 하루키 센세는 한결같다. 버스데이에서도 밥 카트 끌고와서 (감)방에 넣어주는 갓 20살 된 여자가 나온다. 밥이 중요하다. 그런데 간식도 중요하다. 그걸 양사나이는 알고 손수 도나츠를 만들어 튀긴다.
나도 도나츠에 레모네이드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