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재미있게 읽어서 이꽃님 작가의 신작도 읽었다. 200쪽 정도로 얇고 (각 챕터마다 종이 여백도 많다) 흐름이 빠른데다 문장이 매끄러워서 앉은 자리에서 끝내고 말았다.
이미 한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생 서은이 학교 뒤 공터, 그래도 학교 안에서 사망했다. 오후 혹은 저녁 늦게 학교 안에서 사건이 벌어졌고 그 시신은 다음날 이른 아침에야 발견된다. (여기서 부터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리고 유력 용의자는 흉기로 추정되는 벽돌에 지문이 찍힌 단짝 친구 주연.
서른 몇 개의 챕터는 여러 사람이 목격한 이 두 여학생의 관계다. 이들은 진짜 친구였을까, 그리고 수연을 죽인 진범이 주연일까.
한 인물의 사후에 주변 목소리를 듣는 구성은 전에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청소년 인물들의 갈등을 현재 학원, 학교 폭력, 이성 교제, 경제 격차, 등과 함께 그린 소설들도 많다. 그런데 이 소설은 아주 매끄러운 솜씨로 독자를 끝까지 데려간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예상했던 혹은 반전을 만난다. 독자는 매 챕터마다 소설 속 그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듣고 쌓아간다. 그리고 사망한 서은과 재판장에 선 주연의 이야기를, 그 둘만의 이야기를 알게된다. 범죄소설로 보자면 허술한 편이고 두 청소년의 관계 이야기라고 보기에도 아쉽다. 전형적인 인물들이 배경으로 쓰인다. 인물들이 '소모'되는 소설이라 한호흡에 (재미있게) 읽었으면서도 책을 덮으면서 '아, 못됐어'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