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재미있게 읽어서 이꽃님 작가의 신작도 읽었다. 200쪽 정도로 얇고 (각 챕터마다 종이 여백도 많다) 흐름이 빠른데다 문장이 매끄러워서 앉은 자리에서 끝내고 말았다. 


이미 한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생 서은이 학교 뒤 공터, 그래도 학교 안에서 사망했다. 오후 혹은 저녁 늦게 학교 안에서 사건이 벌어졌고 그 시신은 다음날 이른 아침에야 발견된다. (여기서 부터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리고 유력 용의자는 흉기로 추정되는 벽돌에 지문이 찍힌 단짝 친구 주연.


서른 몇 개의 챕터는 여러 사람이 목격한 이 두 여학생의 관계다. 이들은 진짜 친구였을까, 그리고 수연을 죽인 진범이 주연일까. 


한 인물의 사후에 주변 목소리를 듣는 구성은 전에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청소년 인물들의 갈등을 현재 학원, 학교 폭력, 이성 교제, 경제 격차, 등과 함께 그린 소설들도 많다. 그런데 이 소설은 아주 매끄러운 솜씨로 독자를 끝까지 데려간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예상했던 혹은 반전을 만난다. 독자는 매 챕터마다 소설 속 그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듣고 쌓아간다. 그리고 사망한 서은과 재판장에 선 주연의 이야기를, 그 둘만의 이야기를 알게된다. 범죄소설로 보자면 허술한 편이고 두 청소년의 관계 이야기라고 보기에도 아쉽다. 전형적인 인물들이 배경으로 쓰인다. 인물들이 '소모'되는 소설이라 한호흡에 (재미있게) 읽었으면서도 책을 덮으면서 '아, 못됐어'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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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8-27 0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 지금 읽고 있는 책이 하필이면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랍니다.
우연이죠? ^^

유부만두 2021-08-27 08:55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그 소설에서도 아이가 죽나요?

Falstaff 2021-08-27 09:06   좋아요 2 | URL
아이를 살해하고나서 몇 년 후 정형외과 질환이 생겨 고통 속에 죽어가는데, 친구이자 죽은 아이의 엄마는 다량의 수면제를 건네주지 않아 끝내 아파하며 죽어가게 내버려둡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죽음의 침상에서 친구에게 속삭입니다.
아이는 살아있어. 내가 간호사로 근무하는 병원에 딸린 육아원에서 살아.
친구는 고통 속에서도 편안한 얼굴로 생을 마감합니다. 작가 페트루셉스카야는 ˝행복한 미소˝까지 띄었다고 썼네요.
21편의 단편 가운데 하나니까 이 정도 스포일러는 용서하시겠지요 뭐. ^^

유부만두 2021-08-27 09:10   좋아요 1 | URL
아… 그 아줌마 못됐네요!

붕붕툐툐 2021-08-27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제목이 세네요~ 게다가 한자리에서 읽으셨다니 궁금합니다!!

유부만두 2021-08-28 17:21   좋아요 0 | URL
흔한 소재에 정형화된 인물들의 빠른 사건 전개를 아주 매끄럽고 감각적으로 묶은 이야기에요. 3화 짜리 드라마 시리즈를 본 느낌입니다.

책읽는나무 2021-08-28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종류의 책도 있군요?
못된 인물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입니다.실컷 욕해 주기 좋잖아요?ㅋㅋ
나중에 한 번 찾아 읽어봐야 겠어요..그리고 딸들한테도 한 번 권해줘야겠구요ㅋㅋ

유부만두 2021-08-28 17:27   좋아요 1 | URL
복합적이고 다양한 인물의 사정과 심리를 그리려 했던 것 같은데 심지어 그것도 공식적으로 나와요. 부잣집 아이는 부모님의 기대가 크고, 가난한 집 아이 엄마는 식당에서 일하고, 예쁘고 우등생인 아이가 왕따인 아이를 구해? 주고, 하지만 그 관계는 등등요.

제가 ‘못됐다‘라고 느낀 건 인물 보다는 (인물들이 너무 뻔해서 그냥 종이 위에만 남아있어요. 그냥 다 지어낸 게 티가 나요) 이 책 전체로 받은 인상이에요. 이 책에선 ‘성장‘ 하는 인물이 안 나와요. 어른들은 아이들을 돕거나 이끌어주기는 커녕 자기들 어린 시절의 ‘한‘에 매달려 있고요, 다들 자기들 공포나 억울함에 급급해요. 두 주인공 청소년은 죽거나, 아니면 길을 잃죠. 작가가 성급하게 쓴 것 같아서 좀 그랬어요. 이 책은 나무님댁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