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어려워한다. √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는다. √ 일을 미루는 편이다.
그렇다면 당신도 ‘겨울서점‘을 좋아할 확률이 높은 사람. ‘겨울서점’은 김겨울이 집 밖에 나가기를 싫어하고,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아 하고, 책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읽고싶어 하고, 독서 모임에 성실하게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시작되었다.
이해가 가지 않던 책이 조금씩 조금씩 이해의 범위 안으로 들어올 때면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퍼즐이 맞춰지는 소리, 혹은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 이 소리가 내 방의 문을 잠그는 소리가 될까 봐 서둘러 다른 책들을 책상 언저리에 쌓는다. 이건 원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여러 사람이 평생 연구하고 생각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을 한자리에 앉아 배우는 일.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생각의 근육을 씀으로써 조금 더 오래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 세상을 보는 시각을 구석구석 넓히고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일. 그리고 학자들조차도 책에 담지 못한 삶의 장면을 가늠해 보는 일. 정신은 맑은물에 씻은 듯 개운해진다.
어린 시절에는 뭘 읽는지도 모르고 읽었던 책이 너무나 많고, 그렇게 읽은 책이 없었다면, 그리고 뭔지도 모르고 신나서 떠든 그 이야기들을 친절히 들어 준 어른들이 없었다면 나는 무척 위축되어 아마 책에 흥미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어린이는 실컷읽고 실컷 떠들도록 두어야 한다.
읽을 책을 고르는 일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고르는 일과 비슷하다. 나는『음악 혐오』를 읽을 때는 혼란에 빠진 예술가가 되었다가, 『사람, 장소, 환대』를 읽을 때는 책임 있는 시민이 되었다가,『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읽을 때는 성실한 작가 지망생이 되었다가, 『유령해마』를 읽을 때는 인공지능이, 『감옥의 몽상』을 읽을 때는 수감자가, 『웃는 경관』을 읽을 때는 경찰이 된다. 나는 그 모두가 되었다가 그중 아무도 아닌 사람으로 돌아온다. 책에서 책으로, 또 책에서 책으로 통과하는 날에는 내가 책이 되어 사는 것만 같다. 전원이 들어오면 정신이 켜지고 전원이 꺼지면 정신도 꺼져서 띄엄띄엄 존재하지만 그걸 자각하지 못하는 인공지능처럼 나는 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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