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교계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스완이 오데트를 만나기 위해 발을 들이기 시작한 베르뒤랭 부부의 모임으로, 이 얼치기‘ 사교계는 당시 발흥하기 시작한 신흥 부르주아 계층으로 대표된다. 다른 하나는 진정한 의미의 사교계로, 게르망트 공작부인이 여왕벌처럼 군림하는 파리 최고급 사교계 생 제르맹이다. [...] 베르뒤랭 부부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엄청난 재산을 배경으로 ‘신도들 에게 군림하며 사교계 놀음에 탐닉한다. 온갖 종류의 협잡과 기만, 저열한 책략이 난무하는 베르뒤랭 사교계는 희화화된 모습으로 그려져 있지만, 한 시대가 저물고 어김없이 새로운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는사실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위선과 자기기만에 관한 한, 생 제르맹 사교계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얼굴이 바뀌고, 양상이 다를 뿐이다.


특히 [...] 갈라르동 후작부인을 통해, 생 제르맹 사교계 역시 베르뒤랭네 사교계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를 바 없는 허위의식으로 가득 차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왜냐하면 베르뒤랭 부부가 그네들이 넘볼 수 없는 귀족들을 ‘진저리나는 인물들로 치부하고 경원시하는 (이솝의 신포도 와도 같이!) 반면, 갈라르동 후작부인은 말끝마다 게르망트 공작부인과의 친밀감(그녀는 공작부인의 먼 친척뻘이다)을 훈장처럼 내세움으로써 자기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게르망트 공작부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녀 역시 갈라르동 후작부인과는 또 다른 식으로 속물근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순수혈통(sang pur)‘ 인 게르망트 가문의 게르망트 공작부인은, 이를테면 구귀족을 대표하는 맹주 격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당시 새로 부상하기 시작한 신귀족(나폴레옹 황제의 출현으로 형성된 귀족)을 향한 적대적인 우월감을 여지없이 표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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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2-22 1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은 심지어 만화도 어렵다고, 그래서 읽다가 치워버린다는 전설이 있는데, 아닌가요? ^^;;

유부만두 2021-02-22 17:29   좋아요 4 | URL
글이 많고 의식의 흐름/연상이 자주 끊겨서 소설의 맛은 다 못살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스완의 사랑’ 부분은 파리의 1870-80 년대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어서 풍성하게 즐길 수 있어요.

수이 2021-02-22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화책이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내용을 막상 보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게 아니네요! 성인용인걸요!

유부만두 2021-02-22 17:27   좋아요 2 | URL
절대 아니죠. 스폰과 성매매 이야기가 있는데요;;;

붕붕툐툐 2021-02-22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만화다 만화~ 책 다 읽고 도전해 봐야겠어요~ 만화는 그림까지 봐야해서 더 어려울 거 같아요!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2-22 19:25   좋아요 0 | URL
책을 안 읽고 본다면 내용 따라가기가 어려울지도 몰라요. 총천연색 그림은 매우 화려해서 눈에 호강이구요. ^^

바람돌이 2021-02-28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 마차 장면 그림 정말 끝내주는데요. 당대 여객 마차를 생생하게 복원한게 아닐까 싶은데 맞을까요? 이거 주문하고 싶어서 지금 손가락이 후덜덜하고 있어요. ^^

유부만두 2021-02-28 07:08   좋아요 0 | URL
네, 그쵸?? 소설에서 마차 종류가 몇 가지 언급되고 그때마다 분위기가 다른데요, 저 승합마차(?)는 낮에 스완이 의사부인과 마주치는 장면이에요. 그림으로 보니 그 상황이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17권 기획으로 이제 7권까지 나왔고요, 소설 순서와 약간 차이가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