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사교육이 심하지 않다? 사교육은 한국적 이기심이 만든 고질병이다? 그곳에 살 적에도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런 말들은 믿지 않는다. 내가 보고 들은 것만 해도 기가 질렸기 때문이다. 아이의 방과 후, 특히 여름방학의 스케쥴은 온갖 캠프와 학습으로 꽉 채워지고 읽기와 수학은 튜터를 들이고 악기와 운동은 대입을 바라보며 장기적으로 가르치고 각종 콘테스트나 학교 경진대회 준비도 기가 막힌다. ... 물론, 시키는 엄마들은. 아이들이 알아서 공부 잘만 하는 일부 가정에선 (내 친구 P님의 경우) 덜 챙겨도 진학은 너무나 쉽게 한다. (물론 남의 눈이니 그렇게 보이겠지요)

 

한참만에 이어 읽는 '부모로 산다는 것'의 4장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사교육 전쟁의 묘사와 부모들의 고충을 늘어놓고 있다. 집안 경제 사정에 비해 과하게,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니까 (라고 주장하고, 불안감을 감춘다) 이런 저런 교육을 시키고 있다. 주말과 방학이면 더 바쁜 아이들. 초월하기가 힘든 아이 문제.

 

오늘 막내는 한자 급수 시험을 본다. 6학년 쯤 되면 수학이나 영어에 시간을 더 써야 '맞는' 일이겠지만 어쩌다보니 한자를 아직도 하고 있다. 한자학과를 가려고해도 수학과 영어 점수가 나와야 갈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아이는 재미 삼아 (?) 서당에 간다. 그리고 토요일 낮은 나의 카페 독서 시간. 옆 자리의 엄마들의 불안에 찬 수학 선행과 국어 논술, 구평과 수능 이야기가 강렬한 BGM으로 나를 감싼다. 큰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보니 저런 걱정들이 다 부질 없다....싶다가도, 그런 준비를 비웃고 제대로 안 해서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생각도 났다. 그러니까,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딱히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챙겨주지를 않더라. 학원에 맡기고 부담을 던 것인지도 모른다. 각개전투, 라던가?  그러니 슬슬 중학교 준비를 해야하는 막내는 영어 학원을 알아봐야 하고, 수학 진도를 점검해야 하고, 한국단편선 독서 논술도 챙겨야 하는데 이 녀석은 서당에 갔네. 엄마는 책을 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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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8-2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유부만두님의 친구 p가 저를 말하는거 겠죠? 사실 솔직히 말하면 두딸들의 경우 거저 보냈다는 말이 맞긴 하네. 그래도 10학년 끝난 여름방학때 sat 시험을 위한 학원은 다녔지.
아이둘을 보내 본 결과 미국의 사교육은 완전 끝에서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듯. 한국 엄마들 저리 가라 라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시키는 사람들과 한개도 안시키는 사람들까지. 보통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지. 엄청 많이 시켜서 좋은 대학을 가는 아이들도 많지만 또 역시 과외한번 안하고 악기, 운동 없어도 멀쩡히 대학 가는 아이들도 많다는 게 한국과 다른게 아닐까 싶어. 한국에서는 아무리 안해도 중학교쯤 되면 영어,수학 학원은 다녀야 한다더라구. 뭐 교육에 대해 말을 시작하면 길어지니 오늘은 이만.

유부만두 2018-08-26 11:26   좋아요 0 | URL
미국은 워낙 넓고 사람도 많아서 사교육의 강도나 종류도 많지만 ‘자기주도형 학습‘ 하는 사람도 많죠. 하지만 한국은 차선이랄까, 숨돌리기를 할 여유가 없어요. 우루루 ..... 몰려 움직이고 강도는 점점 세지기만 하죠.

큰애 때 나름 신념을 가지고 사교육을 안하려다...덜 하다가...지나고서 아이를 너무 고생 시켰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애가 무던해서 그냥 견뎠겠구나, 하지만 학교 수업 때 자기만 처음 듣는 내용이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 사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그런데 막내는 남들 보다는 안 시키지만 이리저리 들리는 이야기에 겁을 먹고 있어요. 중학교 부터 진짜다, 라고들 하는데 너무 싫고 짜증나고 이젠 늙어서 기운도 없고....에휴.... 답이 안보여요.

책읽는나무 2018-08-26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같은 6학년 아이를 둔 엄마 마음 불안하게 왜이러십니까?ㅋㅋ
울집 농띠 따님들은 늘 말로는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할 것처럼,너무 노는 것 아닌가?싶어 이제 중학교 가면 너희들은 세상이 달라진다?고 일장 연설을 하면 열심히 공부해 보겠다고 말로만 늘 비장해요ㅋㅋ
가끔씩은 중학교 가서 얘네들 어떻게 견뎌낼지?걱정이 많이 되긴 합니다.얘네들 실력을 알고 있는지라ㅋㅋ
그러다 큰아이의 삶을 유추해 봤을때 초중 다 필요 없고,고등 성적 한 방이구나!!를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둘째들의 선행 시기를 자꾸 미루게 됩니다.
미루다 보니 시간이 좀 남아있길래 어젠 둥이들이랑 다음 달에 있을 수학여행때 입고 갈 옷 사다 놓기 선행 쇼핑을!!! 그것도 비 오는데 우산까지 쓰고 나가서~~흠흠

큰 아이때나 작은 아이때나 선행을 포함한 모든 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니요?안시키는 것도 아니요? 용기가? 없어 그 중간선에서 어정쩡하게 행동하는 부모인 것 같아요.
어정쩡하게 한 순간 갑자기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다 보면 긍정적인 모습보다 부정적인 결과들이 상상되어 마음이 얼마나 불안해 지는지ㅜㅜ
그래서 늘 저는 용기 없는 어정쩡한 부모라고 생각해요ㅋㅋ

이와중에 만두님의 아드님 한자 서당수업은 부럽네요.
6학년 남자 아이의 입에서 한자말로 풀이해 주는 모습!!! 상상하니 좀 멋진 것같아요.^^
아이의 공부시간?은 곧 엄마의 휴식시간!! 그것도 부럽습니다ㅋㅋ

유부만두 2018-08-26 11:32   좋아요 0 | URL
막내는 저에게 한자말 풀이 같은건 안해줍니다. 그저 재밌다고 이상하게 생긴 한자들을 쓰고 보여주며 ‘엄마 이거 모르지?‘ 라고 약올리기만 하죠.

큰아이가 우리말, 특히 한자어에 고생을 해서 막내는 어휘력을 키우라고 4학년 때 한자 서당에 등록시켜 주었는데 급수 따는 재미와 친구들이랑 컵라면 먹는 재미로 계속 다니고 있어요. 하지만 어휘력은 독서를 제대로 해야 늘어나는 거드라구요? 하하하 수학도 하고 영어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 오늘도 늦잠 자고 일어나서 웹툰을 보느라 지금 조용하네요.

북극곰 2018-08-28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토요일마나 아침 일찍 7시에 일어나서 한의원에 침 맞으러 다녀요. 근데 그 때 학원버스가 돌더라고요. 중학생들 같아 보이는데, 버스에서도 다들 책에 코를 박고 있더라고요. 너무 안스러웠어요. 그 시간에 밥이나 먹고 가는 건지.

그나저나 우리 아들도 어휘가 너무 약해서 한자학원 보내려고하는데, 머리가 커서 그런가 사춘기라서 그런가 다 필요없고 다 귀찮다하네요. 말꺼낸지 일년인데 이러고 있는 엄마가 문제인건지.
운동이라곤 농구 방과후 하나 하는데 그것말고는 체력을 길러줄 곳도 마땅찮아요, 친구들이 없어서. =.=; 어혀... 무튼 이 노무 교육현실을 말하믄 댓글도 다 길어지는구만요.

유부만두 2018-08-29 09:53   좋아요 0 | URL
그렇죠. 교육현실은 정부정책과 묘하게 엇갈리고 점점 복잡하게 가는 것만 같아요. 둘째지만 첫째 때 경험이 소용이 없네요. 어려워요.

책을 많이 읽히고 싶지만 게임과 웹툰을 좋아라하고요, 자기 주장이 강해서 스웩~ 있는 중학생이 될 것만 같은 막내는 이제 제 키를 따라잡았고요. 한자부심이라도 지켜라, 라며 지켜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