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님의 리딩리딩에 맞서는 디딩가디딩가 중이다. 책을 읽기는 하는데 속도가 뚝 떨어져서 평소 하루나 이틀 걸릴 책이 일주일 이상 끌고 있다. '엄마의 독서'를 시작했는데 소개되는 책 중에 읽다 덮어둔 '부모로 산다는 것'이 있어서 찜찜한 기분이다. '엄마의 독서'는 책을 소개하기는 하는데 '나 이 책 읽었소'라며 자랑하거나 요약하지 않고 감상만 깔끔하고 생활에 적절하게 섞어서 풀어놓는다. 책들도 뻔하거나 흔하지 않다. 저자 약력을 보니 역시. 이 책은 제목으로 받은 느낌 보다 훨씬 쿨하다. 그냥 엄마, 아니고 그냥 독서, 아님. 레베루가 높음. 그런데 기온도 높아서 경쟁하며 빈자리 겨우 찾아 앉은 카페서도 집중이 어렵다. 이 엄마는 레베루가 낮음.
일요일 저녁엔 새로 산 박완서 인터뷰집을 시작했다 (고 하기엔 무색하게 몇 쪽 안 읽음). 역시 디딩가디딩가. 미발표 인터뷰들이고 제법 옛 글들이라 이것 역시 기대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노란 표지 안에 긴 치마를 입고 앉은 작가의 모습이 편안하다. 뒤에 선풍기 하나.
막내가 어제 뽀사놓은 세면대 아래 배수관 수리를 해야한다. 왜 힘자랑을 그렇게 하니. 관리실에선 교체용 파이프를 사놓으라고 하고. 이제 비가 그쳤으니 찜통 속으로 걸어 철물점으로 가야 한다. 나간김에 카페에 또 들를지도 모르니 가방에 책을 한 권, 아니 두 권 어쩌면 세 권을 챙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