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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작년 10월부터 1년을 두고 읽기로 작정을 했었다. 이제 1년 기한이 점점 가까이 와 8월에는 5권을 읽어야 10월까지 끝을 볼 수 있겠구나, 작심을 하고, 하필이면 염천지옥 지구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8월의 여름에 손을 대 혀를 빼물고 헉헉대며 읽다 말다, 일 주일이 걸려 한 권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도 내가 재미있어 하지 않는 그리스도교 역사는 퉁쳐서 빼먹고 읽어도 그랬다.

  <로마제국 쇠망사>는 4권에 이르러 서로마제국의 황제 통치는 완전히 결딴이 났고, 겨우 교황청에 의한 정신적 지배, 물론 아무리 교회라도 그들이 다스리는 병력이야 없지는 않았더라도, 동고트족을 필두로 이탈리아 영토를 완전 정복한 이방인들도 당시엔 철저하게 기독교를 믿었기 때문에, 교황청을 멸망시키면 침략군이 죽은 다음에 불지옥에 떨어질까봐 어마 뜨거라, 오히려 로마 제국보다 더 열성으로 교황, 추기경, 대주교, 주교 등을 향해 “아빠”라고 부르면서 그들을 보호해주었다.

  이로써 로마 제국은 온전히 동로마제국만 남았고, 비록 이들이 이미 힘 빠지고, 이도 빠지고, 무릎뼈 녹작지근해졌다 하더라도 썩어도 준치, 부자집 망해도 삼 년 가는 것처럼, 겉으로는 여전히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북아프리카, 그리스를 넘어 마케도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지역, 동으로는 예루살렘까지 영토를 확장시켰는데, 이런 것들도 이미 4권에서 다 거덜이 나버린다.


​  5권으로 넘어오면 동로마제국에서는 아무런 영광이 없다. 북쪽 야만인들인 프랑크 족엔 샤를마뉴라는 위대한 왕이 장딴지에 힘을 잔뜩 주고 있고, 독일 지역엔 또 오토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칭하고, 아라비아인들은 동로마의 동쪽부터 시작해 예루살렘까지 싹 깔고 앉아 있으며, 남쪽으론 사라센 무슬림들이 기껏 정복해 놓은 북아프리카를 땅 한 점 남겨두지 않고 완전히 먹어 치운 것으로도 모자라, 서고트족이 정복해 함포고복하며 살고 있던 이베리아 반도까지 싹 쓸어버렸던 거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 오래 전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미노스의 미궁에 살고 있던 괴수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크레타 섬과 부속도서까지 몽땅 회교도들이 점령을 해버렸다는 거 아닌가 말이지. 이것만 해도 헛김 빠지는데, 바로 코 밑에선 투르크 족이 만만치 않게 알통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발생하지는 않았다. 몇 백 년에 걸쳐 이합집산을 거듭해서 끊임없이 동로마제국을 괴롭히기도 하고, 나중에 비잔티움으로 축소된 이후엔 그까짓 것, 가깝지도 않고 큰 땅도 아닌데 건물이 세련되고 보화가 좀 있다고 거기까지 귀찮아서 원정을 어떻게 가니? 하고 일부 포기할 때까지 이 이민족들은 동로마와 좋았다 나빴다 하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가끔은 자기들끼리 박 터지게 싸우기도 했다. 다 그런 것이지 뭐. 국가 간의 일이나 사람 사이의 일이나 다 그게 그거다.

  그러니 아무리 글 좋은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제국 쇠망사>를 썼다고 하더라도 위대한 영웅이나 황제가 나타나 단기필마에 장창을 옆구리에 끼고 적진을 향해 눈썹을 휘날리며 돌진하는 장면이 1도 없으면서도 길고 길어서 6백 쪽이 넘어가는 시대를 서술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기번은 5권에 들어와 어떤 의미에서는 로마 “제국”에 대하여 쓰는 것보다 더한 열정을 당시 발호하기 시작하여 후대에 유럽과 서아시아, 북아프리카에서 국가를 형성할 조상들의 움직임 포착에 쏟지 않았는가 싶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저 먼 동아시아의 독자는, 하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읽을 때는 그럴 듯하지만 읽고 나서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의 호적관계가 왕창 얽혀버리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아닌 사람들은 거의 틀림없이, 100퍼센트 아니다, 그래서 거의 틀림없이, 라고 말하는 바, 그냥 재미있는 소설책 읽듯이 휙, 일독을 하고 지나갔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식으로 공부를 하고 싶으면 옆에 공책이나 메모지를 두고, 볼펜 또는 만년필을 꼬나잡고, 프랑크, 독일, 헝가리, 불가리아, 투르크, 아라비아, 사라센, 노르만, 러시아와 기타등등, 기타등등의 내력, 종교와 개종과 혼인관계를 메모하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메모에 그치지 말고 책을 읽은 후에 내용을 기억하며 메모 내용을 달달 외워야, 하나? 아이고, 난 그런 거 못한다.


  어쨌든 <로마제국 쇠망사 5>를 읽었다. 이제 마지막 6권 남았다. 로마는 커도 너무 크다. 부잣집 망하는 데 3년 걸리는 건 아는데, 참 나, 망하는데도 이렇게 복잡하게 망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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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22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제 마지막 6권!! 힘내라 힘!!! ^^
로마제국정도면 망하는데도 3년 정도가지고는 안되죠. 역시 부자집이 좋은거 같아요. 우리 같은 사람은 망하려면 한방에 훅이잖아요. ㅠ.ㅠ

Falstaff 2023-08-22 15:52   좋아요 0 | URL
한권 남았는데 6권도 5권처럼 사실 이미 다 망가진 집구석, 아마 콘스탄티노플 함락 만 남았을 거 같습니다.
ㅋㅋㅋ 전 한 방에 훅 망한 경험이 있어서 말입죠.

stella.K 2023-08-22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칙입니다, 반칙! 기독교사를 통으로 빼시다뇨.ㅠ ㅋㅋ 하긴 올여름은 증말! 근데 그런 벽돌책을 일주만에 독파하시다닛! 👍 오늘부터 숨 좀 쉴 것 같네요. 앞으로 점점 더 책읽기 좋은 날이 오겠죠? 완독을 응원합니다.^^

Falstaff 2023-08-22 15:57   좋아요 1 | URL
교회사는 교회의 역사, 즉 성직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술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들도 결국 사람이어서 온갖 지저분한 이야기가 흘러 넘칩니다. 절대 아름답지 않습니다. 기독교를 위하여 안 읽었습니다. ㅎㅎㅎ
우리나라 교회사도 마찬가집니다.

그레이스 2023-08-22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염천지옥 무더위에 쇠망사를 읽다!
^^;;
워낙 다민족 다문화에 로마제국에 욕망을 연결시킨 인간들이 많으니 망하는것도 복잡하고 오래걸리겠죠^^
당대 서민들은 로마가 망했는지도 모르지 않았을까 싶네요.
역사가들의 진단이 어느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는것이지...^^

Falstaff 2023-08-22 16:00   좋아요 0 | URL
옙. 로마 후기로 가면 속지 출신, 순종 로마 입장에선 야만인 출신 황제들도 좌르륵 등장합지요. 그리하여 신성˝로마제국˝을 참칭하기도 하고, 러시아 황제는 로마 황제보다 두 배 훌륭하고 고귀하다는 의미에서 대가리 두 개인 기형 독수리를 문장에다 넣기에 이릅니다. 어쩌면 로마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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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 가운데 좋은 작품도 드물지 않습니다. “좋은 작품” 속에는 아마추어가 평가할 수 없는 “문학적으로 높은 성과를 지닌” 것도 있겠고,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독법” 안에서의 것도 있겠습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문학적으로 어떻다, 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으로 성공했다고 하고,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높은 박스오피스를 향유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시각으로 보면 경계해야 할 작품을 말합니다. 당연히 많은 독자들이 상찬하고 있는 책 가운데 골랐습니다. 그리하여 열 개의 높은 인기를 향유하고 있는 작품을 고른 아래 글을 다 읽으시고 팬심에 그어진 스크래치 때문에 마음 상해하실 분도 틀림없이 한두 분이 아닐 것입니다. 이 글을 쓰고자 했을 때부터 정말로 쓰고 있는 지금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건 아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돌을 던질까, 뭐 걱정까지는 아니어도 쉽게 쓰게 되지 않더군요.

  말이 깁니다. 비난은 나중에 받는 것으로 하고 일단 시작하고 보겠습니다.





1. 존 윌리엄스, <스토너>

  진짜 착한 소설이다. 무엇보다, 잘 읽힌다. 유려한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작가가 이끄는 대로 거부감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미주리 주 깡촌 시골에서 대를 이어 농장을 경영했으면 하고 바라는 부모가 없는 돈을 대 농과대학에 보냈더니 뜻밖에 영문학과 글쓰기에 놀랄 만한 잠재력이 있음을 발견하고, 숱한 고생 끝에 젊은 나이에 테뉴어가 되는 인물, 스토너의 인생. 이 한 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숱한 사람들, 특히 여성이 희생된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친구들이 죽어가는 동안 연구활동에 매진하고, 별로 사랑하지 않는 세인트루이스 은행장의 딸과 혼인하고, 젊은 여성과 연애도 하고 이별도 한다. 스토너의 성공 뒤엔 특히 여성의 희생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독자들에겐 이런 과정이 마치 스토너가 희생자인 것처럼 읽힌다.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스토너만큼 비겁한 데다가 파렴치까지 한 인간도 별로 없다. 존 윌리엄스의 장애인과 여성을 보는 시각에 큰 문제가 있다.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면 이렇게 주장하는 것도 타당하다. "이게 책이냐!" 최루 가스 가득한 뽕짝.




2.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이 책은 읽고나서 독후감도 쓰지 않았다. 겉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하고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숙고해볼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하퍼 리의 시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흑인 톰 로빈슨을 누명 쓴 범죄자라고 하는 건 뭐 전형적인 착한 미국 소설 스타일로 볼 수 있는데, 어쨌거나 착한 역의 부 래들리(2 미터쯤 되는 키에 숨어 살고 다람쥐와 고양이의 날고기를 먹고 프랑켄슈타인보다 더 흉측하게 생긴)에 대한 선입견도 서양의 동화(또는 크리스마스 영화 <나 홀로 집에 2>의 옆집 할아버지)에서 흔히 나오니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악역을 맡은 유얼 집안 사람들을 향한 시각이다. 그들은 흉한 외모에 거친 성정, 어디로 보나 친밀한 구석이 없는 완벽한 시골 도시의 하층계급이다. 난폭한 성정의 가난한 하층 계급을 가해자로 지정한 이 작품을 쓸 당시의 하퍼 리가 35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진 루이즈가 여덟 살 소녀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35세의 하퍼 리가 본 시각이 아니라 조숙하되 아직 철없는 루이즈의 시선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작가 하퍼가 나하고 같은 리李, 또는 이씨 성을 갖고 있어서 웬만하면 이 작품은 목록에 포함시키고 싶지 않지만, 선을 위해서라면 진실의 은폐도 가능하다는, 이게 60년대 초반까지 일반적인 중산층 미국인의 계급 인식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보통의 시민이라면, 인간 말종은 더러운 하층 인민들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 책의 광고문구처럼 성경만큼 많이 팔리는 작품의 필자라면 작지 않은 문제다.




3.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 있는 나날>,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일본계 영국인. 잠자고 있다가 스웨덴 한림원에서 온 전화를 받고 자기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니까 몰래카메라 찍는 줄 알았다는 소감을 남긴다. 나도 소식 듣고, 이시구로? ‘이 씨 구라’ 아냐? 했다. 내가 읽은 이시구로는 이 두 작품이 전부다. 그런데 둘 다 매우 수상하다. 전체주의를 경험하고, 그것에 의하여 좋은 영향을 받은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러웠다. <부유하는…>의 주인공인 화가 오노는 군국주의에 적극 가담한 전범으로, 일본이 과거에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지 간에 이젠 상황을 좀 더 낫게 만들 기회가 왔다고, 복구 중인 도쿄 시내를 바라보며 감격해 한다. 잘못에 관한 유감표명은 시집 못 간 딸을 결혼시키기 위해 장인 짜리한테 말로 한 번 하는 것이 전부다. <남아 있는 나날>에서는 달링턴 가문에서 35년간 집사 생활을 한 스티븐스를 등장시켜 충실하고도 무비판적 복종의 미덕을 자랑한다. 하지만 달링턴은 나치의 수장 히틀러와도 연결이 되는 친독파이며 파시스트로 영국 내 파시즘을 신봉하는 세력의 우두머리다. 일본과 영국에서 가장 높은 정도의 전체주의 의식에 사로잡힌 인간들을 변호하고, 은폐하고자 하는 이시구로를 어떻게 수상한 정치적 작가로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인간의 책을 몇 권 더 읽어볼 작정이긴 하다.




4. 올가 토카르추크,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이 양반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하지만 이시구로처럼 나로 하여금 경멸하게 만든 작가는 아니고, 다른 작품들은 다 좋은데 이 책 딱 한 권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독자 마음에 다 들 수는 없겠지. 폴란드와 체코의 접경지역, 산악지방 작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주인공은 대규모 교량 건설 일을 한 경험이 있는 퇴직 건설 엔지니어 야니나 두셰이코. 여성이다. 폴란드 전국체전에서 투해머 종목 은메달 출신이니 건장하고 아직도 힘이 장사일 듯. 이이가 개 두 마리와 함께 오직 세 가구만 있는 폴란드판 설국의 산골에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자식처럼 키우던 개 두 마리가 총에 맞아 살해당하고 만다. 시간이 더 흘러도 상실감은 마음의 상처로 남았는데 주민 왕발이 죽어 염을 하는 가운데 자기 개를 죽인 인물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게 된다. 이리하여 두셰이코 여사는 개 두 마리의 복수를 위해, 작은 산골 도시의 유명인사, 심술궂기도 하고 나쁜 버릇이 있기도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기독교도들의 아버지도 있고,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서장,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모피공장 사장 등도 있다. 이에 두셰이코 여사의 사이코패스적 행동을 시작해 관련된 모든 사람을 죽이고, 시신을 훼손하기도 한다.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이 점을 문제 삼는 것은 토카르추크의 수려한 문장과 호소력 가득한 필력이 독자로 하여금 개 두 마리 때문에 유력자 네 명을 죽이는 사이코패스 주인공을 지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잘 쓴 소설은 자주 이런 것이 문제다. 뭐가 중한지 독자를 현혹하는 것.




5. 코맥 매카시, <모두 다 예쁜 말들>

  이 작품을 넣을까 말까, 오래 생각했다.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이라서. 내가 평소 말하는 게 왈왈거리고 제스츄어가 커서 이 책 같은 자극적인 폭력이 출몰하는 작품을 좋아할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아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지극히 조마조마한 스릴러나 폭력물, 하드 코어 포르노 같은 건 아예 못 본다. 이런 거 말고도 즐길 거리는 얼마든지 많으니. 처음 읽은 매카시는 <카운슬러>였다. 아무것도 몰랐는데, 매카시의 명성은 알고 있었다. ‘카운슬러’라니 얼마나 따뜻한 제목인가. 그래 읽었다가, 아휴, 거 참. 딱 한 권으로 작가를 포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두번째 고른 작품이 <모두 다 예쁜 말들>이었다. ‘말’이 말horse인 줄은 알았다. 당시 바로 전에 읽은 게 애니 프루의 단편집이라서 비슷한 서부극인줄 알았다. 역시 코피났다. 불과 열여섯 살의 청소년이 미국 남부의 황량한 메사지역을 배회하는 장면까지는 좋았다가, 멕시코 국경을 넘어서면서 잘못 만난 동료 지미 때문에 휩싸이게 되는 감금과 폭력이 시작되자, 아주 넌더리가 났다. 매카시는 열여섯 살의 주인공 존을 큰 재난을 만나게 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통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하고, 터미네이터, 아니면 적어도 람보 비슷한 초인적 인내를 지닌 인간이나 견뎌낼까 말까 할 고통을 부여한다. 미국 소설답게 존이 고통의 의식을 훌륭하게 통과하는 건 물론이다. 뭐라?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미쳤나. 아무리 젊어도 안 할 수 있으면 안 해야 좋은 게 고생이다.




6. E.M. 포스터, <인도로 가는 길>

  글 좋은 작가를 한 줄로 “나래비”를 세운다면 앞쪽에서 얼마 가지 않아 포스터가 서 있을 것이다. 피렌체에 대한 선망을 심어준 <전망 좋은 방>을 제일 먼저 읽었다가 폭 빠졌다. 그러나 이후 포스터의 책을 읽을 때마다, 작품 전체로 보면 마음에 드는데, 책마다 유독 몇 군데서 신경을 긁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고백하거니와, 난 여전히 식민주의, 반식민주의의 사고방식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도 사람과 같아서 탐욕에 끝이 없다. 언제 식민주의 비슷한 것이 다시 태어날 지 모른다. 러시아-우즈베키스탄 전쟁을 보라. 이것 때문에 <전망...> 이후에 읽은 것들에 아주 조금의 불만이 있는 수준이었다가, <인도로 가는 길>에서는 폭발하고 만다. 완벽하게 영국식 식민주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여러 번 얘기했듯이 우리나라가 분단은 됐을지언정 그중 다행인 것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의 식민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인도를 비롯한 승전국 식민주의자들은 쉼없이 이야기한다. 물론 덜 떨어진 일본의 민족주의자들도 이들과 똑 같은 말을 한다. 식민을 통해 근대화를 이루었다고. 너희들끼리였다면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적어도 한 세기는 더 걸렸을 거라고. 이 의견을 정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설명해 놓은 작품이 <인도로 가는 길>이다.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어소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 그렇다. 알다시피 영국은 바로 옆나라 아일랜드를 제외하고 어떤 과거 식민지에도 사과나 유감을 표명해본 적이 없다. 근대화를 이루어주었다는 망상 때문에. 이 책에서도 포스터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한다. “인도가 영국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즉시로 멸망하게 될 거”라고. 포스터가 생각하는 인도인 역시 “인도의 해방을 위한 단 한 번의 기회는 유럽에서 큰 전쟁이 다시 일어나는 일 말고는 없다”고 주장한다. 영국인들이 주장하는 인도는 이랬다.




7. 막심 고리키, <어머니>. 

니콜라이 오스트롭스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니꼴라이 체르니셰프스끼,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세 작품을 문학의 한 장르인 소설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가장 연장자인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의 주인공 베라 파블로브나는 거의 무학에 가까울 만큼 공부와 관련이 없는 여성인데 천부적으로 여성 차별 반대, 공동 생산, 공동 소비, 이익 분배 같은 기초 사회주의사상이 몸에 익었고, 신기하게도 19세기 중반에 친분을 맺는 사람들 역시 하나같이 혁명가나 사회주의자들이다. 오스트롭스키의 주인공 파벨은 단연 불굴의 투쟁 정신으로 무장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혁명에 투신하며, 고리키의 주인공 모자 역시 아무 머뭇거림이 없이 시위와 집회에 앞장선다. 이 세 명의 작가들이 만들어 낸 영웅들의 공통점은, 아무 의심이 없다는 것. 즉,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공동생산, 공동소비, 이익의 균등한 분배의 결과가 유토피아라는 진리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마르크스의 가장 중대한 오류는 사람의 본질을 너무 선하게 봤다는 점인데, 이 세 작가들의 오점은 마르크스를 아무런 의심 없이 믿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와 예수의 유일한 공통점은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거 딱 하나다. 사회주의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또다시 권력투쟁이었다. 이 책들이 곤란한 건, 감동적인 작품이라는 점.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어가는 스토리라인. 인간을 참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굳은 신념과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유도하는 절묘한 문장. 그러나 이 책들은 소설이 아니다. 의식화 교재일 뿐이다.




8. 조지 오웰, <카탈로니아 찬가>

  소설이냐, 르포냐. 르포의 성격이 강한 소설이라고 해야 맞겠다. 오래 전에 읽은 <1984>는 기억이 나지 않고, 어려서부터 숱하게 만화로, 요약본으로 접한 짧은 소설 <동물농장>도 별로 시원찮게 읽었는데 <카탈로니아 찬가>에 이르러 거의 손절했다. 청소년 시절에 읽은 <동물농장> 덕에 오웰은 골통 보수 인물인 줄 알고 살아온 세월이 오래다.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으면서 이이가 스페인 내전에 무정부주의 당의 일원으로 참가했다는 것을 알았다. 원래는 좌파였다. 그럼 <동물농장>은 공산주의에 관한 시니컬한 우화가 아니라, 권력투쟁에 성공한 볼셰비키를 향해 비아냥거린 거였었구나, 오랜 세월 우리나라의 반공 이데올로기가 국민들에게 사시를 유도했구나, 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나는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보이는 오웰의 두 가지 사고방식을 혐오한다. 첫째는 그의 총구. 즉 펜이 프랑코의 팔랑헤 당이 아니라 등 뒤의 동지 가운데 한 분파인 볼셰비키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전 중에 그는 끊임없이 볼셰비키에 의한 무정부파에 대한 탄압과 불공평한 지원을 시비하고 있다. 작가로서의 오웰에게는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스페인의 파시즘을 격파하기 위한 총탄’으로서의 펜이 훨씬 더 중요했다. 적전분열의 대표적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두번째는 “인간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살육과 인간의 고통”을 동반하는 전쟁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점이다. 품위가 먼저인가, 생존이 먼저인가? 품위 유지를 위하여 불특정 대다수의 죽음과 부상과 고통과 재물의 손괴를 수반하는 전쟁을 찬성한다고? 세상에 추악하지 않은 전쟁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는 내 믿음과 완전히 상충하는 작가다.




9. 필립 로스, <유령 퇴장>

  작가와 함께 늙어가는 주인공 네이선 주커먼 역시 늙었다. 암으로 전립선을 제거하여 큼지막한 기저귀를 하지 않으면 외출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전직 교수. 전립선을 제거하지 않았을 때까지는 자기가 가르치던 학생들을 한 학기에 한 명씩 자빠뜨리던 수작질의 명수. 그러나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소설을 끊임없이 생산해낸 베스트셀러 작가. 이런 주커먼이 전립선을 제거한 환자를 위한 새로운 시술법이 소개되었다는 걸 알고 뉴욕으로 와서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작품. 소설은 숱하고 숱한 우연으로 점철되고, 필립 로스 또는 변태 노인 네이선 주커먼은 시간이 날 때마다 징징거린다. 자기가 죽은 다음에 자신의 생애나 작업물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확 얘기해버리고 말겠다. 소설 자체로 봐도 이미 필립 로스는 이야기거리가 다 떨어졌거나 스토리를 끌고 갈 동력이 바닥난 듯하다. 그리하여 짧은 소설 한 편 속에, 적어도 세계적인 성가를 누리고 있는 소위 거장의 작품 속에서, 늙은 작가에게 심하게 말해 유감이지만, <유령 퇴장>만큼 숱한 우연과 공교로움이 도사리고 있는 “장편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유령은 늙어 꼬부라진 필립 로스인 동시에 작가와 함께 늙어간 늙은 변태 네이선 주커먼 혹은 이들이 죽은 다음의 상태를 일컫는다. 독후감에 썼다시피, 만일 로스가 양심이 있으면 이런 책은 돈 받고 파는 대신, 자신의 책을 읽은 독자에게 다만 몇 푼이라도 보상하면서 나눠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아니면 자기 죽은 다음엔 어떻게 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를 하덜 말든지 말이지.




10. 윌리엄 트레버, <펠리시아의 여정>

  나만큼 윌리엄 트레버를 좋아하는 독자도 많지 않을 것이다. 시중에 팔고 있는 그의 모든 번역 단행본은 다 내돈내산이다. 트레버의 작품을 명작, 걸작으로 부르기는 쉽지 않지만 어떻게 하나같이 이렇게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지. 오, 그의 문장같이 면도날처럼 심장에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또 있을까. 그러나 주의하시라. 잘 쓴 문장은 가끔 무섭다. 나는 책방의 독자서평에서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이 책의 평점으로 별 다섯 개 만점을 주었다. 어쩔 수 없었다. 작품의 제일 마지막에 눈에 번쩍 뜨일 만한 반전의 코다coda를 이루고 있으니. 독자는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다 읽고 나서도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비열하고 잔인한 범죄자인 사이코패스를 동정하거나 두둔할 수 있다. 매혹적인 약속은 애인을 속이고, 장엄한 웅변은 대중을 집단화 하며, 기막힌 문장은 간혹 독자를 현혹한다. 트레버의 <펠리시아의 여정>이 그러하다. 이 책을 읽은 독후감만큼 쓰기 곤란한 적도 없었다. 대중이 볼 수 있는 독후감에 마지막 절정을 내보일 수 없어서. 이제 이 책이 나오고 읽을 사람은 다 읽었다고 치고 말하자면, 윌리엄 트레버, 이 늙은이가 여전히 아름다운 문장으로 독자를 현혹하고 있었다. 조금쯤 수상하지만 그래도 친절이라고 양해해줄 수 있는 수상함을 지닌 후덕한 중년 남성. 그의 불우한 과거와 삶의 방식이 독자의 감성을 촉촉하게 만들면서 독자는 그의 정체가 악질 사이코패스인 것을 뻔히 아는데도 여전히 그를 동정하게 한다. 문학의 힘, 문장의 힘이 이래서 무섭다. 나는 여전히 트레버의 열렬한 팬이지만 그가 웅변가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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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11-13 0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번과 4번, 8번은 같은 생각입니다.
시대의 한계를 알고, 비판적으로 읽어내는가에 달려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이시구로는 독자가 비판하게 하도록 쓰고 있단 생각입니다.
7번은 학생때 감동스럽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5,9번은 읽지 않아서 모르겠구요.
이런 비평, 좋은데요!

Falstaff 2022-11-13 11:28   좋아요 2 | URL
아이고 좋아라.... ㅋㅋㅋㅋ
전 이 페이퍼 올리면 귀싸대기부터 한 방 얻어터질 줄 알았는데 우와, 첫 말씀이 ˝같은 생각˝이라 하십니다. 을매나 좋은지.
이시구로의 <....화가> 읽고 화가 많이 났었는데, 열이 식으니까, 혹시 이 양반이 이런 인간도 있다, 읽는 사람이 알아서 읽어라, 이건가 하는 마음도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나날>을 읽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시구로가 두 번 연달아 같은 방식으로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수상한 정치적 의도 밖에 남지 않더군요. 두 작품을 저울 위에 올려놓으면 당사자의 입을 통해 독백을 해버리는 <....화가>가 더 ˝나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이 페이퍼는 그냥 제 감상이지, ˝비평˝ 뒤꿈치도 아닙니다. ^^;;;

망고 2022-11-13 14: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골드문트님 이 페이퍼 너무 좋아요😃 스토너는 읽을땐 정말 잘 썼다 문장 좋다 했었는데 점점 뭔가 좀 찜찜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골드문트님 평이 딱 제 생각이었어요 앵무새 죽이기도 명성에 비해 굉장히 불편한 지점이 많았구요 가즈오 이시구로는 어쩐지 그럴거 같아서 읽을 마음도 생기지 않았구요ㅋㅋㅋ 제가 포스터 작품들을 진짜진짜 좋아해서 두번 이상 읽었지만 인도로 가는 길만큼은 찜찜해서 한번 읽고 말았거든요 그래서 골드문트님 글에 완전 공감했어요 필립 로스는 맨날 똑같은 얘기를 쓰고 있지만 그 힘있고 화내는 문장들을 읽는 재미가 너무 좋아서 책산걸 후회하진 않지만ㅋㅋㅋ골드문트님이 하시려는말은 잘 이해했어요^^아 그리고 마지막 트레버의 펠리시아의 여정ㅠㅠ 저도 트레버 너무 좋아하는데 이 소설은 실망이었거든요 가해자를 동정하는 시선을 교묘하게 포장해 놓은...근데 다들 너무 좋아하셔서 조용히 입닥치고 있었는데ㅋㅋㅋ골드문트님 글에 속이 뻥 뚫리는 느낌입니당😆😆😆

Falstaff 2022-11-13 17:29   좋아요 3 | URL
음하하하하..... 역시 기분 좋습니다. 본문에 썼다시피, 이런 페이퍼 올렸다가 조리돌림 당하는 건 아닐까 싶었던 마음도, 조금은, 있었습니다만 오히려 이렇게 공감의 말씀을 해주시는 분이 먼저 탁, 나서주시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문학적 소양은 별로 없는 딜레탕트가 쓴 페이퍼라서 그냥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새파랑 2022-11-13 16: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골드문트님이 언급하신 책 중에 7권을 읽었습니다. 저중에 좋다고 생각한책이 4권(스토너, 부유하는 화가, 카탈로니아, 펠리시아) 인데 전 현혹된 사람이었습니다 😅

필립로스의 <유령퇴장>은 많이 공감됩니다 ㅋ

Falstaff 2022-11-13 17:32   좋아요 2 | URL
오오, 아닙니다. 제가 뭐라고요. 이 페이퍼는 백퍼 아무런 공부도 없는 제 생각만 가지고 쓴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느낌/감상˝ 아니겠습니까. 새파랑 님께서 좋게 읽으셨으면 무조건 그게 좋고 옳은 판단 아닐까 합니다. 책과 작품에 관한 견해에 대해서는 새파랑 님의 견해가 옳습니다!!!1

coolcat329 2022-11-13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중에 딱 두 권 읽었는데, 그 중 하나가 <남아있는 나날>이고, 심지어 제가 아주 좋아하는 소설이라 흐흑...좀 슬픕니다. 😢 저는 저 소설을 이시구로가 영국의 제국주의와 우월주의, 또 주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는 스티븐슨을 통해 귀족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국 사회를비판했다고 봤거든요.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트레버 책은 사놓고 아직 안 읽었는데 사이코패스를 동정하게 만드는 그런 문제작이었군요.

골드문트님 이런 페이퍼 왕팬입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Falstaff 2022-11-13 21:28   좋아요 1 | URL
글쎄, 아니라니까요. 젤 중요한 건 쿨캣 님이 느끼신 것이지 제가 한 말은 전부 아마추어의 오해....일 수도 있어요. 괜히 제 글 보시고 감상을 고정시키시면 안 됩니다. ㅜㅜ
세상은 그저 다양한 게 제일 좋습니다! 이렇게 보고, 저렇게 느끼고, 그저 지지고 볶으면서 사는 게 진짜 사는 맛 아니겠습니까. ^^;;;

공쟝쟝 2022-11-14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ㅋㅋㅋㅋㅋㅋ 이쁜 말 대 잔치 싫어하는 사람 또 만나서 반갑네요....... 꼽으신 책의 목록과 까닭들을 보니 걸드문트님은 저자들의 글에서 나오는 무의식을 읽어내시는 것 같아요. 별로 추천할만한 좋은 관점들이 아닌데도, 그게 문장이 예쁘다고 올려쳐지는 거 참 꼴배기 싫다..... 이런 거죠? 저는 쓰신 모든 내용에 거의다 공감합니다.
제 경우 <스토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요. 제게는 필요한 글이었다는 생각. 일과 노동과 인간에 지쳐 하루하루 바빴던 당시의 저에게는 이이의 신간 편한 하고 싶은 거 하는 고요한 인생이 읽기에 좋았고요, 그래서 내 인생이 안되니까 배알이 꼴렸고요, 그래서 싫지만, 그래도 부럽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이상적으로 부러워하면서 읽고 아, 이렇게 살고 싶다.. 일케 되더라고요....
....... 그나 저나 골드문트님도 참 반골이시네요ㅋㅋㅋㅋㅋ 오늘 책사러 들어왔다가 추천 목록인가? 하고 반가운 마음에 훑어 봤다가 ㅋㅋㅋ 잠깐 놀란 뒤ㅋㅋㅋㅋㅋ 아 추천이 아니구나 ㅋㅋㅋ 안심했습니다...ㅋㅋㅋ

Falstaff 2022-11-14 18:08   좋아요 1 | URL
ㅋㅋㅋ 지금 시간이 오후 다섯 시 오십 분. 근데 벌써 꽐라. ㅋㅋㅋㅋ 시간을 잊는 나날들이 언제나 후진 건 아닙니다. 오히려 늘 즐거울 수 있어요. 시간 구애 받지 않고 마음 먹으면 마음 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 아오, 그러나 조심스럽습니다. 저 같은 백수가 그리 많지는 않을 거 같아서요.
책을 읽는 것도 그렇더라고요. 다른 건 몰라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인 독서와 감상의 자유도 언제나 자유롭지는 않은 거, 이거, 참... 정말 끔찍하더군요. 특히 책 읽는 거에 관해선 빵빵하신 분들이 밀집해 있는 알라딘 서재 같은 곳에서는 말입죠
이 페이퍼를 구상한 건 벌써 일 년이 넘었을 겁니다. 근데 쓰기 쉽지 않더라고요. 단지 제 생각 때문에 멀쩡한 작품에 흠을 내는 일일 수도 있고, 책에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기어이 흉을 내면, 에효, 저도 그 마음 알거든요. 그래 하루 이틀, 한 주일, 두 주일, 한 달 두 달 넘기다가 기어이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다행스럽게 댓글 달아주신 분들이 고맙게도 선의에 입각해 얘기를 해주셔서 그렇지, 속 터지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근데 제가 반골이라고요? ㅋㅋㅋ 이쪽에서도 반골, 저쪽에서도 반골. 그래서 이 모양 이 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alummii 2022-11-14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도 코맥 매카시는 손대지 말아야겠어요 ^^ 카탈로니아찬가는 저도 손절ㅋㅋㅋ

Falstaff 2022-11-15 06:36   좋아요 1 | URL
오, 아닙니다, 아니예요.
매카시 좋아하시는 분들은 거의 매카시 매니아가 되게 하는 매력이 있고요, 오웰도 단호한 매력이 있는 작가라는 평이 일반적입니다.
제가 이 페이퍼 쓰면서 걱정했던 것이, 저 때문에 다른 분들도 이 작품들을 경원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손절하지 마시고요, 일단 도서관에서 한 작품 정도를 읽어보시고 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

다락방 2022-11-15 09: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 님의 이 페이퍼에 저도 동의합니다. 이게 작가가 글도 엉망으로 썼으면 사실 욕하기가 더 쉽잖아요. 저는 그런 경우에 별 하나 혹은 두 개주고 니 생각 다 드러난다 이자식아!가 되어버리는데, 글을 잘 써놓으면 되게 마음이 복잡해져요. 저는 제가 개인적으로 골드문트 님의 이런 페이퍼를 쓰게 된다면 제일 처음에 놓을 책이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 입니다. 그 책 정말 잘썻다고 저는 생각하고 필립 로스 진짜 우와.. 막 이랫단 말이죠. 그런데 여성에 대한-특히 페미니스트에 대한- 부분에서 진짜 제 내부에 분열이 일어나더라고요. 와, 이렇게 잘 쓰면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나. 저는 휴먼 스테인 때문에 필립 로스가 너무 미워요. 너무 미운데 또 읽고 싶고.. ㅠㅠ 아무튼 그렇습니다. ㅠㅠ

Falstaff 2022-11-15 16:11   좋아요 1 | URL
ㅎㅎㅎ 맞아요. 글이나 못쓰지 말입니다.
필립 로스는요, 남자이면서 페미니스트도 아닌 제가 읽기에도 여성을 보는 작가의 시선이 불편합니다. 휴먼 스테인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짐작이 갑니다. 미국의 목가를 제외한 로스의 다른 책 전부 그렇더라고요. 어떤 분 페이퍼의 댓글을 통해, 필립 로스 손절했다고 얘기했었는데, 이것도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저는, ㅎㅎㅎ 위 댓글에서 쟝쟝님한테는 좋은 책이었다는 걸 알게 된 스토너 ㅎㅎㅎ 를 읽으면서도 유독 여성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공 또는 그나마 무난한 삶을 꾸릴 수 있었는지, 여성의 희생에 관해서는 아무런 찬사나 칭찬이나 기타 긍정적인 평가는 왜 없는지 속이 좀 터지는 느낌이 들면서.... 작은 바그너 아냐? 했습니다. 바그너는 여성들의 희생을 통해 남자 새끼들이 구원을 받는 동시에 (가증스럽습니다만) 여성들의 희생에도 찬사를 보내니까 바그너보다 더 드런 놈이구나, 라고 ㅋㅋㅋㅋㅋㅋ
본문에 쓰지 않았지만 펠리시아의 여정에서도 50대 뚱보 힐디치는 꼭 힘이 약하고 어린 여성들만 골라 살해한단 말입니다. 여성주의 공부하시는 분들이 이 점을 꼬집는 평을 저는 읽어보지 못해서... 상당히 유감이었습니다. 윌리엄스와 트레버가 기가 막힌 글을 쓰기는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라서, 더 의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잠자냥 2022-11-15 16:57   좋아요 1 | URL
뚱보 힐디치가 꼭 힘이 약하고 어린 여성들만 골라 살해하는 거 진짜 격분할 만한 일이죠. 내가 달려가서 총으로 쏴 죽여버리고 싶고. 그런데 그 감정은 너무나 마땅해서 굳이 지적하지 않은 게 아닐까요. 저부터도 그랬습니다- 대놓고 나쁜놈이니까요. 오히려 필립 로스가 그리는 마초적인 인물들이 애매하게 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필립 로스 싫음..............(필립 로스는 필립 로스가 그런 생각하는 사람 같은데 트레버는 트레버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닌 거 같은 그런 차이랄까요.....)

다락방 2022-11-15 17:48   좋아요 2 | URL
골드문트 님에게 태클을 걸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요, 제가 <펠리시아의 여정>을 읽고 쓴 리뷰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린 여성의 입장, 세상이 어린 여성을 대하는 형태에 대해 썼습니다. 펠리시아의 여정에서 여성주의적 입장으로 아니 굳이 그게 아니어도 힐디치 뿐만이 아닌, 힐디치 가 아닌 다른 남성 등장인물들도 모두 여성혐오를 하고 여성폭력을 하고 있으니까요. 힐디치 전에는 순진한 여성 임신시킨 남자가 있고 그 전에는 가사노동을 맡기는 그 어린 여성의 가족이 있죠. 펠리시아의 여정을 쓴 윌리엄 트레버는 제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건, 여성의 처지를 알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사실 최근에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 <그의 옛 연인>을 읽었는데 그것보다 펠리시아의 여정이 더 좋았어요, 저는.

Falstaff 2022-11-15 19:4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남자가 페미니즘 이야기하는 것이 참 쉽지 않습니다. 저는 두 분을 생각하면서 트레버 얘기한 게 아니거든요. 그냥 어떻게 읽다 보니 그랬다는 것이지요. 저도 별 다섯 개 줬잖습니까. 아무쪼록 심각하게 생각하시거나 기분 언짢아 하지 않으시기 바랄 뿐입니다.
그저 독자 서평 쉰 개 올라왔으면 적어도 한 편 정도는 뭐.... 그런 수준이었는데 말입니다.

잠자냥 2022-11-15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이제 읽었네요. 놓쳤으면 큰일날 뻔!!!

다른 건 소소하게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특히 윌리엄 트레버가 그 범죄자를 동정하라고 그렇게 쓴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그의 어린 시절 학대의 경험 때문에 동정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게 주된 감정은 아니라서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암튼, 그런데 1번에서 존 윌리엄스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면 진짜 좀 문제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는데요, 그의 다른 작품 <오직 밤뿐인> 보면 진짜 고개가 절레절레.... 전 그래서 그의 작품을 더 읽게 되지 않더라고요.

가즈오 이시구로는 그런저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차라리 sf 계열 작품이 가장 나은 것 같아요. <나를 보내지 마>, <클라라와 태양> 같은. ㅎㅎ

Falstaff 2022-11-15 21:30   좋아요 1 | URL
오, 트레버는 힐디치를 동정하라고 쓰지 않았습지요. 근데 글을 너무 잘 써서 독자가 저절로 힐디치 편에 서서 읽게 만드는 겁니다. 서평을 쓴 많은 분들도 스토리의 중심을 힐디치로 하면 어땠을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쪽팔린 고백이지만... 저처럼 말이죠.
딱 이 수준입니다. 제가 냥님하고 다른 건, 권총이 있더라도 쏴죽이는 대신 경찰에 신고해서 평생 콩밥을 먹이는 쪽을 택했을 거라는 거 딱 하나. ㅋㅋㅋ

잠자냥 2022-11-15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저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볼 때 작가의 생각 자체가(여혐) 글러먹은 것 같은 작가는 점점 안 읽게 되는데, 그런 작가가 1번과 9번이고요. 1번은 글도 그렇게 뻑가게 쓰는 타입은 아니라서 더 제외하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 아리까리한데 그놈의 읽은 정 때문에 놓지 못하는 작가가 가즈오 이시구로, 그리고 포스터이고, (포스터는 문제의 <인도로 가는 길>만 안 읽고 있습니다....)
매카시는 작품이 주는 그 불쾌한 느낌 때문에 손이 잘 안 가고...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 촌스러워서 이제는 손이 안 가는 작가가 7번과 8번입니다...

암튼 아주 재미나게 읽어습니다!

Falstaff 2022-11-15 19:53   좋아요 2 | URL
오, 저는 포스터, 이 양반의 책은 계속 읽을 거 같습니다. 식민주의만 빼면 정말 빼어난 작가 아닌가 싶어요. 이씨구라도 한 두 권 더 읽어볼 생각인데 sf로 선택을 하겠습니다. ㅋㅋㅋ 고맙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트레버는 번역서가 나오는 족족 내돈내산 예정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근데 이런 남자 믿지 마세요. 자칭 페미니스트. ㅋㅋㅋㅋㅋ

마루누나 2022-11-2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 이 책 재밌었어요.... 그런데 빡쳐요!
재밌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ㅎ

Falstaff 2022-11-22 06:1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어떤 책이요? 하긴 거의 다 재미있긴 합니다. ^^

파랑 2022-12-20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의가 되는 것도 있고(스토너, 앵무새 죽이기ㅎㅎ) 동의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특히 뼈쟁기와 카탈로냐 찬가는 제가 각 작가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충격!ㅋㅋㅋㅋ 물론 전 오웰은 소설보단 논픽션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페이퍼입니다. 감사합니다.

Falstaff 2022-12-20 15:47   좋아요 0 | URL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읽은 느낌이 다 같으면 그게 무슨 재미겠습니까. 서로 다른 생각하는 사람들이 복닥복닥 해야 그게 사는 재미지요. ^^

yamoo 2023-02-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최곱니다. 다 떠나서 올가 토카르추크의 책은 제 생각과 완전 일치!! 저도 올가의 책 중이 책만 별로였습니다.

펠리시아의 여정도 그렇고요...단지 전 스토너의 경우 너무 감명깊게 읽었기에 그런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했는데, 리뷰를 보니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코맥 매카시는 신의 아이 이후 안 읽을 계획입니다. 언급하신 모두가 예쁜말들을 읽을까 생각하다가 얇은 신의 아이 읽었는데, 전자를 읽었다면 문트님처럼 내상이 심했을 거라 생각합니다!!ㅎㅎ

Falstaff 2023-02-15 16:1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스토너는 여혐 뽕짝 맞습니다. 게다가 온갖 차별이 다 등장하는데, 워낙 문장이 좋아요. 많은 사람들이 홀딱 넘어가버립니다. ^^
 

 

226, 227. 잭 케루악, <길 위에서>

 

  비트 문학을 추천하면 열 번 가운데 다섯 번 정도는 미쳤냐는 얘기를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 마음에 딱 들었다. 샐과 딘이라는 두 명의 미친 껄렁쇠같은 백수가 등장해 온갖 비행을 무릅쓰고 미국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다시 서쪽에서 동쪽으로, 때로는 남쪽 멕시코시티까지 가서, 하는 일이라고는 차 훔쳐서 돌아다니기, 마약과 마리화나, 술, 아는 여자 또는 모르는 여자와의 섹스 등등, 딱 한 순간, 저지르는 일로 인해 즐거워지는 바로 지금만 중요한 잃어버린 세대들. 샐과 딘은 세월이 흘러 행크 치나스키가 되어 무쇠팔, 무쇠다리, 로켓 주먹까지 겸비하게 되는데, 무슨 얘긴지 아시는 분은 힐끗 웃으시겠지만, 모르시는 분께선 찰스 부코스키를 검색하시면 되겠다. 미리 얘기했다. 열 번 가운데 다섯 번은 이걸 추천하면 미친놈이라 여긴다는 것을. 그러나 당신이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는 쪽이면 <다르마 행려>도 찾아 읽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229, 251, 252. 카를로스 푸엔테스, <아우라>, <의지와 운명>

 

  <아우라>는 본문만 50쪽도 안 되는 단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신비롭고 마술적인 분위기가 관능적인 묘사 속에서 넘실거리는 것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오래되고 그늘진 건물 속의 그로테스크한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관음의 눈동자라면, <의지와 운명>은 태평양에 접한 멕시코 해변에서 낫으로 목이 떨어진 시체의 일인칭 시점을 유지하는 두 권짜리 장편소설. 그리고 신분상승을 위해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스릴러. 이 책을 읽을 때까지는 몰랐는데,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입담꾼에다 바람둥이였을 것. 민음사 시리즈에 푸엔테스의 짧고 긴 이야기책이 나란히 들어 있는 것도 재미있다. 나는 이 두 권을 시작으로 푸엔테스라는 이름을 단 책이 있으면 일단 읽고 본다.



232. 캔 키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이 책을 정의하노니, 율법의 개들과 가망 없는 전투를 치르다 죽어간 전사의 초상, 이라고 5년 전 독후감에 쓴 적이 있다. 자본주의 또는 현대라는 체제 안에서 길들어 체제를 유지하는 도구가 되어버린 현대인을 작가는 컴바인이란 기계로 비유를 하고, 이들이 사회를 통제, 획일화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간혹 보이는 불복종 인간들에 대한 대응 방식은? 그것이 한 정신병원을 통해 밝혀진다. 범죄를 저지르고 자신이 정신병자라는 이유로 교도소 대신 정신병원 입원 조치를 받은 주인공의 온갖 자잘하고 본능적이고 그래서 정신병원이란 체제에 반항적인 행동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전두엽 절개라는 형벌로 마감한다. 지구는 언제나 공처럼 생긴 구체로 태양을 공전하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다시 저 먼, 지구가 평평했던 시절로 회귀하기도 한다.

 


237, 357. 에벌린 워, <한 줌의 먼지>,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

 

  이 해학과 골계, 유머 코드로 무장한 에벌린 워를 읽을 수 있는 건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가 유일하다. 지질한 남자라고 괜찮은 여자 만나지 말라는 법도 없고, 영국의 귀족이자 전쟁 영웅이 전쟁이 끝난 후 돌아오는 대신 처자식 버리고 타국에서 살림 차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어차피 세상은 요지경 속이니까. 에벌린 워는 초기작과 후기작의 성격이 갈려서 초기는 해학과 유머가 난만한 반면 후기로 가면 작품이 좀 장황해지면서 진중한 면이 있다고 한다. <한 줌의 먼지>가 네 번째 작품으로 초기작이라고 한다면 <....브라이즈헤드>는 후기작으로 장황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직 워의 작품을 읽기 전이라면 <한 줌의 먼지>부터 골라 일단 그의 작품 속 경향과 재미를 경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246, 331, 332.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사랑할 때와 죽을 때>, <개선문>

 

  레마르크의 대표작을 꼽자면 이 두 편과 함께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친다. 세 작품 공히 어디 내 놔도 조금도 빛이 바랠 전쟁문학이 아니다. 동시에 반전문학이다. 남성적인 글쓰기로 맥을 툭툭 잡아나가는 실력 말고도, <사랑할 때...>에선 여성의 심리마저 세심하게 묘사하는 레마르크. 학창시절 밤을 새워가며 문고판 <개선문>을 읽던 추억의 작가로 각인되어 있지만, 추억이라는 분식이 아니어도 작품 자체의 감동,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속에서 긴박한 사랑 이야기에 어느 누가 있어 읽기를 그만 둘 수 있겠는가. 레마르크의 작업은 직접 전쟁을 다룬 소설 군과 소위 망명한 사람으로의 망명문학 군으로 나눌 수 있으니, 이 두 작품은 각기 다른 소설 군에서 대표적인 작품이라 세계문학 시리즈에서의 배치도 절묘하다 하겠다. 다만 나머지 한 편의 명작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선택에 신중을 기하시라. 형편없는 교정, 교열을 한 책이 유명 출판사에서 나와 시중을 떠돌고 있으니.



254. 미하일 불가코프, <거장과 마르가리타>

 

  이 재미있는 걸작은 내용이 하도 들쭉날쭉, 천방지축이라 어느 번역을 읽어도 성미에 차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 현재 <거장과...>를 완역해 팔고 있는 유명 출판사만 해도 네 군데다. 근데 자신이 읽은 책에 만족하는 독자를 나는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이 책 속에 온갖 은유와 상징과, 우화와 비판과 자조 등이 출몰한다. 이 많은 갈래 길 속에서 책을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읽는가는 전적으로 독자 마음대로다. 나처럼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사탄/마녀라면 그걸 곧이 믿으면서 읽을 수도 있고, 모스크바 하늘을 배회하는 공포의 소비에트 비밀경찰로 읽고 싶으면, 그러면 된다. 평생 소설가보다 극작가, 연출가로 이름이 높았던 미하일 불가코프는 이 작품 말고도 <개의 심장>이니 <모르핀>이니 하는 짧은 소설도 남겼지만, 그의 극작품을 포함해 가장 읽을 만한 것이 이 <거장과 마르가리타>이리라. 진짜 걸작.
 


255, 256, 264. 에두아르도 멘도사, <경이로운 도시>, <사볼타 사건의 진실>

 

  바르셀로나 출신 작가가 바르셀로나를 무대로 쓴 추리소설, <경이로운 도시>. 초판 출간 시기가 늙은 프랑코 시절이라 차마 내전시기와 카탈루냐의 정체성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없어 무대를 1888년과 1929년에 있었던 두 번의 만국박람회, 요새 말로 엑스포에 초점을 맞추었다. 모든 것이 좀 어리석었던 시절, 한 스페인 촌놈이 갖은 거짓과 사기와 폭력과 음모를 써서 어떻게 해서든지 입신양명해보자는 꿈을 그린 <경이로운 도시>. 바르셀로나. 전쟁 중에 무기를 팔아 백만장자가 되지만 노동자들의 분배 요구에 백골단을 기용해 극단적 탄압으로 맞서는 사볼타 영감이 로얄 살루트 한 잔을 들고 깊어가는 밤을 바라보고 있다가 창문을 뚫고 들어온 총탄에 맞아 절명한 사건을 그린 <사볼타 사건의 진실>, 공히 다른 건 다음으로 하고, 재미 하나는 두 번째 자리에 서 있기 싫을 것이다.



260, 261. 마거릿 애트우드, <눈먼 암살자>

 

  민음사 세계문학에 유일하게 들어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 그의 명성에 비하면 시리즈가 좀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민음사 시리즈에 듦으로 해서 아직 애트우드의 맛과 멋을 알지 못하는 독자에게 얼마나 재미있는 작가인지 알려주는 역할도 톡톡히 할 터. 나도 그 가운데 한 명임을 굳이 고백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역자는 차은정. 차 선생의 번역이 대개 깔끔하고 매끄러운데, 이 책은 어째 오탈자와 잘못 인용한 한자어, 비문의 향연을 벌였다. 차은정이 별일이다. 그래 어쩔 수 없이 책의 문장에는 신경 쓰지 말고 스토리 중심으로 독서를 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만 1990년대 말, 팔십 세가 넘은 노파가 과거를 되돌아보는 형식의 소설이, 놀라울 만한 반전을 준비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나를 포함한 대개의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곧바로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았으리라....까지 썼다가 다시 생각하니 요즘엔 <시녀 이야기>를 제일 먼저 읽고 애트우드를 시작하더라고.



26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뒤렌마트 희곡선>

 

  뒤렌마트 역시 민음사 세계문학 레이블 가치에 의하여 그의 작품을 읽어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뒤렌마트, 이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진 스위스 아저씨는 두 말 할 필요 없는 당대의 천재로 이 책엔 대표작 <노부인의 방문>이 <물리학자들>과 함께 들어 있다. <노부인의 방문>으로 말하자면 첫사랑을 두고 도시를 떠나 이제 몇 명의 어마어마한 백만장자들의 과부로 막대한 돈을 갖고 귈렌 시에 도착하는 이야기다. 그녀의 첫사랑이자 두 딸 아들의 자상한 아버지이자 선량한 여자의 온화한 늙은 남편인 첫사랑 알프레드 일을 누가 죽여주기만 하면 다 망해가는 귈렌 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다시 옛 영광을 일으키겠다고 약속하면서. 이런 아이디어가 어디 쉽게 나오는 것인가. 그러니 뒤렌마트를 근현대 스위스의 천재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것. 이 책을 읽기만 하면 저절로 뒤렌마트의 팬이 되기가 십상이다. 나도 이걸 읽고 뒤렌마트의 다른 작품을 채집하기에 이르렀다.



328. 앙드레 말로, <정복자들>

 

  <인간조건>과 마찬가지로 중국 혁명을 배경으로 한 흥미진진한 혁명 이야기. 고등학생 시절에 읽은 <인간조건>의 새 번역을 그토록 기다려왔다 지쳐버려 결국 동서문화동판에서 나온 걸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사실 그것도 나쁘지 않았던 것이 <인간조건>이 <왕도>와 함께 수록되어 있었던 것. 그래서 나는 <인간조건>, <왕도>, <정복자들>로 구성되는 말로의 아시아 삼부작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백미는 비밀경찰에 의하여 체포된 혁명가들을 사형에 처하는 방식. 저 먼 전한시대에 한신을 죽였던 방법을 1920년대 중반에 그대로 이용한다. 펄펄 끓는 커다란 가마솥에 퐁당 빠뜨려 죽이는 것. 기껏해야 섭씨 백도에도 미치지 못해 숨이 넘어가기까지 고통에 몸부림쳐야 하는 일을 앞에 놓고, 품엔 오직 한 명만 사용할 수 있는 청산가리가 있어, 순식간의 죽음이란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을, 옆에서 와들와들 떨고 있는 동료에게 넘기는 순간이리라. 마치 <인간조건>에서 모기장 속에서 잠에 빠진 퉁퉁한 남자를 향해 권총을 발사하려는 찰나 같은 긴박함. 역시 말로의 진가는 혁명 속에 있다.



339. 응구기 와 시옹오, <피의 꽃잎들>

 

  이 책과 <십자가 위의 악마>, <한 톨의 밀알>을 읽어보았다. 세 권만으로 따지면 그를 계속해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책이 <피의 꽃잎들>이라 생각한다. 작품의 기본은 아체베의 <사바나의 개미언덕>과 비슷한 풍경. 작가의 고국인 케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아프리카는 이제 정치적인 독립을 맞았지만 유구한 내력을 자랑하는 매판자본 재벌과 부패한 공무원, 정치가들로 인해 대부분의 농민, 도시노동자, 일부 지식인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와 문화는 아직도 옛 식민 모국에 의하여 좌지우지되는 상황. 정확하게 신식민주의 체제로 전락한 형국이다. 과거 독립운동과 반독재 투쟁에 앞섰던 젊은이들은 자신이 권력의 핵심 근처에 앉자마자 예전에 자신들이 온몸을 불사르며 타도하고자 했던 개 같은 정치인과 정확하게 똑같은 인간으로 변해버린 땅.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던 진짜 리얼리즘 소설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369, 370, 371. 자우메 카브레, <나는 고백한다>

 

  명작. 15개 언어를 구사하고 능숙하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인문학자 아드리아 아르데볼 박사가 육십이 넘어 게으르고 완만한 사형집행인, 알츠하이머의 손아귀에 들어, 이제 기억이 없어지기 시작한 것을 알아채고 자신의 평생을 적어내리기 시작한다. 치매 노인이 쓴 것이라 글은 15세기에 벌어진 죄 없는 유대인에 대한 고문과 화형에서 갑자기 1950년대로 넘어가 자신이 소년이었을 때, 역시 머리가 좋고 특별히 라틴어에 능숙했던 엄한 아버지 펠릭스 아르데볼과의 일화로 넘어가기도 한다. 심지어 줄도 바꾸지 않고. 아버지 펠릭스의 손에 들어온 ‘비알’이란 이름의 스토리오니 바이올린이 어떤 경로로 아르데볼 가로 들어와 어떻게 떠나가는지를 알아가는 것도 책을 읽는 묘미. 그 속에 중요한 역사적 변곡점이 들어 있으니.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한 여인을 향한 아드리아 아르데볼의 순애보가 작품을 더욱 매력 있게 하는데, 독자여 분량 때문에 겁내지 마라. 첫 장을 넘긴 순간 당신은 헤어나지 못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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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완전히 사적인 감상을 기초로 해서 추천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아마추어 주제에 책을 추천하는 일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잘난 척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말았습니다.

  책의 선정 역시 객관적으로 성가를 누리건 말건 무조건 제 기호에 맞는 작가들만 골랐습니다. 제가 좋아하지 않아 추천 글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작가 및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장 폴 사르트르, <말>
  조지 오웰, <동물농장> 외
  비톨트 곰브로비치, <페르디두르케> 외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픽션들> 외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제인 오스틴, <엠마> 외
  어니스트 헤밍웨이, <무기여 잘 있거라> 외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

 허접한 추천 글 때문에 오히려 명성을 흐리게 될까 우려해서 피한 작가들입니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레프 톨스토이, 미하일 레르몬토프,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 귀스타브 플로베르, 기 드 모파상, 헤르만 헤세, 니콜라이 고골, 안톤 체호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단테 알리기에리, 찰스 디킨스, 조반니 보카치오

 

  작품은 좋지만 나름대로 아쉽게 선정을 하지 않은 책입니다.
  루이제 린저, <삶의 한가운데>
  도리스 레싱, <풀잎은 노래한다>
  헨리 제임스, <아메리칸>

 알랭 로브그리예, <질투>
  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아들과 연인>, <무지개>
  외젠 이오네스코, <대머리 여가수>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토머스 하디, <이름 없는 주드>
  존 치버, <왑샷 가문 연대기>, <왑샷 가문 몰락기>
  게오르그 뷔히너, <보이체크, 당통의 죽음>



  다른 출판사 책을 읽어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좋은 작품들입니다.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채털리 부인의 연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알프레드 되블린,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헨리 제임스, <여인의 초상>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알랭 푸르니에, <위대한 몬느>
  나지브 마흐푸즈, <우리 동네 아이들>
  이디스 워튼, <이선 프롬>

  이제 또 한 5년 흐르면 추천 목록을 바꾸게 될지, 이번이 마지막일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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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2-18 0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폴스타프 장렬히 전사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2-18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나저나 어제 마누라 님께는 안 혼나셨나요? 케케케케케케 (이 웃음의 의미는?)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2-18 09:53   좋아요 2 | URL
흑흑...
아닌 거 뻔히 알면서 장난친다고, 혹시 당신이 쓴 거 맞아?
물어봤다가 그제야 읽어본 마누라한테 줘 터졌습니다. ㅠㅠ

잠자냥 2021-02-18 10:0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제가 줘 터지게 만들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2-18 11:40   좋아요 5 | URL
헉! 저만 몰랐나요? 저는 진짜 폴스타프님 아내되시는줄...ㅋㅋㅋ

잠자냥 2021-02-18 1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 다시 도전해야겠습니다. <한줌의 먼지>는 정말 좋았거든요.
<거장과 마르가리타> 저는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었는데, 정말 무슨 소리인지...ㅠㅠ 좋긴 좋은데 무슨 소린지 참 더 알고 싶다!!! 외쳤던 작품입니다.
<뒤렌마트 희곡선> 읽으면 팬이 될 거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ㅎㅎ

이 긴 리스트를 읽다 보니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폴스타프 님은 그러하면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 중에 읽지 않은 책은 없나요??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읽어서 안 읽은 게 아닌, 진짜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패스한 책이요.

Falstaff 2021-02-18 10:56   좋아요 3 | URL
있습니다!!
괴테, 솔제니친, 파스칼, 단테(신곡은 읽었고요), 보들레르, 마크 트웨인, 실러, 사르트르, 하루키 태엽감는 새.... 이들의 책 일부, 근데 몇 권 안 되긴 하네요.
웃긴 건, 싫어하면서도 제인 오스틴은 다 읽었다는 거. 아참, 한 권 빼고요. ㅋㅋㅋ

다락방 2021-02-18 1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거장과 마르가리타>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선물 받은 책이라서 읽자, 읽자 이러고 다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는 다 읽었다는 만족감만 남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아놔 ㅋㅋㅋㅋ

오늘은 딱히 읽은 책은 별로 없는데 제가 ‘사둔‘책은 몇 권 보이네요. 이선 프롬을 저렇게 곁다리로 끼워주신게 서운합니다 ㅠㅠ 그렇지만 괜찮아요. 제가 조만간 이선 프롬 다시 읽고 거침없이 페이퍼 쓰겠습니다. (언제?) 네,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끝났군요, 이 시리즈...

Falstaff 2021-02-18 10:5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이선 프롬은 문예출판사던가 다른 시리즈로 읽어서요.
페이퍼 기대하겠습니다. 그거 순식간에 읽을 수 있어요. 얼른 읽고 페이퍼 쓰세요!!!

다락방 2021-02-18 11:03   좋아요 2 | URL
저도 문예출판사였나 거기 책으로 읽었는데요 민음사 책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거든요. 그런데.. 아직 안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곧 사서 곧 읽을게요. 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1-02-18 1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퐐스타프님 민음사 찐팬 인증 !! ㅋㅋ
명페이퍼 시리즈 써주셔서 캄솨~*
퐐스타프님에게 모닝 커피 한잔 놓고 가여 ㅋㅋ

/}__/}
( • ▼•)☕️

Falstaff 2021-02-18 11:07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맛있게 마실께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1-02-18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통해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여러 사람 괴롭힌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Falstaff 2021-02-18 11:09   좋아요 2 | URL
읽는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읽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읽기도 하고, ㅋㅋㅋㅋ 근데 재미없으면 그 짓도 안 하거든요.
저도 다른 출판사 책을 여러번 뒤져봤습니다. 근데 마찬가지래요. ㅋㅋㅋ

coolcat329 2021-02-18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폴스타프님 <이선 프롬> 리뷰 읽고 샀는데, 그걸 읽기 전에 <순수의 시대>를 꼭 읽어야만 할거 같아서 안 읽고 있어요. 근데 <순수의 시대>를 너무 욕하셔서 ㅋㅋ 제가 이 선입견을 지울 수가 없네요.ㅋㅋㅋ그래도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이라 읽어야만 할 거 같은데 자꾸 폴님이 떠올라서...🤣

Falstaff 2021-02-18 12:25   좋아요 3 | URL
그거 백퍼 내 생각이예요. 동의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습니다. ㅋㅋㅋㅋ
미국 사람들은 <순수의 시대>를 격찬하더라고요.

잠자냥 2021-02-18 12:28   좋아요 3 | URL
저는 이디스 워튼이라고 하면 <이선 프롬>>>>>>>>>>>>>>>>>>>>>>><순수의 시대> 입니다. 순수의 시대 읽으면 이디스 워튼 더 읽고 싶어지지 않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선 프롬을 읽으면 이디스 워튼의 모든 작품이 궁금해집니다.

폴스타프 님과 의견이 비슷하죠? ㅎㅎ

Falstaff 2021-02-18 12:32   좋아요 3 | URL
<순수의 시대>에 관한 소감이.....
그거 백퍼 내 생각이예요. 동의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습니다. 잠자냥님 빼고요.

다락방 2021-02-18 15:14   좋아요 2 | URL
저는 순수의 시대 먼저 읽었고 순수의 시대 좋아하지만 이선 프롬이 훨씬 더 좋아요!!

얄라알라 2021-02-18 13: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 페이퍼를 읽다가 중간에 검색, 다시 읽다가 검색^^ 심지어 첫 단어 비트문학도 검색 ^^;;
소개해주신 보물들 다는 못 읽어도, 마음에 꼭꼭 담아두고 갑니다! 잭 니콜슨의 리즈 사진도 놀라워서눈 속에 담아갑니다 ^^

Falstaff 2021-02-18 14:12   좋아요 3 | URL
아이고, 이렇게 정성들여 읽으시는데, 함부로 추천 글을 써서... 막 송구스러워집니다. 에고, 에고.... ^^;;

청아 2021-02-18 14: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팔스타프님! 3번다 너무 좋았는데 열린책들이나 동서문화사 등등 다른 출판사 추천 목록도 혹시이렇게 함 페이퍼 가능하실지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 👉👈

coolcat329 2021-02-18 14:47   좋아요 3 | URL
하하 어쩜! 미미님 저도 열린책들 문학동네 을유 대산 다 이렇게 좀 하실 계획은 없으신지 그 부탁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ㅋㅋ

청아 2021-02-18 14:5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그래요? 저 계속 고민하다 😳😆

Falstaff 2021-02-18 14:50   좋아요 4 | URL
아, 열린책들도 쓴지 4년이 됐군요. 그것도 다시 쓸 때가 되긴 했는데, 이런 글 쓰는 게 함 해보니까 아주..... 어렵다고 하면 티내는 거 같아서..... 쉽지 않더라고요.
에휴. 좀 쉬고 생각해보겠습니다. ㅋㅋㅋ
그리고요, 동서문화사는 1미터 조금 넘게만 읽었습니다. 그 회사가 합법적으로 저작권료를 내지 않거든요. 뭔 말씀이냐 하면, 옛날 번역이란 뜻입니다. 그래 웬만해선 거기 책을 선택 안 하거든요.

Falstaff 2021-02-18 14:53   좋아요 3 | URL
대산세계문학총서 추천 글입니다.
https://blog.aladin.co.kr/729554277/11718313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추천 글입니다.
https://blog.aladin.co.kr/729554277/11516562

ㅋㅋㅋㅋㅋ 좀 창피하기도 하고 뭐 그렇군요. ^^;;;

청아 2021-02-18 14:55   좋아요 3 | URL
그럴꺼 같아서 (저는 한권 읽고 쓰는 페이퍼도 몇시간이거든요)망설였어요~일단 3회에 걸친 내용들도 안읽은 책이 많아 든든합니당 헤헷!

coolcat329 2021-02-18 15: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기존의 추천 책들만으로도 저는 정말 배부릅니다. 근데 이런 페이퍼 엄두도 못내는 저는 왜이리 재미있는지요~^^

Falstaff 2021-02-18 16:03   좋아요 3 | URL
재미있다 하시니까 어깨가 으쓱으쓱 거리는 걸요! 자동입니다, 자동. ㅋㅋㅋㅋ

GoldenSlumber 2021-02-21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의 리뷰 덕분에 <나는 고백한다> 3권까지 동네서점서 질렀습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제 인생소설로 손꼽는 작품인데 윗분들 댓글을 보니 역시 취향은 제각각이군요.

Falstaff 2021-02-22 09:19   좋아요 1 | URL
그럼요, 취향이 전부 똑같으면 지루해서 어떻게 삽니까. ㅋㅋㅋㅋ
<나는 고백한다>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독서괭 2021-07-21 14: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목록에서 빼버리신 책들 중에 갖고 있거나 읽은 게 더 많네요 ㅋㅋ 추천해주신 책들을 부지런히 담아놨습니다. 언젠가는 읽겠죠^^; 좋은 페이퍼 감사합니다.
 

 

91, 365. 미셸 트루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마왕>

 

  둘 다 의미심장한 책. <방드르디...>는 금요일, 방드르디vendredi라는 이름의 흑인 청년이 주인공이다. 그럼 조연은? 당연히 로빈슨 크루소. 근데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고립되는 장소가 대서양인 반면에, 크루소 씨와 방드르디의 장소는 태평양인 것이 차이가 난다. 그것만? 당연히 아니지. 이 책이 흥미로워 나는 읽기를 마치자마자 예전 소년용만 읽은 <로빈슨 크루소>를 정식으로 읽어보기 위해 펭귄 시리즈를 사서 읽었을 정도다. <마왕>은 거대한 몸집을 지닌 성기 왜소증 환자가 저 동프로이센 벌판에 구름 같은 말을 타고서 아이들을 채집하는 이야기에 갖은 우화적 요소를 다 가져다 붙인 명작.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라면 당연히 <마왕>을 고르겠지만 <방드르리...>역시 빼어난 작품이다.



116, 117. 조셉 콘래드, <로드 짐>

 

   콘래드, 하면 누구나 <어둠의 핵심>을 꼽겠지만, 나는 그리 흥미롭게 집중해서 읽지 못했다. 반면에 <로드 짐>과 대산세계문학에서 출간한 <비밀요원>은 재미있게 읽었고, 특히 <로드 짐>이 더 그랬다. 콘래드가 폴란드 태생이지만 영국 작가로 분류하듯이, 전형적인 영국 스타일이다. 동남아시아에서 낡은 기선이 조난당할 때, 짐이라는 이름의 간부선원이 마치 세월호 선장과 간부 나부랭이 선원들처럼 승객의 안위 따위야 나 몰라라 한 채 구명정을 타고 탈출한다. 승객들? 천만 다행으로 침몰할 줄 알았다가 간신히 구조된다. 하지만 이 일로 자격증을 박탈당한 짐은 말레이 반도 정도로 짐작할 수 있는 오지에 정착하게 되는데, 원주민이 보기에 피부가 흰 것이 마치 하느님 바로 아래 수준인 것 같았다. 그래서 짐이 로드, 즉 우리의 주님load, 짐이 되는 것. 짐의 고뇌는 명예라는 것이 무엇인가로 귀착되고, 그래서 영국스럽게 풀린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재미로 읽어도 충분히 좋다.



128, 129. 헨릭 시엔키에비츠, <쿠오바디스>

  이토록 재미있는 줄 모르고, 숱하게 본 크리스마스 특별 방영, KBS 명화극장을 통해 본 동명의 더빙 영화로만 만족해왔다. 내용이야 물론 영화와 다를 이유가 없지만 그깟 세 시간의 러닝타임에 불과한 필름으로 어찌 이 매력적인 콘텐츠를 대신할 수 있겠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일독을 권한다. 나도 비기독교인, 그걸 넘어 유물론자이지만, 종교와 관계없이 대단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영화에선 로버트 테일러가 분한 주인공 비니키우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책으로 읽을 때는 약간 핀트를 바꾸어 주인공의 외삼촌이자 역사상 최초의 소설가였다는 페트로니우스의 촌철살인만 따라가도 본전을 뽑는다. 그러나 역시 종교소설이니만큼 초기 기독교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아두는 것도 매우 좋은 일임은 분명하다.



139, 140, 141, 240. 존 바스, <연초 도매상>, <키메라>

 

  분명히 포스트 모더니스트인데 어떻게 책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바스는 이제 소설로 쓸 소재는 다 떨어졌다고 선언하고, 이제까지 만들어진 것들을 여러 형태로 변주한 작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번역해 나온 책이 이 두 종밖에 없어서 아쉽다. 게다가 두 책이 진짜 재미있으니 말이지. 예를 들어 <키메라>에서는 셰헤라자데 왕비에 의한 천일야화도 사정없이 비틀어버린다. 당시 샤리알 왕이 왕비와 결혼하고 하룻밤이 지나면 죽여 버린다는 건 다 아시겠지만, 동생 두냐자데와 함께 왕의 침소에 든 셰헤라자데는 타임머신의 도움으로 얻은 20세기 <천일야화>를 이용해 샤리엘 왕의 광기를 말끔하게 제거해버리는데, 어떻게인지는 차마 말할 수가 없네. <연초 도매상>도 무수한 블랙 코미디 속에서 정신없이 길을 잃는 동안 순식간에 책 세 권을 다 읽어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142, 143. 조지 엘리엇,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지금 시중에 민음사가 조지 엘리엇의 <미들 마치>를 번역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미들 마치>가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작품이라고 영국의 영문학자들이 판단을 했다는 걸 먼저 얘기해야겠다. 그러니 만일 민음사가 정말로 출간을 한다면, 두 번 돌아보지 말고, 한 다섯 권 가량으로 나올 거 같은데 그래도 사서 읽어보시라. 나는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하나만 가지고 조지 엘리엇의 팬이 됐다. 그래 <다니엘 데론다>와 <미들 마치>까지 다 읽어 치웠다.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단단한 여류작가. 사람과 선함을 믿지 않으면 이런 작품을 쓰기 어려울 듯하다. 이이가 만든 물방앗간의 사람들은 강건하고 굳세고 근면하며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있는 여성.



160. 엔도 슈사쿠, <깊은 강>

 

  이이는 일본인으로 천주교 신자다. 그래 <바다와 독약>, <바보>등 그의 책이 보이는 대로 읽어보았다. 작품 이름은 거론하지 않겠지만 다른 기독교인들이 쓴 책들과는 차원이 다른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의 전적으로 기독교 주제를 다루는 작가 가운데 내가 유일하게 줄독서chain-reading하는 사람이 엔도 슈사쿠. 그의 마지막 작품이 <깊은 강>이다. 갠지스 강. 힌두교인들에게 가장 성스러운 강이며, 죄를 사해주는 강이며, 죽은 다음에 화장을 해 뼛가루가 흘러야 하는 강이다. 이곳에 여행을 떠난 일본인들 이야기. 이이가 언제나 그렇듯이 삶과 죽음과, 행복과 유로지비스러움 같은 달관이랄까, 포용이랄까, 화해랄까, 심지어 기독교도답지 않게 윤회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유의 한 자락을 던져준다. 앞으로도 천착해볼 만한 작가다.



171, 208, 276, 333. 치누아 아체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신의 화살>, <사바나의 개미 언덕>

 

  반식민문학의 기수인 치누아 아체베, 하면 소위 아프리카 삼부작이라 일컫는 <모든 것...>, <더 이상...>, <신의...>를 이야기한다. 삼부작은 아프리카인들이 사는 땅에 처음 백인이 도착하고, 교회를 짓고, 군대가 들어오고, 지배하고, 자식들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고, 그들이 식민모국을 위해 일을 하며 옛 아프리카를 우습게 알다가 결국 식민지 아프리카인들의 종언을 고하는 순서가 된다. 그러다 <사바나의 개미 언덕>에 오면 드디어 해방이 온다. 식민지를 침탈하던 유럽인이 물러가기는 했지만 경제, 문화적으로 여전히 식민 상태와 다름이 없고, 느닷없이 등장한 독재정권에 아프리카는 분열하고 탄압받으면서 반half 식민지 형태로 전환한다. 이런 모습을 나이지리아에서 직접 목격하고, 비아프라 공화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해본 아체베가 정확하게 집어낸 작품.



174, 175, 181, 182.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

 

  <분노의 포도>에서는 공산주의자 또는 강성 사회주의자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반면, <에덴의 동쪽>은 또 엉뚱하게도 기독교적 원죄에 입각한 사람살이의 어려움을 그렸다. 나는 <분노의 포도>가 조금, 아주 조금 더 좋지만 <에덴의 동쪽> 역시 수작 중에 하나라는데 다른 뜻이 없다. 때는 대공황 시기. 가뭄이 들어 오클라호마를 떠나야 하는 농부 가족이 몇날 며칠을 걸려 도착한 캘리포니아엔 숱하게 모인 유민들로 인해 생각하지도 못한 저임금의 늪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자발적인 조합운동이 시작되는,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반공주의 나라 미국. 그러니 그 어려움이란 말로 하지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람에 대한 애정, 즉 진정한 인류애에 입각한 가족의 지도자, 어머니가 만들어내는 마지막 장면은 독자의 누선을 매캐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178, 235, 236. 아이리스 머독, <그물을 헤치고>, <바다여, 바다여>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아이리스 머독의 매력은, 전혀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농담, 해악, 익살, 심지어 허언까지 모두 써가며 쉬운 작품을 쓴다는 것. <그물...>에선 네 명의 남녀가 서로가 서로를 향하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만 하는 짝사랑들의 난장판을 그렸으며, <바다여...>엔 이미 다 늙어 은퇴한 작자가 저 스코틀랜드 북쪽 끝 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긴 옛 사랑, 지금은 코밑에 검은 수염이 돋은 노파가 된 여인을 좇아, 바람과 추위의 고장까지 이주해버린 이야기다. 두 편 다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책으로 분량이 많아도 그냥 후딱 읽어치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질투는 사랑과 함께 시작하지만, 사랑과 함께 죽어버리진 않는다는 것. 아는 사람은 단박에 이해하실 수 있을 터. 어뗘? 끌리시지?



186, 187. 조지프 헬러, <캐치-22>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주둔하던 미국 전투비행단원 이야기. 말은 이렇게 하지만 미국의 애국시민답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반전주의 작품이다. 그리고 전편에 걸쳐 노골적으로 펼쳐진 요절복통의 만찬. 병사들은 자신의 애인 이름을 붙인 전투기를 몰고 나가 이국의 하늘 위에서 아무 원수진 적 없는 엉뚱한 병사가 쏜 대공포에 맞아 홀랑 타 죽어버리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 어째 말이 좀 그렇지? 죽어버리기가 죽기보다 싫다니. 그렇다. 죽음의 공포야말로 진정한 반전의식의 씨앗이다. 그리하여 가장 호소력 있는 반전소설이 될 수 있는 법. 용감무쌍하다고 알려진 미국 공군 조종사들의 유일한 영웅은 비행기를 몰고 출격한 김에 독일 땅을 넘어서 스웨덴까지 가 직접 망명요청을 한 탈영병. 전쟁을 피하기 위해선 탈영이라도 하란 말씀. 정말 재미있고 요절복통의 도가니지만, 군대 이야기이니만큼 마초 분위기는 도저히 숨길 수 없는 게 흠.



190, 191, 207, 251. 랠프 앨리슨, 클로리아 네일러, 앨리스 워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쓴 작품들. <보이지 않는 인간>,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 이 세 작품, 네 권이 총 374권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자리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가 쓴 소설. 민음사 전집에 이들의 다양한 작품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이건 에밀 졸라가 쓴 루공 마카르 총서가 하나도 없다는 것과 더불어 매우 아쉬운 일이다. <보이지 않는...>은 브루클린의 좌파단체 안에서조차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흑인, <브루스터플레이스...>는 뉴욕 슬럼가의 한 빌딩에 모여 사는 흑인 여자들의 결핍된 삶 속 흑인 여자들의 페미니즘과 동성애, <그레인지....>는 누적된 흑인들의 곤고한 삶에 관한 고찰이다. 특히 글로리아 네일러의 <브루스터플레이스...>는 강력 추천.



195, 196.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벨기에 출신의 작가가 미국에서 완성한 프랑스어 작품. 자기 글에 깐깐하기로 이름 난, 그래서 학생들에겐 악명 높은 서울대 명예교수 곽광수 번역이다. 소위 옛 로마제국의 현명한 다섯 황제 가운데 세 번째 인물로, 주로 남쪽지방 원정과 미소년과의 사랑을 즐겼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자신의 세손, 오현제 가운데 마지막이 될 아우렐리우스 황제에게 내린 가르침을 적은 책. 이렇게 얘기한다고 실화라고 믿지 마시라. 엄연하게 픽션. 유르스나르는 이 책을 쓰기 위해 30년의 준비기간을 두었다고 한다. 물론 그동안 전부를 이 책의 준비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겠지만. 만일 당신이 사랑하는 자식들 혹은 손녀, 손자들에게 들려줄 것을 말을 조리 있게 할 자신이 없어 머뭇거린다면, 대신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시라. 삶과 죽음과 사랑과 세상에 관한 진지한 사유를 온전히 전해줄 수 있을 터이니. 이 책이 마음에 들면 당연히 <알렉시>도 찾아 읽으실 터. 물론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긴 하지만.



197. 198. 윌리엄 스타이런, <소피의 선택>

 

  명배우 메릴 스트립이 타이틀 롤을 했던 영화로 유명하지만, 원작도 영화만큼 재미있다. 당연히 더욱 상세한 심리묘사와 상황설명이 덧붙어져 있어 훨씬 더 이해하기 쉽기도 하고. 노예를 두기도 했던 남부 출신 작가지망생 스팅고가 뉴욕의 한 집에 세 들어 만나고, 친해지게 되는 네이선과 소피 커플. 네이선은 유대인, 소피는 폴란드에서 유대인 말살의 이론적 배경을 만들어 나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교수의 딸. 배경부터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커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광로 같이 뜨거운 사랑을 하고, 그것보다 더 뜨겁게 질투를 하기도 하면서 서로를 망가뜨리는 동시에 의지한다. 도대체 이들에게 어떤 과거가 있었을까. 이 책이야말로 읽어봐야 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책 가운데 백미는 “어떤 선택.” 나는 도저히 이것이 무슨 선택인지 가르쳐드릴 수 없다. 

 

 

*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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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2-17 11: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어제와 비교하면 제가 읽은게 거의 없다시피 하네요. 심지어 이런 것도 있었어? 하는 책들도 많이 보이고요. 아, 역시 읽어도 읽어도 책의 세계는 너무나 넓은 것입니다.

잠깐 다른 의견 혹은 감상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언급하신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을 너무 싫어합니다. 그래서 재작년인가 엄청 빡쳐하며 포스팅을 하기도 했죠. 남자 작가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분노의 포도 재미있고 의미있고 짚어야 할 거 짚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남자는 혁명으로 세상을 구할 때 여자는 젖으로 세상을 구한다니, 정말 싫은 결말이었어요. 제가 이거 읽고 너무 놀라서 이 책에 대해 엄마에게 말해줬거든요. 엄마라면 나한테 그렇게 시키겠냐고. 엄마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하셨어요. 실제로 여성들이라면 자기 딸에게 시키지 않을 일을, 남자 작가는 숭고하게 포장해서 책에서 해냈죠. 제가 정말 싫어하는 결말입니다. 제가 당시에 너무 화나서 포스팅 했을 때 여러분들이 댓글 달아주시더라고요. 자신들도 그 결말을 너무 싫어한다, 불편하다고요. 저는 그것을 인류애로 보지 않습니다.


오늘 올려주신 책들중에서는 일단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기다려볼거고요, 소피의 선택은 구매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소피의 선택이 그런 내용인줄 전혀 몰랐어요. 영화도 안봤거든요. 영화와 책이라면 무조건 저는 책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물론 드물게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요), 소피의 선택은 일단 무조건 책으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질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후훗. (구매로 이어지지는 말아야 할텐데요.)

Falstaff 2021-02-17 11:12   좋아요 5 | URL
ㅎㅎㅎ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
그거 일종의 뭐라하나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 가물가물하네, 뭐라지요? 하여튼 그것 아닐까 싶었어요. 옥에 갇힌 굶주린 아버지한테 자기 젖 먹여 살린 딸 이야기요. 그림으로도 있잖아요. 그걸 차용한 것이 아마 분명하리라 생각합니다. 자기 작품을 그런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어서 별 생각없이 썼다는데 만 원 겁니다. ㅎㅎㅎ 이거 스타인벡을 위한 변명 아닙니다.
그러니까 스타인벡이 내놓고 뽕짝 한 번 틀어본 건데, 사실 읽는 분은 굉장히 기분 나쁘겠다 싶습니다.
저도 락방님 열받아 마구 욕하시던 포스트 기억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아주 인상깊었어요.
소피의 선택은 둘 다 좋아요! 전적으로 메릴 스트립이, 정말정말 연기를 잘하는데다, 네이선 역의 남주도 아, 말이 필요 없습니다. 메릴이 윈프라 쇼에 출연해서 제가 위에 말한 선택의 장면에 대해 질문을 하니까, 영화의 해당 장면은 생각하기 싫다고, 얼굴을 구겼답니다.
영화 한 번 찍고, 전신에서 힘이 빠져 감독한테 나 더이상 이 장면을 못 찍겠어요, 말했는데 다행히 첫번째 촬영이 OK가 났다네요. 수십년이 흘러도 당시에 몰두한 장면을 생각만 해도 진이 빠지는 거였답니다. 영화도 진짜 볼 만해요!!

페넬로페 2021-02-17 13:17   좋아요 4 | URL
아주 오래전 읽은 ‘분노의 포도‘는 구조적인 관점에서 읽어 무척이나 감명을 받은 책이었습니다. 다락방님을 화나게 한 마지막 구절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그땐 저에게 좋은 책이었어요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지금은 어떤 느낌일지, 다락방님께서 느끼신 부분을 저도 똑같이 느낄수 있을지 흥미로울것 같습니다.
남성 작가들은 여자를 어머니같은 존재로 두고, 이 세상의 구원상으로 놓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페넬로페 2021-02-17 13:18   좋아요 1 | URL
에덴의 동쪽은 그저 ‘제임스 딘‘ 이지요 ㅎㅎ

Falstaff 2021-02-17 13:30   좋아요 1 | URL
저는, 남성 작가라서 그런 결말을 냈다고 하시니까 도무지 반론을 펼 수가 없네요. ㅋㅋㅋ (진지모드) 진짜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러면서도, 며칠 전에 독후감 올린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에서도 토카르추크가 여주인공의 개 두 마리를 죽인 복수로 동네 유지급 인사 네 명을 죽이는 것이 나오잖아요. 그게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는다는 말입지요. 사회적으로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지만.
그때 제가 문학적 책읽기와 사회적 책읽기로 구분해야겠다, 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도 문학적 독서와 여성주의적 독서로 구분해서 읽는 것이 어떤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책을 읽을 때부터도, 수없이 많은 화가, 조각가들에 의하여 형상화된 시몬과 페로 이야기를 저절로 떠올렸거든요. 그래 생각의 초점이 저절로 옛 이야기에 맞춰졌습니다.
근데 분명한 건, 책, 소설이야말로 읽는 사람 마음대로 라는 것. 그 장면이 재수없다, 그러면 재수 없는 겁니다.

김수영 선생은 꼭 제임스 딘을 제임스 띵, 이라고 시에 쓰곤 했던 기억이.... ^^

막시무스 2021-02-17 15:16   좋아요 2 | URL
저도 다락방님께서 지적하신 <분노의 포도> 끝 부분에 대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해하지만, 꼭 그래야 했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팔스타프님께서 댓글에 남겨 주셨듯이 작가는 그 장면에서 서양화 <시몬과 페로>에서 차용한 듯 합니다. <시몬과 페로>는 로마시대의 효심을 주제로 한 이야기로 서양인들에게는 유명한 주제인지 루벤스 등 많은 서양화가들이 <시몬과 페로>를 미술, 조각등의 작품으로 남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는 서양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 소재를 활용해서 이 소설의 주제를 제시하면서 가족간의 효심 수준의 사랑을 인류애 수준인 자비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로 쓴 것 같은데,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었던게 불편했고 표현도 지나치게 과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서양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지 궁금해 지기도 하네요!

scott 2021-02-17 1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퐐스타프님 이왕이면 오타지뢰밭 민음사 세계문학 1-2편도 ^ㅎ^

Falstaff 2021-02-17 13:16   좋아요 4 | URL
아이고, 그거 함부로 썼다가는, 저역자들이 몰려와서 비밀 댓글 달고 마구 뭐라고 지랄하고, 야단치고, 염병을 하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말도 못합니다. ㅋㅋㅋㅋ

hnine 2021-02-17 13: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몇년째 생일선물로 남편에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조금씩 조금씩 요청해서 받고 있는지라 일단 집에 있는 책들이 눈에 많이 띄어서 좋네요. ^^
Falstaff님은 작품 내용은 물론이지만 늘 작가의 생애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번역의 충실도에 대한 언급도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어요.
이 많은 책들을 언제부터 이렇게 많이 읽으셨을까 존경스럽습니다. 책과 반주 (^^), 그리고 또 좋아하는게 있으신가요?

Falstaff 2021-02-17 13:21   좋아요 6 | URL
아이고, 이렇게 얘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쨌거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해주시니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
흠... 전 음악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집에 CD가 한 2~3천 장 정도 있습니다. 오페라가 천7백, 기악과 성악이 8백, 가요/팝/재즈/블루스/세계음악이 3백 정도 됩니다.
이 가운데 한 5백 정도는 불법 복사물이고요. 아직 버리지 못해서요. ^^;;;
음악을 좋아하지만 책 읽기를 조금 더 좋아하고, 왕창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책보다 마누라가 조금 더 좋고, 마누라보다는 술이 조금 더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 답글 마누라가 보면 안 되는데...

얄라알라 2021-02-17 13: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제 인생의 책을 가장 앞에서 소개해주셔서 업 되서 읽었습니다!!!! 다만, 읽은 책으로 다섯 손가락 채우기가 힘이 들어서, 쪼그라듭니다^^;;;

Falstaff 2021-02-17 13:31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까. ㅎㅎㅎ 고맙습니다.

폴스타프 마누라 2021-02-17 13: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당신 오늘 술상 없을 줄 알아!
내일 아침 커피도!!!

Falstaff 2021-02-17 13:32   좋아요 5 | URL
윽!
커피 이야기까지 하는 거 보니까.... 당신 맞네 ㅠㅠ
제발 목숨만은 살려줘. 흑흑흑.....

coolcat329 2021-02-17 1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모든 책들이 다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폴스타프님의 추천글로~ 하드리아누스...쿠오바디스...이런 책들을 읽고 싶게 만드시니 감사합니다 ~ 조지 엘리엇, 엔도 슈사쿠 좋아하시는줄은 알았지만 저 정도 팬이신줄은 몰랐네요. 조지 엘리엇이 눈에 유독 띄네요~ ^^

Falstaff 2021-02-17 13:53   좋아요 2 | URL
조지 엘리엇, 빅토리아 시대 작품입니다. 동시대 여성 작가들 보다 훨씬 강단이 있고 주체적이지만, 흥미진진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미리 염두에 두시면 좋겠네요. ^^

잠자냥 2021-02-17 14: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엔도 슈사쿠에 대한 평은 1000% 동감합니다.
전 존 바스에 편견이 있는 거 같아요. 무지 지루할 거 같은 느낌?! ㅋㅋ
근데 폴스타프 님 믿고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Falstaff 2021-02-17 14:10   좋아요 2 | URL
근데, 이것도 차별인지 모르겠지만....
여성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연초 도매상>은 더 그렇네요.
<키메라> 앞 부분에선 환호했다가도요. ㅎㅎㅎ

coolcat329 2021-02-17 14: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들키셨네요 🤣

Falstaff 2021-02-17 14:11   좋아요 4 | URL
큰일입니다.
갑자기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습니다. 저도 목숨은 아까워서요. 흑흑흑....

막시무스 2021-02-17 15: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방드르디‘를 읽고 나서 철학적으로 뭔가 굵은 한방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고, 다시 한번 재독해야지 다짐했는데 팔스타프님 덕분에 오늘 동력을 얻습니다.ㅎ

한가지 질문을 드리자면, 방드르디를 읽다보면 소설 중간중간에 성에 관한 담론이랄까 작가의 철할 이랄까 이런게 몇 군데서 서술되는데, 이 성 담론이 방드르디 작품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ㅠ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요즘 여러 분들이 좋은 리스트를 올려주셔서 지갑거덜나겠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Falstaff 2021-02-17 15:35   좋아요 3 | URL
엇, 그렇습니까?
방드르디는 읽은지 꽤 오래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인상만 깊게 남았거든요.
저도 다시 한 번 읽어볼까요? ㅎㅎㅎ

막시무스 2021-02-17 15:38   좋아요 1 | URL
제가 연구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ㅎ 즐건 하루되십시요!ㅎ

Falstaff 2021-02-17 15:42   좋아요 1 | URL
ㅎㅎㅎ 고맙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락방 2021-02-17 15:56   좋아요 3 | URL
저는 방드르디를 끝까지 읽지는 못하고 처음 조금 읽다가 말았는데요, 막시무스 님께서 성에 대한 담론이라 하시니까 갑자기 팍, 하고 주인공이 자위하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희미한데, 땅이었나 풀숲에 대고 자위를 하는 장면이었거든요. 그래서 읽으면서도 ‘지금 얘가 자위하는거야?‘ 갸웃했더랬는데, 그런 장면이 뒤에도 수시로 나오는가 봅니다. 성에 대한 담론이라니, 그 때는 지루해서 읽기를 포기했는데 지금 도전한다면 아예 새롭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막시무스 2021-02-17 16:01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께서 말씀하신 부분도 연구해 보겠습니다! 확실히 방드르디는 로빈슨크루소를 뒤집어 읽기 수준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는듯 합니다!

얄라알라 2021-02-17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 맞아요. 향기나는 풀꽃이 피어난 이야기. 기억나네요^^ 다락방님 섬세히 기억하시네요. 저도 막시무스님과 방드르디 다시 읽을까봐요^^

막시무스 2021-02-17 16:07   좋아요 1 | URL
무인도를 혼자서 노저어 가는 것보다, 함께 항해해 가면 더 즐겁겠죠!ㅎ 따듯한 하루되십시요!ㅎ

단발머리 2021-02-17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드르디...>에서 시작하려고요, 저는...
그나저나 그거만 좀 알려주세요. 민음사 세계전집 1부터 마지막 번호까지 집에 다 가지고 계신건가요? @@

Falstaff 2021-02-17 16:53   좋아요 4 | URL
아니예요. 전 전집은 사지 않습니다. 다 낱권으로 장만했고요, 몇 권인지는 안 세어봐서 모르겠는데, 옆으로 죽 세워놓고 6미터 20센티 정도 됩니다.
자랑질이지만.... 한 문장도 빼놓지 않고 산 건 다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비연 2021-02-17 17:07   좋아요 1 | URL
6미터 20센티! ㅎㅎㅎㅎ 와우!

비연 2021-02-17 17: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댓글 달기가 ㅎㅎㅎ
엔도 슈샤쿠의 책은 <침묵>이 좋았는데, 민음사에선 아직 안 나왔나보네요.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제 인생 책 중 하나...
한번 다시 읽어볼까 싶기도.
<소피의 선택>...은..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의 그 선택 장면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장면이죠. 그 표정.... 선택할 때와 하고 나서의 그 표정도.
나머지 책들 여러 권 푱푱 담아 갑니다.
Falstaff님 덕분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쌓여갑니다 허허.

Falstaff 2021-02-17 17:23   좋아요 2 | URL
ㅎㅎㅎ 대신 사시면 꼭 끝까지 다 읽으셔요!
그럼 돈 아깝지 않습니다. ㅋㅋㅋ

옙. 메릴 스트립, 영화 찍고 후유증으로 고생 깨나 했을 겁니다. 감정 들어간 거 쉽게 빠지지 않아서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가운데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소개하고 벌써 4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출간도 더 되고, 저도 더 읽은 바 있어, 지금쯤이면 마땅하게 추천 글을 보완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출간을 해 현재까지 374번까지 발매를 했고, 500번이 목표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적어도 우리나라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는 독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시리즈 번호를 기본으로 작가별로 나누겠습니다. 아무리 유명해도 제가 직접 읽은 민음사 책에 관해서만 평을 하고, 아닌 건 따로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읽었다고 밝히겠습니다. 불멸의 명작이라고 일컫는 셰익스피어, 괴테,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은 오히려 저자의 명성을 흐리는 일이 될 수 있어 추천 글에 넣지 않겠습니다. 앞의 숫자는 세계문학 시리즈 번호입니다.



11, 12, 38, 137, 214.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에서>, <달과 6펜스>, <인생의 베일>, <면도날>

 

  자칭 영국 최고의 2류 작가. 이 말의 진정한 뜻은 셰익스피어는 모르겠고, 하여튼 그 다음은 나, 라는 오만 또는 자존심이나 자긍. 몸의 작품은 일단 시작을 해 놓으면 도무지 브레이크가 잡히지 않는 폭주 열차다. 뻔한 이야기 같은데, 그걸 알아도 책장 넘기기를 멈출 수 없는 매력적인 몰입. 이게 서머싯 몸의 작품을 읽는 가장 큰 이유. 한 작품도 빼지 않고 독특한 캐릭터의 등장인물이 당신의 밤을 빼앗으리니 각오하고 첫 장을 여시라. 그리고 기억하시라. 지금 작가의 모든 작품을 나열한 것이 아니다. 당신이 읽고 나서, 다른 건 모르겠고, 재미 하나는 확실하게 보장할 작품들을 이야기했다는 것을.



29, 234, 243. 밀란 쿤데라, <농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멸>

 

  <불멸>은 쿤데라 덕후께서 청년사에서 1991년에 출간한 책의 번역이 탁월하다는 의견을 주시어 어렵게 구해 읽었는데, 가히 쿤데라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농담>은 데뷔작, <참을 수....>는 그를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르게 한 작품. <불멸>은 내가 선정한 대표작이니 쿤데라는 적어도 이 세 편을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이들은 이 작가를 어떻게 평하는지 별로 관심이 없고, 난 쿤데라를 읽을 때마다 소설 속에 척후병처럼 매복해 있는 유머 코드를 발견하는 것이 대단히 즐겁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 사람 데려가지 않고 여태 뭐 하고 있는지 몰라?



32, 33. 귄터 그라스, <양철북>

 

  63, 64번의 <넙치>, 334번 <게걸음으로>는 읽는 일에 칼로리 소모가 너무 많이 들고, 119번 <텔크테에서의 하루>는 <양철북>과 나란히 놓기에 좀 무리. 바꿔 이야기하면 <양철북> 정도는 가비얍게 해치울 수 있는 분께선 망설이지 말고 저 먼 태초부터 요리를 해왔던 여성들, 아니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넙치>에 도전해도 좋지 않을까 한다. <양철북>,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는 엄혹하고 처참했던 시절을 은유와 넘치는 해학과 익살로 꾸려내는 청년 귄터 그라스의 대담함이 놀랍다. 그런데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하도 오래 전에 읽어, 당시 느낌만 살아있지 세세한 건 기억에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거.



34, 35, 97, 98.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콜레라 시대의 사랑>

 

  마르케스는 민음사에서 출간한 조구호 번역을 권한다. 직역이고, 할 수 있는 한 원작과 비슷하게 긴 문장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려 노력했다는 역자의 주장이, 다른 번역과 비교해보면 믿을 만하다. 나는 오랜 동안 마르케스의 대표작은 조지프 콘래드가 산적 두목으로 찬조출연 하는 <콜레라....>가 <백년...>보다 더 좋다고 떠들고 다녔는데, 이 민음사 책을 읽은 이후로는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라틴 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전범을 마련한 <백년...>은 독자에게 돼지꼬리 달린 아이만 기억하게 만들지 않으며, <콜레라...>에선 한 늙은이의 집념어린 미친 사랑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마술적 환상 속에서.



48, 49, 95, 96. 스탕달, <파르마 수도원>, <적과 흑>

 

  스탕달을 추천 작품 목록에 넣으면 작가에 대한 불경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은 독자들이 <적과 흑>은 소위 청소년 필독서로 읽어본 반면,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서 안드레이가 “울라!”를 외치며 기치를 들고 돌진했던 대 나폴레옹 전투 씬과 “유일한 쌍벽”, 두 개의 완벽한 옥, 어깨를 겨루는 보물, 이라 말할 수 있는 워털루 전투 씬 하나만 읽어도 본전을 뽑았다 싶은 <파르마 수도원>의 일독은 미루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그 무거운 대포를 끌고 알프스를 넘어 1800년 이탈리아의 마렝고에서 극적 역전승을 거두었을 때 참전했던 십대 후반의 청년이 나중에 <파르마 수도원>을 쓰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지. <적과 흑>은 뭐 말할 것도 없고.



51, 52, 271.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하얀 성>

 

  원래 51, 52번은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가 깔고 앉았던 자린데, 이문열의 민음사 전속계약이 끝나는 바람에 모던 클래식 시리즈의 1, 2번을 차지하던 <내 이름은 빨강>이 자리를 대신했다. 난 당연히 모던 클래식으로 읽었으나 같은 역자, 같은 출판사니 이 자리에서 추천해도 무방할 듯하다. <...빨강>과 <하얀 성> 모두 오스만 제국을 무대로 한 작품이지만, 소설의 대상은 완전히 다르다. 민음사 세계문학의 파묵은 이 두 작품으로 대표하는 역사물과, <새로운 인생>,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의 현대물이 있다. 각자 기호에 맞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내가 읽기로 위의 <...빨강>과 <하얀 성>이 조금 더 낫더라는 것. 두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또다른 파묵으로 <눈>을 추천한다.



56, 57, 244, 245. 토마스 만,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파우스트 박사>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은 20대 시절에 쓴 토마스 만의 첫 번째 장편소설. 토마스 만 학회장을 역임한 홍성광의 번역이다. 만, 하면 당연히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마의 산>이지만 이 두 편 역시 상찬해야 마땅하다. <부덴브로크...>는 가문의 4대에 걸친 흥망성쇠를 그린 작품으로 젊은 시절이어서 그런지 고독하고, 우울하고, 심지어 슬픈 분위기가 깔리는데, 이는 일흔 살이 넘어 발표한 <파우스트 박사>에 이르러도 여전히 비슷한 기압골을 형성한다. 그렇다고 작가의 모든 작품이 그러리라고는 단정하지 말 것.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는 결코 그렇지 않고, 비록 미완성 유작이긴 하지만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은 코미디이기도 하다.

 * <파우스트 박사>는 여러출판사에서 출간했으니 다른 회사 책도 감안하시라.



69, 161, 238, 286, 287.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아서 밀러

 

   미국의 근/현대 희곡이 참 대단하다. 우울증 환자를 병원으로 보내는 대신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이야기, 샐러리맨의 죽음은 제외하겠다. 혹시 자본주의의 용광로이지만 대공황을 겪고, 몇 번의 남의 나라 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전쟁 중, 전후 세계경제를 지배한 대가로 시민들의 희생을 요구했던 터라 반작용으로 더 그늘이 깊어서 그랬을까? 나는 미국의 20세기 중반에 쓰인 세 명,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아서 밀러의 희곡을 읽을 때마다 깊은 동감을 넘어 격통을 느끼고는 한다. 깊고 깊은 상실, 백일하에 드러나는 탐욕과 천민성, 한 발 더 나가서 말 그대로, 인간 본성을 어찌 이들보다 더 날것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78, 79, 163, 164. 이사벨 아옌데, <영혼의 집>, <운명의 딸> 

 

  여기에 <세피아 빛 초상>을 합치면 이사벨 아옌데 삼부작이 완성되는데, <세피아...>는 품절이다. 아무쪼록 그것도 세계문학 시리즈로 다시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 출간시기와 관계없이 작품의 내용으로 보면 삼부작의 순서는 <운명의 딸>, <세피아 빛 초상>, <영혼의 집>이 되는데,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그리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책 좀 읽겠다 싶으면 이 삼부작은 다 읽어두시는 게 좋을 듯하다는 의견만 단다. 유럽 출신의 라틴 아메리카 가족사를 다룬 책으로 19세기부터 아옌데 대통령의 집권을 거쳐 피노체트가 권력을 쥐기까지를 다루었다. 이사벨 아옌데가 1970년 사상 최초로 투표를 통해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하였으나 쿠데타 군에 의하여 대통령 궁에서 총에 맞아 죽은 살라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친조카라서 당시 산티아고 시민들의 마음을 기막히게 포착했다.



81, 148, 299. 윌리엄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성역>, <압살롬 압살롬>

 

  독자들의 고정관념 가운데 하나가, 윌리엄 포크너가 어려울 것 같다는 거. 물론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렵다는 말을 쓸 정도는 아니다. 지가 기껏 해봐야 요크나파토파에 있는 제퍼슨 시에서 벌어지는 일이겠지 뭐. 이렇게 짐작하고 읽기 시작하면 80퍼센트는 맞다. 원래 태생부터 미국의 지방주의 작가라고 해도 크게는 틀리지 않지만 읽어보면 매우, 매우 특색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진짜로 죽어 관 속에 누워있는 엄마가 매장지까지 운송되어 가며 하는 말, 살인범으로 몰린 건달 하나를 재판도 없이 엽기적으로 살해하는 이야기, 제퍼슨 시에 정착한 한 가족 등인데, 읽어보면 내용보다 혹시 포크너의 길고 긴 문장 때문에 사람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짐작도 든다. 포크너의 작품을 더 천착하고 싶으면 <소리와 분노>, <팔월의 빛>까지는 달려야 하리라.


*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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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2-16 17: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읽은 거 같은데... 서머싯 몸의 작품은 <달과 6펜스>만 읽었음을 발견.. Falstaff님 추천에 힘입어 <인간의 굴레애서>를 읽어볼까나...

Falstaff 2021-02-16 17:17   좋아요 6 | URL
오, 좋은 선택입니다! 민음사 서머싯은 다 재미있습니다!!

다락방 2021-02-16 17: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의 글에는 언제나 제가 읽지 않은 책들로만 꽉 차있는데, 와, 오늘 페이퍼에는 제법 제가 읽은게 많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제가 서머싯 몸의 책을 달과 6펜스, 면도날, 인생의 베일 세 권이나 읽었네요? 하하하하.
올려주신 쿤데라는 다 읽었고. 으하하핫. 마르케스도 다 읽었고.
읽은게 많아서 막 너무 기쁘네요. 어지간해서는 폴스타프님과 겹치지 않는데요. ㅠㅠ
저는 이사벨 아옌데에 도전하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사벨 아옌데의 책은 에세이만 봤던 것 같아요.

Falstaff 2021-02-16 20:0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도 즐겁고 기쁘네요.
아옌데, 소설도 무지 좋아요. 거의 대부분이 여성이 작품을 진행시키는 것도 락방님의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는 걸요. ㅋㅋㅋㅋ

coolcat329 2021-02-16 17: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슈테판 츠바이크가 스탕달의 워털루 전투신이 흥미롭다 해서 어떤 소설인가 했는데 파르마였군요. 역시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갈 길이 너무 멀지만요~~😅

Falstaff 2021-02-16 20:02   좋아요 1 | URL
옙. 물론 19세기 초반 작품이니 지금 윤리로는 개떡입니다만 하여튼 이 막장 스토리가 재미 하나는 죽입니다. 근데 역시 워털루 전투 씬이 백미더군요.

잠자냥 2021-02-16 17: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뭐예요, 이런 페이퍼 너무 좋잖아요. ㅋㅋㅋㅋㅋ
전 민음사 이 시리즈 중에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암스, 아서 밀러 희곡 저렇게 죽 올려놓으신 거 다 너무 좋았어요. 진정 명작-
저도 다락방 님 처럼 올해는 이사벨 아옌데에 도전하겠습니다. 이상하게 손이 안 갔네요.

근데 전 <성역>하면 그놈의 옥수수대가 너무 인상 깊어서...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2-16 20:04   좋아요 3 | URL
ㅎㅎㅎ <성역>하면 옥수수대, <내가 죽어...>는 물난리, <압살롬..>은 또 거시기, 참 이 냥반 같은 지역을 무대로 해서 참 다양합니다.

미국 근현대 희곡은 정말 아무리 상찬을 해도 모자라지 않잖아요. 대단합니다.

페넬로페 2021-02-16 18: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포크너의 책을 도전중에 있습니다^^소리와 분노는 굉장히 힘들게 읽었는데 위의 세 권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Falstaff 2021-02-16 20:06   좋아요 3 | URL
소리와 분노, 어떤 책을 읽으셨는지 짐작이 가는데요, 저도 그걸로 읽었고, 지금 다른 번역으로 한 번 더 읽어볼까, 생각중인데, 일어 중역 말고 별로 눈에 띄는 것이 없어서 절망입니다.
다른 사람이 번역한 게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잠자냥 2021-02-16 22:58   좋아요 1 | URL
<소리와 분노> 공땡땡 번역본 말씀인가요? 그럼 저만 이상한 거 아니죠??? 저 그 번역본 읽다가 중간에 포기.... 올해 다시 읽어볼 생각이긴한데....

Falstaff 2021-02-17 08:46   좋아요 1 | URL
넵! 그 땡땡 맞습니다.
전에 제게 친절하게도 비밀 댓글을 달아, 원서 직접 읽어보라고, 원서를 원어민이 읽어도 이해못할 문장이 하나 둘이 아니라고, 한 수 지도질까지 해주신 친절한 우리말 백치였습니다. ㅋㅋㅋㅋㅋ
(원서 읽을 수준이면 미쳤다고 번역서를 읽냐?)
그이가 영어를 못한다는 말이 아니고요, 우리말 문장 만드는 데 크게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많이 좋아졌으리라 믿기는 하지만, 아직도 그 땡땡 선생이 번역한 건 함부로 선택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막시무스 2021-02-16 19: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백년의 고독은 민음사라는 말씀에 안정효 버전의 실패를 위로해봅니다!ㅎ 항상 좋은 글과 엄선된 작품소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ㅎ

Falstaff 2021-02-16 20:08   좋아요 3 | URL
옙. 백년고독은.... 중국 백주 이름이고요,
백년의 고독은 영어본, 중국어본, 이렇게 한 문장을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ㅋㅋㅋㅋ 넘 웃겨요. 제가 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다보니.
그래 결론이 민음사 조선생 것이 제일 낫더라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1-02-16 2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계속 이어서 써 주세요~~ 라고 하기에는 이 페이퍼에 아직 안 읽은 책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무척 반갑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이어주세요!

Falstaff 2021-02-16 20:09   좋아요 3 | URL
옙. 윗글이 열 명의 작가인데요, 현재까지 쓴 게 열여섯 명. 앞으로도 또 많을 거 같아서, 지금 심각하게, 괜히 시작했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흑흑흑....

붕붕툐툐 2021-02-16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좋다좋다! 진짜 죽기 전에 민음사 전집 읽기 해버고 싶은데 이런 등불 같은 길라잡이를 내려주시니, 요기서부터 시작~🙆

Falstaff 2021-02-17 08:47   좋아요 1 | URL
아이고, 과찬의 말씀을. ㅋㅋㅋㅋ

독서괭 2021-07-19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페이퍼 너무 좋지 않습니까? 게다가 시리즈로 예정되어 있다니 와우!!! 기대합니다!

초딩 2021-07-19 17:35   좋아요 0 | URL
굉장합니다! 북플에 포스트 즐겨 찾기 추가 기능 좀 있음 좋겠어요 ㅜㅜ ㅎㅎ

Falstaff 2021-07-19 20:14   좋아요 1 | URL
민음사 추천글 세 번에 나누어 다 썼습니다. 2월달에요 ^^;;
아직도 읽고 좋아해주시니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꾸벅

독서괭 2021-07-21 13:54   좋아요 1 | URL
앗 어째서 최근 페이퍼인 줄 알았을까요? 시리즈가 완결되어 있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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