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카티트
카렐 차페크 지음, 김규진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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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2020년 7월에 나왔다. 몰랐다. 다른 작가도 아니고 차페크가 쓴 우리나라 초역 작품이 나왔다는 걸 알았으면 내가 과부 땡빚을 내서라도 사서 읽지 않았겠나? 전혀 몰랐다. 우연히 알라딘에서 차페크를 검색해보니까 처음 보는 책 표지가 떠서, 일단 잽싸게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희망도서는 5년 이상 묵은 책을 구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대고 정중하게 부탁했지. 읽고 싶은데 이 도시의 다른 도서관에도 한 권도 없다, 2차세계대전 이전 동유럽 대표선수가 쓴 책이 도시의 모든 도서관에 한 권도 없다는 게 섭섭해서, 나야 내가 사서 읽으면 되지만, 그래도 도서관에 한 권 정도는 구비해야 하는 것 같아 신청하니, 삼가 혜량해주시기 바랍니다. 뭐 이런 식으로. 그랬더니 하루 지나 담당자한테 전화가 와 사주겠다고 해서, 읽었다. 혹시 속으로 욕했을까? 아니겠지. 목소리가 상냥한 걸로 봐서. 나 다니는 도서관 사서들은 다 친절하다.


  이렇게 조금 복잡한 경로를 거쳐 읽은 <크라카티트>. 출판사 “행복한책읽기”가 체코공화국 외무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외국어대학교 체코∙슬로바키아어과 명예교수 김규진에게 번역을 부탁해 찍은 책이다. 읽은 지 오래 되어 자세한 기억이 나지 않지만 김규진이 번역해 같은 출판사에서 낸 <압솔루트노>도 이 정도의 번역은 아닌 걸로 짐작하는데, 이번엔 해도 너무 했다.

  먼저 우리말 문장이 후지다. 지극히 한정된 단어만 사용해서, 체코어를 우리말로 완전히 직역해 써 놓은 듯하다. 두번째로 정말 욕 나올 정도로 교정/교열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체코공화국 외무부장관이 다행히 우리말을 읽지 못해 망정이지, 이 책을 우리말로 읽었으면 당장 서울에서 체코공화국 대사관을 철수시켰을 수도 있겠다. 기껏 번역료를 보태주었건만 이 따위로 책을 내? 이러면서.

  책 읽다 보면, 한 페이지에, 좀 과장해자면, 열 번 정도 오자가 나오지 않으면 섭섭해지더라니까. 참 다양하게 오탈자가 출몰하는데, 이게 심하면, 아마 다들 같은 경험이 있겠지만, 몰입해 읽는 데 짜증, 왕짜증이 난다. 근데 이 책은 그 경지를 넘어 독자가 해탈 부근까지 걷게 만든다.

  물론 아니겠지만, 당연히 의심하는 건 아닌데, 김교수가 진짜로 번역을 했나? 아니면 애먼 대학원생들에게 용돈 좀 주고 너는 여기서 여기까지, 또 너는 여기서 여기까지, 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이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 혹시 다른 역자도 초역은 이 정도 수준으로 해서 가져다주는지 그것도 궁금했다. 이러고도 번역료를…, 아이고, 이 말은 취소, 취소.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많은 오탈자가 나올 수 있는가, 하는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원생이 읽으면 딱 좋을 수준이다. 박사 말고 석사학위 취득용이 적당하겠다.

  내가 얼마나 열을 받았는지 아시겠지? 아득바득 우겨서 희망도서로 시내 20개 크고 작은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비치하게 만든 책인데, 쓰, 힘들게 책 들여놓은 내 꼴이 뭐가 되느냐고!


  트라카티트. 20세기 전반부에 발명한 최고의 살상무기인 원자폭탄이 진짜로 출현하기 전인 1924년에 동명의 제목으로 차페크가 만든 원자폭탄의 명칭이다. 정확하게는 원자 폭발물. 최초라니까 그러면 원자폭탄의 아버지도 있을 것. 그의 이름은 프로코프. 대장장이 아버지 아래 태어나 체코 최고의 명문 프라하 공과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학사 출신의 폭탄 엔지니어.

  프로코프는 무슨 록히드 마틴이나 한국화약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게 아니라 자기 연구실에서 소소한 폭발물을 만들어 주로 광산하는 사람들의 암반 폭파 목적으로 공급해 돈을 벌었다. 작품 내내 돈을 활수하게 쓰는 것을 보니 제법 많이 번 모양이다. 주인공이니까 당연히 천재급 두뇌를 보유했고, 자기 전공분야에 관한 한 소년이로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의 자세로 백두산석마도진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암만. 천재라는 수식은 70퍼센트의 노력을 동반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것이니까.

  그러던 어느 날, 점심밥도 미루며 열심히 실험을 하다 새로운 폭발물을 조금 만들었다. 이 가운데 15센티그램, 즉 0.15그램을 도자기 항아리에 보관해 자기 품 안 속주머니에 넣고, 나머지 가루 조금은 답배갑에 담은 다음, 그래도 남은 부스러기는 그냥 책상 위 아연 접시에 남겨 놓았다. 그런데 이 미량의 가루가 아무런 폭발의 원인을 제공하지도 않았는데도 그만 갑자기 무지무지한 폭발을 해버려 프로코프도 여기저기 부상을 입은 채, 당연히 불도 났으니까 겁도 나서, 허겁지겁 체코 시내로 도망해버렸다.


  이 폭발물 트라카티트로 말할 것 같으면, 거의 모든 물질을 재료로 만들 수 있다. 물질 속 에너지, 즉 원자가 결합한 상태는 무서울 정도로 강력하다. 근데 이 원자의 내부가 느슨해지기만 하면 물질 에너지가 꽝! 폭발을 해버리는 것. 1920년대에는 우라늄이니 플루토늄이니 하는 걸 잘 몰라서 모든 원소의 원자로 폭발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거나, 소설 즉 픽션이라 그렇게 썼을 수도 있다. 어찌 됐건, 프로코프는 원자의 폭발성을 실험을 통해 직접 확인한 셈이고, 나름대로 결론을 낸 바, 이건 열화학이 아니라 파괴적인 화학, 파괴화학이었던 거다. 뭐 이 폭발 현상에 대해 좌르륵 써 있지만 그걸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이렇다는 말이다.

  프로코프가 프라하 변두리에 도착했을 때는 폭발로 인한 후유증과 오른손에 제법 큰 상처가 나 심신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 그러면서 폭발을 확인하기 위하여 경찰이 출동했을 것이 틀림없으니 일단 경찰권의 눈에 띄면 곤란해지겠다. 잔뜩 쫄아서 고개를 잔뜩 웅크리고 간신히 보도를 걷다가, 앞깃을 올려 최대한 자기 얼굴을 가리고 지나가는 남자와 잠깐 눈이 마주쳤다. 서로 비껴 지나가다 뒤를 돌아보니 그 남자도 자신을 보고 있다. 좀 더 가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니까 또 그 남자도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가 뚜벅뚜벅 프로코프한테 다가와 말하기를, 

  “어이, 프로코프! 나 몰라보겠어? 나 토메시야, 이르지(애칭 이르카) 토메시. 우리 같은 공과대학에 다녔잖아.”

  시골 티나체에서 개업의사를 하는 아버지의 1남1녀 가운데 맏이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난봉꾼인데 그런 기미를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프로코프가 부상당했고, 지칠대로 지친 걸 알고나서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자기 아파트로 환자를 데려간다.

  침대에 널부러진 프로코프는 겨우 미음에 잘게 썬 백김치 정도만 먹을 수 있었고, 열이 40도까지 치솟아 환각도 보고, 원래 좀 미친놈이긴 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연구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토메시한테 비몽사몽 다 읊어준다. 열이 펄펄 끓는 처지에도 실눈을 떠 보니 토메시가 자기가 한 말, 화학 구조식, 트라카티트 제조방법을 전부 종이에 받아 적고 있는 기미가 보였다.

  아하, 내가 뭔가를 누설했구나.

  누설했다. 토메시는 트라카티트를 만드는 공장을 너하고 나하고 합작해서 만들자는 제안을 하더니, 지금 당장 자기는 돈이 없어 티나체에 가서 아버지한테 돈을 뜯어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쇠뿔도 단 김에 뺀다고, 지금 당장 떠나겠다더니 정말 가버렸다.

  “내일 아침에 가정부가 와서 너를 병원으로 데려갈 거야. 몸조리 잘 하고 있어라.”


  돈을 얻기 전에는 결코 돌아오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떠난 토메시.

  지금 당장은 몰랐지. 그 새끼가 프로코프 품 안에 있는 도자기 항아리, 15센티그램, 즉 0.15그램의 크라카티트를 훔쳐 달아났다는 것을. 토메시는 트라카티트와 프로코프가 비몽사몽간에 얘기한 방정식을 갖고 어디로 갔느냐? 체코와 그리 멀지 않은 공국, 리히텐슈타인? 정확한 국명은 나오지 않지만 전체주의 국가로 가서 전대미문의 폭탄 트라카티트를 데모 시연하고 돈을 왕창 벌었다. 이에 흥분한 공국의 연구소장 카슨한테 프로코프에 관해, 그의 연구와 대량 생산의 가능성에 대하여 설레발을 왕창 풀었음을 물론이다.

  그런데 아뿔싸, 실험에 참가한 연구원 한 명이 나머지 100그램이 든 도자기 항아리와 제조법 사본을 들고 튀었다. 누구한테 튀었나 하면 공국의 연구소가 있는 성에서 또다른 전체주의 국가의 도시 크루투프에 있는 연구소로. 하지만 프로코프가 짱구냐? 아무리 제조방법과 방정식 같은 걸 다 적어갔다고 하더라도 핵심 공정을 건너 뛰어, 토메시는 진짜 크라카티트를 만들기는 만들지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린다. 그리고 만든 순간 토메시는 폭망해버린다. 그건 아주 뒷장면.


  이후 프로코프는 토메시를 찾기 위하여 베일을 쓴 토메시 애인의 말과 부탁을 듣고 그의 고향집이 있는 티나체로, 다시 프라하 인근 자기 연구소를 거쳐 공국의 성에 있는 연구소, 크라카티트에 관한 정보를 죄다 들은 공국의 귀족이지만 아나키스트인 타타르족 친척 다이몬한테 갔다가, 마지막으로 진짜 토메시가 일하는 크루투프로 찾아간다. 베일을 쓴 여인의 부탁을 완료하기 위하여.

  이 과정에 프로코프는 베일을 쓴 여자, 티나체에 살고 있는 토메시의 여동생 안둘라(애명 안치), 공국의 성에 사는 공주를 사랑하고, 안치와 공주도 그를 사랑하는데, 이거 너무 장황해 별 재미없다. 야하기나 했으면 읽는 재미라도 있지.

  그렇게 죽을 고생을 해 대규모로 인류를 살상할 수 있는 토메시와 크라카티트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 근데 차페크가 이걸 코미디로 쓴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원래 차페크가 오른쪽 주머니, 왼쪽 주머니 같은 농담 시리즈도 써서 더 그런 생각을 했겠지만, 곳곳에 코믹 장면을 배치한 것이, 아무래도 인류 멸망 가능성을 가진 원자폭탄과 어울리지 않았다. 하여튼 나는 그렇게 읽었다.

  다른 역자가 다시 번역하면 또 읽어볼까? 그래도 관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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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7-13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이 책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다가 와 진짜 너무한다 내용도 재미도 없고 도저히 못 읽겠어서 반납했습죠…. 끝까지 읽으시다니 수고하셨습니다. ㅋㅋㅋ

Falstaff 2026-07-13 15:28   좋아요 0 | URL
이거 정말 너무하지요? 미치겠더라고요,
내용도 이상하게 재미없고, 웃기는 소설 아닐 거 같은데 웃기고.... 이런 것들도 전부 우리말로 바꾸면서 생긴 일일 거 같은 기분도 막 들고... 진짜 고생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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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세계문학 시리즈입니다. 문학과지성사의 자존심으로 엮은 전집. 작가가 아무리 이름이 높더라도 그 작가의 결실 가운데 딱 한 작품만 골랐으니 작품의 품질이야 저절로 좋을 수밖에 없을 터. 한 작가 당 딱 한 작품. 20세기 중반까지는 이런 출판 기획도 드물지 않았지만 신자본주의의 절정기인 지금 시대에 고집을 꺾지 않기는 틀림없이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따라서 시리즈 2백 권 모두 엄정한 편집부의 고심 끝에 결정해 최고의 작품들을 선정한 결과물이겠지만 그래도 독자가 읽기에 정말 좋았더라, 하고 감탄할 수 있는 열 편을 고르려 합니다.

  제가 이 시리즈에서 나온 시를 제외한 모든 장르는 거의 다 읽은 거 같습니다. 이 가운데 번역 시하고는 아예 인연이 없어서 대산세계문학총서의 자랑인 다양한 고전 시 빼고, 나머지 목록 가운데 이 시리즈 출판물로 가장 감명 깊게, 재미있게, 또는 의미 있게 읽은 책을 리스트 업 했습니다. 그랬더니 열아홉. 더하기 1차 필터를 통과하지 못한 아쉬운 책과 다른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읽어 제외할 수밖에 없었던 책도 또 열아홉. 이 가운데 딱 열 편을 소개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 2백번 작품, 울리츠카야의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은 지금 희망도서 신청 중이라 읽지 못했습니다만 이것도 혹시 기념할 만한 책 목록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이 책은 다음으로 하자는 뜻입니다.



  작품 소개는 시리즈 번호 순으로 하겠습니다.



1. 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 데 리사르디, <페리키요 사르니엔토>


  라틴 아메리카의 세르반테스라고 상찬하는 모양인데 그것과는 별개로 매우 독특한 시각으로 쓴 진짜 고전 가운데 한 편이 바로 <페르키오 사르니엔토>이다. 페르키오 사르니엔토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옴쟁이 앵무새 새끼.’ 1810년대에 쓴 오래 묵은 작품이라고 곰팡내 날 거 같지? 천만의 말씀. 인종과 계급 차별의 찬란한 반어법도 있고 뭐 그런데 다른 말 길게 할 거 없이 무척 재미있지만, 두 권 1천 페이지가 넘도록 비슷한 필체를 읽는 난관은 감안하셔야 할 것.



2.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오블로모프>


  이이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재미진 작가인 줄 알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문학과지성사 덕분이다. 소위 LDT, 레르몬토프,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내가 주장하는 러시아 3인방의 위명에 눌려 자꾸 순서가 뒤로 밀렸다가 정작 읽어보니 이게 웬일? 오블로모프의 게으름은 틀림없이 ‘천재성이 없는’ 조아키노 로시니의 도플갱어일 듯하다. 나도 나머지 삶을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을매나 좋을꼬? 이 책 역시 두 권의 빵빵한 분량, 감안하고 선택하시라.



3. 이보 안드리치, <드리나 강의 다리>


  이 책, 내 최애 리스트 가운데 한 권인데 독자에 따라 호오가 있을 듯. 10년 전, 2016년에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선정했을 만큼 대단한 임팩트를 준 작품이건만 역시 소설은 독자의 결정이 최종 심판이다. 16세기 초반에 만든 돌다리. 다리를 만들 당시 보스니아 지역에서 튀르키예 소년병으로 편입한 시절부터 20세기 초까지의 파란만장했던 다리와 주변 사람들이 겪어온 신난고난. 사람들이 당했던 착취와 죽음, 오해와 반목, 그러나 그 속에서도 언제나 건강했던 사람들의 초상.



4. 모옌, <홍까오량 가족> 또는 <붉은 수수밭>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작품의 전형. 예전에 있었던 창피하고 불행하고 참혹했던 과거에 관한 솔직한 기록. 1920년대부터 40년대 초반까지 강태공의 제나라 지역에서 있었던 항일, 국공, 토비의 난과 이 속에 끼어 죽을똥 살똥했던 인민들의 적나라한 모습. 그리고 남녀상열지사! 이 책 읽고나서 공리 나오는 영화가 이 책의 1`부에 그쳤다는 걸 알게 됐지 뭐야. 모옌 읽으려면 단연 이 책부터 들추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이 저절로 생길 것.



5. 엘리자베스 개스켈, <남과 북>


  요즘 문학동네 세계문학에서 <북과 남>이란 제목으로 새 번역이 나왔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첫 정. 이 책으로 하여금 나는 단박에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팬을 자처하게 됐다. 19세기 초반의 목사 부인께서 어떻게 이리 노동자들의 운동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진보적 시각을 갖추게 되었는지 말 그대로 깜놀, 했다는 거 아닌가. 스토리 하나 가지고 굳세게 작품을 밀고 나가는 힘을 보여주고, 결혼이 삶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도 은근히 눈치를 주는, 솔직히 이 정도면 명작 아냐?



6. 페터 바이스, <저항의 미학>


  아오, 이거 리스트에 올렸다가 욕만 한 태배기 먹는 거 아닌가 싶다. 세 권에 무지막지 건조한 문장으로 꽉 채워진 어마무시한 분량의 책. 문장 부호라고는 쉼표와 마침표 말고 다른 건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지옥의 순례길. 그러나 인내하시라. 생각도 못한 미학 강의와, 그리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어찌하여 히틀러의 독일이 군비증강을 허용했는지 설명하는 명 강의를 들을 수 있을 터이니. 그러나 이 책의 백미는 예술품을 감상하는 미학적 시선이라 바이스, 이 엄하게 생긴 독일 양반한테 혹, 넘어가버렸다는 거 아닌가.



7. 리온 포이히트방거, <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


  말로만 듣던 포이히트방어. 난 “~방거”가 아니라 “~방어”라고 배워서. 그건 그거고, 이 책은 작가 포이히트방거에 대한 나의 경외심을 심어주어 이후 <톨레도의 유대여인>과 <유대인 쥐스>를 사서 읽게 했으며 앞으로도, 장담하노니, 어떤 책이 나와도 끝내 찾아 읽을 것이라고 단단히 각오했다. 이미 세상의 태양이 이베리아 반도를 떠나 대서양 북쪽의 섬나라와 이웃한 프랑스로 넘어갔음에도 세상 무능한 카를로스 4세의 궁정화가로 이름을 날렸던 고야. 그의 타협하지 않는 삐딱한 세계관과 왕족을 희화화하면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시절. 하여튼 이 책은 대산셰계문학총서 가운데 틀림없이 추천작이다.



8. 마거릿 드레블, <찬란한 길>


  조선의 혜경궁 홍씨를 모델로 쓴 소설 <붉은 왕세자빈>의 작가 드레블의 삼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 이 책이 다른 출판사의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왔으면 모두 출판했을 거 같다. 1979년 12월 31일의 신년 파티가 작품의 시작이니 위에 소개한 작품과 비교하면 제일 현대물이다. 1979년? 마거릿 대처가 집권하고 다음 해인 1980년에는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등극해 천박한 신자본주의의 전성기를 마련하는 기념비적인 송구영신의 장이 1979년 12월 31일이겠지. 이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신개념의 고전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읽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후속작품의 번역본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



9. 윌리엄 매이크피스 새커리, <신사 베리 린든의 회고록>


  정말 우습게 알았던 새커리. 오래 전에 <허영의 시장>을 별로 인상깊게 읽지 않아 조금 실망하던 차에 제임스 미치너가 <소설>에서 반드시 평가절하해야 할 영국 작가 네 명 가운데 한 명으로 꼽는 바람에 우습게 알았던 작가. 그러다가 이 책 읽고 쌍코피 철철. 아오, 새커리가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가였구나! 대오각성해서 이 책 좀 읽어보라고 세계만방에 고했거늘 아직도 즐겨 찾아 읽는 독자가 별로 없는 것이 안타깝다. 신사 베리 린든은 말 그대로 신사 그 자체. 라고 주장하는 엽색 사기꾼. 이의 천방지축 설레발을 찾아 읽는 일이 이리 즐거울 수 있을 거란 걸 미쳐 몰랐던 인종이 나 말고도 무척 많을 걸?



10. 패트릭 화이트, <전차를 모든 기수들>


  호주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패트릭 화이트. 나도 아무 기대 없이 그냥 대산세계문학총서 라는 타이틀 딱 하나 보고 사서 읽었는데, 세상에 이게 웬 일? 한 방에 껌뻑 넘어가서 이이의 단종된 단편집 <불타버린 사람들>을 헌책방에서 사서 읽었고, 지금 새로 번역해 나온 두 권짜리 장편 <폭풍 한 가운데>를 희망도서 신청해서 기다리는 중이다. 말이 필요 없다. 아직 화이트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고, 그리하여 고조선 때인가, 당나라 때인가 을유문화사가 찍은 두 권짜리 <인간의 나무> 헌책도 사 읽어보려 했다가 활자가 너무 작아 이미 찌든 시력이 받쳐주지 못해 그냥 보관 중이다. 조여청사모성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열 권을 다 마쳤다. 그러면 뒷 번호에 배치한 작품들은 어쩌냐! 맞다 그래서 열 권에 딱 두 권만 더 보태자. 괜찮지?



11. 레일라 슬리마니, <타인들의 나라>


  2018년에 <타인들의 나라>라는 별 볼 일 없는 작품으로 공쿠르상을 받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가 대박을 친 작품. 작가 슬리마니 가계를 모델로 쓴 삼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라는데, 이 책 읽어보면 2부와 3부가 왜 아직도 번역 출판되지 않았는지 한숨을 멈추지 못하리라. 알자스-로렌 지역이라 하면 예전 교과서에 나온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무대인데, 여기 출신 어린 아가씨 마틸드가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모로코에서 징병당해 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병사 아민과 결혼해 모로코에 가서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 당연히 이슬람 문화 속에서 갖은 고초를 겪게 되는데 이게 무척 재미있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슬리마니를 다시 봤을 정도이니 한 번 읽어 보고 싶으시지?



12. 쥴퓌 리바넬리, <세레나데>


  이 책을 얘기하지 않고 대산세계문학 200을 마치기는 정말 아쉽다. 인종, 종교, 피부색, 젠더, 핸디캡, 지위, 국적에 관한 모든 차별을 반대하는(것처럼 읽히는) 정서 안에서, 유대인 여성을 사랑하는 아리안족 노 교수의 끝내 잊지 못하는 사랑 때문에 독자는 눈물이 앞을 가릴 것이다. 부르주아 출신의 좌파이고 진보적 성향의 작가는 이 막시밀리언 바그너 교수와 나디아의 사랑 이야기에 보태 진정한 문학에 관한 논의도 보태고 있으니,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나처럼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명저 <미메시스>를 찾아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 냉혹한 한파가 몰아치는 보스포루스 해변에서 미친 듯이 한 여인을 위한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노 신사. 그 잔영이 쉽게 가시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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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6-07-10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허걱
올려주신 책 중 읽은 것이 하나도 없어요.천천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Falstaff 2026-07-10 20:28   좋아요 1 | URL
대산총서가 사실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잖아요. 근데 좋은 책들이 곳곳에 숨어 있더라고요. 새 털같이 많은 나날입니다. 천천히 읽으셔요. ㅎㅎ

곰돌이 2026-07-10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물 같은 페이퍼! 일찍이 폴스타프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보고 <드리나 강의 다리>와 <세레나데>를 담아두었는데, 저도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또 오세요...ㅎㅎ

Falstaff 2026-07-11 04:14   좋아요 1 | URL
아이쿠, 틀림없이 과찬입니다.
천천히 읽으셔요. 세상에 책이 없습니까, 시간하고 돈이 없지. ㅋㅋㅋ

다락방 2026-07-11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드리나강의 다리를 읽은 저는 뿌듯합니다. 게다가 남과북 은 가지고 있어요. 전 남과북 을 영화로 먼저 봤습니다. 이 페이퍼 너무 좋네요. 붉은 수수밭도 영화로 봤는데 책으로 읽어봐아겠어요. 이런 페이퍼 베리베리 땡큐입니다!! >.<

Falstaff 2026-07-11 17:49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다락방 님도 문학 책 다시 보시는 거 같아서 반갑더라고요!

coolcat329 2026-07-11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흑...가지고 있는 책(역시 폴스타프님의 추천으로 구입)은 몇 권있으나 역시 읽은 책은 한 권도 없네요! 그렇지만 저도 대산세계문학은 정말 볼때마다 기분좋고 든든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적립금 모이면 몇 권 더 구입해야겠습니다. 이런 페이퍼 너무너무 좋아합니당!

Falstaff 2026-07-11 17:50   좋아요 1 | URL
살살 읽어보셔요. 책 값을 제대로 하는 시리즈 아닙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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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1년에 인도네시아 화교 출신 아버지와 몽골족 어머니 사이에서 난 소설가, 시인, 부인과 의학박사이자 사모펀드 투자수석전무인 동시에 방송인, 서예가, 수필가까지 겸한다니 이게 사람이야, 귀신이야? 열아홉에 베이징연합의과대학에 입학해 8년만에 임상의학과 부인종양학 박사를 따고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에모리대학에서 MBA를 따고, 의사를 할까 경영을 할까, 고민 한 번 없이 이름만 들어도 놀라운 맥켄지에 들어가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까지 승진했단다. 2014년에 중국으로 돌아와 1년간 자원voluntary의료를 떠났다가 다시 도미, 위에서 얘기한 사모펀트 투자수석전무를 하고 있다는데, 위키피디아 정보를 마지막 업데이트한 게 작년 크리스마스였으니 지금도 연봉 수백만 달러를 받는 전무님으로 있을 것 같다.


FengTang, 2022


  이 책 <열여덟, 소녀를 내게 줘>는 애초에 2005년(으로 짐작하는데 아닐 수도 있다), <주상>이라는 중편소설을 써서 인터넷 주관 문학작품 공모대전에 네 명 수상하는 3등 상을 받은 것을 2010년에 장편소설로 발전시킨 책이다. 원래 무대가 되는 80년대 후반 베이징에 개발을 위한 철거 붐이 있어서 제목을 “철거” 어쩌고저쩌고 라고 지을 예정이었지만 출판사 언니 오빠들이 너무 평범한 제목이라고 해서, 분명하게 얘기하지 않았으나 행간을 보면, 그 언니 오빠들이 지어준 제목인 듯하다.

  그런데 몰랐지? 중국에서는 먹혔을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일단 제목이 심히 구려 책방 독자서평 하나 없는 비인기 책으로 등극, 2024년 10월 말일에 출간된 책이 2026년 5월 9일 현재 세일즈포인트가 123점에 불과하다. 즉 돈 내고 책 사 읽은 독자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네이버 블로그를 검색해봐도 독후감은 두 편만 뜰 뿐이다.

  하지만 이 책, 괜찮다. 아, 미리 말할까? 나, 출판사 글항아리 사장하고 인맥, 지연, 학맥 기타 등등 관련 있는 거 하나 없고 하다못해 만원도 꿔준 거 없다. 그래도 이 책은 괜찮다. 물론 인생 살면서 리비도가 가장 왕성한 시절, 성호르몬 과다분비로 교실에서 책상 모서리에 슬쩍 닿기만 해도 불뚝 발기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의 일종의 성장소설이긴 하지만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색다르다.


  이 독후감을 읽는 여성분들은 사춘기를 지나는 남자 청소년들이 얼마나 성적으로 힘든 날들을 보내는 줄 모를 것 같다. 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열세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를 시간적 공간으로 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긴다는 불쾌감을 가질 수 있는데, 만일 그런 준비가 완비되신 분은 이 독후감과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 상 좋다. 실제로 지금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풋풋한 남자 중고딩, 특히 중딩들은 아주 미칠 지경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내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이 우라질 사춘기를 또 겪기 싫어서라는 건 몇 번 이야기한 것 같다.

  (한 단락 통째로 검열, 삭제 판정)

  남자들 인생 살면서 딱 그때는, 그때가 아니면 두 번 다시 발휘되지 않는 투시력이 생겨 지나가는 모든 가임 여성을 한 번 척 보기만 해도 그냥 알몸이 훤히 보인다(이순원 작 <19세> 독후감 참조). 정말이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어. 그것도 모르고 청소년 소설에 여자애와 남자애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은 대개 아련하고 풋풋하고 상큼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추억이니 뭐니 하는데, 천만의 말씀. 이런 의미에서 펑탕의 제목이 드러운 소설 <열여덟, 소녀를 내게 줘>는 청소년 남자애들의 실제 모습과 많이 흡사하다.


  화자 ‘나’이자 주인공 추수이. 베이징판 8학군 가운데서도 으뜸인 중학교에 다니다가, 시험을 봐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졸업을 바로 앞둔 시기까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다. 제일 좋은 중학교가 경기중. 졸업하고 대부분 경기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래도 남는 인원을 다른 중학교 출신들이 머리 터지게 공부해서 입학하는 거였는데 딱 그거 생각하시면 된다. 추수이하고 친한 친구들도 다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성공한다. 걔네들 이름이 훗날의 성공한 영화감독 장궈둥, 크게 사업을 벌여 신흥 갑부의 반열에 올랐으나 자기 소유의 호텔에서 일찌감치 칼 맞아 세상 뜨는 류징웨이, 그냥 아버지 하던 사업을 물려받아 여유롭게, 그래도 부자로 사는 덜 중요한 조연 쌍바오장.

  여학생이 빠지면 섭섭하겠지? 추수이가 사는 동네에서 과거 100년간, 지역 10리 안팎을 통틀어 가장 예뻤던 엄마를 둔 주상. 5년 전에 상 받은 작품 <주상>의 주상이 바로 이 주상이다. 추수이가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 막 헛갈려하는 애. 근데 시절을 지낸 내가 보기에 그건 사랑이야. 이 주상을 연모하는 애가 또 있으니 원래 주상의 옆자리에 앉았던 쌍바오장과 장궈둥 추수이는 자기가 주상 옆에 앉고 싶어 쌍바오장에게 동서양의 포르노잡지 두 권을 주고 기어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쌍바오장은 그 잡지를 빌려주고 대여료를 챙기는 부업에 나섰다가 훗날 학교에서 크게 벌점을 먹고, 잡지의 원천지인 추수이 역시 빠른 전학을 전제로 제적을 면하는 벼락을 맞는다. 그리고 장궈둥. 얘는 추수이가 주상을 좋아하는지 뻔이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자기가 주상을 좋아하니 네가 걜 좋아하지 않으면 나하고 좀 엮어달라고 청탁한다. 그러니 그 시절 어린 마음에 추수이가 어찌 양보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 하지만 주상은 장궈둥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추수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의 낮은 건물에 엄마하고 사는데, 추수이는 바람에 휘날리는 흰 바탕에 분홍 꽃무늬가 프린트된 주상의 팬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해한다. 근데 그게 재미야? 아닐 걸? 그것도 일종의 애가 타는 그리움일 걸?

  외모로 보면 주상보다 더 예쁘고 쭉쭉빵빵한 취얼. 추수이도 취얼을 좋아하지만, 그건 주상이 추수이의 사랑의 신호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서 생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취얼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노숙한 남자를 선호해서 중학교 다닐 때는 고딩 남학생과, 고등학교 다닐 때는 대학생과 사귀더니 훗날 무지하게 부자이며 늙어 꼬부라졌지만 뇌심혈관 계통에 문제가 있는 미국인과 결혼해, 계산대로 일찌감치 과부가 되어 큰 부자가 된다. 이후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의 왕자와 결혼해서 아프리카로 떠나는데 그건 당연히 이 작품이 끝나고 10년이 더 흘러야 한다. 일찌감치 몸과 마음의 사랑에 달통한지라 고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정기적으로 추수이의 방을 찾아와 몸의 갈증을 해소한다. 주상을 향한 추수이의 마음을 놀려 먹으면서. 그만큼 취얼도 추수이를 좋아한다는 의미겠지. 평생을 함께 할 마음은 눈꼽 만큼도 없지만.


  추수이가 중학교 다닐 무렵, 얘한테 최고의 인생 스승이 있었으니 쿵젠궈라는 이름의 늙은 건달. 말인 즉, 남자라면 일생에 오직 한 사람만이 온 힘을 사라지게 하는데 그이를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찾았으면 가서 해버려야 하는 거라고, 그게 패기이고 상남자라고 가르친다. 스승의 말씀을 결코 놓치지 않는 추수이는 결심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상과 일생을 보내기로. 빵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우유부터 벌컥벌컥 들이켜는 거다. 늙은 건달 쿵젠궈야말로 추수이의 빠싹 말라붙은 삶의 한줄기 빛인 듯 섬겼단다.

  쿵젠궈는 정말 건달 짓을 하고 살다가 이제 나이 들어 백수 상태이고 단칸방에서 형과 형수, 이렇게 세 명이 살다가 형수가 못 살아, 못 살아, 하는 바람에 무허가로 방을 하나 덧대 주었더니, 이게 웬일? 동네 중딩들이 모여 밤이 깜깜해질 때까지 존경하는 사부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다는 거 아닌가.

  이 아이들은 당연히 다른 학교 아이들과 패싸움을 벌인다. 서로 마주치면 무조건 쪽수 많은 쪽이 이기는 건데, 지는 편은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복수혈전을 준비한다. 고딩 시절의 추수이, 그가 보는 앞에서 자가용에서 내린 대학생 남자 둘이 주상을 차에 태워 놀러 가려 하고, 주상은 싫다고 할 때, 추수이는 사이다병을 자기 이마빡에 퍽 부딪혀 깨버리고, 다른 사이다병으로 대학생 한 몀의 머리통을 으깨버린다. 뭐 이런 식이다. 시절이 80년대 중후반이었을 테니 이 정도의 폭력 행사는 중국에서, 비록 마오쩌둥의 큼지막한 사진이 천안문 광장에 걸려 있더라도 그저 큰 일 없이 지나가버리던 무협시대. 그 시절을 견뎌낸 사춘기 남자 아이들의 좌충우돌.

  후진 제목 때문에 머뭇거릴 필요 없다.

  내가 읽기로는 세계사나 곰 출판사에서 찍었지만 지금은 절판된 이순원의 <19세>가 훨씬 재미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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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의 개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2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외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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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교유서가에서 펴낸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선” 세 권을 다 읽었다. 취향에 맞는 독자들은 열광할 수 있는 작가. 나처럼 취향은 아니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기, 도박, 사기, 엽기 이야기들.

  이번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인기있는 역자 가운데 한 명인 정영목이, 자신이 교수로 있는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제자 박종윤, 손명희, 이혜정, 정해영, 최희영, 이렇게 다섯 명한테 작업을 시켰다는 점. 정영목 자신도 역자 제일 위에 이름을 박았으니 뭔가 작업을 하긴 했겠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이런 것 가지고 시비냐고? 지금 시비하는 거 아니다. 오해 말라. 눈에 띈다고 했을 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근데 스승과 제자 다섯 명의 문장이 구분이 가지 않는다. 거 참 잘 배웠네. 다만 좋은 스승한테 배웠으면 청출어람의 미덕을 보여야 하건만 마치 한 명의 글을 읽는 것 같아 좀 그랬다는 거다. 책 뒤에 습관적으로 싣는 “역자해설” 또는 “역자의 말” 같은 것을 달고, 그 속에서 어느 작품을 누가 번역했다는 표시를 왜 하지 않았을까? 아예 “역자해설” “역자의 말” 같은 건 있지도 않다. 이거 큰 건 아니지만 조그만 반칙 아냐? 네 명의 제자들도 섭섭하겠네. 기껏 작업해 놓았더니 내가 무슨 작품을 번역했는지 표시도 안 해주고. 당연히 받았겠지만, 번역비는 두둑하게 챙기셨지, 들?


  《클로드의 개》는 로알드 달의 전매특허인 크고 작은 내기, 도박, 사기는 별로 없고 대신 그로테스크한 엽기 소설이 많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을 보면, 크게 《클로드의 개》라는 타이틀 속에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있고, 따로 일곱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이 1953년 발표작이니 당시 출판 관행으로 보면 《클로드의 개》 다섯 편의 단편으로 책 한 권을 찍었을리 없지만, 그래도 요즘 독자는 혹시 그러했고, 여기다가 일곱 편의 작품을 보태 우리나라에서 한 권으로 편집한 것인지,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다. 뭐 중요한 건 아니다. 신경쓰지 마시라.


  《클로드의 개》는 주인공 가운데 좀 덜 주인공인 화자 고든과, 고든이 운영하는 중고차 판매점과 주유소에서 일하는 고용인이자 진짜 주인공인 클로드, 두 명이 자기들이 살고 이는 그레이트 미센든 주변에서 벌이는 일종의 도둑질, 사기도 있고, 동네 사람들이 저지르는 엽기도 있다. 끽 해야 달의 소설집 두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처음 읽은 달인 《맛》이,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워낙 감명깊어 달, 하면 기발한 내기와 도박 이야기이겠거니 하는 기대가 있었다.

  《클로드의 개》의 첫번째 작품 <세계 챔피언>은 도둑질. 달스럽다. 두번째 <피지 씨> 딱 이런 걸 기대했는데 사기fraud 그리고 사기 위에 또 사기. 역시 달스럽다. 그런데 세번째 <쥐잡이 사내>는 돈 걸고 내기해서 겁나게 큰 쥐를 깨물어 죽이는 사내. 이렇게 그로테스크 또는 엽기를 시작한다. <러민스>는 지미 씨가 동네에서 사람 좋기로 이름이 났지만 술꾼인 러민스 씨를 건초 작업 중에 살해해버리고 건초 속에 숨겼다가, 날이 흘러 건초를 해체하는 작업 중 지미의 아들 버트가 건초 절단용 전기톱으로 이미 죽은 러민스 씨를 토막내는 이야기 역시 엽기. 아, 장소는 영국이다. 전기톱 나왔다고 B급 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상하지 마시라. 마지막 <호디 씨>는 주인공 클로드가 애인 클라리스 호디의 아버지 집에서 결혼 승낙을 받는 촌극. 클라리스한테 장가만 들면 손 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해주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다가, 자기가 구상중인 혁신적인 아이템의 사업 이야기를 하는데, 그 빌어먹을 혁신 아이템이 낚시꾼들에게 미끼용 구더기를 길러 판매한다는 것. 돈도 별로 들지 않는다나? 그저 뚜껑 절단한 드럼통 두 개와 썩은 고기 몇 덩이, 양머리 하나만 있으면 똥파리들이 알아서 알을 까고 토실토실한 구더기가 몽글몽글 기어다닐 거란다. 이건 코믹 그로테스크 맞지?


  그리고 《클로드의 개》 아래 붙인 일곱 단편도 거의 그로테스크 또는 엽기 작품이다.

  갖난 딸이 분유를 통 먹지 않아 배배 마르기 시작하자 양봉업자 아빠가 로열 젤리를 먹여 아이가 가슴에 솜털이 돋는 등 점점 꿀벌의 외양을 갖추기 시작한다는 것도 있고, 하여간 여러가진데, <윌리엄과 메리>가 제일 엽기였다.

  외모에 자신이 없는 옥스포드 교수 윌리엄은 두뇌 하나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살다가 덜컥 암에 걸렸다. 길어야 몇 달 밖에 못 산다는 판정을 받고 병실에 누워 있는데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친구인 랜디가 방문한다. 그리고 곧 고인이 될 환자를 살살 꼬드긴다.

  죽으면 뇌에 인공심장을 달아 피와 산소를 공급해 보관하자고. 그러면 길면 4백년 정도 아무 삶의 고통 없이 당신의 지적 사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니 허락을 해달란다. 뇌에 유일하게 연결할 수 있는 감각기관은 시각. 즉 볼 수만 있고, 말, 청각, 촉각 즉 신체적 고통, 감각 즉 정신적 고통 없이 유일하게 뇌에 연결되어 있는 눈을 통해 몇 백 년 동안 책을 읽으며 지식을 확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그렇게 한다.

  윌리엄이 1950년대 보수적인 옥스포드 교수였던 만큼 아내 메리한테 완벽한 가부장적 독재를 펼쳤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기타 등등. 그래 자기 사후 처리에 관해 메리한테 서신을 통해 죽고 일곱째 날에 알게 해, 메리는 윌리엄이 지시한대로 의사 랜디에게 전화해 죽은 자기 남편 윌리엄의 뇌가 아크릴 세수대야에 담겨 동동 떠 있으며 눈알 하나가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현장에 가서 직접 목격한다. 당신 같으면 어떻겠어? 징글징글하니 정이 똑 떨어지겠지?

  메리는 어땠을까? 안 알려드린다.

  읽기로 했던 달의 세 권을 다 읽었다. 앞으로 그의 책을 더 읽는 일이 생길까? 있을 수 있겠지만 쉽지는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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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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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솔뫼. 데뷔 17년. 짧은 장편 <을>로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타 등단. 우와, 벌써 마흔한 살. 세월 빠르다. 또래 우리나라 작가들 가운데 눈 여겨 보고 있는 작가 중 한 명. <을>과 《사랑하는 개》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이 다섯 번째 박솔뫼니까 이 정도면 팬을 자처해도 좋겠지? 그런데 이 두 권의 책을 당신한테 추천하는 건 아니다. 독자마다 호오의 차이가 심할 것 같아서. 다행히 나는 딱 맞아, 특히 《사랑하는 개》가 내 취향이라 이이에게 좀 집중하게 됐다.


  《우리의 사람들》 표제작 <우리의 사람들>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 두 번 읽었다. 이 작품에 집중해보자. 첫 대목에 나오는 문장.


  “사진작가가 주카이숲에 간다고 하여 모두 따라가기로 한 것이다. 일정은 새벽 두시에서 오후 여섯시까지였고 전날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기 때문에 밤을 새우고 출발할 수 있을까 그 상태로 여섯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그렇게 다들 갈까 말까 하다가 결국 그냥 안 가기로 하였고…” (p.9)


  주카이숲에 따라가기로 했다가 그냥 안 가기로 한 사람은 화자 ‘나’의 친구들.

  이어서 같은 문단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나’가 등장한다.


  “나는 나대로 혼자 방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다가 숲에 가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차를 마시다 커피를 마시다 쏟아지는 햇빛을 보다 그러나 친구들이 숲에 갔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p.9~10)


  이어서 ‘나’는 친구들이 들어갔다가 여차하면 길을 잃을 정도로 깊은 숲인 주카이숲을 간 친구들을 연상 또는 상상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싱글이지만 만일 ‘나’가 부산 중구에 산다면, 이라고 가정하고 그랬다면 결혼을 일찍 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애도 두 명”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

  다음 문단은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밤을 온양관광호텔에서 보내는 것이 좋았다.”로 시작한다. 부산은 박솔뫼의 여러 책에 등장하는 장소. 온양도 서울, 부산 다음으로 박솔뫼가 애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부산 골목골목 거의 다 아는 것이 부산의 매력에 단단히 빠진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다른 소설집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산과 부산 지리, 부산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사랑하는 개》에 실린 <여름의 끝으로>에서도 한 번 써먹은 적이 있는데, 만일 사람이 동면冬眠한다면, 하는 가정. 《우리의 사람들》에서는 두 번 나온다. 인간의 저 먼 조상들이 동면을 했을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을 들었지만 믿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추운 걸 견디기 힘들고 더운 여름을 좋아해서. 그럼에도 부산, 온양, 동면은 연이어 읽는 것이 이 책을 읽을 때 특별한 거치적거림을 주지는 않는다.


  화자 ‘나’가 친구들이 사진작가와 더불어 주카이숲으로 가는 상상을 하는 분량, 그러니까 ‘나’의 상상이 만만치 않다. H와 사진작가가 번갈아 운전하는 차를 타고 주카이숲을 향해 가다가 담배를 피우기 위하여 차를 멈추고 밖에 나가 있는 동안, 붉은 털을 가진 짐승을 발견한다. 늑대라는 말도 있고 들개, 여우가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지만 절대로 곰은 아닐 거라는 데 모두 의견을 같이 한다.

  드디어 주카이숲에 도착해 깊은 숲 속으로 떠난다. 이때 친구 가운데 하나인 ‘하나’의 눈에 자꾸 붉은 털의 여우가 들어온다. 이게 정말 붉은 여우인지, 아니면 하나의 생각, 상상, 아니면 환각인지는 끝까지 모른다.


  그러니까 박솔뫼는 확실하게 정해진 것을, 그 반대로 되었다면이라는 가정 또는 상상을 해서 마치 그게 진실인 양 스토리를 만들었다.

  자신이 만일 부산에 살기로 결정하고, 정말 부산에 살았다면, 이라는 가정/상상도 재미있다.

  12월 31일과 1월 1일 사이를 아산에 있는 온양관광호텔에서 묵으며 아산시장에 들러 칼국수를 먹고(이 집 진짜로 유명한 집이다. 나는 안 가봤지만), 시장 안의 헌책방에 가서 책 구경한 다음에, 떡볶이, 튀김을 사 전철을 타고 서울로 오는 일정을, 매년 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더니 알고 보면 그것도 아니다. 올해에는 연극연출가 사쿠라이 다이조와 그의 극단인 “야전의 달” 멤버를 만나기 위해 일본 후지노에 갔다. 그래서 친구들이 주카이숲에 가는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것.

  이렇게 막 헝클어진 구성의 작품을 읽다가 만일 독자가 조금 다른 생각을 하면 그 순간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무척 헷갈리게 된다. 저절로 그렇게 된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시라. 이게 진짜 박솔뫼의 매력이다.


  일본 후지노에 가면서 ‘나’는 책 한 권을 가지고 간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가 쓴 <티보가의 사람들 1>. 이 작품의 1권을 우리는 흔히 <회색 노트>라고 하고, 이 1권만 번역해 단행본으로 나온 것도 상당히 많다. 뒤 가르의 모든 작품이 저작권 시효가 만료되어 번역물이 많다. 그러나 만일 <티보가의 사람들>을 읽으려면 1부만 읽고 치우지 말고 5권까지 다 독파하는 것이 훨씬 좋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 <우리의 사람들>에서 <티보가의 사람들 1>이 어떤 스토리와 연결이 되는지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그냥 그 책을 가져가서 다 읽지 못했으며, 작중 주인공 자크의 형 앙투안느(전편을 읽으면 당연히 자크 못지 않은 주인공이다. <회색 노트>에 국한하면 “주인공의 형”이 맞다)이 티보의 친구 다니엘의 어머니 테레즈 혹은 퐁타넹 부인에게 호감을 갖는 장면을 특히 강조한다.

  <화색 노트>를 읽는 독자들은 흔히 자크의 청소년기/사춘기의 열정과 방황에 초점을 맞추지만 하여간 박솔뫼가 특이하기는 하다. 이 <티보가의 사람들 1>은 뒤에 붙은 다른 단편에서 <회색 노트>로 다시 등장한다.

  내가 <티보가의 사람들>을 좋아해서 길게 썼지,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 박솔뫼는 유난히 다른 작품과 책의 내용을 인용하여 그것과 연결되는 사람들을 취재하고 탐색하고 자기 주장을 한다. 이건 내가 전에 읽은 책에 국한해 말해 《겨울의 눈빛》의 한 단편에서 고리 원자로 사건에 관한 부산주민들의 불안을 묘사하는 것을 연상하게 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확실히 이런 모습은 내가 좋아했던 박솔뫼의 다분히 포스트모던한 초기 작품과 다르다. 즉 박솔뫼의 작품이 변하고 있다는 뜻. 그런데, 그런 작품은 다른 작가도 쓸 수 있고, 쓰고 있다. 나는 여전히 이이의 <을>과 《사랑하는 개》, 특히 《사랑하는 개》 같은 작품을 좋아하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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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6-07-09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으면서 이 소설집을 구매한 것 같아 찾아보았는데 구매했더군요. 표제작을 읽다 멈춘 것 같아요. 근데 또 박솔뫼의 소설집 <영릉에서>를 샀습니다. ㅠ.ㅠ

Falstaff 2026-07-09 15:16   좋아요 0 | URL
뭐 인생입죠. ㅋㅋㅋ
저는 다른 분께 박솔뫼 추천하지 않는답니다. 이이야말로 독자하고 뭔가 맞아야 읽지 안 그러면 참 곤란하겠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