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 돈과 기름의 땅, 오일샌드에서 보낸 2년
케이트 비턴 지음, 김희진 옮김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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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한만큼 상당히 밀도가 있습니다. 남성이 대다수인 산업현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겪는 폭력들이 주로 나타나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고 가해자이자 동료들에 대해 느끼는 작가의 이중사고에 주목하게 됩니다. <랭스로 되돌아가다>의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도(그 정도의 철학적 베이스가 있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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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함락 1945 걸작 논픽션 26
앤터니 비버 지음, 이두영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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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역사책을 읽을 때는 독자 자신이 이 책을 왜 읽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역사책에는 각 사건의 세부적인 경과와 내용, 즉 '미시적인 지점'과 그리고 그 사건이 전체 흐름에서 가지는 의미나 다른 사건과의 연결고리, 즉 '거시적인 지점'이 모두 들어있다. 그리고 <베를린 함락 1945>는 그런 의미에서 좋은 역사책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1945년은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해 중 하나다. 마이클 돕스는 <1945>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열전의 종식과 냉전의 시작에 대해 썼고, 이안 부루마는 <0년>에서 1945년을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대 세계의 원년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 책, <베를린 함락 1945>는 그 1945년의 사건들 중에서도 제3제국의 패망이 공식화되었던 베를린 함락(베를린 공방전)의 전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다. 책은 새해를 맞이한 베를린의 민간인들을 보여주며 첫 장을 열지만, 사실 베를린 공방전으로 가기 위한 '진짜' 시작은 베를린이 아닌 동프로이센의 국경으로부터 온다. 바로 '비스와-오데르 공세'다. 1944년 크리스마스 이브, 독일의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구데리안 장군은 곧 동부의 비스와강 전선에서 소련군이 대규모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히틀러에게 전력 보강을 요구하지만, 히틀러는 이를 무시하고 이와 반대로 서부 전선에서 공격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들과 소련군이 엄포만 놓고 실제로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힘러의 의견을 듣기로 선택한다. 그러나 1945년 1월, 소련의 붉은 군대는 공세를 시작하고 이는 이 책의 제목인 '베를린 함락 1945'의 본격적인 포문을 연다. 이러한 도입부가 인상적인 이유는 최후까지 반복되는 히틀러의 오판과 고집, 그리고 소위 '히틀러의 남자들'로 불리는 나치 친위대의 실제 전선에 대한 극도의 무지 및 독일군 사령부와의 반복되는 의견 차이가 전쟁 막바지의 전개 과정을 압축하여 보여주기 때문이다. (구데리안은 결국 이후 퀴스트린에서의 작전과 관련한 히틀러와의 갈등으로 쫓겨나게 된다.) 


정치적으로, 수사적으로 전쟁이라는 단어는 너무 쉽게 입에 오르내리지만 사실 과정으로서의 전쟁이란 어느 시기 어느 곳에서든 지난하고 잔인하다. 그리고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들, 그 전쟁을 견디고 전쟁에 의하여 희생되고 전쟁의 부분과 부분을 연결하는 사람들은 단일한 주체가 아니다. 베를린 함락을 피상적으로 본다면 행위자는 독일과 소련이지만, 독일에는 히틀러와 나치 친위대와 독일 군대가 있고, 소련에는 스탈린과 NKVD와 붉은 군대가 있다. 그리고 각국의 병사들, 포로들, 국민들이 있다. 전쟁에서 나타나는 모든 선택들과 행동들을 하나의 고정적인 이데올로기적 주체의 것으로 환원하여 해석해서는 안된다. 또한 우리가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 얻게 된 잣대를 섣불리 들이대어 '이렇게 할 수 있었다.'고 해서도 안된다. 전쟁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건들이 매우 어리석거나 감정적이거나(히틀러의 경우 정신병리적이기까지 하고) 즉흥적이고, 그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이 죽음과 공포로 엮어있기 때문이다. 베를린을 서방연합군보다 먼저 차지하려는 스탈린의 '편집증'은 아이젠하워에게 거짓말을 하게 하고, 주코프는 코네프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초조한 나머지 무리한 공세로 많은 병사를 죽게 하고, 패배를 앞두고 베를린을 파괴하기를 원했던 히틀러와 달리 베를린을 방어하고자 했던 하인리히나 슈페어는 도시의 모든 다리를 폭파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 <베를린 함락 1945>의 미덕은, 전쟁은 수뇌부의 정치적 결정, 전선을 이끄는 군 장교들의 군사적 목표, 수많은 병사들의 고통스러운 살상, 민간인들의 부서진 일상 그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또한 그 각각에 상당히 복잡한(혹은 때로는 놀랍도록 단순한...) 동기들이 얽혀있다는 점을 아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어쩌면 앤터니 비버가 인용한 독일 여성의 일기야말로 역사의 본질을 알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기묘한 시기다. 사람들의 하루하루 경험이 역사를 만들어간다. 언젠가 이러한 일들이 역사를 채울 것이다. 하지만 그 하루하루를 사는 동안은 모든 것이 소소한 걱정과 두려움에 파묻히고 만다. 역사는 정말 따분하다. 내일 나는 쐐기풀과 석탄을 찾으려고 애써야겠지."(p.441) 


한편으로 우리는 전쟁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참혹함, 그러니까 전쟁에서 응당 허용된다고 여겨지는 살상행위('전투 과정에서 내가 죽지 않기 위해 상대편 군인을 공격하는 행동') 이상의 잔혹행위와 폭력에 대해서도 맞닥뜨리게 된다. <함락된 도시의 여자>라는 책으로 이미 잘 알려진 소련군의 베를린 점령 과정에서의 집단 강간은 그 일부인 동시에 앤터니 비버가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역사의 정치적 해석을 둘러싼 가장 첨예한 사안이다. 물론 전쟁에서의 강간은, 매번 믿기지 않지만, 늘 일어난다. 여성의 신체는 전쟁에서 가장 상징적이면서도 가장 물리적인 폭력의 대상이 되고, 그러한 의미에서 집단 강간은 민족적 분노와 복수심에 의하여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전쟁의 전리품에 대한 권리의 주장으로서 이루어지기도 한다(p.515). 이를 전쟁이 부추기는 폭력성의 분출로 볼 수도 있고, 전쟁에서 수반되는 인간에 대한 철저한 비인간화의 결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이 일은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으며 아마 앞으로도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더 큰 피해자다."라는 도덕적 정당화에 대한 집착은 이러한 개별적이거나 집단적인 잔혹행위들을 눈 감아주는 것에 일조했고, 위대한 소련의 승리와 그 가치를 의심하지 못 하게 하는 스탈린의 독재나 '성공은 정당한 것이고 성공하지 못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제3제국의 왜곡된 도덕관념(p.658~664)은 모두 이러한 정당화와 같은 뿌리에 있다. 이 책 <베를린 함락 1945>에서 잠시 언급되는 바와 같이 미국은 유럽에 대해 지극히 무심했던 대신 태평양 전쟁에 전력을 다하고자 했는데, 한국인이라면 다 잘 알다시피 그 태평양 전쟁에 종지부를 가져왔던 (요새 여러모로 화제인...) 원자폭탄에 의한 일본의 피해는 또한 그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이 책이 전쟁에 대한 착각에서 시작해 전쟁에 대한 책임 회피로 마무리되는 것은 그 자체로 전쟁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베를린 함락 1945>에서 그 전쟁은 독일이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이고 이는 역사에 유례없을 특수한 전쟁이지만  또한 매우 보편적이기도 하다. 앤터니 비버가 들여다보는 디테일과 또한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1945년의 사람들이 그 전과 후의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직시하는 것은 꽤 고통스러우면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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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가 날씨다 - 아침식사로 지구 구하기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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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나의 행동하지 않음에 대해 성찰해보게 함. 작가 특유의 형식 놀음이 은근히 드러나기도 해서 재미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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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대혼란의 시대
아미타브 고시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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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은 책 중 손에 꼽게 좋았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와 연결하여 읽으면 베스트. 단순히 우리가 얼마나 절박한 위기에 놓여있는지 수치로 설명하지 않고, 다방면에서 미래에 대해 상상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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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국왕 이야기
임용한 지음 / 혜안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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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밌는데 조선후기도 나왔으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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