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365. 미셸 트루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마왕>

 

  둘 다 의미심장한 책. <방드르디...>는 금요일, 방드르디vendredi라는 이름의 흑인 청년이 주인공이다. 그럼 조연은? 당연히 로빈슨 크루소. 근데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고립되는 장소가 대서양인 반면에, 크루소 씨와 방드르디의 장소는 태평양인 것이 차이가 난다. 그것만? 당연히 아니지. 이 책이 흥미로워 나는 읽기를 마치자마자 예전 소년용만 읽은 <로빈슨 크루소>를 정식으로 읽어보기 위해 펭귄 시리즈를 사서 읽었을 정도다. <마왕>은 거대한 몸집을 지닌 성기 왜소증 환자가 저 동프로이센 벌판에 구름 같은 말을 타고서 아이들을 채집하는 이야기에 갖은 우화적 요소를 다 가져다 붙인 명작.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라면 당연히 <마왕>을 고르겠지만 <방드르리...>역시 빼어난 작품이다.



116, 117. 조셉 콘래드, <로드 짐>

 

   콘래드, 하면 누구나 <어둠의 핵심>을 꼽겠지만, 나는 그리 흥미롭게 집중해서 읽지 못했다. 반면에 <로드 짐>과 대산세계문학에서 출간한 <비밀요원>은 재미있게 읽었고, 특히 <로드 짐>이 더 그랬다. 콘래드가 폴란드 태생이지만 영국 작가로 분류하듯이, 전형적인 영국 스타일이다. 동남아시아에서 낡은 기선이 조난당할 때, 짐이라는 이름의 간부선원이 마치 세월호 선장과 간부 나부랭이 선원들처럼 승객의 안위 따위야 나 몰라라 한 채 구명정을 타고 탈출한다. 승객들? 천만 다행으로 침몰할 줄 알았다가 간신히 구조된다. 하지만 이 일로 자격증을 박탈당한 짐은 말레이 반도 정도로 짐작할 수 있는 오지에 정착하게 되는데, 원주민이 보기에 피부가 흰 것이 마치 하느님 바로 아래 수준인 것 같았다. 그래서 짐이 로드, 즉 우리의 주님load, 짐이 되는 것. 짐의 고뇌는 명예라는 것이 무엇인가로 귀착되고, 그래서 영국스럽게 풀린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재미로 읽어도 충분히 좋다.



128, 129. 헨릭 시엔키에비츠, <쿠오바디스>

  이토록 재미있는 줄 모르고, 숱하게 본 크리스마스 특별 방영, KBS 명화극장을 통해 본 동명의 더빙 영화로만 만족해왔다. 내용이야 물론 영화와 다를 이유가 없지만 그깟 세 시간의 러닝타임에 불과한 필름으로 어찌 이 매력적인 콘텐츠를 대신할 수 있겠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일독을 권한다. 나도 비기독교인, 그걸 넘어 유물론자이지만, 종교와 관계없이 대단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영화에선 로버트 테일러가 분한 주인공 비니키우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책으로 읽을 때는 약간 핀트를 바꾸어 주인공의 외삼촌이자 역사상 최초의 소설가였다는 페트로니우스의 촌철살인만 따라가도 본전을 뽑는다. 그러나 역시 종교소설이니만큼 초기 기독교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아두는 것도 매우 좋은 일임은 분명하다.



139, 140, 141, 240. 존 바스, <연초 도매상>, <키메라>

 

  분명히 포스트 모더니스트인데 어떻게 책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바스는 이제 소설로 쓸 소재는 다 떨어졌다고 선언하고, 이제까지 만들어진 것들을 여러 형태로 변주한 작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번역해 나온 책이 이 두 종밖에 없어서 아쉽다. 게다가 두 책이 진짜 재미있으니 말이지. 예를 들어 <키메라>에서는 셰헤라자데 왕비에 의한 천일야화도 사정없이 비틀어버린다. 당시 샤리알 왕이 왕비와 결혼하고 하룻밤이 지나면 죽여 버린다는 건 다 아시겠지만, 동생 두냐자데와 함께 왕의 침소에 든 셰헤라자데는 타임머신의 도움으로 얻은 20세기 <천일야화>를 이용해 샤리엘 왕의 광기를 말끔하게 제거해버리는데, 어떻게인지는 차마 말할 수가 없네. <연초 도매상>도 무수한 블랙 코미디 속에서 정신없이 길을 잃는 동안 순식간에 책 세 권을 다 읽어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142, 143. 조지 엘리엇,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지금 시중에 민음사가 조지 엘리엇의 <미들 마치>를 번역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미들 마치>가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작품이라고 영국의 영문학자들이 판단을 했다는 걸 먼저 얘기해야겠다. 그러니 만일 민음사가 정말로 출간을 한다면, 두 번 돌아보지 말고, 한 다섯 권 가량으로 나올 거 같은데 그래도 사서 읽어보시라. 나는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하나만 가지고 조지 엘리엇의 팬이 됐다. 그래 <다니엘 데론다>와 <미들 마치>까지 다 읽어 치웠다.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단단한 여류작가. 사람과 선함을 믿지 않으면 이런 작품을 쓰기 어려울 듯하다. 이이가 만든 물방앗간의 사람들은 강건하고 굳세고 근면하며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있는 여성.



160. 엔도 슈사쿠, <깊은 강>

 

  이이는 일본인으로 천주교 신자다. 그래 <바다와 독약>, <바보>등 그의 책이 보이는 대로 읽어보았다. 작품 이름은 거론하지 않겠지만 다른 기독교인들이 쓴 책들과는 차원이 다른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의 전적으로 기독교 주제를 다루는 작가 가운데 내가 유일하게 줄독서chain-reading하는 사람이 엔도 슈사쿠. 그의 마지막 작품이 <깊은 강>이다. 갠지스 강. 힌두교인들에게 가장 성스러운 강이며, 죄를 사해주는 강이며, 죽은 다음에 화장을 해 뼛가루가 흘러야 하는 강이다. 이곳에 여행을 떠난 일본인들 이야기. 이이가 언제나 그렇듯이 삶과 죽음과, 행복과 유로지비스러움 같은 달관이랄까, 포용이랄까, 화해랄까, 심지어 기독교도답지 않게 윤회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유의 한 자락을 던져준다. 앞으로도 천착해볼 만한 작가다.



171, 208, 276, 333. 치누아 아체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 <신의 화살>, <사바나의 개미 언덕>

 

  반식민문학의 기수인 치누아 아체베, 하면 소위 아프리카 삼부작이라 일컫는 <모든 것...>, <더 이상...>, <신의...>를 이야기한다. 삼부작은 아프리카인들이 사는 땅에 처음 백인이 도착하고, 교회를 짓고, 군대가 들어오고, 지배하고, 자식들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고, 그들이 식민모국을 위해 일을 하며 옛 아프리카를 우습게 알다가 결국 식민지 아프리카인들의 종언을 고하는 순서가 된다. 그러다 <사바나의 개미 언덕>에 오면 드디어 해방이 온다. 식민지를 침탈하던 유럽인이 물러가기는 했지만 경제, 문화적으로 여전히 식민 상태와 다름이 없고, 느닷없이 등장한 독재정권에 아프리카는 분열하고 탄압받으면서 반half 식민지 형태로 전환한다. 이런 모습을 나이지리아에서 직접 목격하고, 비아프라 공화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해본 아체베가 정확하게 집어낸 작품.



174, 175, 181, 182.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

 

  <분노의 포도>에서는 공산주의자 또는 강성 사회주의자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반면, <에덴의 동쪽>은 또 엉뚱하게도 기독교적 원죄에 입각한 사람살이의 어려움을 그렸다. 나는 <분노의 포도>가 조금, 아주 조금 더 좋지만 <에덴의 동쪽> 역시 수작 중에 하나라는데 다른 뜻이 없다. 때는 대공황 시기. 가뭄이 들어 오클라호마를 떠나야 하는 농부 가족이 몇날 며칠을 걸려 도착한 캘리포니아엔 숱하게 모인 유민들로 인해 생각하지도 못한 저임금의 늪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자발적인 조합운동이 시작되는,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반공주의 나라 미국. 그러니 그 어려움이란 말로 하지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람에 대한 애정, 즉 진정한 인류애에 입각한 가족의 지도자, 어머니가 만들어내는 마지막 장면은 독자의 누선을 매캐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178, 235, 236. 아이리스 머독, <그물을 헤치고>, <바다여, 바다여>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아이리스 머독의 매력은, 전혀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농담, 해악, 익살, 심지어 허언까지 모두 써가며 쉬운 작품을 쓴다는 것. <그물...>에선 네 명의 남녀가 서로가 서로를 향하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만 하는 짝사랑들의 난장판을 그렸으며, <바다여...>엔 이미 다 늙어 은퇴한 작자가 저 스코틀랜드 북쪽 끝 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긴 옛 사랑, 지금은 코밑에 검은 수염이 돋은 노파가 된 여인을 좇아, 바람과 추위의 고장까지 이주해버린 이야기다. 두 편 다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책으로 분량이 많아도 그냥 후딱 읽어치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질투는 사랑과 함께 시작하지만, 사랑과 함께 죽어버리진 않는다는 것. 아는 사람은 단박에 이해하실 수 있을 터. 어뗘? 끌리시지?



186, 187. 조지프 헬러, <캐치-22>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주둔하던 미국 전투비행단원 이야기. 말은 이렇게 하지만 미국의 애국시민답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반전주의 작품이다. 그리고 전편에 걸쳐 노골적으로 펼쳐진 요절복통의 만찬. 병사들은 자신의 애인 이름을 붙인 전투기를 몰고 나가 이국의 하늘 위에서 아무 원수진 적 없는 엉뚱한 병사가 쏜 대공포에 맞아 홀랑 타 죽어버리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 어째 말이 좀 그렇지? 죽어버리기가 죽기보다 싫다니. 그렇다. 죽음의 공포야말로 진정한 반전의식의 씨앗이다. 그리하여 가장 호소력 있는 반전소설이 될 수 있는 법. 용감무쌍하다고 알려진 미국 공군 조종사들의 유일한 영웅은 비행기를 몰고 출격한 김에 독일 땅을 넘어서 스웨덴까지 가 직접 망명요청을 한 탈영병. 전쟁을 피하기 위해선 탈영이라도 하란 말씀. 정말 재미있고 요절복통의 도가니지만, 군대 이야기이니만큼 마초 분위기는 도저히 숨길 수 없는 게 흠.



190, 191, 207, 251. 랠프 앨리슨, 클로리아 네일러, 앨리스 워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쓴 작품들. <보이지 않는 인간>,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 이 세 작품, 네 권이 총 374권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자리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가 쓴 소설. 민음사 전집에 이들의 다양한 작품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이건 에밀 졸라가 쓴 루공 마카르 총서가 하나도 없다는 것과 더불어 매우 아쉬운 일이다. <보이지 않는...>은 브루클린의 좌파단체 안에서조차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흑인, <브루스터플레이스...>는 뉴욕 슬럼가의 한 빌딩에 모여 사는 흑인 여자들의 결핍된 삶 속 흑인 여자들의 페미니즘과 동성애, <그레인지....>는 누적된 흑인들의 곤고한 삶에 관한 고찰이다. 특히 글로리아 네일러의 <브루스터플레이스...>는 강력 추천.



195, 196.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벨기에 출신의 작가가 미국에서 완성한 프랑스어 작품. 자기 글에 깐깐하기로 이름 난, 그래서 학생들에겐 악명 높은 서울대 명예교수 곽광수 번역이다. 소위 옛 로마제국의 현명한 다섯 황제 가운데 세 번째 인물로, 주로 남쪽지방 원정과 미소년과의 사랑을 즐겼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자신의 세손, 오현제 가운데 마지막이 될 아우렐리우스 황제에게 내린 가르침을 적은 책. 이렇게 얘기한다고 실화라고 믿지 마시라. 엄연하게 픽션. 유르스나르는 이 책을 쓰기 위해 30년의 준비기간을 두었다고 한다. 물론 그동안 전부를 이 책의 준비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겠지만. 만일 당신이 사랑하는 자식들 혹은 손녀, 손자들에게 들려줄 것을 말을 조리 있게 할 자신이 없어 머뭇거린다면, 대신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시라. 삶과 죽음과 사랑과 세상에 관한 진지한 사유를 온전히 전해줄 수 있을 터이니. 이 책이 마음에 들면 당연히 <알렉시>도 찾아 읽으실 터. 물론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긴 하지만.



197. 198. 윌리엄 스타이런, <소피의 선택>

 

  명배우 메릴 스트립이 타이틀 롤을 했던 영화로 유명하지만, 원작도 영화만큼 재미있다. 당연히 더욱 상세한 심리묘사와 상황설명이 덧붙어져 있어 훨씬 더 이해하기 쉽기도 하고. 노예를 두기도 했던 남부 출신 작가지망생 스팅고가 뉴욕의 한 집에 세 들어 만나고, 친해지게 되는 네이선과 소피 커플. 네이선은 유대인, 소피는 폴란드에서 유대인 말살의 이론적 배경을 만들어 나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교수의 딸. 배경부터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커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광로 같이 뜨거운 사랑을 하고, 그것보다 더 뜨겁게 질투를 하기도 하면서 서로를 망가뜨리는 동시에 의지한다. 도대체 이들에게 어떤 과거가 있었을까. 이 책이야말로 읽어봐야 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책 가운데 백미는 “어떤 선택.” 나는 도저히 이것이 무슨 선택인지 가르쳐드릴 수 없다. 

 

 

*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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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2-17 11: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어제와 비교하면 제가 읽은게 거의 없다시피 하네요. 심지어 이런 것도 있었어? 하는 책들도 많이 보이고요. 아, 역시 읽어도 읽어도 책의 세계는 너무나 넓은 것입니다.

잠깐 다른 의견 혹은 감상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언급하신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을 너무 싫어합니다. 그래서 재작년인가 엄청 빡쳐하며 포스팅을 하기도 했죠. 남자 작가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분노의 포도 재미있고 의미있고 짚어야 할 거 짚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남자는 혁명으로 세상을 구할 때 여자는 젖으로 세상을 구한다니, 정말 싫은 결말이었어요. 제가 이거 읽고 너무 놀라서 이 책에 대해 엄마에게 말해줬거든요. 엄마라면 나한테 그렇게 시키겠냐고. 엄마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하셨어요. 실제로 여성들이라면 자기 딸에게 시키지 않을 일을, 남자 작가는 숭고하게 포장해서 책에서 해냈죠. 제가 정말 싫어하는 결말입니다. 제가 당시에 너무 화나서 포스팅 했을 때 여러분들이 댓글 달아주시더라고요. 자신들도 그 결말을 너무 싫어한다, 불편하다고요. 저는 그것을 인류애로 보지 않습니다.


오늘 올려주신 책들중에서는 일단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기다려볼거고요, 소피의 선택은 구매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소피의 선택이 그런 내용인줄 전혀 몰랐어요. 영화도 안봤거든요. 영화와 책이라면 무조건 저는 책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물론 드물게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요), 소피의 선택은 일단 무조건 책으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질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후훗. (구매로 이어지지는 말아야 할텐데요.)

Falstaff 2021-02-17 11:12   좋아요 5 | URL
ㅎㅎㅎ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
그거 일종의 뭐라하나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 가물가물하네, 뭐라지요? 하여튼 그것 아닐까 싶었어요. 옥에 갇힌 굶주린 아버지한테 자기 젖 먹여 살린 딸 이야기요. 그림으로도 있잖아요. 그걸 차용한 것이 아마 분명하리라 생각합니다. 자기 작품을 그런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어서 별 생각없이 썼다는데 만 원 겁니다. ㅎㅎㅎ 이거 스타인벡을 위한 변명 아닙니다.
그러니까 스타인벡이 내놓고 뽕짝 한 번 틀어본 건데, 사실 읽는 분은 굉장히 기분 나쁘겠다 싶습니다.
저도 락방님 열받아 마구 욕하시던 포스트 기억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아주 인상깊었어요.
소피의 선택은 둘 다 좋아요! 전적으로 메릴 스트립이, 정말정말 연기를 잘하는데다, 네이선 역의 남주도 아, 말이 필요 없습니다. 메릴이 윈프라 쇼에 출연해서 제가 위에 말한 선택의 장면에 대해 질문을 하니까, 영화의 해당 장면은 생각하기 싫다고, 얼굴을 구겼답니다.
영화 한 번 찍고, 전신에서 힘이 빠져 감독한테 나 더이상 이 장면을 못 찍겠어요, 말했는데 다행히 첫번째 촬영이 OK가 났다네요. 수십년이 흘러도 당시에 몰두한 장면을 생각만 해도 진이 빠지는 거였답니다. 영화도 진짜 볼 만해요!!

페넬로페 2021-02-17 13:17   좋아요 4 | URL
아주 오래전 읽은 ‘분노의 포도‘는 구조적인 관점에서 읽어 무척이나 감명을 받은 책이었습니다. 다락방님을 화나게 한 마지막 구절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그땐 저에게 좋은 책이었어요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지금은 어떤 느낌일지, 다락방님께서 느끼신 부분을 저도 똑같이 느낄수 있을지 흥미로울것 같습니다.
남성 작가들은 여자를 어머니같은 존재로 두고, 이 세상의 구원상으로 놓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페넬로페 2021-02-17 13:18   좋아요 1 | URL
에덴의 동쪽은 그저 ‘제임스 딘‘ 이지요 ㅎㅎ

Falstaff 2021-02-17 13:30   좋아요 1 | URL
저는, 남성 작가라서 그런 결말을 냈다고 하시니까 도무지 반론을 펼 수가 없네요. ㅋㅋㅋ (진지모드) 진짜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러면서도, 며칠 전에 독후감 올린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에서도 토카르추크가 여주인공의 개 두 마리를 죽인 복수로 동네 유지급 인사 네 명을 죽이는 것이 나오잖아요. 그게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는다는 말입지요. 사회적으로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지만.
그때 제가 문학적 책읽기와 사회적 책읽기로 구분해야겠다, 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도 문학적 독서와 여성주의적 독서로 구분해서 읽는 것이 어떤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책을 읽을 때부터도, 수없이 많은 화가, 조각가들에 의하여 형상화된 시몬과 페로 이야기를 저절로 떠올렸거든요. 그래 생각의 초점이 저절로 옛 이야기에 맞춰졌습니다.
근데 분명한 건, 책, 소설이야말로 읽는 사람 마음대로 라는 것. 그 장면이 재수없다, 그러면 재수 없는 겁니다.

김수영 선생은 꼭 제임스 딘을 제임스 띵, 이라고 시에 쓰곤 했던 기억이.... ^^

막시무스 2021-02-17 15:16   좋아요 2 | URL
저도 다락방님께서 지적하신 <분노의 포도> 끝 부분에 대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해하지만, 꼭 그래야 했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팔스타프님께서 댓글에 남겨 주셨듯이 작가는 그 장면에서 서양화 <시몬과 페로>에서 차용한 듯 합니다. <시몬과 페로>는 로마시대의 효심을 주제로 한 이야기로 서양인들에게는 유명한 주제인지 루벤스 등 많은 서양화가들이 <시몬과 페로>를 미술, 조각등의 작품으로 남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는 서양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 소재를 활용해서 이 소설의 주제를 제시하면서 가족간의 효심 수준의 사랑을 인류애 수준인 자비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로 쓴 것 같은데,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었던게 불편했고 표현도 지나치게 과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서양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지 궁금해 지기도 하네요!

scott 2021-02-17 1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퐐스타프님 이왕이면 오타지뢰밭 민음사 세계문학 1-2편도 ^ㅎ^

Falstaff 2021-02-17 13:16   좋아요 4 | URL
아이고, 그거 함부로 썼다가는, 저역자들이 몰려와서 비밀 댓글 달고 마구 뭐라고 지랄하고, 야단치고, 염병을 하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말도 못합니다. ㅋㅋㅋㅋ

hnine 2021-02-17 13: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몇년째 생일선물로 남편에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조금씩 조금씩 요청해서 받고 있는지라 일단 집에 있는 책들이 눈에 많이 띄어서 좋네요. ^^
Falstaff님은 작품 내용은 물론이지만 늘 작가의 생애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번역의 충실도에 대한 언급도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어요.
이 많은 책들을 언제부터 이렇게 많이 읽으셨을까 존경스럽습니다. 책과 반주 (^^), 그리고 또 좋아하는게 있으신가요?

Falstaff 2021-02-17 13:21   좋아요 6 | URL
아이고, 이렇게 얘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쨌거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해주시니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
흠... 전 음악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집에 CD가 한 2~3천 장 정도 있습니다. 오페라가 천7백, 기악과 성악이 8백, 가요/팝/재즈/블루스/세계음악이 3백 정도 됩니다.
이 가운데 한 5백 정도는 불법 복사물이고요. 아직 버리지 못해서요. ^^;;;
음악을 좋아하지만 책 읽기를 조금 더 좋아하고, 왕창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책보다 마누라가 조금 더 좋고, 마누라보다는 술이 조금 더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 답글 마누라가 보면 안 되는데...

얄라알라 2021-02-17 13: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제 인생의 책을 가장 앞에서 소개해주셔서 업 되서 읽었습니다!!!! 다만, 읽은 책으로 다섯 손가락 채우기가 힘이 들어서, 쪼그라듭니다^^;;;

Falstaff 2021-02-17 13:31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까. ㅎㅎㅎ 고맙습니다.

폴스타프 마누라 2021-02-17 13: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당신 오늘 술상 없을 줄 알아!
내일 아침 커피도!!!

Falstaff 2021-02-17 13:32   좋아요 5 | URL
윽!
커피 이야기까지 하는 거 보니까.... 당신 맞네 ㅠㅠ
제발 목숨만은 살려줘. 흑흑흑.....

coolcat329 2021-02-17 1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모든 책들이 다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폴스타프님의 추천글로~ 하드리아누스...쿠오바디스...이런 책들을 읽고 싶게 만드시니 감사합니다 ~ 조지 엘리엇, 엔도 슈사쿠 좋아하시는줄은 알았지만 저 정도 팬이신줄은 몰랐네요. 조지 엘리엇이 눈에 유독 띄네요~ ^^

Falstaff 2021-02-17 13:53   좋아요 2 | URL
조지 엘리엇, 빅토리아 시대 작품입니다. 동시대 여성 작가들 보다 훨씬 강단이 있고 주체적이지만, 흥미진진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미리 염두에 두시면 좋겠네요. ^^

잠자냥 2021-02-17 14: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엔도 슈사쿠에 대한 평은 1000% 동감합니다.
전 존 바스에 편견이 있는 거 같아요. 무지 지루할 거 같은 느낌?! ㅋㅋ
근데 폴스타프 님 믿고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Falstaff 2021-02-17 14:10   좋아요 2 | URL
근데, 이것도 차별인지 모르겠지만....
여성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연초 도매상>은 더 그렇네요.
<키메라> 앞 부분에선 환호했다가도요. ㅎㅎㅎ

coolcat329 2021-02-17 14: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들키셨네요 🤣

Falstaff 2021-02-17 14:11   좋아요 4 | URL
큰일입니다.
갑자기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습니다. 저도 목숨은 아까워서요. 흑흑흑....

막시무스 2021-02-17 15: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방드르디‘를 읽고 나서 철학적으로 뭔가 굵은 한방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고, 다시 한번 재독해야지 다짐했는데 팔스타프님 덕분에 오늘 동력을 얻습니다.ㅎ

한가지 질문을 드리자면, 방드르디를 읽다보면 소설 중간중간에 성에 관한 담론이랄까 작가의 철할 이랄까 이런게 몇 군데서 서술되는데, 이 성 담론이 방드르디 작품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ㅠ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요즘 여러 분들이 좋은 리스트를 올려주셔서 지갑거덜나겠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Falstaff 2021-02-17 15:35   좋아요 3 | URL
엇, 그렇습니까?
방드르디는 읽은지 꽤 오래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인상만 깊게 남았거든요.
저도 다시 한 번 읽어볼까요? ㅎㅎㅎ

막시무스 2021-02-17 15:38   좋아요 1 | URL
제가 연구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ㅎ 즐건 하루되십시요!ㅎ

Falstaff 2021-02-17 15:42   좋아요 1 | URL
ㅎㅎㅎ 고맙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락방 2021-02-17 15:56   좋아요 3 | URL
저는 방드르디를 끝까지 읽지는 못하고 처음 조금 읽다가 말았는데요, 막시무스 님께서 성에 대한 담론이라 하시니까 갑자기 팍, 하고 주인공이 자위하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희미한데, 땅이었나 풀숲에 대고 자위를 하는 장면이었거든요. 그래서 읽으면서도 ‘지금 얘가 자위하는거야?‘ 갸웃했더랬는데, 그런 장면이 뒤에도 수시로 나오는가 봅니다. 성에 대한 담론이라니, 그 때는 지루해서 읽기를 포기했는데 지금 도전한다면 아예 새롭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막시무스 2021-02-17 16:01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께서 말씀하신 부분도 연구해 보겠습니다! 확실히 방드르디는 로빈슨크루소를 뒤집어 읽기 수준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는듯 합니다!

얄라알라 2021-02-17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 맞아요. 향기나는 풀꽃이 피어난 이야기. 기억나네요^^ 다락방님 섬세히 기억하시네요. 저도 막시무스님과 방드르디 다시 읽을까봐요^^

막시무스 2021-02-17 16:07   좋아요 1 | URL
무인도를 혼자서 노저어 가는 것보다, 함께 항해해 가면 더 즐겁겠죠!ㅎ 따듯한 하루되십시요!ㅎ

단발머리 2021-02-17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드르디...>에서 시작하려고요, 저는...
그나저나 그거만 좀 알려주세요. 민음사 세계전집 1부터 마지막 번호까지 집에 다 가지고 계신건가요? @@

Falstaff 2021-02-17 16:53   좋아요 4 | URL
아니예요. 전 전집은 사지 않습니다. 다 낱권으로 장만했고요, 몇 권인지는 안 세어봐서 모르겠는데, 옆으로 죽 세워놓고 6미터 20센티 정도 됩니다.
자랑질이지만.... 한 문장도 빼놓지 않고 산 건 다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비연 2021-02-17 17:07   좋아요 1 | URL
6미터 20센티! ㅎㅎㅎㅎ 와우!

비연 2021-02-17 17: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댓글 달기가 ㅎㅎㅎ
엔도 슈샤쿠의 책은 <침묵>이 좋았는데, 민음사에선 아직 안 나왔나보네요.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제 인생 책 중 하나...
한번 다시 읽어볼까 싶기도.
<소피의 선택>...은..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의 그 선택 장면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장면이죠. 그 표정.... 선택할 때와 하고 나서의 그 표정도.
나머지 책들 여러 권 푱푱 담아 갑니다.
Falstaff님 덕분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쌓여갑니다 허허.

Falstaff 2021-02-17 17:23   좋아요 2 | URL
ㅎㅎㅎ 대신 사시면 꼭 끝까지 다 읽으셔요!
그럼 돈 아깝지 않습니다. ㅋㅋㅋ

옙. 메릴 스트립, 영화 찍고 후유증으로 고생 깨나 했을 겁니다. 감정 들어간 거 쉽게 빠지지 않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