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자기객관화'라는 말을 들으면 즐겨 보던 드라마 닥터깽에 나왔던 일명 한가인 자뻑 동영상으로 알려진 이 장면이 생각난다. 난 자기 객관화가 아주 잘 되는 사람이거든? 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니. 아, 부럽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이어서, 아니, 자기 객관화가 잘 되고도 행복한 사람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기 객관화는 어쩌면 잔인한 그 무엇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경우 자기 객관화의 어려움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본다는 행위 그 자체의 난해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본 행위 그 이후의 결과, 즉 객관화된 자신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일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실은 현실보다 조금은 부풀려진 스스로를 자신이라 인식하고 살아가는 일이 많다.

외모의 측면에서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사진발이 잘 안받는다는 사람'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시야가 반영된 거울을 볼 때는 스스로가 예쁘게 혹은 멋지게 보이다가 자신의 객관화된 모습이 반영된 사진을 볼 때는 스스로의 모습이 꼭 내가 아닌 것만 같이 어색해 보이는 거. 아, 이 사진 정말 이상하게 나왔어, 라고 말을 하는데 정작 주변에서는, 뭘 똑같은데~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것. (주변 사람들, 참 잔인도 하여라) 그러니까 그녀는, 너무 예쁜 그녀가 정말 그녀였기에, 너무 똑똑하고 능력 있는 그녀가 정말 그녀였기에 자기 객관화의 경지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객관화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얘기다. 객관화된 자신을 들여다 보면서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얘기다.

현실이 아닌, 살짝 이상화된 자신의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현실의 어느 지점과 그 자신이 부딪쳐 주저앉게 되는 그 지점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자기 객관화에 다다르지 못한다. 여기서는 '자기 비하'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그나마 자기 비하가 어느 정도 견딜만한 것은 비하의 주체가 비하를 하면서도 그게 사실 어느 정도는 비하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객관화의 지점을 넘어 비하에 이른다는 것 역시 스스로를 견뎌낼 수 있는 고도의 술책은 아닐까.

하지만 가끔은 그런 믿음, 그러니까 자신이 자기 자신보다 좀 더 좋은 사람일 거라는 믿음, 좀 더 나은 사람일 거라는 믿음은 때론 자신을 정말 거기에 다다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실은 모든 인간은 무의식 중에 객관화된 자신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일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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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8-20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그러셔도 웬디양님은 재수있어요...(이건 뭥미...암튼 좋은 뜻임..)

웽스북스 2008-08-21 01:05   좋아요 0 | URL
으하하, 믿어도 되는 거죠? ㅜㅜ

Arch 2008-08-2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맨날 사진발이 안 받아, 였는데.. 실은 제게 객관화할 수 있는 눈이 없던 거였어요. 어흑. 마지막 문단, 멋진데요~ 원래 웬디양님이 좀 멋져!

웽스북스 2008-08-21 01:06   좋아요 0 | URL
우후훗 좀멋져,라니, 저의 자기객관화에 도움이 안되는 발언이에요 ㅋㅋㅋ

시니에님 사진빨이 뭐 어때서요 이쁘더만~ (이라고 하면 묘하게 칭찬도 아닌 것이 욕도 아닌 것이의 경게에 서게되죠 그죠? ㅋㅋㅋ)
 


1

저녁 드실 분! 이라는 쪽지에
저 오늘은 생식 먹을 거에요, 부디 아무도 유혹하지 말아주세요
라는 답장을 보냈다

아니나다를까, 나의 이런 반응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우리 과장님들께서는
니가 무슨 생식이냐며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가자며 유혹하신다
사실 평소에는 누군가 한명만 유혹해주면 금방 헤벌쭉 넘어가서
그죠, 사람은 밥을 먹고 살아야죠, 라고 대응하고는
신나게 밥을 먹으러 갔으나

오늘은 세분 과장님이 떼지어 유혹해 주시니
유혹의 효과가 반감된다
꿋꿋이 나는 두유를 사겠다며 편의점 쪽으로 몸을 돌린다

이때 귓가에 꽂히는 과장님의 말
그래놓고 너 또 두유 사고 소세지 사고 삼각김밥 살거지?
움찔

사실 생식은 종종 내게 음료수라는 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아버렸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오늘은 생식과 삶은 계란으로 만족하기로했다

아흡, 그러니까, 지금,
배고프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으흠, 그런 거다 ㅜ_ㅜ


2

기륭에서 동조단식에 참여하던 김현진이 시사인에 글을 보내왔다
그녀의 블로그를 통해 그녀가 동조단식중이라는 건 알았지만
활자화된 글로 읽으니 어쩐지 더 부끄러워졌다

생식에 두유에 삶은 계란이면 사실 먹을 거 다 먹었으면서도
기운없어 기운없어 겔겔대고 있는 스스로가

(단식에 비교할쏘냐)


3

개발이 마무리단계에 있어서 수정사항 체크중인 내부솔루션이 있는데
이게 메인 기획자가 내가 아니었던 관계로,
즉 원래 기획자의 퇴사 이후 다시 나에게로 분장된 일인 관계로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많고, 잘 모르던 부분도 많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많다

여전히 남의 자식 같은 걸 떠안고 좀 사랑하며 살아보려니
참 마음이 쉽지 않다
나같으면 이건 이렇게 안했을텐데, 싶은 것들도
일단은 오픈 일정에 맞춰 넘어가고, 다음 2차 오픈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니
업무적으로 얘를 대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수정사항을 찾는 건 재밌다
오히려 이건 기획자가 내가 아니다보니 재미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내가 기획자였으면 나의 오류를 스스로 지적하는 것이다보니 좀 괴롭지 않았을까)
그 생각에 이르고 나니 어째 좀 나쁜사람 같네

암튼, 그러니까 하고 싶은 얘기는
자꾸만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갈 때 쪼잔한 수정자의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 요즘이라는 거다

아까 모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실수로 비밀번호를 잘못쳐서 다시 로그인을 하는데
아이디 정보가 사라지는 거다
어, 불편하다.... 하면서 아이디를 다시 입력하는 내 마음은 벌써
수정사항이 모이는 엑셀파일을 열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칸에

비밀번호 오류 입력시 입력 아이디 정보가 사라집니다.
비밀번호 오류시에도 입력 아이디값 물고 있을 수 있도록 수정해 주세요

라고 쓰고있다, 이놈의 편집증


4

방금 엄마가 뭔가 파일을 보여주면서
여기 앞쪽 사진이 프린트 돼 있는 애들이 동방신기냐고 묻는다

어헙, 엄마, 나 모르는데........
생판 처음보는 애들 다섯명
교복 모델인가, 교복을 입고 있는 사진 같은데....

엄마는 너도 이제 한물 갔느냐며 막 웃으신다
음, 엄마, 한물 정도가 아닌데
나는 HOT 이후로 구분을 못해요, 아니다, 그래도 신화는 아는구나....


그래도 한때는 노이즈와 잼 멤버들을
투투와 룰라의 멤버들을
어른들 비웃어가며
또리또리 구분하던 나였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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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8-19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마음을 담아 먼댓글로 날려보냅니다.=3=3=3=3=3

웽스북스 2008-08-19 19:37   좋아요 0 | URL
봤어요~ 메피포사악에서 나온 음식들 ㅎㅎ

바람돌이 2008-08-19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구분 못합니다.ㅠ.ㅠ
근데 왜 웬디양님 글 읽는데 배가 고프죠? ㅠ.ㅠ

웽스북스 2008-08-19 19:38   좋아요 0 | URL
아 바람돌이님 윈! 윈!
전 그래도 신화랑 HOT는 하는데 으쓱으쓱

깐따삐야 2008-08-19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웬디양님, 왜 그래요?
2 으음... 그렇구나.
3 여전히 정의로와.^^
4 난 요즘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한테 꽂혔음. 무려 스무살. ㅋㅋ

다락방 2008-08-19 08:17   좋아요 0 | URL
난 요즘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한테 꽂혔음. 무려 스무살. ㅋㅋ
난 요즘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한테 꽂혔음. 무려 스무살. ㅋㅋ
난 요즘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한테 꽂혔음. 무려 스무살. ㅋㅋ
난 요즘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한테 꽂혔음. 무려 스무살. ㅋㅋ

공감이라구요, 깐따삐야님. 흣 :)

Mephistopheles 2008-08-19 09:25   좋아요 0 | URL
이상형이 "김하늘"이랍니다.

다락방 2008-08-19 11:46   좋아요 0 | URL
음..
김하늘이라구요?


음..
음...

웽스북스 2008-08-19 19:41   좋아요 0 | URL
깐따님 //
1. 좀 잘 살아보려구요
2. 흐읏
3. 정의로워 (X) --> 까칠해 (0)
4. 에 답글은 다락방님과 함께 (보고싶었어요 얼마전에 청주 지나면서 생각했는데 말이죠 ㅜㅜ)

다락방님 //
이용대 팬 장난 아니게 많던데요
우리 옆책상 막내는 바탕화면에 이용대
우리 팀장님은 3종세트 나한테 막 보내주시고
어제 밥먹으러 갔더니 테이블마다 누님들이 이용대 얘기

메피님 //
후훗 저랑 여자보는 눈이 비슷한가봐요 ^_^

Arch 2008-08-1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실은 이용대 홈피가서 말로만 듣던 윙크를 봤는데 아, 녹는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또 올림픽 아우라라고(감히 이런 비유를 들 수 있다면) 그냥 일상적인 사진은 그다지 멋지지가 않더라구요. 그냥 20살 청년처럼 씩씩하고, 건강한 느낌만. 이런, 웬디양님 서재에서 팬질이나 하고 앉았구. 메피님 그래도 제가 김하늘 닮았답니다. 먹을때 입모양이.

웽스북스 2008-08-19 19:42   좋아요 0 | URL
시니에님 녹아버리신 거에요? ㅋㅋ
올림픽 아우라 정말 맞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애가 본바탕도 워낙 훈훈하더라고요

저는 김하늘이랑 오른손바닥 아래쪽 가운데에서 오른쪽으로 1cm정도 벗어난 곳에 지름 2mm 가량 지점의 부분이 닮았어요 (처참하다)

Arch 2008-08-21 10:36   좋아요 0 | URL
훈훈은 왕공감!! 제가 웬디양님께 감히 쥐어짜 유머로 대적할 수가 없죠^^ 어쩜 그렇게 김하늘과 닮으신거에요!!^^*

웽스북스 2008-08-21 19:38   좋아요 0 | URL
어이구, 쥐어짜 유머라니
맞아요 저 노력형이에요 ㅜㅜ

2008-08-19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박경리 선생이 지난 5월 타계해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겼다. 평생의 역작인 <토지>라는 큰 선물을 우리에게 남겨 주었지만, 선생을 사랑했던 독자들에게 다시는 선생의 글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은 그 선물의 크기만큼이나 커다란 안타까움이다.

박경리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 의 출간은 이러한 점에서 독자들에게 참 반갑고도 섭섭한 소식이다. 여력이 남아 있는 한 자신과 세상을 향한 펜대를 놓지 않은 선생의 마지막 목소리를 이렇게나마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고, 그 목소리가 정말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섭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집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지만 산문과 시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어 쉽게 선생의 마지막 삶의 흔적을 좇을 수 있다는 점은 평소에 시를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자신과 타인에게 엄격한 모습의 선생을 만날 수 있다. <소문>이라는 시에서는 자본주의와 그 꽃이라는 광고에 대한 따끔한 한마디를 들을 수 있으며, <확신>이라는 시에서는 지나친 자기확신을 가진 이들이 가져오는 처참한 결과에 대한 촌철살인을 잊지 않는다. <천성>이라는 시에서 남이 싫어하는 짓도, 자신이 싫어하는 짓도 하지 않고, 자신을 반기지 않는 곳에는 가지 않는 본인의 꼬장꼬장한 성미에 대해 적으면서도 공개적으로 내지른 쓴 소리, 싫은 소리들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일은 아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잊지 않는 선생의 모습은 못내 귀엽기까지 하다. 여기에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에 대해 묘사하며 그들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 시를 읽으며 선생이 가진 성품의 연원을 되짚어보는 일 역시 흥미로운 작업이다.

선생은 자신이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남몰래 시를 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선생이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에 대한 희망이었을까, 세상에 대한 희망이었을까. 자연과 생명에 대한 희망이었을까. 아마도 이 모든 것들에 대한 희망이었으리라. 선생은 모든 걸 초탈한 듯 이야기하지만, 실은 어떤 것에 대한 열정도, 애착도 놓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냥 버리고 갈 수도 있는 것을 이렇게 남겨주어서, 선생이 끝까지 붙들고 있던 희망의 흔적을 좇게 해 주니,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도 한줄기 희망의 자락을 놓치지 않게 하니 선생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그저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다. 다음 생에는 선생의 바람처럼, 부디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사시길, 그렇게 된다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무척 아쉬운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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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8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생일선물로 받아놓고 아직도 못 보고 있어요.ㅜㅜ
박경리선생께도 책 선물하신 분께도 죄송~~~
감동적인 리뷰, 웬디양님 덕분에 필 받아서 봐야지!!

웽스북스 2008-08-18 12:33   좋아요 0 | URL
아흡, 감동적인 리뷰라고 말씀해주시니,
제가 더욱 감동이옵니다 (__)

순오기님도 얼른 읽고 리뷰 남겨주세요 ^_^

2008-08-18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18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19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상에나 그 잠깐을 서울/경기 바깥으로 내려갔다왔다고, 이렇게 졸릴수가
그것도 운전은 아빠가 하고 뒷좌석에서 잠만 잔 주제에 건방지다고 해도......
나이라는 게 이렇게 정직하구나

어제도 1시에 바로 쓰러져 자고, 오늘도 책보다가 자다가 뭔가 끄적이다가 다시 자다가


1

가족여행은 금산으로 다녀왔다
나는 출발하기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속초인줄 알았고
출발하는 당일 아침까지도 무주인줄 알았다 -_-
애초에 가려고 했던 속초의 콘도도 대가족을 수용하기가 어려운 관계로
금산에 있는 팬션을 빌렸는데
넓은 잔디밭과 그 앞에 흐르는 강, (인공?)폭포, 절벽 등이
나름 괜찮은 경치를 만들어줬다


아빠쪽 형제분들이 우애가 좋은 건
우리끼리 하는 말로는, 재산이 없어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만,
재산보다도 이런 우애를 물려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더 감사할 정도로 (라고 생각해야지!)
참 보기 좋은 일 중에 하나다

가끔은 감탄할 정도로 말이다


매년 광복절 때가 되면 온가족이 휴가를 맞춰 함께 간 게
벌써 몇년 째인지 모르겠다
나는 워낙 그런 일에 또 시큰둥한 관계로
이제서야 처음 참여를 했는데
C는 자꾸만 신기한 노릇이라며, 나의 변화를 놀라워했다
순순히 가족여행에 가는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나 뭐라나

뭐 그랬던 관계로 나는 가족 여행에서 주로 하는 게 뭐였는지 몰랐는데
세상에, 가장 큰 연례 행사중에 하나가
다같이 개고기를 먹는 거였다니 (!!!!!!!)
우리 집안도 참 안 우아하다 하하하 -_-

군에 복무중인 H가 "누나 나는 개고기 먹으러 가는 건데" 라고 말했을 때
나는 어찌나 화들짝 놀랐는지,
아, 그러니까, 가면 개고기가 있니? 라고 물었더니
어이없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H


차에서 내리니 이미 잔디밭에서 어른들이 개고기를 드시고 계시고
나에게도 먹으러 권하시고
안먹는다 하니, 개고기를 못먹으면 조씨 집안의 딸이 아닌데 이상하다며 -_-
쟤가 분명 내숭을 떠는 걸거라며... 나를 바라보는 어른들...

개고기에 핏줄론까지 붙다니, 아 정말 대단한 집안이었구나



어쨌든 개고기를 못먹는 아이들끼리 나와
조씨집안이 아닌 김씨집안의 아들인, 
몇년째 개고기 먹기를 시도해왔으나 번번히 실패하시고
결국 스스로 먹을 것을 챙기지 않으면 굶다 가야 하기에 숯불과 삼겹살을 챙겨오신,
고모부의 안내에 따라 삼겹살을 구워 먹고

(다른 숙모들은 몇년 째 가족여행에 와서 개고기만 먹으니까,
안먹을 수 없어서 먹게 됐다,는 변...ㅎㅎ)

고모부 덕에 나도
비오는 날, 
야외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그러나 다른 세상인 양, 아늑하게 지붕이 가려진 원두막에서
강을 바라보며 먹는 묵은지에 싼 삼겹살의 맛이라니,
그야말로 우왕ㅋ굳ㅋ


어린 동생들에게 동조를 구하는 눈빛으로
너희들도 개고기는 못먹는구나, 라고 얘기하니
이미 한판 먹고 따라 나온 거였다
그리고 조카 가인이는 삼겹살을 먹으며
고모, 저 오늘 삼겹살까지 총 다섯끼째에요

우왕ㅋ좀짱인듯ㅋ

그럼 오늘 저녁에는 뭘 먹어? 내일 아침에는?
아마 남은 고기로 탕 끓이고 계실걸?
내일은 전골 드신다던데


ㅋㅋㅋ 생각보다 재밌다 우리집안
올해 시집간 H언니 신랑은 아쥬 신고식 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술은 먹이지, 개고기는 못먹는데 안주가 없지,
생감자를 오독오독 씹어가며 안주를 했더니
어른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는 후문이다


2

가족여행에만 아니라 올림픽에도 시큰둥한 나는
이번 올림픽이 중국 올림픽이어서 시간대가 맞아
그나마 몇개의 경기를 보게됐다

주로 회사 사람들과 박태환 수영, 미국전 야구, 남자복식 양궁, 여자단식 양궁, 여자유도
뭐 이런 것들을 봤었는데
워낙 아는 것도 없고 하여, 주위의 지도편달 하에 봤다.

모두들 좋아했던 박태환을 뒤로하고, 내가 좋아했던 완소 선수는
이현일이었다
유일하게 회사 아닌 곳에서 챙겨본 경기

남자 베드민턴에서 사람들은 별로 금메달을 기대하지 않았고,
결국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고,
동메달을 추가하는 일에도 실패했지만 (기복이 큰 선수 같았다)
저런 병신...! 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 라고 말해주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많아지길

니가해봐, 라는 유치한 대응을 하려는 게 아니라
나의 아쉬움이, 우리의 아쉬움이 아무리 커도
평생을 준비해온 선수의 그것과 같지는 못할텐데
잠깐의 안타까움 때문에 저런 병신...!!! 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
선수들의 탈락보다 나는 그게 더 아쉬웠달까 

내가 본 이현일 선수는 정말 잘했고,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걸로 된거지
선수들 개개인을 동생같은 마음으로 응원할 뿐
(으흑, 대부분이 동생이라니..ㅜㅜ 이현일은 동갑이지만)
과도한 의미부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구로 우리가 미국을 이겨도
한미 FTA로 인한 굴욕적인 한미관계가 뒤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고
우리가 일본보다 높은 올림픽 종합순위를 얻는다 해도
일본은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을테니

본질적인 데서 다친 자존심을 엉뚱한 데서 회복해놓고는
열광하고, 잊고, 하는 일같은 건 없었으면
그게 우리가 견뎌왔던 방법이라 해도 말이다


3

사실 여자 양궁 개인 3,4위전을 볼 때 오동포동한 핑크공쥬 윤옥희보다는
눈매가 매섭던 북한선수를 살짝 응원했음을 고백한다, 으흑
남들은 다 무서워, 북한 여전사같아, 지고 가면 맞을것 같아, 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나는 그녀가 참말 매력적이던걸

7점 쐈을 때 실은 혼자 아쉬워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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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가족여행에 몇 팀이 모이는 건가요? 우린 사촌까지 아홉 쌍이 모이거든요. 올해로 12년째인가~ 민경이 두살때부터 모였으니까요. 애들은 어려선 잘 다니다가 중고딩되면 슬쓸 빠지다가 대딩이나 군대갈 때 나오고...결혼하니까 또 잘 참석합니다.^^ 개고기라~ 그건 결혼초에 시댁형제들이 우리집에 집들이 와서 자기들이 손수 해줘서 한점 먹어 봤어요. 맛은 좋던데요~~~ㅎㅎㅎ
2.올림픽~ 나도 시큰둥이에요. 어제 유도 장미란은 열심히 응원했고요~ 아 멋졌어요!!
3.북한선수는 우리랑 붙지만 않으면 항상 응원 1순위에요.^^

웽스북스 2008-08-17 23:34   좋아요 0 | URL
저희는 직계 형제 6가족이에요. 부모님 세대, 우리 세대, 조카세대, 이렇게 3세대구요, 우리 2세대들이 모임을 이끌어가게 되면 사촌모임이 되겠죠. 그렇게 되면 우옷 12집이 모이겠네요 하하하 (무섭다)

마노아 2008-08-1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현일 선수 완전 멋졌어요. 스매싱 꽂을 때랑 점수 내고서 주먹 불끈 쥐는 장면 완소였지요!
가족모임, 사진은 없나요???

웽스북스 2008-08-17 23:34   좋아요 0 | URL
예, 사진은 귀찮아서 안찍었어요 ㅎㅎㅎ
이현일 선수 정말 멋졌지요, 마노아님도 눈여겨보고 계셨군요 ㅎㅎ

이매지 2008-08-17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척 모임 가서는 개고기, 꿩고기, 염소고기 이런 거만 먹은 듯 ㅎㅎ
올림픽에는 별 감흥이 없지만, 야구는 재미있더군요 ㅎㅎ

웽스북스 2008-08-17 23: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미국전 막판에 좀 재밌었지요, 어제 한건 못봤지만...
그나저나 그쪽 집안은 저희 집안보다는 좀 버라이어티하게 드시네요 ㅋㅋ
저희는 개고기만 줄창 먹는다는 ㅋㅋㅋ

푸하 2008-08-1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유머와 함께 누구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누구에게는 따끔한 일침을 놓는 글이군요.

웽스북스 2008-08-17 23:3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흐흐
푸하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_^

L.SHIN 2008-08-18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개고기라니..휴우...ㅜ_ㅜ

정말이지, 보면서 뭐라고 하는건 쉽지만 직접 뛰는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또, 오타 내서 스스로 수정. 아~ 요즘 왜 이래. -_-)

웽스북스 2008-08-18 12:3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오타는 LS님의 상징과도 같은 것
귀엽잖아요 ㅋㅋ

L.SHIN 2008-08-19 01:01   좋아요 0 | URL
앙~ 그럼, 더욱 더 서슴없이(?) 오타질 한단 말이에요~
퍽퍽 ( >_>)

치니 2008-08-18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고기 먹는 거야 뭐, 몸에도 좋고 눈 딱 감고 먹을만 할 거 같은데...흑, 저는 그렇게 단체로 어디 간다는 자체가 넘흐 부담일 거 같아요. 챙길게 좀 많겠습니까. 왠지 그쪽 며느님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지네용.

전 개인적으로 얼짱이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최민호와 결승전 붙었던 파 머시기 유도 선수. 에헤, 내 스타일이에요.

웽스북스 2008-08-18 12:36   좋아요 0 | URL
오홍 오늘 아침에 오니 이용대 선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데요
주변에서 누나들의 함성이 ㅎㅎ

이게 참 사람이 다 같지는 않은가봐요
저도 참 이런 거 싫을 것 같은데
우리 큰엄마, 작은엄마들은 항상 즐겁게 오셔서
잘 노시다가들 가세요
고모나 고모부들도 그렇고요

시간이 많이 지나서 서로들 친해져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런게 또 제가 보기엔 감탄스럽기도 하고요

다락방 2008-08-18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저는 이 페이퍼를 읽었으나 생뚱맞은 댓글을 달려구요.

저 목요일날 강남 교보를 처음 가봤다는거 아니겠어요? 가다가 몇번이나 포기하고 뒤돌아 갈까를 망설였어요. 세상에! 그렇게 멀다니요!! 그렇게 멀다니요!! 가고 나서 어찌나 억울하던지. 이럴거면 여길 왜왔어, 그냥 잠실 교보를 가지, 여기가 더 가까울줄 알았어, 막 이러면서요. 흑 ㅜㅡ

가도가도 안나오길래 중간에 살짝 길을 묻기도 했어요. 여기 강남 교보가 어디예요? 이러면서요. 웬디양님께 전화할까도 생각했더랬어요. 웬디양님 저 강남역에서 한참 걸어왔는데 교보가 없어요, 사라진걸까요? 물을까 정말 진지하게 길가다 멈춰서서 고민했다구요.


어쨌든 가서 시집 한권과 책 한권을 사왔어요.

그리고 왠지 이 힘든 여정을 웬디양님 페이퍼에 반드시 댓글로 남기리라, 굳게굳게 결심했답니다. 음화화핫.


--;;

니나 2008-08-18 16:01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저번에 웬디양이 몇분거리라고 남겼을때(정확히 몇분이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저는 그것보단 좀 더 걸리거던요) 웬디양은 아무래도 나보다 다리가 길어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었다는;; ㅋㅋㅋ

웽스북스 2008-08-18 18:3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죄송해요 정말 정말 죄송해요 ㅜㅜ
그런데 얼마나 걸리던가요? 정말 그렇게 오래 걸리던가요?
제가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얘기를 했었나봐요

니나와 함께 거리감각 없어서 먼길도 잘다닌다
뭐 이런 결론을 내렸답니다 ㅋㅋ

보석 2008-08-1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여행...귀찮으면서도 좋은 것.ㅎㅎ

웽스북스 2008-08-18 18:32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아요
내년에도 또 안가겠다고 삐질삐질하다가
결국 가고는 좋았더라고 글을 남기지 않을까 싶어요

깜소 2008-08-18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이 매년 여름에 모여서 개고기를 먹는답니다 부모님과 5형제 식구들이 모여서요^^ 개 한마리 맞춰서 직접 솥단지 걸고 삶아서.... 일년에 한 차례씩 동기간들 모여서 계를 또 한답니다 작년엔 여자분들만 중국으로 여행을 보내드렸어요..... 이 부분이 젤 마음에 들더군요 그 동안 살림하고 애키우고 시부모 모시느라고 같이 살아줘서 고맙다고 가서 맘껏 놀으라고 흔쾌히 보내는 모습들이요...보석님 말처럼 귀찮으면서도 막상 함께하면 좋은데 어려서나 나이 쫌 들어서나 전 그냥 혼자 떠나는게 마음이 더 호호~ 거려요^^ 비슷한 집들이 의외로 많구나 하고 지나갑니다

웽스북스 2008-08-19 01:14   좋아요 0 | URL
와 멋지네요, 그런데 그집 분들은 다들 잘 드세요? ㅎㅎ
정말 비슷한 집안들이 많네요
우리도 여자들만 여행 보내주면, 것두 좋을 것 같은데요 ㅎㅎ

저도 물론 혼자가 더 호호~스럽긴 해요 ^_^

깜소 2008-08-19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집 형제들과 매형들 조카들은 그리고 부모님까지 다~~~^^ 저 9살때 학교에서 돌아오니 똥개인데도 불구하고 가끔씩 내방에서 끌어안고 자겠다는 난리를 피우던 누랭이 메리가 안보이더군요 뭐 풀어놓고 키우던 그 때라 잠시 메순이 꽃순이 등등을 만나러 저녁마실 나갔나? 하고 저녁상에 앉았는데 첨보는 찌게같은 국이 나오드라구요 뭐야? 그랬더니 고기래요 그래서 맛나게 먹음서 무슨고기? 메리야....전 열심히 숟갈질을 하면서 아~...메리는 살아서 집도지켜주고 나랑 놀아주고 죽어서는 나와 부모님을 위해 맛있는 고기도 주는구나 이게 메리의 사랑이구나 그럼 난 맛나게 열심히 감사히 먹어주자 ..... 전 지금도 살은 개나 음식인 개고기나 다 좋아한답니다 다만 그 들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길이 좀 부드러워지길 깨끗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편안한 잠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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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8-12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이제 방법을 설명하는 페이퍼가 다음 페이퍼겠죠?

웽스북스 2008-08-13 02:46   좋아요 0 | URL
좌절해서 안할래요 ㅜㅜ

마늘빵 2008-08-1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음악이 실행되지 않는다요.

웽스북스 2008-08-13 02:47   좋아요 0 | URL
다시 올리긴 했는데 말이죵 ;;; 또 내일 되면 안될 것 같다용

이매지 2008-08-1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는 외부링크가 안되더라구요.
무슨 노래일까 궁금궁금.

웽스북스 2008-08-13 02:47   좋아요 0 | URL
으헤헤헤 말해주지 말아야짓

치니 2008-08-1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안되네요.

웽스북스 2008-08-17 18:37   좋아요 0 | URL
죄송해요 치니님 으흑 ㅜㅜ

니나 2008-08-1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노력하자 더욱 ㅎㅎ 진정한 네티즌의 길을 향해 ㅋㅋ

웽스북스 2008-08-17 18:38   좋아요 0 | URL
헤헤헤 잘 다녀왔어?
진정한 네티즌 말구 그냥 진정한 인간이 되어보련다
에잇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