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녁 드실 분! 이라는 쪽지에
저 오늘은 생식 먹을 거에요, 부디 아무도 유혹하지 말아주세요
라는 답장을 보냈다
아니나다를까, 나의 이런 반응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우리 과장님들께서는
니가 무슨 생식이냐며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가자며 유혹하신다
사실 평소에는 누군가 한명만 유혹해주면 금방 헤벌쭉 넘어가서
그죠, 사람은 밥을 먹고 살아야죠, 라고 대응하고는
신나게 밥을 먹으러 갔으나
오늘은 세분 과장님이 떼지어 유혹해 주시니
유혹의 효과가 반감된다
꿋꿋이 나는 두유를 사겠다며 편의점 쪽으로 몸을 돌린다
이때 귓가에 꽂히는 과장님의 말
그래놓고 너 또 두유 사고 소세지 사고 삼각김밥 살거지?
움찔
사실 생식은 종종 내게 음료수라는 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아버렸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오늘은 생식과 삶은 계란으로 만족하기로했다
아흡, 그러니까, 지금,
배고프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으흠, 그런 거다 ㅜ_ㅜ
2
기륭에서 동조단식에 참여하던 김현진이 시사인에 글을 보내왔다
그녀의 블로그를 통해 그녀가 동조단식중이라는 건 알았지만
활자화된 글로 읽으니 어쩐지 더 부끄러워졌다
생식에 두유에 삶은 계란이면 사실 먹을 거 다 먹었으면서도
기운없어 기운없어 겔겔대고 있는 스스로가
(단식에 비교할쏘냐)
3
개발이 마무리단계에 있어서 수정사항 체크중인 내부솔루션이 있는데
이게 메인 기획자가 내가 아니었던 관계로,
즉 원래 기획자의 퇴사 이후 다시 나에게로 분장된 일인 관계로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많고, 잘 모르던 부분도 많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많다
여전히 남의 자식 같은 걸 떠안고 좀 사랑하며 살아보려니
참 마음이 쉽지 않다
나같으면 이건 이렇게 안했을텐데, 싶은 것들도
일단은 오픈 일정에 맞춰 넘어가고, 다음 2차 오픈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니
업무적으로 얘를 대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수정사항을 찾는 건 재밌다
오히려 이건 기획자가 내가 아니다보니 재미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내가 기획자였으면 나의 오류를 스스로 지적하는 것이다보니 좀 괴롭지 않았을까)
그 생각에 이르고 나니 어째 좀 나쁜사람 같네
암튼, 그러니까 하고 싶은 얘기는
자꾸만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갈 때 쪼잔한 수정자의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 요즘이라는 거다
아까 모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실수로 비밀번호를 잘못쳐서 다시 로그인을 하는데
아이디 정보가 사라지는 거다
어, 불편하다.... 하면서 아이디를 다시 입력하는 내 마음은 벌써
수정사항이 모이는 엑셀파일을 열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칸에
비밀번호 오류 입력시 입력 아이디 정보가 사라집니다.
비밀번호 오류시에도 입력 아이디값 물고 있을 수 있도록 수정해 주세요
라고 쓰고있다, 이놈의 편집증
4
방금 엄마가 뭔가 파일을 보여주면서
여기 앞쪽 사진이 프린트 돼 있는 애들이 동방신기냐고 묻는다
어헙, 엄마, 나 모르는데........
생판 처음보는 애들 다섯명
교복 모델인가, 교복을 입고 있는 사진 같은데....
엄마는 너도 이제 한물 갔느냐며 막 웃으신다
음, 엄마, 한물 정도가 아닌데
나는 HOT 이후로 구분을 못해요, 아니다, 그래도 신화는 아는구나....
그래도 한때는 노이즈와 잼 멤버들을
투투와 룰라의 멤버들을
어른들 비웃어가며
또리또리 구분하던 나였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