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배가 고파서 (아니 밥먹고 또 왜 금방?) 회사 창고로 가서 오예스 하나를 슬쩍 훔쳐왔다. 그리고 (분명히) 배가 고픈 게 확실한 C에게 창고에 가면 과자가 있다고, 같이 훔치러 가지 않을래? 라고 꼬셨다. C는 눈을 반짝이며 따라왔다. 그녀가 좋아하는 몽쉘 하나를 들고 우리는 휴게실로 왔다. 야, 너 휴대폰 고지서왔다. C가 우편함에서 휴대폰 고지서를 꺼내 내게 건네준다. 응? 요금 얼마 나왔지? 고지서를 펼쳐본 내 눈을 휘둥글. 2만 4천원???

이상하다, 디게 조금 나왔네, 하고 구체적인 내역을 살펴보니, 국내 통화료 966원. 이건 뭥미. 세상에 백수 때도 이 요금 나온 적 없는데. 도대체 나 어떻게 살았길래 휴대폰 국내 통화료가 966원이 나오니. 무료통화에 수신자 부담으로 받았던 요금 합해도, 음. 2200원? 아, 아무래도 이건 너무한거야 정말. 문자보다, 부가 서비스 이용료보다 적게 나온 통화요금이라니.

C는 뭐가 잘못된게 분명하다고, 알아보라고 얘기를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솔직히 좀 궁금하긴 하다. 통화내역 조회 서비스 신청해놓을 걸. 꼭 이런 때 후회를 한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반응은 C와 H뿐이고 (고맙다, 니들이 그래도 내 친구구나 막이러고 ㅋㅋ) E언니는 비웃음 작렬, 미국에서 간만에 전화를 걸어온 M언니는 소식을 듣더니 안타까움 작렬. (저 멀리 수화기 바깥에서 언니가 눈물을 글썽거리는 것만 같았다. ㅋㅋ) 라모 대리님은 자기보다 많이 나왔다며 -_-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이시고 (대단하십니다)

E언니는 본인이 휴대폰 요금이 적게 나오면, 그래도 내가 꿋꿋하게 외로워하지 않고, 열심히 잘 살았구나, 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해가 가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언니는 966원은 안나와봤을 거야. 그렇죠 언니. ㅜㅜ 그러니까 나는 언니 맘을 알아도 언니는 내 맘을 모를 거에요. 흑.

퇴근길에 C에게 전화를 했다. 응. 나 이제 전화좀 걸고 살려고. ㅎㅎ. 그리고 전화를  끊고, 지하철 역으로 들어간 나는.... 전화비도 아꼈으니까......라며....쇼핑...을.......

(뭥미, 그래봐야 평소보다 만원 이하로 덜 나왔잖아 -_- )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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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0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0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8-09-20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착각했어요.
라모 대리님.. 국내통화료 1012원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좀짱이신데요..

웽스북스 2008-09-20 01:57   좋아요 0 | URL
어.....어.....엉....... 정말요........ㅜㅜ
(음 있죠, 그러니까, 제가 무료통화가 한 800원 정도 있었는데...음...ㅜ)

--> 이러면서 웃겨서 쓰러져있음 ㅋㅋㅋ

웽스북스 2008-09-20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잘못봤다. 996원이다. 어디 피같은 30원을.....

니나 2008-09-20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배틀이야? (BB배틀에 이은ㅋㅋㅋ)

웽스북스 2008-09-20 02:42   좋아요 0 | URL
아....16원 차이. (10초만 더쓸걸)

블리 2008-09-2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치과에서 웬디 블로그 게시글들 읽다가 너무 웃기고,
공감가서 침 흘릴뻔 했다. -_-;;
아~ 교정기의 이물감이 또 묘하네.
금욜엔 안 씹어도 편한 메뉴가 있는 장소로 부탁해...

니나 2008-09-20 23:32   좋아요 0 | URL
엇, 교정해요 언니?
교정했을땐,,, 두부,,,우동,,, 국수,,, 요런거 아님 초반에는 죽이 최고고

웽스북스 2008-09-21 00:36   좋아요 0 | URL
크하핫 언니
죽 먹으러 가야되나? ㅋㅋㅋ

블리 2008-09-20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 집에 와서 이번 달 핸드폰 요금고지서 확인했는데
국내 통화료 903원이닷...-_-;;
(무료 이용액은 525원;)
이거 배틀에서 이긴거야? 좋아해야 되는거야?
문자이용료는 더 적다는 거;;; (웬디양? 위로가 돼?)

웽스북스 2008-09-21 00:36   좋아요 0 | URL
어머, 언니....(__)

니나 2008-09-21 00:53   좋아요 0 | URL
토지모임 국내 통화료 배틀 (i_i)/ 화이또!!! ㅎㅎ

가시장미 2008-09-2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여러분 한 수 가르쳐 주세요. 어찌하면 그렇게 적은 요금이 으흐흐 ^^

웽스북스 2008-09-21 00:37   좋아요 0 | URL
흥! 가시장미님 (-_-)/ (때려주려고 치켜든 한손)

다락방 2008-09-21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국내통화요금 2천원에서 4천원 사이 나와서 윽, 나 너무 따(왕따)스럽나, 이랬더랬는데 웬디양님이 여기 이렇게 계시군요. 하하. 전 아무것도 아녔어요. ㅎㅎ

웽스북스 2008-09-21 00:37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다락방님. 우리 앞으로 통화좀 할까요? ㅋㅋㅋ

니나 2008-09-21 00:5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라틴 아메리콰 거장전 맘에 든 그림 언능 알려주세영(여기서 막 이런다 ㅋㅋㅋ)

다락방 2008-09-21 19:01   좋아요 0 | URL
앗. 니나님. 도록에 그 그림이 없네요 ㅜㅡ
제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니나님 서재에 가서 말씀드릴게요.

(왜 없는거야, 도대체 왜!!)

라주미힌 2008-09-21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음화화호하화(다찌마와 리)

웽스북스 2008-09-21 02:51   좋아요 0 | URL
이런사람들 모여있는곳, 쉽지 않죠 ㅎㅎㅎㅎㅎㅎㅎ
 



오늘은 우리 막내 H씨의, 나름 돌잔치? 회식이었다. ㅎㅎ 입사 1년, 아니 명확히는 우리 팀으로 온지 1년을 축하하는 날. 업무 때문에 늦게 오는 팀들이 있었고, 나는 또 오늘도 빨리 도망나오려고 휘리릭 휘리릭 달려나왔다. (도망나온 장소가 회식장소라는건 어쩐지 부처님 손바닥 안 스러워 안쓰럽지만 ㅋㅋ) 일단 일찍 온 사람들끼리 먼저 먹자우, 하면서 고기와 술을 대략 시켰다. 나와 인턴사원 S씨는 매화수를, D대리님과 S과장님은 카스를.

S씨도 매화수를 좋아하나요? 라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소주는 거의 못마시고, 매화수, 산사춘 같은 알콜냄새가 없는 가향(?) 주류를 주로 좋아하고, 동동주와 와인을 좋아한단다. "그리고 맥주는.. 호가든이요." 라는 말이 끝나는 순간, 나는 외친다. 꺄~! 어머어머, S씨 나랑 술 취향이 완전 똑같잖아요. 앞에서 부장님은 비웃으며, 술을 몇잔이나 마신다고 취향 찾냐고 말씀하시지만, 그리고 실은 별 특별한 취향도 아닌 거 알겠지만, 그래도 나는 괜히 또 업되서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있죠, 우리 S씨, 나랑 술취향이 비슷해요. 막 자랑하고...ㅎㅎ 거기에 되도않는 커피를 좋아한다,는 지극히 대중적인 취향까지 붙여서 우린 정말 비슷하다며 혼자 막 신나하고, 내가 기념으로 내일 커피 쏘겠다고 쌩 오버까지 한 다음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아....... 창피하다! ㅜㅜ

무려 4년차 선배가 인턴사원 붙잡고 옆에서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술취향이 똑같다고 박수치고 좋아하고 자랑하고 확인하고 하는 모습이라니.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이건 뭥미, 하고도 남을 상황이다. 얼마나 주책스럽게 보였을까. 나는 또 그 별것도 아닌게 뭐가 그렇게 반갑다고 좋아했을까. 부끄러, 부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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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9-1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웬디양님. 좋아하면 어때요, 어때. 부끄러워하지 말아요. 부끄러워할 필요 전혀 없구먼. 그나저나 매화수 세잔이라구요? ㅎㅎ

웽스북스 2008-09-19 23:01   좋아요 0 | URL
오호홋 저의 주량이란 그렇게 형편 없는 수준이죠.

차좋아 2008-09-19 23:03   좋아요 0 | URL
향편 없는 수준이라고...순간 보였어요~

웽스북스 2008-09-19 23:05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까, 제 힘이
향편님을 업는 수준? ㅋㅋㅋ

차좋아 2008-09-19 23:11   좋아요 0 | URL
제가 형편 없이 무겁긴 하지만 세 잔 잡순 웬디양님이라면 능히...

웽스북스 2008-09-21 00:38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무(無)겁하여 감히 도전해보고 싶지만....
요즘 허리가 부실하여 .... ;;;; ㅋㅋ

바람돌이 2008-09-19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은 술취향이 정반대! 웬디양님이 싫어하겠다. ㅠ.ㅠ

웽스북스 2008-09-19 23:01   좋아요 0 | URL
어머 바람돌이니임~
제가 그렇게 편협하고 배타적으로 보이신다는 거에요?

너무해요 으흡!

paviana 2008-09-1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랑도 비슷하세요.저도 소주보다는 매화수,산사춘 이런거 좋아해요. 호가든도 좋아해요. 탁탁 털어서 마시는 재미로다가요.ㅋㅋ 물론 주량은 다르지만요.ㅎㅎ 저도 낭중에 커피 사주세요.비슷하잖아요.ㅎㅎ

웽스북스 2008-09-19 23:02   좋아요 0 | URL
오오올 정말요? 매화수 산사춘 호가든, 흐흣 전 역시 술도 맛으로...^^
커피... 사달라고 하시면 제가 못사드릴줄 알고요? 흥흥~ ^_^

메르헨 2008-09-1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_____^

귀여우세요.하핫..인턴사원도 공감대 형성해서 편안했을듯...^^

웽스북스 2008-09-19 23:03   좋아요 0 | URL
헤헷 오늘 결국 같이 커피도 마셨답니다. ㅋㅋㅋ
고마워요 메르헨님~

순오기 2008-09-1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때 그림책 리뷰 올리고 좋아하는 나를 보고 민경이가 한 말
"엄마는 참 행복하게 사는 거 같애!"
"응, 엄마는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나,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이다. 웬디양처럼 작은 일에도 행복을 발견하니까~
우리도 이래저래 닮은꼴 같지 않아요~~ 나도 다음에 커피 사주세용!ㅎㅎㅎ

웽스북스 2008-09-19 23:03   좋아요 0 | URL
와....
딸에게 엄마가 행복의 롤모델이 되주는 것도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순오기님, 근데 전 순오기님에 대면.. 어휴...;;;

2008-09-20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1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현. 2008-09-2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한마디,

귀여우세요, 오호호호호. ^^;;
그나저나 좋겠다, 술도 마시곳! ㅠ.ㅠ
 

 

 

 

최근 내 아이스크림 섭취량을 계산해봤다. 일주일에 평균 1파인트의 아이스크림을 섭취한다고 가정하고, 아이스크림 1파인트당 1000cal로 미국 의학협회 자료를 참고로 몸에 축적된 지방 1kg당 칼로리를 7,700cal를 섭취했다고 계산했더니, 내가 18살 때부터 아이스크림을 전혀 먹지 않았다면 현재 내 몸무게가 -188.7kg이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내 몸은 공기보다 더 가벼워졌겠지만 마음은 엄청 불행했을 것이다. 결혼 전에는 가끔 침대 속에서 하겐다즈 초콜릿초콜릿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손가락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아이스크림 통을 화장지 네 겹으로 싼 채로. 아이스크림 통 측면의 영양성분표는 '1회 분량'을 1/4 파인트라고 정하고 있지만, 그건 프링글즈의 1회 분량을 포테이토 칩 하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중략)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좋았던 건 원고 작업을 하는 동안만은 그 과정을 탐욕이 아니라 연구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초콜릿, 바닐라, 커피, 견과류 등 다양한 맛을 두루 좋아한다. 그러고 보면 이 중에 몸에 좋은 건 하나도 없다. 나는 과일맛은 좋아하지 않는다. 과일맛 아이스크림은 죄악의 향기가 약하다. 딸기 과육이 들어가 있는 아이스크림을 정점으로 그 밑바닥에는 최근 '뉴욕타임스'가 찬양한 아니스 열매를 곁들인 두부, 카르다몸 (생강과 식물의 종자에서 추출한 향신료), 백후추, 옥수수맛 아이스크림처럼 새로운 종류의 잔혹 행위들이 자리잡고 있다. 옥수수 맛이라고? 왜 싹눈 양배추맛까지 만들지? (너무 큰소리로 말하면 안될 것 같다. 사워크라우트 맛 셔벗과 감자베이컨맛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낸 오하이오 주립대 유제품 기술학과가 내 말을 듣고 새로운 아이스크림 개발의 영감을 얻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1

나는 늘 과자봉지에 1회분량, 하고 1/4 정도로 나눈 다음에 그 칼로리를 적어놓고는 칼로리 적은 척 하는 과자들이 얄미웠다. 원래 나는 1개 다 먹는 사람인데, 칼로리 눈속임을 위한 1회분량 구분 때문에, 한번에 4회 분량을 먹는 무시무시한 사람임으로 취급됨과 동시에, 표기 칼로리의 4배나 섭취한다는 슬픔 역시 콤보로 찾아왔으니까. 1회 분량 따위 표기하지 말아줘. 대체 누구 기준인거야. 그냥 비닐로, 혹은 종이로 된 니 몸 안에 품고 있는 과자의 칼로리가 얼만큼인지, 그걸 얘기해 달란 말야.

2

그런데, 앤 패디먼이 원래 이렇게 웃겼던가? 손가락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휴지로 아이스크림 통을 둘둘 말아주는 센스라니. 하하하. 싹눈 양배추맛 아이스크림이라니. ㅋㅋㅋ. 나 또 택시 뒷좌석에서 큭큭거리면서 웃었다는 거. 그래도 옥수수맛 아이스크림은 맛있는데. (음, 그게 충격적인가)

3

자, 나는 어떤 탐욕을 연구로 바꿔봄으로써, 찌질한 일상을 그럴듯하게 바꿔볼까. 흐흣.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는 일상이 찌질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사실 제목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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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살다보면, 박연진이 필요한날 같은 것이 있는 거다. (이니셜 놀이를 즐기는 나이지만, 오늘은 Y가 필요한 날이 아니라 박연진이 필요한 날이라고 너무 얘기하고 싶기에 실례 무릅쓰고. 그냥 '박연진이 필요한 날' 자체를 고유명사로 받아들여주시길. 박연진을 아신다고요? 당신이 아는 그 박연진이 아닐거에요. 그리고, 맞음 또 어때요.)

왜 박연진을 떠올렸는지 모르겠지만, 박연진을 떠올리는 순간부터, 아, 오늘은 박연진이 필요한 날이었구나, 그래서 지금 박연진이 생각났구나, 라고 결론을 내려버렸다. 이건 일종의, 무의식중에 내가 스스로에게 내린 처방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무기력증에 빠져버렸을 때는 박연진을 만나세요. 박연진의 행복 바이러스가 눈과 맘에 스며들면 좀 더 살만해질지도 몰라요. 빙고.

원래는 맞은 편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외근 중이어서 8시는 돼야 강남에 도착한다는 박연진을, 나는 기다렸다. 커피와 베이글 따위로 (아, 나의 완소 점심을 따위,로 표현하다니, 좀 미안하다) 떼운 점심 때문인지 배는 완전 고팠지만, 30분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말에 또 쾌재를 부르며, 사무실에 더 앉아있기 싫어 그냥 10분 먼저 밖으로 나와버렸다. 

얼마 후 박연진을 만났고, 우리는 11시가 넘도록 가벼운 수다를 지속했다. 화장 지워진 얼굴로 사무실 뒷골목에서 만났기에 정말 쓰레빠 끌고 동네 나와 친구랑 수다 떠는 기분이었달까. 그래서였나. 늦은 시간까지 놀다가 들어가는 발걸음이 이렇게 가벼울 수가. 8시든 9시든, 기다리길 참 잘했다. 박연진의 어떤 부분은 나와 매우 비슷한데, 그 부분은 내가 자꾸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누르고 있는 생각들을 꺼내어준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내게 언니, 좀 그러면 어때요,라고 얘기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꼭 좀/그/러/면/어/때/요 라는 저 7글자를 굳이 입밖에 내지 않아도,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공감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러니까, 실은 오늘은 내가 박연진을 이용한 날이다. 그녀의 젊은 피와 긍정적인 기운이 필요해 원기 쪽쪽 받고 것도 모자라 위로까지 도모했으니. 자식, 나에게 이용당하다니. 그래도 이런 이용은 좀 당할만하잖아. ㅎㅎㅎ. 그래도 둘이 한참동안이나 헤헤거리고 나니, 뭔가 쑥 내려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봐야 내일이면 다시 제자리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일단. ㅎㅎㅎ.

돌아오는 길에 나는 박연진에게 말했다.
역시 박연진을 만난건 탁월한 선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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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8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9-18 11:33   좋아요 0 | URL
아, 저 완전 감동이요 ㅜ-ㅜ

누구엄마 2008-09-18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훠훠훠훠훠훠훠

이용이면어때요

쫌그러면어때요


^▽^

웽스북스 2008-09-18 18:22   좋아요 0 | URL
어머 박연진이다! ㅎㅎㅎ
우후훗 역시~난 니가 그럴줄 알았다구~ ㅎㅎㅎ

Arch 2008-09-1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전^^* 별표 두개 ^^**

웽스북스 2008-09-20 01:10   좋아요 0 | URL
어머, 별표두개 꺅~
 


점심시간에 밥을 패스하고 아래층 다방으로 내려가 책을 좀 읽고 있다가 올라가니 C가 묻는다.

C : 요가갔다왔구나
W : 아니
C : 그럼, 잤어?
W : 아니
C : 그럼?
W : 책봤어

C는 이런 뭥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W : 나 요즘 대인기피증 생겼나봐. 사람들이랑 마주보고 밥을 먹기가 싫으네

C는 더욱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비웃기 시작한다.

C : 너 올해 목표가 뭐였는지 기억나?
W : 응? 올해 목표?
C : 그래, 올해는 질퍽질퍽하게 살겠다며

쿵.

아 맞다. 올해는 질퍽질퍽하게 살기로 했다. 쿨함을 지향한다는 C를 비웃으며 했던 말이다. 제법 노희경 드라마 말까지 흉내내면서, 얘, 인간이 어떻게 쿨할 수 있니? 나는 올해 무조건 질퍽거리면서 사람들한테 치대면서, 끈적끈적하게 살테야, 라는 말을, '겁도 없이' 내뱉었었구나.

(우씨,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좀 질퍽질퍽해져서 대인기피증이 생긴걸지도 몰라. 쿨한거랑 팀이랑 밥 안먹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쿨하면 그냥 웃으면서 먹어야지. 그치 않나?) 라는 반항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냥, 잊고 있었던 목표가 떠올랐다는 게 중요한 거다. 내가 그런 목표를 세웠었지. 그런데, 모르겠다. 쿨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우겼으면서도, 나는 어느 순간, 쿨해지는 게 더 쉽다는 걸 깨달았나보다. 질퍽함을 걷고 난 뒤 신발 뒤꿈치에 묻어있는 끈덕끈덕한 진흙같은 감정들을 내 손으로 닦아내거나, 혹은 여기저기 묻히고 다니는 게 나는 아직도 그렇게 싫은가보다. 그래서 아스팔트 깔린 매끈한 길로만 다니다 보니, 갈 수 있는 길은 그저 여기까지. 그래도 난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성가시게 닦지 않아도 되니, 편안해, 라고 말하긴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아직 거기에 서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저런 목표를 세우고, 자신 있게 공표까지 했건만... 까먹다니. 까먹다니. 도무지 목표는 뭐하러 세운단 말이냐. 그러게 목표는 한가지만 세워야지, 왜 이틀에 한번씩 목표는 세워서 공표하고 까먹고 못지키고 망신당하고의 악순환을 반복하는게냐, 라며 자책하지만, 그게 어디 '목표 실행' 이라는 하잘것 없는 이름 하에 가당키나 한 일이더냐. 암튼 올해도, 참, 다치지 않고 '잘' 살았구나. 그런데, 내가 참 잘 살고 있구나, 라는 허망한 믿음이 무너지는 건 언제나 한 순간이다. 돌아보면 잘 살지 못했으니까.

난 여전히 C가 쿨함을 지향한다고 하면 비웃을 작정이고, 나는 질퍽하게 살겠다고 말해줄 작정이다. 난 여전히 쿨함보다 질퍽함을 지향한다. 이건 C가 쿨하지 못한 인간임을, 또 내가 질퍽하지 못한 인간임을 반증하는 예이다. 사실 우린 비슷한 류의 인간이다. 뼛속까지 쿨하지도 못하면서 질퍽한 인간도 되지 못하는. 다만 뼛속과 뼈밖의 괴리가 괴롭기에, 그녀는 뼛속의 쿨함을, 나는 뼈밖의 질퍽함을 추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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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09-1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밥 먹은 난 뭥미? ㅎㅎㅎㅎ

웽스북스 2008-09-16 22:01   좋아요 0 | URL
아니, 사실 저녁도 굶으려고 했는데....
점심 굶었더니, 저녁에 너무 배가 고프잖아요 -_-

(대인기피증을 능가하는건 배고픔? 막이러고 ㅋㅋㅋ)

2008-09-16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6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8-09-1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쿨한 것, 쿨한 사람이 싫어요. 웬디양님이 쿨하기로 작정이라도 한다면 난 정말 고민에 빠질 거예요. 계속 친구해야 되나, 하고. 우리 질퍽하게 살아요. 그러기 위해서 노력해요, 응?

웽스북스 2008-09-17 00:51   좋아요 0 | URL
그죠 네꼬님, 저도 쿨한 것, 쿨한 사람이 싫어요.
그런데 저 자꾸만 쿨한 척을 해서요. 응, 응, 일단 머드팩 기꺼이 바르겠다는 사람은 구해놨으니, 네꼬님은 제가 머드팩으로 변신하기 전에 인생 선배로서, 질퍽 특강을 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요, 네?

치니 2008-09-17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이런 말 하면 쿨 하다고 네꼬님이랑 웬디양님 싫어할까봐 망설이다가 ㅋㅋ),
점심시간에 밥 패스하고 혼자 책 읽고 싶어지는 것이 하나도 안 이상한 그런 사회에 살고 싶어용.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런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는 그런 사회.

웽스북스 2008-09-17 09:21   좋아요 0 | URL
치니님, 제가 위에도 투덜투덜거리긴했지만, 그건 쿨한거랑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진짜 쿨한척 하는 건 내가 사람들이랑 밥먹기 싫어도 으하하하 하면서 먹는거 아닐까, 라는 자기합리화 ㅋㅋ 어음, 그건, 그러니까, 내가 너무 자기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어서 그런 걸 거에요, 그죠 그죠? (이제 막 다그치고 ㅎㅎ 내가 이래서 인간이 안변해요 ㅋㅋㅋ) 암튼 전 오늘도 점심 패스할거란말이죠 ㅎㅎㅎ

에디 2008-09-1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정말 치니님 말씀처럼 점심시간에 혼자 놀아도-.- 안 이상한 사회에 살고 싶어요. 라고 쓰고 보니, 이미 사람들이 날 충분히 이상하게 보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네요-.- 저도 오늘 시도해 봐야겠어요. (근데 배고프겠....)

전 관계에 있어서는 좀 쿨한것도 좋지 않을까 -.- 생각해요 (네꼬님이 싫어하시겠다.)

웽스북스 2008-09-17 12:08   좋아요 0 | URL
네 사실 저 점심시간에 혼자 자주 놀아요
별로 안 이상하게 보기도 하고요 ㅎㅎ

다만 괜히 소심해져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또 같이 먹어야지
이러고있어요 ㅎㅎ

주이님도 지금 굶고 계신가요? ㅎㅎㅎ
(다들 여기서 막 네꼬님 눈치보고 ㅋㅋ)

다락방 2008-09-18 10:47   좋아요 0 | URL
나는!

쿨하든 뜨겁든 뭘하든간에,
주이님과 웬디양님이 배고프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입니다!!

웽스북스 2008-09-18 18:23   좋아요 0 | URL
저 오늘 배고파서
점심 굶고 결국 햇반에 컵라면 냠냠 ㅋㅋ

2008-09-17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7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