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나는 숫자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라 3월이 되면 일단 무조건 봄같다. 그래도, 코트를 벗을 용기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더이상 패딩은 안입으니까 :) ㅎㅎ 


봄이고, 날이 따뜻하다고 해 기모스타킹을 벗어던지고, 

오랜만에 맨발에 레깅스, 단화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낮엔 전혀 춥지 않았으나, 돌아오는 길에는 조금 추웠다. 하지만 겨울의 바람과는 확실히 다른 바람.

봄, 봄이다. 봄이 왔다! 



잘 살고 있는 걸까


봄이 왔고, 나는 여전한 것들, 그리고 변하는 것들 사이에서 살고 있다. 


집은 다시 2년 재계약을 했으나, 전세에서 월세 인생으로 하락했고 

(전세가 올라 오른 만큼 월세로 드리기로 했다.)


휴대폰은 그동안 멸시천대하던 아이폰으로 바꿨으며, 

(많은 안드로이드 유저들이 나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3월을 맞이해, 가계부 앱과 다이어트 앱을 다운로드 받아 열심히 기록하고 있다.

(그래봐야 아직 하루지만) 


다시 도시락을 포기했지만

(집안일의 노예로 살지 않기 위해 발악 중이다)


여전히 고기는 먹지 않고 있고

(이건 인생에 큰 지장이 없으니) 


몸무게는 좀처럼 줄지 않고, 요가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 하긴 바꿔 말하면 몸무게도 늘지 않고, 요가 실력이 줄지 않는다, 는 명제도 참이긴 참이다 




잘 살고 있는 걸까? 

라는 의문을 하루에도 열두번씩 던지고 있는데, 답은 잘 모르겠다. 아니, 아닌 것 같다. 

잘 산다는 일은, 여전히 내게는 멀고도 아득한 일. 

평생에 걸쳐, 그 일에 이를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우주의 비밀. 


오늘 볕맞이 외출을 하며 들고 나갔던 김연수의 <원더보이>에 이런 글이 나왔다. 


"산은 더욱 산이 되어야만 하고, 물은 더욱 물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지. 그게 우주의 비밀이야"


훗, 나는 우주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몇년째 쓰고 있는 내 서재의 이름을 보시라. 

나는 나이므로, 더욱 열심히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 그것이 우주의 비밀.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면 삶의 마지막에서 '잘 살았다'고 내게 말해줄 수 있게 되려나. 



소설의 주인공인 정훈은 사고로 인해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후, 타인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 생긴다. 그리고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 슬픔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정부 기관에 있는 사람들은 이 능력을 고문당하는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것들을 읽어내게 하는 데 이용하려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타인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는 그 능력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의 아픔을 전할 수 있는데 쓰이게 되길 바란다. 


이 부분을 읽으며, 좀 엉뚱하지만 얼마 전 집 계약 연장을 위해 만난 집주인 할머니가 생각났다. 2년만의 만남이었다. 그간 내 삶에는 크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었던 데 반해, 집주인 할머니에게는 지금까지 굳건히 믿고 있던 세계가 뒤집힐만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 내가 딸 좀 살려보겠다고 거기에 돈을 너무 많이 쏟아 부어서, 그렇지만 않았으면 나도 이렇게 달라고 안했을텐데. 코묻은 돈까지 달라고 하네. 미안허게.

- 아, 아니에요. 전세가 올랐는데, 드려야죠. (그, 그런데, 할머니, 저, 저도 나름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있어요. 비염이 좀 있긴 하지만 돈에 막 코 묻히고 그러진 않아요.) 그런데, 따님이 아프셨던 거에요? 지금은 괜찮으시고요?

- 얼마 전에 하늘 나라로 갔잖여. 


라고 말하며, 할머니는 결국 눈물을 흘리신다. 2년 전만 해도, 고생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곱게 늙은 할머니였는데, 그 새 맘고생을 많이 하셨나보다. 딸을 보낸 아파트에서 살 수가 없어 나와 다른 아파트에 월세로 살고 계신다고 한다. (우리집에 들어오신다고 하면 어쩌나 떨었으나 역시 기우였다. 40평대 아파트에 월세로 ;;; ㅎ) 남편은 동아일보 기자로 있었고, 본인도 돈을 벌어서 평생 돈 걱정 한 번 해본 적이 없었고, 자식 넷을 모두 예체능을 가르칠 정도로 유복했고, 인생에 큰 풍파가 없이 그저 편안하게만 살아왔다고 했다. 집이 네 채가 있는데, 자식이 넷이니까 집도 네개는 돼야지...... 라는 말을 너무 당연한 듯 하셔서, 뭐라 대꾸할 수도 없이 그저 그게 당연하다는 듯 나도 아....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게 벌써 2년 전. 할머니는 부동산에 앉아 부동산 아줌마와 나에게 계속 이야기를 하신다. 


- 나는 그 동안 누가 이런 일 겪었다고 말하면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그냥 '아, 저 사람이 죄를 많이 지었나보다' 이렇게 생각했지. 나한테 이런 일이 닥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나는 살면서 아무 죄를 지은 게 없는데, 이런 일이 나한테도 오더라고. 그것도 가장 착한 딸을 그렇게 데려가시더라고. 


40년간 절에 다닌 할머니는 딸을 살려보겠다고 기독교로 개종도 하셨다는데, 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쿵. 어쩌면 저게 가장 일반적인 방식의 사고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아무튼, 평생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하게, 그저 자신과 자식의 무탈함을 복으로 알고 생각했던 할머니는 이렇게 느즈막히, 타인의 고통이 그들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너무 큰 일을 치르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그간 잘못 생각해왔음을 너무 뼈저리게 느끼고야 만다. 



나는 어떤가. 또 나는 어떨까. 미처 겪어보지 못한 일에 이러저러한 말을 더하는 일은 조심스럽지만, 너무 늦게, 뼈아프게 경험하고 나서야 깨닫는 것만은 막아보자고 다짐한다. 산은 더욱 산이 되고, 물은 더욱 물이 되고, 나는 더욱 내가 되는 일에 정진하는 것 못지 않게, 내가 아닌, 네가 되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그러니 더욱 열심히 누군가와 함께 울고 웃고 공감하며 살아가자고, 결국은 그것이 '잘 산다는 것'인 것 같다는 결론을 조심스럽게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 단순하고 단순한 우주의 비밀이라고. 물론 나는 우주의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안다고 살아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하고, 그러니 잘 살아보자며 다독여 보기도 한다. (병주고 약주고....인가...) 




다시 3월 


암튼, 이렇게 3월을 시작한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며, 그것도 계절의 시작인 '봄'을 맞이하며 하루의 쉼을 선물 받고, 책을 보며, 자신을 다잡을 수 있다는 건 매우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잠깐의 외출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무려 100년전 '독립만세'를 하필 3월 1일에 외쳐주신 선조님들께 감사하기까지 했다. 물론 그런 의도는 전혀 없을 절박함이었겠지만, 어쨌든 100년 후 후손들은 이렇게 은덕을 입고 있습니다. 


아마 올 봄도 지난 봄과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좀 더 많이 웃고, 좀 더 많이 울고, 좀 더 많이 이야기하는 계절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 시작을 이 책과 함께한 건 매우 고마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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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2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03 0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나 2012-03-0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가 내가 하소연하면 하는대로 웃으면 웃는대로 거기 있어주는 친구야 너 따라산 아이퐁

웽스북스 2012-03-03 03:27   좋아요 0 | URL
난 너따라 제주에 못가니, 그저 울지요. ㅠ

치니 2012-03-02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 님은 참 마음씨 고운 처자. :)

웽스북스 2012-03-03 03:27   좋아요 0 | URL
어머나! ㅎ

이진 2012-03-02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신발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천을 둘둘 말아놓은 것 같은데.. 어떻게 저걸 신고 밖을 나갈 수 있는거지!하는 남자다운 멍청한 생각이요. 단화가 플랫 슈즈가 맞던가요? 저런 신발도 밑창은 단단한 받침이 있지요? ㅎㅎ
저도 다이어트앱을 받아봐야겠어요. 그런 앱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당연히 있을 것을 생각안한 제 탓이군요 ㅎㅎ

웽스북스 2012-03-03 03:28   좋아요 0 | URL
그럼요. 신발안에 털도 있어요. ㅎ
다이어트앱은 추추추추추추천입니다!

하루에 2천칼로리 이하로 먹기 도전 중인데,
기름진게 먹고싶다는 친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피자를 먹어버렸어요. 그만. ㅠㅠ

다락방 2012-03-02 0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만 잘살고 있는걸까 생각해보고 있었어요. 또, 잘하고 싶다고도. 내가 잘 하고있는걸까. 어떡해야 잘하는거지. 잘하고 싶은데. 그런데 이 시간에 여기서 웬디양님의 글을 읽네요. 그것도 이런 글을. 나는 웬디양님을 좋아할수밖에 없고 웬디양님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건 정말 잘한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자요.

웽스북스 2012-03-03 03:29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을 걸어준 다락방님께, 나는 너무 고맙죠. 아시죠? :)
우리 이 계절을 잘 맞이하고, 또 잘 보내보아요 ㅎㅎ

레와 2012-03-0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

웽스북스 2012-03-03 03:30   좋아요 0 | URL
아이고, 레와니임~ (하트)

... 2012-03-0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어렸을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건지, 왜 하필이면 나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데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불행한 일이 나한테 생길때, 아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래요. 듣는 순간 확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흐르는 물처럼 살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체념인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웬디양님 집주인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니 또 그 말이 생각나네요.

아이폰을 사는 즉시 깔아야 하는 앱은 잠금장치앱과 위치추적앱입니다. 한번 분실해서 혼비백산했던 1인 ㅜㅜ

웽스북스 2012-03-03 03:33   좋아요 0 | URL
위치추적앱 방금 깔았어요. 그런데 이거 그냥 깔아놓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잠금장치앱은...... 음...... 뭘 깔면 좋나요? 그거 깔면 아이폰 맨날 잠가놓아야 하는 건가요? 흠.

저도 주인 할머니에 대해 이렇게 말은 하지만, 이건 머리로만 아는 거라서요. 그래서 참, 뭐랄까 뭐든 장담도 단정도 할 수 없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왜 하필 나지?" 라고 하니 갑자기 보네거트 아저씨가 막 생각나네요 ㅋㅋ

굿바이 2012-03-0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어요 예쁜아가씨 ^__________^

웽스북스 2012-03-03 03:33   좋아요 0 | URL
비밀쟁이 언니 메롱이에요 ㅋㅋ

당고 2012-03-0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구구절절 공감......
근데 아이폰은 왜 천대하셨어요? 제 주변엔 전부 아이폰을 숭배하던데 ㅎㅎ

웽스북스 2012-03-03 03:34   좋아요 0 | URL
음, 그게요.
제 주변에서도 전부 아이폰을 숭배해서요. ㅎㅎ

솔직히 숭배할 정도는 아니다, 라는 반감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ㅋㅋㅋ

당고 2012-03-04 03:4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그러셨구나. 사실 저도 비슷한 사고 과정을 거쳤어요 ㅋ
 


그 겨울 내내 고문실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고문당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 고통이 절정에 이를 때, 그들은 아직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어떤 고통도 자신을 완전히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차례로 발견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절대로 지울 수 없는 삶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행하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쁨의 순간들을. 자기가 개나 돼지 혹은 곤충이나 벌레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일들을. 가슴이 터지도록 누군가를 꽉 껴안아 다른 인간의 심장에 가장 근접했던 순간을, 흡족할 정도로 맛있게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친구들과 배가 아프도록 웃던 순간을, 단풍이 든 산길을 걸어다니고 쌓인 눈을 밟고 초여름의 밤바다에 뛰어들고 공원 벤치에 누워 초승달을 바라보던 순간을, 그들은 죽어가면서 떠올렸다. 그게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들을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로 떠올리는 것. 그런 순간에도 나는 그들의 마음을 읽었다. 나는 아파하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또 침을 흘리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가도, 다시 눈을 번쩍 뜨고는 말도 안되는 삶의 환희에 웃음을 지었다. 


p97-98 김연수, 원더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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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는 책보다 TV를 많이 본 한해였던 것 같다.
만났던 TV 프로그램들이 대체로 후회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여가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니,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 아쉽긴 하다.

그 중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책들을 기록해 둔다.
대략 5점 만점에 평균 평점 3.97 이상의 도서들? (뭐래 ㅋ)

 

 

 

 

 

 

 

 

 

 

 

 

 

 

 

 

 

 

 

 

 

 

 

 

 

 

 

 

 


























 

 

 

 

 

 

 

 

 

 

 

 

 

 

 

 

 

 

 

 

 

 

 

 

 

 

 

 

 

 

 

 

 

 

 

 

 

 

 

 

 

 

 

 

 

 

 

 

 

 

 

 

 

 

 

 

 

 
올해는 스물 네권. 한달에 두권 꼴로 기억하면 되겠다. 아니다. 이건 11월까지의 기록.
(자자, 올해 12월 부터는 내년에 카운트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맙시다)

대략 읽었던 순서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40자평 남긴 순서.

남기다말다 설렁설렁 남겼는데, 올해는 좀더 꼼꼼히 기록해둬야지.

너무 문학과 시, 만화 등등을 위주로 봤다는 자책이 들긴 하지만 -_-
올 한 해도, 이 책들 덕분에 고마운 한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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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2-09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는 11월달에... 한 권 읽었으려나요...아아 두권읽었군요 ㅋㅋ
ㅠㅠ 책은 쌓여있는데 손은 안가고...

웽스북스 2011-12-11 21:26   좋아요 0 | URL
아. 소이진님. 그래도 어린 나이에 비하면 훌륭한 것 같은데요 :)
앞으로 보낼 날들이 많으니까, 좋은 책과 함께하세요!

... 2011-12-0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벌써! 5점만점에 평균 평점 3.97 ㅎㅎㅎㅎ

저는 지금 귤 까먹으면서 <흑산>을 읽고 있어요^^

웽스북스 2011-12-11 21:26   좋아요 0 | URL
아. 흑산. 어떠셨어요?

사과나무 2011-12-10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많이 보셨네

요새처럼 책을 읽으면 내년에는 백 권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과연 얼마나 이어질지...

웽스북스 2011-12-11 21: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히히 내년 백권 꼭 읽으시길!
저도 내년에는 더 풍성한 리스트를~ ㅋㅋ

비로그인 2011-12-10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년부터는 꼼꼼하게 기록을 해두어야겠어요 저도...
읽었던 책들이 어디론가 슥슥 사라져버린 것 같은 ㅠㅠ

웬디양님이 뽑으신 책들 중 단연 [숨그네]가 눈에 들어오네요.
이 책 읽으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어쩜 이렇게 처절한 것을 아름답게 묘사했는지!

그리고 [그레이트 하우스]-[희랍어 시간]-[슬픈 짐승]으로 이어지는
슬픈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개인적으로는 2011년의 활자로 기억될 것 같네요 :)

웽스북스 2011-12-11 21:3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대단한 작가인 것 같아요.
저도 슬픈 짐승 읽으면 뭔가 완성되는 건가요? ㅎ

기록은 할 때는 귀찮은데, 저는 워낙 저질 기억력이라 ㅜ
열심히 해두려고요

네꼬 2011-12-1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참 유용한 페이퍼. 찜해요. (페이퍼 몽땅 다!)

웽스북스 2011-12-12 13:16   좋아요 0 | URL
히히 네꼬님!

다락방 2011-12-1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읽은게 열 한권이나 되요! 가지고 있는건 그보다 더 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나요!! >.<

웽스북스 2011-12-16 01: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은 역시 짱이에요

2011-12-22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12-29 00:56   좋아요 0 | URL
히이 :) 그럼요~
 


 
너와 함께 보낸 그 긴 시간 동안 그 어떤 질문과 대답, 어떤 인용과 암시와 논증보다 절실하게 너에게 건네고 싶었던 말은 어쩌면 정작 이런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어.

우리가 가진 가장 약하고 연하고 쓸쓸한 것, 바로 우리의 생명을 언젠가 물질의 세계에 반납할 때, 어떤 대가도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언젠가 그 순간이 나에게 찾아올 때, 내가 이끌고 온 모든 경험의 기억을 나는 결코 아름다웠다고만은 기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렇게 남루한 맥락에서 나는 플라톤을 이해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라고.
... 그 역시 아름다운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라고.
완전한 것은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 적어도 이 세상에는.

한강 / 희랍어 시간 121~122p




















이 책의 표지처럼, 비가 내리고 있다는, 
그리고 주말 내 비가 올 예정이라는
 제주에 간다.

이 책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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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1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여행가세요 웬디양님?

제가 도서관에 신청한 책, 더군다나 한강의 신작.
제주도는 그래도 여기보단 따뜻하겠죠? 슬슬 쌀쌀해지는 요즘이에요.

웽스북스 2011-11-18 13:20   좋아요 0 | URL
그럴 거라 믿고. 옷을 좀 얇게 챙겨서 걱정이에요.
이제 2시에 공항으로 갑니다. 꺄.

수다쟁이님. 저 책은 참 좋아요. 저는 그래요 :)
도서관에 도착하면 얼른 뛰어가서 1착으로 집으세요. ㅎㅎㅎ

다락방 2011-11-18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집에 가면 이 책이 도착해있을 거에요! 꺅 >.<

웽스북스 2011-11-18 13:28   좋아요 0 | URL
오왓. 다락방님도 한강을 좋아하셨나요?

다락방 2011-11-18 13:34   좋아요 0 | URL
아기부처 좋아했어요. 몽고반점도 좋아했구요. 아기부처가 더 짱이지만. 채식주의자도 읽었구요. 눈물상자도 읽었는데 이건 별로였어요. 그런데 바람이 분다, 가라 이 책은 아직 안읽어봤어요. 읽어보고 싶은데 희랍어시간 먼저 읽어보려구요.

웽스북스 2011-11-18 13:39   좋아요 0 | URL
희희 우리도 뭔가 겹치는게 적지는 않네요 그래도 :) 흐흐흣

웽스북스 2011-11-18 13:41   좋아요 0 | URL
참, 이번에 영화로 나오는 게 아기부처이죠?

다락방 2011-11-18 13:4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웬디양님과 저는요 좋아하는 이유도, 마음과 생각이 움직여지는 부분도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겹치는 책이나 영화들이 있더라구요. 아유 좋아 ㅋㅋㅋㅋㅋ 웬디양님과 겹치면 저는 막 똑똑한 여자가 된 것 같고 그래요. 희희.

다락방 2011-11-18 13:43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소식은 저는 전혀 몰라요. 아기 부처 영화로 나온대요? 오! 영화가 그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기부처는 단편이 딱인데.

웽스북스 2011-11-18 13:45   좋아요 0 | URL
세상에. 아기부처가 이미 나왔다가 들어갔네요.
<흉터> 라고.. 아. 어쩐지 슬프다.

저도 다락방님이랑 겹치면 좋아요. :)

다락방 2011-11-18 13:48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댓글보고 흉터 찾아봤는데, 정말 그랬네요. 아..뭔가 속상해..orz

비로그인 2011-11-18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댓글의 향연~~ 저는 한강의 [그대의 차가운 손]을 제일 좋아해요. 고등학생 때 야자 시간에 몰래 읽었는데 정말 마음에 금이 가는 것 같았어요. 한강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떨지는 잘 모르겠네요. 오히려 밋밋하거나 혹은 막장드라마처럼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워요 ( '')... 그래도 신간이 나와주었으니, 냉큼 읽어야지요.

ps. 웬디양님, 저 책 제가 1착 맞아요. 구입신청하고 정리중 표시 뜨자마자 예약했어요 ^^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1-11-26 01:49   좋아요 0 | URL
지금쯤 읽고 있나요? 흐흐.

... 2011-11-1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라, 바람이 분다>도 사두고 아직도 안 읽어서 <희랍어 시간> 살까말까 했는데.... 음, 구매해야 겠군요.

웽스북스 2011-11-26 01:49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바람이 분다, 가라! 도 좋아요!! 얼른 읽어요!

이진 2011-11-1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해할수는 없지만 이해하지 않고 읽어도 충분히멋진 말이에요 ㅋㅋㅋ
우리가 가진 가장 약하고 연하고 쓸쓸한 것, 바로 우리의 생명을 언젠가 물질의 세계에 반납할 때, 어떤 대가도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라고 말하는것이 멋지게 들리는 걸요 ㅋㅋ

우왕 지금 제주도 시겠는걸요 ! 여행 잘다녀오십시오:)

웽스북스 2011-11-26 01:50   좋아요 0 | URL
일주일도 더 지나서 댓글 다는 저를 용서하세요 소이진님.
덕분에 여행은 잘 다녀왔습니다.
 

 
상어

영화와 문학에서, 피에 굶주린 이 교활한 괴물은 언제나 입을 딱 벌린 채 날카로운 무수한 이빨을 드러내고 세계의 바다를 누빈다. 그는 우리를 생각하며 입맛을 다신다 

영화와 문학을 벗어나면 상어는 인육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드물게 우리를 공격하기도 하지만, 그 때는 단지 자기방어를 위해서이거나 실수 때문이다. 근시인 상어가 우리를 돌고래나 바다 표범과 혼동하면 한입 물어뜯고는 구역질을 하며 뱉어 낸다. 우리 인간은 뼈투성이에 살은 거의 없으며,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살코기는 맛이 끔찍하다

위험한 존재는 우리 인간들이며 상어들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그들은 영화를 만들지도 소설을 쓰지도 않는다.


다른 여인들

마태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마흔 여섯명의 선조를 가졌고, 그중 마흔하나는 남자고 다섯은 여자였다.

잘 알려진 대로, 다섯 여자들 중 한 명인 마리아는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 그러나 예수의 선조로 등장하는 다른 여인은 다음과 같다

시아버지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얻기 위해 창녀로 위장한 타마르.  
예리고 성에서 창녀로 몸을 팔았던 라합.
유부녀의 몸으로 다윗 왕의 침대에서 솔로몬을 낳은 밧세바 
선민에 속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스라엘 민족이 섬길 만한 가치가 없었던 룻

죄인이었던 세 여인과 멸시받았던 한 여인. 지상에서 저주받았던 이 여인들은 하느님의 아들의 할머니들이었다.


도전

세상에서 가장 큰 새들이 하늘이 아닌 바닥에서 난다.
나스카 지역의 옛 거주자들이 그린 것으로, 그들은 헐벗은 사막에 그토록 아름답기 그지 없는 문양을 새길 줄 알았다.

땅에서 올려다보면 선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황무지 저편으로 아득해지는 돌과 먼지의 긴 수로에 지나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사막의 그 주름들은 날개를 펼친 거대한 새들의 형상을 이룬다.

그 그림들은 이천 년 또는 이천 오백년 전에 그려졌다. 우리가 아는 한 비행기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과연 누구를 위해 그려졌을까? 누구의 의견을 위해?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말 궁금하다. 메마른 땅에서 빛나는 그 완벽한 선들은 정녕 하늘이 볼 수 있도록 태어난 것인가?

하늘은 우리에게 별이나 구름으로 아로새긴 눈부신 도안을 선사한다. 마땅히 고마움을 표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대지 역시 할 수 있다. 아마도 사막을 걸작으로 탈바꿈시킨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리라. 대지 역시 하늘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지상에서 이룩하지 않고도 자신이 창조하는 새들의 날개로 날 수 있다고.





에두아르노 갈레아노 / 시간의 목소리


 

















읽다가 재밌어서 몇 개 옮겨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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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05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네요 :)
지나가다 흥미롭게 읽었네요! 빌려봐야지 ㅎㅎ

웽스북스 2011-08-06 01:04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말없는 수다쟁이님. 저는 게을러서 책을 못빌려요 ㅜㅜ

굿바이 2011-08-0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번 달에는 좀 어떻게 책을 안사고...ㅡㅜ
할 수 없이 신용으로! (실은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괜히 웬디 핑계를 대고 있어요^^)

웽스북스 2011-08-06 01:05   좋아요 0 | URL
언니, 저도, 신용이 밥먹여주는 삶을 살고있어요. 신용 만세. (응? ㅎ) 참, 저도 언니때문에 꽃책 보관함에 넣었으니까 1대1입니다. ㅎㅎ

風流男兒 2011-08-08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스카 아오 저기 정말 가고 싶어요

웽스북스 2011-08-08 23:05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