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영화와 문학에서, 피에 굶주린 이 교활한 괴물은 언제나 입을 딱 벌린 채 날카로운 무수한 이빨을 드러내고 세계의 바다를 누빈다. 그는 우리를 생각하며 입맛을 다신다 

영화와 문학을 벗어나면 상어는 인육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드물게 우리를 공격하기도 하지만, 그 때는 단지 자기방어를 위해서이거나 실수 때문이다. 근시인 상어가 우리를 돌고래나 바다 표범과 혼동하면 한입 물어뜯고는 구역질을 하며 뱉어 낸다. 우리 인간은 뼈투성이에 살은 거의 없으며,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살코기는 맛이 끔찍하다

위험한 존재는 우리 인간들이며 상어들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그들은 영화를 만들지도 소설을 쓰지도 않는다.


다른 여인들

마태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마흔 여섯명의 선조를 가졌고, 그중 마흔하나는 남자고 다섯은 여자였다.

잘 알려진 대로, 다섯 여자들 중 한 명인 마리아는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 그러나 예수의 선조로 등장하는 다른 여인은 다음과 같다

시아버지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얻기 위해 창녀로 위장한 타마르.  
예리고 성에서 창녀로 몸을 팔았던 라합.
유부녀의 몸으로 다윗 왕의 침대에서 솔로몬을 낳은 밧세바 
선민에 속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스라엘 민족이 섬길 만한 가치가 없었던 룻

죄인이었던 세 여인과 멸시받았던 한 여인. 지상에서 저주받았던 이 여인들은 하느님의 아들의 할머니들이었다.


도전

세상에서 가장 큰 새들이 하늘이 아닌 바닥에서 난다.
나스카 지역의 옛 거주자들이 그린 것으로, 그들은 헐벗은 사막에 그토록 아름답기 그지 없는 문양을 새길 줄 알았다.

땅에서 올려다보면 선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황무지 저편으로 아득해지는 돌과 먼지의 긴 수로에 지나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사막의 그 주름들은 날개를 펼친 거대한 새들의 형상을 이룬다.

그 그림들은 이천 년 또는 이천 오백년 전에 그려졌다. 우리가 아는 한 비행기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과연 누구를 위해 그려졌을까? 누구의 의견을 위해?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말 궁금하다. 메마른 땅에서 빛나는 그 완벽한 선들은 정녕 하늘이 볼 수 있도록 태어난 것인가?

하늘은 우리에게 별이나 구름으로 아로새긴 눈부신 도안을 선사한다. 마땅히 고마움을 표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대지 역시 할 수 있다. 아마도 사막을 걸작으로 탈바꿈시킨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리라. 대지 역시 하늘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지상에서 이룩하지 않고도 자신이 창조하는 새들의 날개로 날 수 있다고.





에두아르노 갈레아노 / 시간의 목소리


 

















읽다가 재밌어서 몇 개 옮겨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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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05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네요 :)
지나가다 흥미롭게 읽었네요! 빌려봐야지 ㅎㅎ

웽스북스 2011-08-06 01:04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말없는 수다쟁이님. 저는 게을러서 책을 못빌려요 ㅜㅜ

굿바이 2011-08-0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번 달에는 좀 어떻게 책을 안사고...ㅡㅜ
할 수 없이 신용으로! (실은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괜히 웬디 핑계를 대고 있어요^^)

웽스북스 2011-08-06 01:05   좋아요 0 | URL
언니, 저도, 신용이 밥먹여주는 삶을 살고있어요. 신용 만세. (응? ㅎ) 참, 저도 언니때문에 꽃책 보관함에 넣었으니까 1대1입니다. ㅎㅎ

風流男兒 2011-08-08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스카 아오 저기 정말 가고 싶어요

웽스북스 2011-08-08 23:05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