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보낸 그 긴 시간 동안 그 어떤 질문과 대답, 어떤 인용과 암시와 논증보다 절실하게 너에게 건네고 싶었던 말은 어쩌면 정작 이런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어.

우리가 가진 가장 약하고 연하고 쓸쓸한 것, 바로 우리의 생명을 언젠가 물질의 세계에 반납할 때, 어떤 대가도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언젠가 그 순간이 나에게 찾아올 때, 내가 이끌고 온 모든 경험의 기억을 나는 결코 아름다웠다고만은 기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렇게 남루한 맥락에서 나는 플라톤을 이해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라고.
... 그 역시 아름다운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라고.
완전한 것은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 적어도 이 세상에는.

한강 / 희랍어 시간 121~122p




















이 책의 표지처럼, 비가 내리고 있다는, 
그리고 주말 내 비가 올 예정이라는
 제주에 간다.

이 책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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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1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여행가세요 웬디양님?

제가 도서관에 신청한 책, 더군다나 한강의 신작.
제주도는 그래도 여기보단 따뜻하겠죠? 슬슬 쌀쌀해지는 요즘이에요.

웽스북스 2011-11-18 13:20   좋아요 0 | URL
그럴 거라 믿고. 옷을 좀 얇게 챙겨서 걱정이에요.
이제 2시에 공항으로 갑니다. 꺄.

수다쟁이님. 저 책은 참 좋아요. 저는 그래요 :)
도서관에 도착하면 얼른 뛰어가서 1착으로 집으세요. ㅎㅎㅎ

다락방 2011-11-18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집에 가면 이 책이 도착해있을 거에요! 꺅 >.<

웽스북스 2011-11-18 13:28   좋아요 0 | URL
오왓. 다락방님도 한강을 좋아하셨나요?

다락방 2011-11-18 13:34   좋아요 0 | URL
아기부처 좋아했어요. 몽고반점도 좋아했구요. 아기부처가 더 짱이지만. 채식주의자도 읽었구요. 눈물상자도 읽었는데 이건 별로였어요. 그런데 바람이 분다, 가라 이 책은 아직 안읽어봤어요. 읽어보고 싶은데 희랍어시간 먼저 읽어보려구요.

웽스북스 2011-11-18 13:39   좋아요 0 | URL
희희 우리도 뭔가 겹치는게 적지는 않네요 그래도 :) 흐흐흣

웽스북스 2011-11-18 13:41   좋아요 0 | URL
참, 이번에 영화로 나오는 게 아기부처이죠?

다락방 2011-11-18 13:4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웬디양님과 저는요 좋아하는 이유도, 마음과 생각이 움직여지는 부분도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겹치는 책이나 영화들이 있더라구요. 아유 좋아 ㅋㅋㅋㅋㅋ 웬디양님과 겹치면 저는 막 똑똑한 여자가 된 것 같고 그래요. 희희.

다락방 2011-11-18 13:43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소식은 저는 전혀 몰라요. 아기 부처 영화로 나온대요? 오! 영화가 그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기부처는 단편이 딱인데.

웽스북스 2011-11-18 13:45   좋아요 0 | URL
세상에. 아기부처가 이미 나왔다가 들어갔네요.
<흉터> 라고.. 아. 어쩐지 슬프다.

저도 다락방님이랑 겹치면 좋아요. :)

다락방 2011-11-18 13:48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댓글보고 흉터 찾아봤는데, 정말 그랬네요. 아..뭔가 속상해..orz

비로그인 2011-11-18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댓글의 향연~~ 저는 한강의 [그대의 차가운 손]을 제일 좋아해요. 고등학생 때 야자 시간에 몰래 읽었는데 정말 마음에 금이 가는 것 같았어요. 한강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떨지는 잘 모르겠네요. 오히려 밋밋하거나 혹은 막장드라마처럼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워요 ( '')... 그래도 신간이 나와주었으니, 냉큼 읽어야지요.

ps. 웬디양님, 저 책 제가 1착 맞아요. 구입신청하고 정리중 표시 뜨자마자 예약했어요 ^^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1-11-26 01:49   좋아요 0 | URL
지금쯤 읽고 있나요? 흐흐.

... 2011-11-1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라, 바람이 분다>도 사두고 아직도 안 읽어서 <희랍어 시간> 살까말까 했는데.... 음, 구매해야 겠군요.

웽스북스 2011-11-26 01:49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바람이 분다, 가라! 도 좋아요!! 얼른 읽어요!

이진 2011-11-1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해할수는 없지만 이해하지 않고 읽어도 충분히멋진 말이에요 ㅋㅋㅋ
우리가 가진 가장 약하고 연하고 쓸쓸한 것, 바로 우리의 생명을 언젠가 물질의 세계에 반납할 때, 어떤 대가도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라고 말하는것이 멋지게 들리는 걸요 ㅋㅋ

우왕 지금 제주도 시겠는걸요 ! 여행 잘다녀오십시오:)

웽스북스 2011-11-26 01:50   좋아요 0 | URL
일주일도 더 지나서 댓글 다는 저를 용서하세요 소이진님.
덕분에 여행은 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