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t-The-Flap Friends: Princess (Board Books)
Bloomsbury Publishing Plc / Bloomsbury Activity Books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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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 회수 수준 미친건가 1쿨 초반 떡밥을 2쿨 마지막 가서 쓰네 ㄷㄷㄷ 아무튼 참고 보면 여러가지 얻는 게 많다. 1쿨에서 얼버무린 것도 2쿨에서 다 밝혀진다. 다시 강조하지만 2쿨까지 가야 이 애니메이션의 스토리가 제법 탄탄함을 알게 된다. 주인공들이 계속 승진을 거듭하는 이야기만 등장하는지라 많이 지루할 수 있지만 반전물은 끝까지 보는 사람에게 보답이 있으니 지치지 않도록 하자. 정 견디기 힘들면 아키노 음악 듣는 재미로 본다고 생각하고 ㅎㅎ;; 여러모로 1쿨만 보고 놓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기술의 발전도 주목할 만한데, 약스포를 하자면 일본에서 실제로 군사용으로 개발할까 고민했던 무기라던가가 등장하여 흥미도를 올린다. 신의 철퇴였나 제목이? 그리고 드론으로 도촬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 등, 실제로 등장할 범죄로 우려되는 여러가지 범행들이 나오니 그쪽으로 기대하는 것도 좋겠다. 떡밥이 실망이었다는 사람도 꽤 있지만, 설정이 원래 평범한 경찰물인지라 큰 걸 바라는 게 무리일 수도 있겠다.

그나저나 쿠로키의 주인공 인지도가 2쿨부터 확 올라서 하렘 구도로 간다는 게 상당히 특이하다. (심지어 남자에게도;) 그렇다고 딱히 누구랑 맺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경찰물에 집중하려는 것 같아 특이하다. 처음부터 1쿨에서는 여주인공 시점으로 진행하고, 2쿨은 다르게 하려 생각한 것 같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상당히 달라지는 편이란 게 양날의 검이겠다.

P.S 그나저나 쿠로키 성우 나와 같은 쌍팔년생이더라. 게다가 키즈나이버에서는 쟤랑 전혀 성격 매칭 안 되는 유타를 연기했었다고... 새삼 내가 뭘 하고 살았던지 반성하는 시간이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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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에 오시려거든
김인자 지음 / 푸른영토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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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행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 천 년만 당신을 사랑하리라 했으나 한순간도 그 사랑은 내게 오지 않았다. 묶어두지 않겠다는 그것이 나를 위한 당신의 지극한 헌사였다는 걸 지금에야 알고 감읍한다. 나는 당신을 미친 듯 사랑했으나 당신이 나를 그렇게 사랑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가슴에 스며드는 것 같다. 오랜만에 내 취향인 가슴 뛰는 이야기를 만났다. 요즘 연애물은 좀 너무한다. 언제부턴가 멘붕물이 유행하질 않나, 애인이 되지 못한 하렘물 떨거지(...)들이 너무 두드러지지 않나, 그것도 아니면 사랑 가지고 장난질하는 게 넘 많음. 물론 토라도라 같은 것도 좋았는데 후속작이 너무 독자들 의식해서 미연시처럼 나왔어 ㅠㅠ 나는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오네가이 티쳐같은 로맨스 애니가 한 번만 더 나왔으면 하는데 안 되나... 너무 큰 걸 바라나.


산문 겸 시라 해서 에세인가 하고 그냥 들춰봤더니 글의 수준이 꽤 높다;;; 이건 그냥 산문시라고 봐도 될 듯. 근데 책 두께도 꽤 두껍다 ㄷㄷ?

대관령의 자연을 사진으로 찍어서 글과 사진이 같이 나오는데 사진은 상상 속으로 남겨둔다. 가격도 싸서 직접 사도 괜찮을 것 같다.

 

페친이 독서모임에 가지 않는 사람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말인 즉슨 어떤 친구가 중독이라며 가지 말라고 추천했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에고 높은 나는 '아니 니가 무슨 가라 가지 말라 난리냐'부터 생각하겠지만, 나도 학창시절 꽤 긴 시간 책을 읽지 않았던 적이 있다. 수능 붙고 대학 가서 2학년 때 까지였나... 과제 때문에 보는 책도 중요한 구절 몇 읽고 후딱 덮었으니 꽤 긴 기간이다.

서평을 쓰는 게 무슨 죄는 아니다. 다만 그것을 하면서 본인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만 하는 게 좋다.

 

결국 사람이 죽고 싶다 죽겠다 하면서 살고 있지만, 그 말의 뜻은 죽음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를 재고 다시 돌아왔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르시소스가 얼굴을 비춰 본 호수가 나르시소스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좋아했다고 하지만 결국 모 애니에 나온 인물처럼 눈을 빼서 포르말린에 넣어 보존한 건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 싶고. 결국 실행에 옮기지만 않았음 된 거다. 아직 로봇이 우리의 뇌 속을 들여다보면서 생각만으로 죄가 성립된다고 할 때가 아직 오지 않았고.

 

나는 왜 엄마 젖가슴 같은 고봉밥같은 표현을 굳이 넣는지 이해가 안 간다. 뭐 굳이 잦이 같이 우뚝 솟은 고봉밥이 어쩌고 같은 말은 왜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요리도 못하고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할 의욕도 없는데 굳이 신경을 써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짜증도 나고 피곤하다. 어머니가 무지 요리를 못 하는 분이시지만 난 그렇다고 어머니에게서 모성을 느끼지 못하진 않았다. 그냥 아이의 영양을 신경써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걸 가지고 여성성이 어떻다느니 강조해서 여태 여성들 힘들게 하는 게 요리인듯.

모노드라마

 

기다림, 그 긴 고뇌의 소용돌이, 나는 약속된 신호를 기다린다. 그것은 하찮은 것일 수도 있지만 아주 비장한 것일 수도 있다. 쇤베르크의 기다림(모노드라마)에서는 밤마다 한 여인이 숲 속에서 그의 연인을 기다린다. 그러나 나는 다만 한 통의 이메일만을 기다릴 뿐이다. 이 둘은 동일한 고뇌다. 모든 것은 엄숙하다. 내게는 경중에 대한 감각이 없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인터넷 집단에 대한 추억 하날 말해보자면, 양꼬치 내가 사주기로 하고 가서 만났더니

"와 팔자주름 있네 역시 나이 먹었나 보다."

처음 만나자마자 그 말을 하는데 덕분에 그 후부터 인터넷 사람들을 만나기가 꺼려지게 되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으나 후폭풍이..) 앞으로도 만나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음.

직접 말하던 자기 담벼락에서 말하던 속내 보이니까 실례되는 내용은 마음의 소리로 말하길 권장. 니가 여자친구가 있던 나랑 바람피는 게 아니던 뭔 상관임. 난 처음부터 동생에게 술 사준단 느낌으로 나온 건데 지 혼자서 상상 오진 케이스였음. 그것도 사실 어릴 적 어른이 안경 쓴 채로 뺨때려서 생긴 흉터였는데 말해도 의심하고 사람 말 못 알아 쳐먹던.


나는 인터넷에서 사귄 사람이던 일상생활에서 만난 사람이던 간에 똑같은 강도로 마음을 여는 사람이라고 할까. 전자 후자 구분해서 친구관리하는 거 진짜 피로하고 머리 아픔.

 

세월호, 그 슬픈 폐허

 

참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하는 게 인연이겠지. 우리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것이 사랑이란 걸 깨닫지 않았던가. 세월이 흐른 후에야 고통의 상흔조차도 뜨겁게 껴안아야 할 불꽃이었다는 걸 알게 되듯 다음 생도 그럴까. 미안하단 말, 절대로 용서하지 말란 말, 잊지 않겠단 말, 우린 얼마나 더 슬픈 폐허를 감당해야 하는 걸까. 얼마나 더 아파야 지금의 이 비극이 감쪽같이 처리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올까. 실없어 보이는 봄비가 뭇 생명을 키우듯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이들의 걸음조차도 시간은 내려야 할 역에 정확히 데려다준다는 걸.



 


 

댓글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오는 걸 보면 넷상에서 봤다고 아무 말이나 함부로 막 해대면 안 된다는 내 말이 더 검증되었을 텐데. 그런데 딱히 국회의원 등 유명인사 뿐만 아니라 일본의 스튜디오가 불에 타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악플을 달며 자신의 애국심을 과시하려는 사람들도 치가 떨리긴 마찬가지다. 우연일까, 그 스튜디오에서는 여성 디렉터가 유달리 많았다.


그래서 난 악인을 말로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부분 건장한 청년 남성이거나 덩치가 커 몸집 작고 왜소하고 어려보이는 여성이 겪는 일을 잘 모른다. 차라리 침묵이 몸에 좋다는 거짓 위로가 낫다.

 

영화 위플래쉬

 

대관령 내려오기 전날, 영화, '위플래쉬(영화 속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재즈곡 제목으로 중간 부분 드럼 파트의 '더블 타임 스윙' 주법으로 완성된 질주하는 독주 부분이 일품이며 단어의 원뜻은 채찍질)'를 봤다. 몰입했다. 음악을, 재즈를, 미친 드러머의 연주를 온몸으로 보고 들었다. 유감스럽게도 청년 시절 최고가 되는 꿈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나에게 한 젊은 드러머의 광기는 전율할 만했다. 사랑도 일도 예술도 미쳐있을 때가 아름답다.



그렇게 재밌나요 뭔가 강압적인 성격의 선생님이 나온다고 해서 안 봤는데 봐야 하나 ㄷㄷㄷ

 

우울한 봄날의 실렌시오

 

꽃들이 잠들어있네/글라디올러스와 장미와 흰 백합/그리고 깊은 슬픔에 잠긴 내 영혼/난 꽃들에게 내 아픔을 숨기고 싶네/인생의 괴로움을 알리고 싶지 않아/내 슬픔을 알게 되면 꽃들도 울 테니까/깨우지 마라 모두 잠들어 있네/글라디올러스와 흰 백합/내 슬픔을 꽃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내 눈물을 보면 죽어버릴 테니까.-실렌시오 노랫말



 


 

다소 폼 잡으려는 의도가 강한 거 아닌가 싶지만, 내가 여태껏 본 에세이 중 훌륭한 마무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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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낯선 창비시선 375
전동균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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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몇잔 중에서

 

아니 왜, 회촌 개울 햇살들은

떠듬떠듬 책 읽는 아이 목소리를 내는지,

징검돌 위에 주저앉은 나는

담배나 한대 피워 무는 것인데

 

휴가를 얻어도 갈 데 없는

이 게으르고 남루한 생은

탁발 나왔다가 주막집 불목하니가 되어버린 땡추 같은 것,

맨 정신으로는 도무지 제 낯짝을 마주 볼 수 없어

마른 풀과 더불어

낮술 몇잔 나누는 것인데

 

아 좋구나, 이 늦가을 날

허물고 떠나야 할 집도 없는 나는

세상에 나와

낭끝 같은, 부서질수록 환한 낭끝의 파도 같은 여자의 눈을

내 것인 양 껴안은 죄밖에 없으니



 


 

이렇게 자꾸 낮술 이야기만 올리면 제가 낮술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나 낮술이 좋습니다 ㅈㅅ...



이렇게 선명한 시집은 처음이라 약간 당황했다. 아니 물론 메시지도 분명하긴 한데...

1. 가톨릭 이야기는 안 하지만 왠지 성당 사람이 할 만한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통 개신교들은 술 안 마신다고 하지 않나? 수도원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서도 술 얘기 많이 나오니 아마 맞을 듯(...)

2. 마지막 구절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페이스북에다가도 블로그의 인상적인 구절란에서도 시의 마지막 구절을 적을 가능성이 크다. 나도 책의 마지막 구절을 중시하는 편이라 편애하지 않도록 첫구절이나 중간 구절을 의식적으로 적는 편인데, 이번엔 아무래도 그 균형을 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도 마지막 구절에 중요한 이야기를 일부러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3. 나이 든 남성 시인 분들이 주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이번 시집에서도 개에 관한 시가 압도적이다. 물론 다음에 읽을 포유류의 사랑 시집처럼 고양이만 왕창 나오는 시집도 있지만, 그건 상당히 이례적이고.

촛불 미사 중에서

 

기도하소서,

당신을 위해 기도하소서, 주여

저희를 빚으신 그 죄

옷을 찢으며 통회하소서

 

늘 저희를 잊고 있었던 저희가

늘 당신을 버리고 싶었던 저희가

캄캄한 울음을 촛불처럼 밝혀 들고 가나이다, 주여



 


 

재밌는 시가 나오다가도 가끔씩 화자가 가슴을 쥐어뜯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돌을 날개라 부른다는 표현이 빈번하게 나오는데, 아무래도 시인이 지니고 있는 화두인 듯하다. 이 시는 파울 첼란의 테네브라에에서 변용했다 한다.

 

납작보리

 

아버지 화장 모시던 날, 시월인데 북천 고추바람 유독 매웠더랬습니다 아따, 꼭 그 양반 성깔 같네, 당숙이며 사촌형님들 덜덜 떨다가 육개장에 소주잔 적시러 식당으로 몰려간 뒤에 아버지 몸은 굴뚝을 나와서도 한참을 펄럭대다 살얼음 하늘로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는데요 둘째도 납작보리라고, 나자마자 외면당한 소현이, 여섯살배기 그 어린것이 제 엄마 옷자락을 꼭 붙잡고는 서럽게 서럽게 우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기특해라, 장손 씨는 다르데이, 니 그래 할배가 좋더나? 관을 안고 몇번이나 쓰러졌던 큰고모가 흐뭇한 목도리를 감아주며 묻자, 더 크게 엉엉대다 잔뜩 코 막힌 소리로 아니요, 피카츄 인형을 잃어버렸어요



 


 

이상하게 장례식에 가면 눈물이 나오지 않는데, 마치 친구 손 잡고 교회에 간 듯한 어린시절과 같이 낯설고 머쓱하다. 그런 걸 보면 난 내 죽음처럼 다른 사람의 죽음에 별로 느낌이 없는가 보다. 어떤 사람이 나와 안 좋게 이별하면 그렇게 눈물이 펑펑 나는데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간혹 장례식에서 아이들이 울지 않는다고 뺨을 갈기는 경우를 본다. 그런 식으로 아이를 장난감 취급한다면 살면서 당장 편할지 모르나 어른이 되면 나처럼 장례식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울 상황에 울지 못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어른과 정서가 약간 달라서 사후 수일이 지난 다음에야 죽은 사람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그나저나 피카츄 인형은 정말 목청 높여 울 만하다.

 

건기 중에서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을 깼다. 12시 42분. 딱 딱 딸깍 딱 딸깍...... 낡은 텔레비전 체널 돌리는 소리 같았다. YTN 뉴스에서 프리미어리그 중계로, 패션쇼로, 다큐멘터리로, 어느 것도 볼만한 게 없다는 듯 체널을 바꾸는 소리. 쯧쯧, 저이도 꽤나 외롭고 심심한 모양이군, 흐트러진 이불을 고쳐 덮고 몸을 웅크렸다.

 

또 소리가 들렸다. 3시 18분. 술판이라도 벌어졌는지 병 따는 소리, 잔 부딪는 소리, 웃으며 수런대는 소리, 마침내는 낮은 신음 소리, 그 틈을 비집고 딱 딱 딸깍 딸깍 딸...... 텔레비전 체널 바꾸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SOS 신호라도 보내듯이.

(...)

5시 2분. 문득, 바람의 냄새가 달라지는 건기에는 물가의 집을 허물고 사막으로 떠나간다는 아프리카들개가 떠올랐다.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했다, 1003호에는.



 


 

그러고보니 학교에 다닐때만 해도 친구들이 무용담처럼 자기가 본 귀신을 떠벌릴 때가 있었고 인터넷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제법 횡행했었는데 지금은 조용하다. 다들 불을 켜고 살아서 그런가 인구가 너무 많아서 그런가 아님 인간이 더 무서워서 그런가.

 

진부터미널 식당 중에서

 

산판으로 간다는 사내들은

제엔장, 티켓이나 끊자,

화투판을 벌이고

 

그사이 곰 그림자 몇 슬며시 들어와

4홉 소주를 단숨에 비우고 사라졌다

 

사행의 밤을 끌고 온 길들이

모였다가 헤어지는

진부터미널 식당

 

어떤 이는 흐린 불빛을 밀고 나가 한 세상을 일으켰고

어떤 이는 칼을 버리고 출가를 했지만

 

다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산나물 보따리를 꼭 안고 졸고 있는 노파의 쇠스랑손과

멀어도 너무 먼 꿈속 꽃빛을 더듬을 뿐



 


 

제가 말하기 참 민망한 말이지만 술은 적당히 드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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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에모토 아키라 외 목소리 / 알스컴퍼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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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략을 못 한다 뿐이지 이 어머니가 가장 최강.

마트에서 근무하는 초기엔 사람들이 사고 싶은 것을 명확히 모를 때가 많으니 그걸 알려주자 생각했다.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나는 마트에 오는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사려 했는지 모르고 싶을 때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마치 마트 사장과 고객 간의 긴밀한 협력 같았다. 예를 들어 고객은 자신이 과소비를 한다는 사실을 돌아보지 않으려 한다.

망각은 양기를 빨아들이고, 그것이 음지에 있던 영혼들을 움직이게 한다. 애니에선 주인공을 비롯해 과거를 잊어버린 사람들이 잔뜩 나타난다. 그러나 주인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를 인지했으며 명확히 선택했고, 그로 인해 망각으로 인해 일상이라 생각했던 것이 변화를 일으킨다. 남자 주인공 유이치는 7년 전의 과거를 회상하며, 가끔 그와 관련한 꿈을 꾼다. 그렇지만 유이치의 어린 시절이 그렇게 좋았을까? 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명확히 알았다면 조금 다르게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에 들르지 않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유이치가 과거의 공포와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을 경우, 그는 남자애들이 흔히 갖고 있는 자아도취 속에서 살았으리라. 아유의 비밀을 알게 되기 전 작품이 환상 속을 넘나든다거나, 유이치가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님에도 마음을 다잡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억이 조금씩 살아나고 아유와 제대로 마주해서야 그는 꿈에서 깨어난다. 일면 달콤해 보였던 그 꿈은, 알고보니 유이치의 마음을 좀먹는 악몽이었다.

사랑하는 아유가 어머니에게 방임되었을지도 모른단 사실이 작중에 세부적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유이치는 그녀를 돕지 못한다. 이사를 취소하고 아유와 같이 살지도 못한다. 저항심은 있으나 어린 자신이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므로, 자신의 무력함을 잊고 싶었던 것이다. 실존은 메타포를 아는 것이다. 어린 시절은 사실 어른들에게 휘둘리던 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걸, 이 애니는 유이치가 잃어버리고 싶었던 상실의 슬픔 속에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내가 사실 힘이 없다는 걸 알아야 허무에 빠지지 않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아픔을 나누며 살 수 있다.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과거와 마주함으로써 학교에서 공부하는 일반 학생들보다 더 큰 교훈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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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은유가 된 독자 :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 -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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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부모님을 잃은 천애고아였다. 모든 것을 다 잃고 울기만 하는 여주인공을 달래주는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연상의 하츠미였다. 그러나 16살 생일 당일날 하츠미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하츠미를 덮치러 찾아갔던(...) 여주인공은 깜짝 놀라지만 곧 그녀를 찾아 떠난다. 마녀와 여행을 떠나면서 여주인공은 하츠미가 다양한 이름을 지녔으며, 자신에게 질척거리는 마녀와 함께 온갖 책이 모인 도서관을 관장하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여행물 같지만 액션의 박진감은 떨어지는 편이며 옴니버스물 단편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백합 하렘물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남자도 등장하는 편이다. 다만 제대로 된 남자는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지;;; 예를 들어 가르간츄어 저 애는 어딜 어떻게 방황하면 저런 4차원이 되는 걸까. 과거를 보면 불쌍한 점도 없지 않아 있고 실상 차였는데도 이브를 아직도 찾는 걸 보면 귀엽기도 한데 막 춤추면서 이야기하는 거 보면 넘 밥맛임 ㅠㅠ 백합이라서 그런가 이 애니에선 남자들이 늙었거나 징그럽거나 중2병이거나 오토코노코라능. 특히 이브의 이야기가 좀 쓸데없이 꼬여 있는데, 이야기가 끊어졌다 이어지는 면이 많기 때문에 집중해서 봐야 한다.

그런데 하츠미는 여주인공을 그닥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얀데레끼가 좀 부담스럽긴 한데 화를 내거나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그저 팬 중에 하나로 관리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팬케이크를 여주인공이 맛있게 먹어주었다며(마녀가 세계 최고로 맛 없는 핫케이크라고 평한 걸로 추측하건대 다른 요리는 잘 하는 거 같은데;;;;? 첫화에서도 뭔가 하츠미가 만든 것 같은 요리를 여주인공과 둘이서 먹고 있었고, 그 때 여주인공은 별 부담이 없어 보였음.) 그것 때문에 여주인공을 그리워한다는 게 참 ㅋㅋㅋ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팬케이크 말고 다른 자신있는 요리를 만들라고(...) 하기야 뭐 다른 사람 마음이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솔직히 저런 소재를 가지고 저렇게 작품을 망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가긴 하는데, 부담스럽게 야한 장면을 참을 수 있다면 한번쯤 인내심을 갖고 봐둘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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