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밤의 랩소디 - 해외동포 이민생활 산문집
아침편지 문학동호회 엮음 / 사랑닷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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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씨의 아버지는 학생 때인 1950년대 초반 부모를 따라 다시 강을 넘어와 경흥에 자리 잡았고, 결혼한 고모들은 훈춘에 살았는데 1962년 '조중 국경조약'이 체결되면서 이들 형제는 자연스럽게 북한 국적과 중국 국적으로 갈라지게 됐다. 그것이 나중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지 당시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때는 북한의 경제력이 좀 더 나을 때라 중국 사람이 된 이들은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 건너편 훈춘에선 개가 쌀밥을 물고 다녔지만, 이쪽 강변 사람들은 무리로 굶어죽었다.


이전에 헤밍웨이의 심경을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독서모임에서 단체로 서울경마공원을 간 적이 있다. 도박을 매우 싫어하는 나는 거의 반강제로 끌려가게 된 셈인데.. 얼마나 싫었냐면 거기 가서도 마권을 구매하지 않았다.

헤밍웨이에 대해서 뭘 느꼈는지는 둘째치고, 여기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선택적인 분노조절장애 이야기이다. 경마하는 인간들(옛날옛적엔 마쟁이라 부르지만 지금은 말딸이라 부르고.. 뭐 아저씨든 할아버지든 청년이든 거기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크게 다른 점이 없는 것 같다.)이 내가 학생알바인줄 알고 욕을 오지게 박아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이리저리 밀치고 언성이 높아지더니 결국 자기네들끼리 주먹질을 했다. 그들의 충혈된 흰눈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또 하나는 마트에서 일했을 때이다. 정규직 파견직 구분없이 일했지만, 정규직들은 파견직보다 월급을 더 받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걸핏하면 파견직들에게 정규직으로 취직하라고 권했다. 그러던 어느날, 정규직들의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 이건 사실상 정규직더러 근로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뒤늦게 투잡을 하라고 회사에서 권유했지만 어디서 사람을 구해야 투잡을 하지.. 어이가 없던 건 파견직의 월급도 같이 줄었단 것이다. 본사에 전화하니 매출 탓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마트 정규직들의 눈치를 봤던 것 같다. 그 때부터 파견직들을 보는 정규직들의 눈이 싸늘했고.. 여러가지 이유로 많은 정규직과 파견직이 퇴사했다. 나름 그 시골에서 굉장한 광경이 벌어졌다. 여자들은 크게 울면서 어떻게 가족을 먹여살리냐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 중에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모 회사가 아예 정리해고를 한다고 하던데 그렇다고 이제 노조가 시위하고 대한민국이 들썩일 것이냐? 난 아니라고 본다. 기껏해야 책임자에게 하소연하다 끝나겠지.

이 두 에피소드의 공통점은, 그들이 삶의 부조리함에 대해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살면서 침묵하는 법, 모르는 척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침묵이라고 해서 편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저항은 더더욱 괴롭다.

한 번 용기를 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나 그렇다. 삶은 그 다음이 있다. 그럼에도 저항할 땐 굉장히 극단에 몰려있는 경우다. 시장길 한복판에서 사람이 굶어죽어 아무렇게나 나뒹굴 때, 안전하다고 느껴진 성당 등의 공간에서 남자 등이 여자아이를 화장실로 끌고 가 겁탈하거나 혹은 군인이 민간인을 사람이 아닌 개처럼 부릴 때, 우리는 위기를 느낀다.

탈북민들은 북한의 입장에선 당에 대한 배신자나 다름이 없다. 탈북민을 싫어하는 한국 민간인 중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과격하다.', '너무 북한을 싫어하는 것 아니냐.' 쓴 웃음이 지어졌다. 도로에 돈이 떨어져있는지 찾아볼 때, 직업도 구해지지 않고 먹을 것도 다 떨어져 이전에 전화했던 그 남자에게라도 몸을 팔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 우리는 악밖에 남지 않는다. 예술적으로 시위할 때가 아니라고 도련님들아. 바다에 살든 대도시에 살든 일주일 굶으면 누구든 그렇게 된다. 꼴사나운 모습이지만, 그 모습이 모여 권리를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개나소나 우울증 걸렸다고 주장하지 말라던 어느 심리학자의 처절한 일갈이 생각난다. 어떤 것이 선하고 악한지 구분하기 어려운 포스트모더니즘 시기이다. 이 사상의 최대 약점은 특정 집단이 매우 강력하게 한쪽 사상을 형성해낼 때, 외부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운빨이다. 그걸 쉽게 입밖으로 낼 수 없는 이유는, 그걸 쉽게 입밖으로 내는 부류가 이 정도까지도 생각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은 비겁하게 도망친 자신의 전날에 대해 스스로 거론하기 부끄럽거나.

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도 열심히 일하면 OO할 수 있어요!"같은 같잖은 개소리에 절대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적당히 서로를 속여나가면서 건강하게 살아남읍시다, 제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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トライガンマキシマム 14 (ヤングキングコミックス) (コミック)
나이토우 야스히로 / 少年畵報社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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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가스백이라는 캐릭터의 설정이 특이하다. 사기는 절대 하지 말자는데 큰 한탕을 노린다. 조그마한 걸 도둑질하지 말자는데 사람 죽이는 데엔 아무렇지도 않다. 하기사 우리가 추앙하는 의적들도 실제로는 사람을 죽이는 데 별 주저함이 없었다고 하긴 하는데.. 아무튼 그를 이해못하는 동료들은 그를 배신할 계획을 세우고 가스백은 성질뻗쳐 그들을 죽이려 하지만, 밧슈에 의해 모두가 저지당한다.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는 밧슈의 사상에 동조하지 않는 가스백은(밧슈에게 '지나가기만 해도 남아나는 게 없는 태풍'주제에 무슨 말을 하느냐고 맞받아치는데, 사실 그 말이 맞긴 하다. 지켜보면 맞아도 가만히 있는 그런 인물도 아니고...) 배신한 동료들이 무슨 사업을 벌이던 훼방을 놓고, 밧슈는 이를 저지하려 쫓아다닌다. 어느덧 사기꾼이 싫다는 악당 가스백은 어마어마한 현상범이 되었고, 배신자의 주도범은 시장이 되어 자신의 얼굴을 대문짝만한 동상으로 만든다(어디 국가 지역들에서 많이 본 방식 아닌가.. 이 애니를 만든 국가도 괴랄한 지역 동상들을 꽤 볼 수 있었나 보다.). 그 동상을 지키기 위해 보험단 언니들이 파견되고, 가스백으로부터 시장을 지키기 위해 밧슈가 그에게 다가오고, 가스백은 무슨 꿍꿍이인지 울프우드를 경호원으로 둔다.

액션 정말 대단하다. 모바일로 보지 말고 극장이나 최소한 TV 화면으로 감상 바란다. 1990년대 애니메이션의 감성을 아직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트라이건 TV판치고는 사회풍자성이 강한데, 이는 사실 요즘엔 좀처럼 찾기 힘든 트라이건 원작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라이건 설정이 워낙 간단해서 트라이건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도 서부물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볼 수 있다. 최근 나온 스탬피드도 이런 강한 풍자적 분위기였음 좋겠는데.. 원작과 다른 분위기라고 하니 무리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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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문학상 공모작품집 - 동포문학 5호
동포문학 편집부 지음 / 바닷바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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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서 일하면 경력도 쌓이고 연봉도 오르고 여러 가지로 유리합니다. 하지만 한 곳에서만 일하다 보면 한 가지만 보게 되죠. 반면 다양한 곳에서 일하다 보면, 사회 속에 존재하는 개개인의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한 곳에서 적응하지 못해서 일자리를 옮기면 다른 곳에서도 적응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결국 내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하고, 여러 상황에 자신을 두어봐야 한다. 공포나 재난 영화 속에서 흔히 보는 캐릭터가 있다. 그 어떠한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신은 어떻게든 평정심을 잃지 않을 것이란 강한 척하는 캐릭터. 그러나 이런 종류의 작품을 보는 사람은 금방 직감하게 된다. 이 놈들이 곧 사상 최악의 민폐 캐릭터로 등극하게 될 것임을 ㅡㅡ;

나는 직장이 꼭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근로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상, 공통된 화제를 찾으려면(월요일 좋아라던가) 직장도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일을 구해야 한다. 아무리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한 불만이 많더라도, 지금의 부적응이 자신의 역량 부족에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책에서 인생을 통달한 사람이 이야기할 법한 깊은 구절이 나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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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Hibiku Yamamura - My Master Has No Tail: Complete Collection (우리 스승님은 꼬리가 없다) (2022)(한글무자막)(Blu-ray)
Various Artists / Sentai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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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바깥 세상을 보고 싶어하는 너구리가 한 마리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인간을 혐오하는 동물들이 만연하는 추세였다. 그 때문에 놀림을 당하던 너구리는 집을 나오기로 결심한다. 인간으로 둔갑해 번화가에 스며든 그녀는 자신처럼 둔갑한 여우를 만난다. 그녀는 라쿠고로 인간 세상에서 단단히 먹고 살고 있었다. 그녀의 생활력을 부러워한 너구리는 자신도 라쿠고를 하길 소망했다. 그러나 거부당한다. 여우는 라쿠고 사천왕 중 하나에 속했고, 그들의 스승은 한 명인데 그는 제자를 두지 말라고 그 4명에게 신신당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너구리는 열심히 라쿠고를 연습하여 여우에게 피력해 보이고, 여우는 결국 정성을 보이는 너구리에게 굴복하여 제자로써 옆에 둔다.

라쿠고 이야기라면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인데, 생각보다 라쿠고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편이다. 다른 라쿠고 작품들이 라쿠고의 이야기 자체에 중점을 준다면, 이 작품은 막간이라거나 라쿠고를 준비하는 다양한 사람들로 초점을 넓힌다. 다 좋지만 라쿠고를 하는 장면이 끝까지 나오지 않는 건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다. 주인공이 너구리인 특이한 이야기라서 그녀가 둔갑한 사실을 감추는 스토리에 중점을 들이다보니 라쿠고를 피력할 시간이 줄어든 점도 있겠다. 엔딩곡이 나올 때쯤 작품에서 나온 라쿠고에 대해서 설명하긴 하니 지식 면에서 참조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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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 Conceptzine 2023.11 - Vol.105
미션캠프(월간지) 편집부 지음 / 미션캠프(월간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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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산책코스 편

 

1. 주제 : 몰입

2. 예산 : 지금은 신용카드가 있어서 그러지 않지만 수도권 갈 땐 거의 무조건 10만 원 별도로 챙겨서 갔었다.

3. 산책코스(근데 산책 코스가 나는 운동 코스같은 거라서.. 남들보다 걷는 거리가 좀 더 길다.)

- 용산가족공원 : 잘 가꾸어진 정원이 특징이다. 의자들이 너무나 양지바른 곳에 있고 카페도 좋다. 의자에 앉아있음 그냥 한숨 자고 싶음.

- 서울중앙성원 : 이슬람교 사원이다. 여자들은 멀찍이 구경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국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맛볼 수가 있다.

- 남산공원길 : 정상을 오른다고 생각하지 않고 중간에서 맴도는 둘레길 코스로 가면 정원이 참 좋음. 개인적으로는 봄에 오는 걸 추천함.

- 해방촌 : 먹거리도 많고 중간중간 구경해 볼만한 가게도 많은 곳. 옷가게를 잘 고르면 의외로 지를만한 아이템이 산더미다. 가격도 저렴한 편.

- 볼만한 곳

: 고요서사=해방촌에 있는 서점이다. 독서모임에서 어울리는 와인을 같이 마시므로 용산에 살기만 한다면 가입하고 싶은 곳이었다. 참고로 언제 오픈하는지 미리 알아두는게 좋다, 난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 용산 아이파크몰=너무나 유명하여 지금은 인싸들이 덕질하러 들르는 클래식 성지같은 곳. 입덕한 오타쿠가 들르기에 부담이 없음, 고층으로 갈수록 흥미진진한 게 많다. 맛집도 꽤 있어서 배채우기에도 좋긴 함. 용산이 원래 다른 맛집도 많지만.

- 맛집

: 버뮤다삼각지=꼭 가서 감자튀김을 사라. 가성비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일주일 내내 먹어도 부족하지 않을 분량이었다. 맥주도 그럭저럭 산뜻한 게 맛있다. 주말엔 30분 전에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여하튼 일찍 가는 게 좋다.

: 참원조대구탕=대구뽈찜으로 유명한 집이다. 추가요금 내면 밥도 볶아주는데 난 여기의 볶음밥을 매우 좋아한다. 면도 볶을 수 있지만 본인은 밥파라서.. 지리탕도 맛있음. 난 정작 뽈찜을 못 먹어서 잘 먹는 사람과 같이 간다 ㅋㅋ

 

클레어(김글라라, 갈매미르)의 삶편


1. 당신의 삶에도 꾸준히 오랫동안 몰입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몰입한다고 할 게 따로 없어서.. 최근 책 읽을 때 집중력이 좀 떨어져서 문제다. 그래서 클래식을 들으면서 읽거나 하고 있는데 하루 평균 10장 정도 읽는다. 어제처럼 회식 다녀오면 못 읽는 경우도 많다. 속독을 하고 싶은데 나중에 보니 정독과는 좀 많이 다른 책 읽기 방식이라고 하더라. 여하튼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오래 읽고 싶다. 참고로 내가 책을 읽는다는 건 종이책을 펼쳐보는 걸 의미한다.

2. 당신은 몰입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이것도 또 딱히 필요한 게 없어서; 원래 하나에 빠지면 남의 말은 잘 안 듣고 안 들리는 성격이다. 단지 큰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면 좀; 귀가 좋지 않기 때문에 귀가 안 들릴 걸 우려해서 자리를 피한다. 코는 내가 비염이 있는데 최근 코로나 이후 코를 킁킁거리는 게 민폐라 느껴져 병원을 안 가는 채로 대대적으로 뚫는 공사(...)를 시작한지라 거의 냄새를 못 맡는다. 조명은 어차피 내가 눈이 잘 안 보이다보니 밝던 어둡던 무조건 집중하는 수밖엔 없었다. 이제보니 삶이 거의 헬렌 켈러네...

사랑해야 몰입하게 된다

 

뭐 딱히 연애뿐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좋아할 때 몰입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해야 선수가 되는 법이고 피아노 음악을 좋아해야 피아노 연주자가 되는 법이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되려 흥미가 식는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자세히 물어보면 대부분 직업의 특성 때문에 일상생활이 곤란하여 일부러 흥미를 식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만큼 푹 빠져서 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밥을 먹듯이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그 무언가를 하지 않을 때 허전한 기분이 든다면 사랑이 맞다.

몰입하면 천주교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예시가 있는데 바로 마틸다와 막달라마리아이다. 마틸다는 집에 예수를 맞이하기 위해 열심히 청소도 하고 음식도 만들지만, 막달라마리아는 예수의 말씀을 듣느라 무아지경에 빠졌다는 이야기. 이 에피소드로 인해 막달라마리아는 예수의 신뢰를 얻게 된다. 사실 그녀는 그럴 의도도 없었는데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의 다음날은 수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 직장을 가던 공부를 잘 하고 머리가 똑똑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유달리 무언가에 몰입해야 이루어지는 직종이 있는 법이다. 예를 들어서 공무원은 책읽기를 좋아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그 말이 맞다. 일단 선배 공무원들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 있으면 지침을 집는 게 습관화되어 있어야 한다. 요즘은 PDF로 검색이 되긴 하지만, 흔하게 나오는 특정 단어로 검색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어느 정도 목차를 보는 법도 알아야 한다. 업무능력이 없어도 업무에 몰입하려면, 그 직장에서 내가 몰입을 하는 다른 이유라도 있어야 한다. 직장도 연애와 마찬가지이다. 안정이라거나 수입 때문에 무작정 매달렸다가는 결국 나만 탈탈 소진되고 만다.

'밥벌이만 되면 좋지'라고 생각해서 아무데나 취직하면 인생 탕진한다. 이건 대기업도 예외는 아님. 경험도 많이 해보고 늦게 취직해도 괜찮음 안 죽어 ㅇㅇ

나다운집

 

쓰고보니 생각이 많아지네. 내 장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유익한 글쓰기였던 것 같음.

1. 집의 위치

어느 정도까지 현실적으로 봐야 할지 고민되는 지점이다. 아무튼 요새 너무 더워서 ㅠㅠ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적당한 기후를 갖고 있다는 태백이 좋긴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구도 좋은 것 같다.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직종이 비슷해서 대화도 잘 통할 것 같고.. 무엇보다 그 곳의 경치를 참 좋아한다. 주로 추울 땐 엄청 춥고 더울 땐 엄청 덥다는 게 최대의 단점. 근데 진짜로 언젠가는 노인일자리 구할 수 있음 퇴직금 일시불로 받아 집 살겁니다. 시골로.

2. 집의 형태

딱히 선호하는 형태는 없고 그냥 네모나면 된다. 주택을 선호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똥손이다보니 집수리가 잘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아파트 어딘가에서 사는 형태가 될 거 같다. 다른 건 바라지도 않고 심플 깔끔에 온수냉수 잘 나오고 화장실 물 잘 내려갔음 좋겠다. 옷 놓을 방 한칸 딸려있으면 더욱 좋고.

3. 꼭 필요한 공간

현관문 열고 들어가면 바로 코타츠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아무래도 사는 집이 양구로 확정된다면..). 집에 오면 바로 들어가서 독서하면서 귤 까먹을 수 있게. 요즘엔 전기담요도 할 수 있어서 코타츠를 다다미가 없는 한국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으니 세상 좋아졌다. 지금 사는 집에서는 일본 문화를 싫어하는 부친 때문에 하지 못한다 ㅠㅠ 물건에다가 써놓을까 고민했는데 역시 코타츠는 공간이라.. 그리고 온천 및 목욕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제대로 된 욕조가 있었으면 좋겠다.

4. 꼭 필요한 물건

지른 책들이 너무 많아서 정리해도 끝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이중책장을 희망하게 되었다. 만화방 가게만 구입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조금만 더 값을 들이면 일반 집에서도 구비할 수 있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는 집을 살 수 없는 시기이니 이야기하자면 지금도 책을 보관할 수가 없어서 라노벨 및 만화와 일반 서적을 구분하여 라노벨 및 만화는 전부 동생 방에 가 있다.. 빨리 다른 곳으로 전근갈 수 있길 바란다. 편하게 책 좀 찾자 ㅠㅠ 그리고 맥주냉장고.

5. 이 집의 특별한 점

앞으로 내가 결혼해서 살거나 동거해서 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는데(나이도 그렇지만 아무튼 항상 애인 끼고 살던 20대의 내가 보면 기함할 정도로 연애에 관심이 없는 시기라.. 가능성은 열어두기로 했지만), 내 집을 머릿속으로 구상해보면 컨셉은 덕질창고가 아닌가 싶다. 목욕 관련 도구 및 입욕제는 잔뜩 진열해놓을 예정이다.

 

클레어(김글라라, 갈매미르)의 잊을 수 없는 몰입

 

사랑해야 몰입할 수 있다에서 짐작하겠지만 20대의 절반을 어떤 인간과 연애한 적이 있음. 생각해보면 그 때 넘어져서 이도 부러졌지, 맨날 대학교 안 나온 거 놀려먹었지, 옷스타일 찐따여서 와이셔츠 입으면 맨날 가슴께 벌어지고, 몸도 약하고 머리숱도 얼마 없고, 그 정도 기간까지 연애한 게 신기할 정도이다. 아마 내가 20대였고 대학교도 다녔고 부모님 수입도 그럭저럭 좋고 하다보니 그렇게까지 버틸 수 있었던 듯. 진짜 걔랑은 별짓 다 하고 다녔음.

헤어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생각해보면 내 탓이 컸음. 서울특별시가 너무 싫어서(지금도 썩 좋아하진 않는다.) 시골로 집을 옮기다보니 장거리 연애가 되어버렸고, 애인은 직장이 있는데 나는 그 당시 내가 좋아하는 걸 찾지 못해 프리터였고. 무엇보다 돈 쓰는 방식이 서로 달랐다. 지금도 게임에 돈을 그닥 쓰지 않는다는 주의라서 선호하는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같은 거였고, 과금은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당시쯤 유행했던 게 과금형 게임이었고 애인이 그걸로 돈을 쓴다고 생각하면 미칠 것 같았음. 반면 애인은 내가 책을 구입하는데 돈 쓰는 걸 이해 못하는 인간이었고. 지금은 직장에서 공짜로 책을 주기 때문에 그걸로 살고 있지만, 옛날엔 이렇게 살 줄 누가 상상이나 했나..

결국 내가 차버림. 여러모로 생각해봤는데 내가 점점 마음이 식었던 것 같다. 같은 오타쿠 취향의 인간이라 이해 못해줄 것도 없었지만 내가 금전에 관해선 지극히 예민한 인간이라 말이지. 걔도 헤어지고 나서 쇼크받아서 치료도 했다더라. 그 후로도 애인이 여러 명 있긴 했지만 아무튼 그 케이스가 좀 격하게 연애하고 격하게 헤어진지라 잊어버리기는 힘들 듯하다.

 

하루카 나카무라

 

굉장히 오랫만에 음악 감상문을 써본다. 메탈인가 락인가 아무튼 그쪽 덕후들에게 엄청 까이고나서 음악 감상문은 거의 접은 상태였다. 경고를 해두자면, 감상은 주관적인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리뷰에 대한 비난을 한다면 감수하겠으나, 인신공격을 한다면 나도 경찰에 신고하던가 아무튼 가만두지 않겠다.

Still life인지 뭔지의 음악을 들으라 했으나 YT 뮤직에서 앨범을 전부 듣는 게 내 스타일이라 앨범 중 아무거나 한 가지 들어보았다. 우선 일본풍이 굉장히 강하다. 요새 일본의 뉴에이지 전자음악같은 게 유행한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딱 그런 이미지이다. 그런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듣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검색해보니 누자베스 음악을 새롭게 꾸며냈다고 하더라. 이제보니 용감한 분이시네. 이쪽 계열 음악 좋아한다 그러면 모르는 게 간첩인 유명한 음악가 아닌가. 진지하게 앨범 정주행해보고 싶다. 동영상의 음악은 컨셉진에서 소개한 음악이 아닌 arne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매드무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X_joh5mHqw&t=1s

몰입력 테스트

 

1. 스마트폰 알림이 울리면 1분 이내에 확인한다- O. 변명하자면 직업병이라서.. 보통은 고객에게 문자로 서류를 받는데 가끔 괜찮은 분이다 싶으면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2. SNS를 구경하다가 멈추는 일이 어렵다고 느낀다.- X. 구경하면서 멍때리는 시간을 15분으로 설정해놓았다. 책 읽는 시간을 뺏기지 않으려 관리중이라서.

3. 계획만 세우다가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X. 이전엔 그런 적이 있는데 서류 받으면 1달 내로는 접수해야 해서 그렇게 안 하는 편. 이것도 직업병이랄까.

4. 한 가지 일에 10분 이상 집중하기 어렵다.- X. 케바케이긴 한데 책을 읽고 있어서 장기간 집중은 어렵지 않음.

5. 금방 끝낼 수 있는 일도 여러 번 쉬어야 끝마칠 수 있음.- X. 근데 이것도 컨디션 따라 달라서 케바케임.

6. 거의 다 완성했던 일도 마무리 짓지 못할 때가 많다.- O.

7.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며,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한다.- X. 나이가 들다보니 음악 들으면서 책 읽는 걸 못하겠더라. 가사에 꽂히기도 하고.

2개 정도 몰입력이 떨어지네요.

미니 만다라트 작성하기-다이어트

 

1. 공유자전거 타고 퇴근. 주말에는 호수 한 바퀴 돌기.

2. 공유자전거 타고 퇴근한 날은 밥 먹고 집에 있는 헬스기구로 30분 운동.

3. 가급적 30분 이상 장시간 걷는 산책.

4. 아침엔 고구마라던가 조그만 간식을 먹고 비트주스 한 잔.

5. 점심엔 샐러드(삶은 계란, 사과, 바나나) 한 컵.

6. 저녁엔 식후 발효식초 한 컵.

7. 설탕음료 대신에 홍차 마시기.

8. 맥주는 하루 1병까지만.


식사 관찰 일지

 

- 관찰일: 2023. 11. 18.

- 식사시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맥주와 같이 먹어서 오후 2~5시까지 천천히 먹음.

- 섭취한 음식: 이태원 피자. 발음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난 치즈를 좋아해서 라코타 피자 올려놓은 걸 먹었다.

- 음식의 향: 고추씨가루같은 걸 뿌려서 올려먹었는데 그쪽 향이 좀 강하게 났음. 치즈가 느끼해서 잘 어울렸음.

- 음식의 맛: 요새 대부분의 피자에서 기름맛이 강한데 여기 음식은 생각보다 담백했음.

- 음식의 식감: 도우의 식감이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부분. 바삭하지 않고 쫀쫀해서 맛있었습니다.

피자 한 판 놓고 두 명이 먹은지 어언 10년이 지남.

산책에서 주워 온 것들

 

- 산책 날짜: 2023. 11. 18.

- 산책 시간: 10:00~21:15

- 산책 장소: 용산 아이파크몰->근처 카페->이태원->한남->기타 일대.

- 날씨: 맑음. 눈이 올 줄 알고 쫄았는데 덕분에 낮에 좀 걸을 만했음. 그리고 북쪽이라고 깝쳐서 죄송한데 서울이 더 춥네요..?

- 소리: 다정한 고래 소리.

- 냄새: 카페 들어갔는데 향이 좋더라. 혼자 갔으면 무슨 향인지 물어봤을텐데. 플로랄 계열?

- 풍경: 역시 서울은 밤풍경이 좋음. 연극 째길 잘했단 생각이 들음.

- 감정: 전 직장 동료가 제발 사람하고 대화하라고 그래서 지금 대화하고 있지 않느냐고 하니 "넌 직장--직장-집의 연속이니 직장 동료와 고객과 가족 외 사람하고 대화하는 게 있느냐"라고 뼈를 때려 말문이 막혔음.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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