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 죠죠의 기묘한 모험 63 : 5부 완결 - 잠자는 노예, 제5부 완결 [고화질] 죠죠의 기묘한 모험 63
아라키 히로히코 지음 / 애니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래도 죠죠 5부에선 인물들이 너무 불행해보여서 내심 속으로 미스타X트리시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쪽으로 맺어주는 사람들 아무도 없다 ㅋㅋㅋ 아무래도 게이 요소를 곳곳에 넣고 남자 절대 다수이다 보니 그런 듯하다. 겨우 팬아트 발견했는데 그 분은 부랄친구 같다고(...)

귀찮아서 넘기려다 아무래도 꺼림찍한 장면을 발견했던 것이다. 왜 갑자기 죠죠 5부 팀은 음식을 먹다가 채식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했는지 의문이었다. 동물이 불쌍해서 그러는거 아니냐?하면서 이야기가 갑자기 동물 이야기로 이어지고 가죽으로 나아가면서 '할망구 되도 에코백 맬거냐 촌스럽지 않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단 난 혼밥할 땐 공교롭게도 계란과 치즈 외 전부 채식이다. 음식 만들기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유부초밥도 축구공처럼 만드는(...) 나로서는 외식하지 않을 땐 자주 계란밥을 해 먹었다. 그리고 가죽이라. 솔직히 가죽 가방은 쓴다. 그러나 가죽은 비가 오면 특유의 냄새가 배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화창한 날만 가죽가방을 써야 한다. 반면 에코백은 비가 와서 적셔져도 세탁기에 넣고 한 번 돌리면 다시 깨끗해진다. 더불어서 냄새도 안 난다. 할머니가 되도 에코백 쓰고 채식하지 않을까 싶다. 작가가 부르주아이다보니 결국 이런 편함에 대해서 모르고 결국 무심코 그런 말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굉장히 무례한 발언인 건 확실하다.

그런데 그 다음 장면이 굉장히 기묘하다. 딱 채식주의자들을 대사 소재로 쓰이는 힙스터의 전형 정도로 보고 있구나... 싶어서 실망했던 순간이었다. 주인공 일행이 저 대화를 한 직후에 지나가던 행인을 프락치로 몰아서 두드려패는 걸 보면 나름 낯설게 보기 효과를 노린 것 같은 것이다. 하얀 양복에 와인을 있는대로 묻히면서 긴장을 풀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 나도 뭐야 기분나쁘게 하고 다른 애니보려다 순간 흠칫했으니 ㅋㅋㅋ 패는 장면만 계속 나와서 애니 보며 생각하다보니 비건과 다른 채식주의를 구분하는 모습이 서툴렀다. 미스타랑 나란차의 교양 부족을 부각해서 바보 만들기 위한 개그씬 같기도 하고. 굉장히 묘했다. 만일 후자의 의도인 것으로 추측하자면, 원작이 90년대 만화란 걸 생각할 때 작가가 약간 도덕적 사명 가지고 집어넣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음 시즌에선 여성 주인공이 나오기도 하고.

역시 죠죠는 어떤 시대던 간에 두고두고 볼만한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화는 앞에 나왔던 음식과 연관된 얘기를 연장해서 하던데 소름이었다. 그쪽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남겨둘테니 끝까지 보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모닝 팝스 2019.8
굿모닝팝스 편집부 지음 / 한국방송출판(월간지)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A member of one of Congo's indigenous communities, she and the thousands of others in the remote and forested north are experiencing the impects of a changing climate.


 


언터처블이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리메이크가 빨리 나오는 건 처음 본다.


게다가 무려 주변 인물인 비서 역할까지 니콜 키드먼 ㄷㄷㄷ 언터처블이 인상적인 주제이긴 했지만 그렇게 인기 있었나... 무엇보다도 엔드 게임에 불구하고 잘 버텨줘서 고마운 영화이다.

 

1960년에 발표된 'Will You Love Me Tomorrow'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걸 그룹이 남긴 최초의 빌보드 1위곡으로 대중음악 역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두 흑인으로 구성된 걸 그룹 셔를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미국 대통령이 유색 인종들에게 '왜 너희 나라로 돌아가서 그 나라의 부패를 몰아내지 않느냐'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태어난 유색인종들은 이미 존재하며, 앞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려 하는 이상 미국에 끝까지 남을 자들이 많기 때문에 점점 더 유색인종의 조국이 미국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만 과거에 살고 있는 건지... 유승준도 그렇게 군대 가기 싫어 발버둥치다 결국 미국을 포기하고 우리나라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걸 보니, 미국의 유색인종들은 상당히 살기 힘든가 보다. 1960년대만도 못한 미래가 되지 않기를 빈다.

 

일루미네이션이 2019년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 마이펫의 이중생활2가 개봉한다. 개봉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디즈니의 흥행작 알라딘을 제친 것은 물론 동시기 개봉한 폭스의 엑스맨: 다크피닉스를 넘은 기록으로 주목을 모은다.



 


 

나는 마블물을 뛰어넘은 영화가 있다고 하면 왜 이리 신나냐 ㅋ


그렇지만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인해 애니메이션 전체가 피해를 입을 것 같아 우려된다. 특히 날씨의 아이는 미적거리다가 10월에 개봉되는 통에 국뽕들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 그럼 왜 늦게 국내에 수입했냐 따지면 할 말이 없지만(...) 그리고 내용상 여름에 개봉을 해야 했는데 여러모로 망한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니메이션으로 떠나는 철학여행
김치완 지음 / 인문산책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교인에게 신은 자신과 이 세상을 존재하게 한 근원입니다. 이 세상 어느 것 하나도 신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루마니아 출신의 종교학자인 미르체아 엘리아데가 말했듯이, 이렇게 생각하면 이전과 전혀 다른 시공간이 펼쳐집니다. 그러므로 믿음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그런 순간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애써 외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달기란 캐릭터에 상당한 흥미가 있었던 관계로 봉신연의를 좀 자세히 보았던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애니 구판에서 달기의 결말이 너무 맘에 안 들었는데 리메이크 되었단 소식을 언뜻 들었다. 만화책처럼 결말이 났음 하는 바이다.


이 구절을 올린 다음 비판이 쏟아졌는데, 대표적인 게 '믿을 사람들은 믿으면 되지만 왜 남에게 강요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 다음 구절을 올리지 않아서인데, 이 책은 신이 자신에게 말을 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벌이는 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동양(중국) 사람들이 일찍 천상과 지상을 분리하여 신이 땅에 내려오지 못하도록 설정한게 대단하다고. 왕에게만 하늘의 혈통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쁘게 말하면 군주정권이고, 좋게 말하면 종교를 남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아예 신이 인간에게 간섭할 수 없는 세계관이니까. 지금은 개신교가 들어오고 불교가 타락하면서 종교가 많이 이상해졌는데 동양에선 사실 그런 전통은 없었다고 한다.

남들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종교가 잘났으니 나 자신도 잘났다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들이라 본다. 어떤 정신과병원 출신 목사님은 개신교가 조현병과 연결될 때 문제가 많다 하더라. 환청이란 증상이 있는데 그게 예수의 소리로 들린다나.




 


 

부모님이 돼지가 되자 무서움에 사로잡힌 치히로가 "모두 돼지가 되어 버렸어" 라고 중얼거리는 짤이 메갈을 비하하는 데 쓰이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이 애니가 여러모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킨다는 거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작가는 여자아이들을 데려다 기묘한 사진을 찍어대서 소아성애자로 명성을 날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또한 한 때 부모가 돈에 눈이 멀어 치히로를 사창가에 팔아넘기는 이야기가 아니냐는 소문이 자자했다.


물론 메갈하면 웅앵웅이나 쿵쾅이라고 놀리는 소아적 취미를 가진 인간들이 그런 걸 고려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택했을 리가 없겠지만(...) 최근 텀블러가 성인물이 저장되어 있는 사이트들을 관리하겠다고 한다. 리벤지 포르노나 여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야동도 지워질 것이다. 나에게 포르노는 보지만 리벤지 포르노는 안 본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했던 남성들이 떠오른다. 10년 전엔 그게 '올바른' 일이었다.

더빙판에서 아빠 성우가 옛날에 후배를 폭행해서 제명된 박조호라고 한다. (개명 전 박지훈이었다고.) 이것도 또 묘한 일이다.




 


 

보통 국민들은 기린이 왕을 뽑으며 왕이 실도하면 기린이 병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기린이 딱히 설명하지 못하는 내부적인 심정이 있는 듯한데 그게 바로 왕에 대한 두려움이다.


천상의 선녀들은 그게 왕의 존재에 대한 기린의 위압감이라고 설명하는데, 케이키는 제껴두더라도 애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두 마리의 어린 기린이 왕을 접한 후 실도의 위기를 느꼈다는 건 중요한 사실인 듯하다. 처음엔 왜 얘네들이 이럴까 싶었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얘네들 왕이 실도하면 자신이 무지 아픈 병에 걸리고, 왕이 죽으면 기린도 같이 죽는다고 하니(...) 생각도 못했는데 책을 통해 얻은 힌트인 듯.



 


 

애니메이션 내용이 만화와 이렇게 다를 줄이야... 이 책을 쓸 땐 아직 원작 완결이 안 나서 TV판 내용만 다룬 듯하다. 그런데 거의 비판 일색 ㅋㅋㅋ 안 보길 잘했단 생각이 드는군.


그런데 동일하지 않아도 등가물이 될 순 있다. 연필 한 다스 = 아메리카노 한 개는 서로 다른 노동시간을 갖지만 노동시간의 차이에 의해 등가가 되는 것이다. 고로 이 책에서 말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다.

또한 곤 사토시 감독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이 진보적인 영화라는 관점도 난 아니라 본다. 애초에 그런 영화였다면 부모님에게 방임을 당했던 고등학생 주인공이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설정은 너무 작위적인 게 아닌가. 2003년도에 방영되었다고 하여 전혀 신선하지도 않은 게 1999년만 해도 퀴어 계열은 훨씬 더 진보적이었다. 내 생각엔 그 영화가 진보적이기보단 곤 사토시라는 감독 자체가 진보적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애니메이션 환상마전 최유기는 이런 중화주의에서 살짝 비껴나갑니다. 비록 요괴라고 표현하지만, 도원경이라는 이상향에서는 인간과 요괴가 평화롭게 살았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작가 자신이 한족이 아닌 일본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 스타워즈 이전에는 외계인이 '아아~'하는 외마디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되었습니다.



 


 

한때 만화도 정독하고 애니도 OST때문에 열심히 봤던 최유기. 서유기라는 원작 소설(?)에 빠져있었던지라 패러디물이라 할 땐 기대가 컸는데 최유기를 만났을 땐 깜짝 놀랐었다. 그림체가 상당히 좋았고 무엇보다 예상도 못한 BL계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극히 일본답지만(...) 원작의 유일한 단점인 인종차별을 이런 식으로 커버한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그러나 갈수록 읽기를 그만둔 이유는 읽을수록 단점이 더 눈에 잘 보여서였다. 작가에게도 최유기를 연재하는 동안 여러 일이 있었고, 아무래도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는지 스토리가 갈수록 딸려가고 있었다. 게다가 인종차별하는 인간들을 다시 두둔하기 시작하는 최유기 리로드편에선 진짜... 아무리 여러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일본의 사고방식이라지만 그건 좀. 원래 서유기의 등장인물이 단순하고 스토리도 길을 떠나면서 요괴 물리치는 게 전부인지라, 사람들이 질리지 않도록 양명학과 도교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들어있고 그게 또 장점이다. (그래서 서유기 책을 고를 땐 주석이 잘 되어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최유기에서는 아무래도 그걸 쏙 뺐다보니 지루해진다고 할까. 그러나 내 취향이 별난 탓도 있는지라 차마 십대들에게 최유기 대신 서유기를 읽으라 하진 못하겠고(...) 최유기를 볼지 안 볼지는 사람들의 선택에 맡기는 걸로. 서유기가 장편소설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소설임엔 확실하다. 나중에 다시 1권부터 읽어봐야지.

 

참고로 내용이 단순할 뿐이지 세계관이 허접하다고는 안 했다. 최근 1기 설정도 까먹는 쿠소애니들보다는 훨씬 낫다.

 

미쿠라는 요괴였지만, 호슌인 에코의 수하가 되어 자신의 신체를 기계와 바꿉니다. 그들이 에코의 수하가 된 이유는 인간이 도시를 부패시킨다고 생각하는 에코의 주장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기계로 바꾸지만, 인간의 피를 마심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신장시키고, 자신의 존재를 증식시킬 수 있습니다. 리오타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 설정에는 인간 대 비인간의 대립 구도가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원령공주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과 같은 애니메이션보다는 카라스가 좀 더 충격적입니다.



 


 

뭐 사실 딱히 진보란 말을 들이대지 않아도 지브리는 항상 두리뭉술하고 온건하게 상황을 표현한다. 마치 그걸로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마냥. 그러나 치매 노인들에게 죽음이 무엇인지를 언젠간 강의해야 하듯이 몸을 건강하게 회복시키기 위해선 입에 쓴 약은 피할 수 없다. 카라스는 로리타 느낌의 정령이 나오는 등 지적할 사항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스타일리쉬하면서 히치콕의 새 같이 정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뢴트겐행 열차 시인수첩 시인선 5
황수아 지음 / 문학수첩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네이도

 

한때 나에게 진지했던 남자가 찾아왔다

토네이도가 몰아친 날이었다

우리는 깊고 비린 카페로 숨어들었다

 

한때 나에게 진지했던 남자가

바람 소리보다 가벼운 담배를 물었다

그동안 섹스한 여자들에 대해 그는 이야기했고

귀에 익은 교성이 찻잔 속으로 뛰어들었다

 

우리는 마주 앉았고

한때 나에게 진지했던 남자가

절정에 다다른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토네이도는 문틈에 자신의 성기를 넣고 있었다

 

찻값을 계산하면서 그에게

어디로 가냐고 묻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카페에서 나와

서로 다른 돌풍 속으로 빨려 들었다



 


 

이런 남자 분이 실제로 있습니다 난 하나 안 궁금한데 지 혼자 멋대로 전 애인 이야기 시작해서 흥분하고 싸는 인간(...) 안 궁금하다고 젝일 근데 끊을 새가 없음. 하기사 내 개인적인 경험으론 좀 닥치라 해도 말귀 못 알아먹고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니 니가 이기주의자라며 있는 욕 없는 욕 다 했던가. 그냥 일찍 헤어졌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그러고보면 진짜 웃긴 게 사람들이 누군가 잘못을 하면 내가 그러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면 끝인데 특정인을 까지 않음 그만이라며 광역 어그로를 시전한다. 니 입에서 씹히는 피해자가 많아질수록 죄는 늘어만 간단다. 어차피 그런 인간과는 관계를 하지 않는 게 최고라 생각하지만, 요즘엔 익명을 쓰던 광역 어그로던 주어를 생략하던 간에 특정인을 욕하는 것 같다고 짐작이 가는 말을 쓰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고 한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랄까.

 

접속

 

나는 탄탈로스의 굶주림을 닮은 곳으로 접속할 것이다. 아편굴처럼 휜 접속의 동굴에서 내 눈이 지워질 때까지 연기를 피워 올릴 것이다. 필생의 익명을 얻고 싶다. 배가 고파 손톱이 사나워지기 전에는 단 한 번의 해킹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디를 사기 위해 습관처럼 편의점에 들르지도 않을 것이다. 캔을 따고, 맥주 거품을 입술로 헤집어 아물어 가는 접속의 흔적을 찾지도 않을 것이다. 오래전 잃어버린 몽상을 미행하는 일도 너와 스쳐 갔던 일순의 일순간을 주소 창에 찍는 일도 없운 것이다. 줄곧 자라났던 내 속눈썹이 데시벨을 휘감을 때쯤 찬바람은 경쾌한 바이러스를 몰고 올 것이다. 패스워드가 사라지고 로그아웃을 할 수 없는 자멸의 접속으로 걸어갈 것이다.



 


 

(골수 문과이니 신뢰하기 힘들 수는 있겠으나) 네트워크와 관련된 시 중 가장 좋은 시들이 상당히 많다.


원로들이 쓴 시는 '나도 컴퓨터 쓸 줄 알어~'라고 안쓰럽게 과시하는 듯 보이곤 해서 거부감이 들고 너무 빠삭한 젊은 시인분들은 주로 게임 이야기를 해서 알아듣기 너무 힘든 면이 있거나 유행에 금방 뒤쳐진다. 반면 이 시인은 누구나 네트워크에 접속하면서 겪을 수 있는 일상을 시에 옮겼다. 이런 시가 나오는 세상인 만큼 내가 닷핵이나 소아온 세계에 밀접해진 듯해 겁이 나기도 하다. 딱히 시에서 애니메이션이나 SF소설을 암시하는 기미는 없지만, 이전에 진격의 거인을 생각나게 하는 시도 옮겨 쓴 적 있으므로.

 

여름이 왔다 중에서

 

봄은 여름을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만신창이였다.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 묻지도 않았다.

다만 너무나 미안해서

누구에게도

꽃의 자리를 내어 줄 수는 없었다.

 

슬픔이 끝나기 전에 눈물이 멈추었고

계절이 바뀌기 전에

배는 완전히 가라앉았다.

우리는 그것을 인양해야 했다.

 

봄이 담장에 머리를 찧으며 자책했고

들장미는 아무렇지 않게 피어났다.

여름이 왔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시네요...

 

장갑 중에서

 

서울에 도착하니

무언가 허전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철원에 장갑을 두고 왔다.

장갑을 친절하게

택배 상자에 넣어 줄 사람은 없다.

 

한탄강은 얼었다.

모두들 철원을 탈출하고 싶어 한다.

어떻게 장갑을 찾지?

장갑을 데려오기 위해 다시 차에 시동을 건다.

나는 그깟 장갑쯤은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맨손으로 살아간다면

삶의 어느 한 부분이

미세하게 무너질 것이다.



 


 

일상을 소중히 한다는 시인의 말처럼 시들은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 겪었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특이한 건 짧은 시 안에 어떤 사정이 더 있을 듯한 암시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끝부분을 분리해내 상자에 담고 자물쇠로 잠근 것 같이 말이다. 이 시가 대표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겠다. 연애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이사 이야기 같기도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igma 갑청성의 카바네리 무영 논스케일 ABS&PVC제 도색완료 가동피규어 (おもちゃ&ホビ-)
Max Factory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넴 데레력 상승.

뭐 상황에 그닥 변한 건 없는 것 같음. 여전히 무뚝뚝한 무메이. 그녀를 한결같이 쫓는 이쿠마. 그리고 카바네리를 차별하는 인간들. 그러나 이쿠마와 무메이는 전투를 할 때 인간으로서 있는 시간이 짧아진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주님 안기하는 시간이 많아짐 ㅋ 역시 너네도 의식하는구나. 근데 이쿠마시키 눈치 없는 것도 변함 없네요 ㅡㅡ 근데 아니 아무리 복선을 만들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까지 캐릭 성격이 변하냐 이보세요 동네 사람들 시원시원하던 이코마가 갑자기 상찌질이가 됐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시스콤으로 인해 계속 질질짜는 것도 원래부터 좀 피곤한 성격이었던 것도 같고 갑작스럽게 카바네리가 되어 여러 상황이 전개되니 본성 나올 틈도 없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무메이 울리지 마라.

근데 이코마 정말 마지막까지 안 깔 수 없다. 그래 내가 그 상황에서 연애감정 일고 둘이서 꽁냥거리고 싶고 고백까지 했으니 이챠이챠하고 싶은 거 다 이해해. 근데 겨드랑이에 얼굴 왜 파묻냐? 이코마 너 이런 새끼였어?? 않이 솔직히 관심있었는데 여기서 확 깨네. 아무리 인간 다 '벽'이 있다고 하지만 제일 이해 안 되는 게 겨성애자.

무튼 배경이 18, 19세기인데 냉전시대급 기술력과 패션이 난무한다던 그 애니는 극장판이 되면서 더욱 힙해졌다. 스팀펑크 장르치곤 넘 고도의 기술력이 가미되어서 이제 SF의 장르로까지 나아가려 함 ㅋㅋ 뭐 따지자면 그림도 덩달아 미쳤습니다. 애니때보다 더 향상될 줄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