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냄새 시인수첩 시인선 10
이병철 지음 / 문학수첩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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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키 술은 라키라키 중에서

 

라키 술을 마시고 라키라키 웃으며 소금 언덕을 걸어 올랐다 기온은 34도 체온은 37도 라키는 40도 오후의 빛이 사막 모래로 넘실거렸고 샌들 위에서 발바닥은 호떡처럼 익었다 술은 언젠가 잃어버린 영혼일까 얼굴만 알고 이름은 모르는 소녀가 라키라키 웃었다 몸속을 떠돌던 술과 여기저기 마구 쏘던 태양이 정수리에서 만나 어질어질 헬륨 가스 목소리로 소녀를 불렀다 소녀의 이름은 기분 체온은 0.5도 나는 전생에 기분을 잃어버린 가엾은 라키라키 이제야 충만한 느낌이 드는군 기분이 웃으면 나도 웃었고 웃음은 올리브나무마다 요란한 풍뎅이를 매달아 놓았다 나와 기분이 팔짱 끼고 라키라키하는 동안 양젖 끈적이는 저녁이 왔다 저녁은 30도 기분은 45도 라키보다 뜨거워진 나는 이러다 죽을까 봐 라키라키 차가운 술을 마셨다 (...) 나는 사라지고 기분만 남아 라키라키 소녀가 여자가 되고 할머니 되는 기분 내 영혼은 소녀 소녀의 이름은 기분



 


 

팟캐스트에서 시인을 본 적이 있는데 말씀을 워낙 재밌게 해서 한참 웃으며 들은 기억이 있다. 그 때문에 시집을 샀는데, 알고보니 페친이 가장 존경하는 시인이었다고 한다.


불조심 포스터라는 시를 보니 유익한 세균이 세상에 있다고 하니까 온몸을 마구 때리던 어른 생각난다. 그런데 대장균이었던 걸 아니까 왜 몸 안에 있다고 이야기를 안 했냐며 또 패고... 생각하면 이래서 스승의 은혜라고 찾지 말고 부모라고 모시고 살지 말아야 한다. 얼른 독립해서 얼굴도 보지 않고 살라고 말해주는 건 쉽긴 하다. 그렇지만 그게 답이다.

 

비의 미장센이란 시도 정답이 없는 생을 나타내려는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웨이트리스가 배우 오디션을 간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택시운전사가 야간 수업을 듣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들이 자기계발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한다고 대체로 칭찬한다. 그러나 그들이 현실에 좌절해 먹고사니즘을 택할 때 사람들은 그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 비난한다. '명징하게 직조'는 그런 반증 중 하나라 생각이 된다. 사실 99%가 딱히 잘 사는 게 아닌 세상에서 명징이 어렵니 네가 공부를 안 하니 싸우는 게 중요하진 않다. 굳이 계급 싸움이라고 찍을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본인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이다. 상대방에 대한 충고(?)는 그 이후가 아닌가 싶다. 솔직히 난 후자다. 모두까기나 무관심이 아닌, 이 정도 입장은 살면서 당연히 취해야 한다.

 

불과 빨강과 뱀 중에서

 

혀끝의 여름, 혀끝의 겨울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해?

나는 모퉁이들로 우글거리는 마을이 될 거야

불붙은 얼음들이 떠다니는 테트리스도 좋고

 

그건 그렇고, 너는 정말 달다

이빨 사이마다 체온계가 꽂혀 있어

우리는 이제 전염병 창궐한 격리병동이야

비린내 나는 해동생선이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흉한 점괘야

 

서로가 도망 못 가게 불과 빨강과 뱀으로

묶어도 묶어도 아름다운 음악처럼 풀어져버리고

계절이 바뀌어도 도깨비 뿔 같은 종유석만 밀어 올리는



 


 

연애시가 꽤 있어서 의외로 간편하다고 할까. 요새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고의가 아닌데 연애물을 많이 보게 되는 듯. 나중에 집안에 썩혀두고 있는 연애소설 좀 집어볼까?

 

해변의 여인 중에서

 

어깨에 멘 카세트 라디오에선

해변의 여인 야이야이야이야이

죽은 여자 곁을 지나며 한 아이가 외쳤다

 

오오 씨발 시체!

 

깜짝 놀란 아이들은

씨발 시체를 뒤로한 채 펄로 달려갔다

반나절 게를 잡다가 여자애들을 잡다가

게 몇 마리와 여자애 몇을 데리고

씨발 시체가 있던 자리를 지나 해변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밤새 고기를 굽고 술을 마셨다

삼겹살 연기 지글거리는 밤하늘에

싸구려 폭죽과 웃음을 번갈아 터뜨리며

여자애들의 오오 씨발 가슴!을 주무르며

해변의 여인 야이야이야이야이

노래를 멈추지 않는 을왕리의 밤이었다



 


 

... 뭐 사실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건 이런 시이긴 하지만. 해변의 여인도 그렇고 감각적인 시를 잘 쓴다. 교훈도 있고. 서평을 보니 앞으로도 쭉 그쪽으로 밀고 나가실 거 같다.

 

흩어지고 돌아온 것이 고작 중에서

 

오랫동안 연인이었던

뼈가 바닷물로 살을 붙여

곁에 눕는다

(...)

너는 두드리면 소리가 나고

손에 쥐면 차갑고 메마르다

감각 대신 기억으로

 

살아 있는 사람

썩지 않는 생일

꿈속까지 파고드는 숫자들



 


 

세월호나 아이들에 대한 얘기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지만 문득 이거 세월호 이야기 아닌가 하는 기묘한 기분이 들어서 올려본다. 이 시 이후에도 이런 작품이 2개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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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y Bible 2019-06-1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고린도전서 13:4‭-‬5

갈매미르 2019-06-12 22:20   좋아요 0 | URL
요즘 흉흉한 세상이라 더욱더 귀중한 구절 같습니다
 
COPPELION(16) (ヤンマガKCスペシャル)(コミック)
이노우에 토모노리 지음 / 講談社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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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는 정부가 파괴된 마을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호도할 거라 생각했는가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아베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후쿠시마 거리를 나름 관광명소로 만든 데엔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솔직히 그것 외엔 아무 장점이 없다. 일본은 결정적으로 국제관계 내에서 신뢰를 잃은 것이다. 결국 애니메이션에서 실제로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나니 원자력이란 단어를 전부 잘라버리고 상영했는데, 일단 스토리가 개연성없이 끊기고 주인공들 설명으로 커버하는 건 둘째치고 제대로 방영된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다. X도 지진났다고 완결 못냈는데 ㄷㄷ 배경 그리신 분들이 필사적으로 반대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저건 진짜 혼을 담아 그렸네.

그나저나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저렇게 호수 속에 빼곡하게 버려도 폭발이 안 되나 싶었는데 어차피 폭발한 곳이니 한번 더 폭발하던 말던 별 차이 없다고.... 미친 놈들이구만 ㅋㅋㅋ 복구의 의지가 없어. 하긴 현재 과학으론 복구가 가능하지 못하긴 하지만. 근데 저런 세계가 가능성 있다 여겨지는 게 더 무서움. 아마 서울시장도 지하도시 세운다 하지 않았나...

후기 찾아보는데 않이 주인공들이 징징 쳐운다니;;; 순수하니까 저렇게 길거리에서 울어제낄 수 있는 거다. 미래 세대가 과거 이기적인 인간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도 계속 실망하는 저 장면을 보면서도 눈물 안 쏟는 너네가 인간이니...? 애인과 헤어지면 콧물 쏟으며 왜 안 만나조 광광거릴 것들이. 그리고 나는 막판 스토리만큼은 출산장려 애니같은 싸구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오이의 대사는 나도 한번쯤은 생각해봤다고. 그래도 출산의 고통 겪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안 겪을 남자 놈들은 모르겠지 어휴.

 

다만, 이 애니 왜 이렇게 욕먹나 싶었는데 서비스 장면이 나와 짜증난다. 아무리 그래도 좀 진지할 수는 없나? 원작이야 진짜로 원전이 망가질 줄 몰랐으니 그랬다 쳐도 이 애니는 원전사고 발생 후에 나온건데. 인기가 없을거라 생각한 것도 아닐테고 얼마든지 일본 내에선 관심을 끌어들일만한 테마였을텐데. 그리고 마지막은 무슨 바이오하자드냐고 ㅋㅋㅋ 또한 에반게리온 OST 베낀 건 용서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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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Infinite Ryvius 1: Lost In Space (무한의 리바이어스 1)(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Bandai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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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봤는데 페친이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라길래 봤다. 잘 보고는 있는데 중간에 에이 이건 아니지 싶다. 파리대왕 베낀 건 알겠는데 왜 갑자기 동인지로 가냐. 역시 성진국 일본이다 싶지만... 하긴 파리대왕에선 여자가 없었지.

 

뭐 합리적 이유를 찾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애니는 사람이 연애를 하다가도 왜 성격차를 의식하고 한눈을 파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하는 듯. 말로는 성격차라고 표현이 되지만 세부사항이 어떤지는 일단 직접 상황을 풀어서 재현할 수밖에 없는데, '뭔가 넌 아니야. 나와 같이 갈 수 없어.'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걸 표현하고 있다. 그렇지 영상이라면 지속적으로 캐릭터만 추가하다 흐지부지 끝날 게 아니라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줘야겠지.

이쿠미의 역할이 두드러질 때부터 개인적으로 전개가 꽤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생각했다. 남주가 상당히 혼란스러워하는 일을 시청자들이 사이다라 표현하는 것도 꽤 진귀한 구경거리다. 사람들이 말하는 진실이란 건 간단한데, 그 사람이 진실이라 믿고 있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일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폭력 중 자신이 폭력이라 생각하는 진실 하나만을 붙잡고 관철하려 한다면 세상은 혼잡해질 것이다. 파이나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똑같은 실수를 번복하는 캐릭터라는 설정 자체가 내 전전전전남친과 비슷해서 그닥 설명하고 싶지 않다...

딱히 그렇게 막 좋아하는 인물은 없지만 호감가는 캐릭터는 당연 유이리 바하나고, 매우 싫어하는 캐릭터는 아까도 말했듯이 파이나다. 솔직히 남주가 젠틀하게 거절한 거지. 나는 '그래 과거 잊어먹고 사는 인간은 있지. 바로 치매 걸린 인ㄱ...'이라고 하다 벌써 얀데레 당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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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omnipresence in wired/『lain』 安倍吉俊畵集 オムニプレゼンス[復刻版] (大型本)
아베 요시토시 / 復刊ドットコ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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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애니를 보면서 놀라게 되는 건 (닷핵이라던가 레인이라던가) 부피가 줄어들었을 뿐 기계에 중독된 사람들의 일상은 여전하단 점이다. 옛날 널리 그리고 다양하게 퍼졌던 과학 관련 만화를 보면, 기술이 발전하고 사람들은 좀 더 진보하여 기계를 효율적으로 쓸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안에서 만들어진 물품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최신 기기들은 인간의 영혼을 착취하고 있다. 책이란 게 부품이 크니 전자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책 둘 공간이 없는 집이란 책이 있던 없던 그냥 비좁은 집이다. 이는 책이란 물품을 뺏어가는 결과를 낳았다. 사람들은 기술로 효율적인 일을 할 것이라 여기나, 그만큼 쉽기 때문에 어렵게 노력하여 달성해야 하는 일을 포기한다. 예를 들어 당장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포기한다. 물론 핸드폰이 생기고나서 벌이나 개미가 줄어드는 것도 큰일이나 핵 시설같이 생명을 해치는 것들을 생각도 않고 사용하면서 어제 구입한 최신 기기가 언제 오나 오매불망 기다리는 무신경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 하기사 인간들이 해킹에 맞서 보안 강화할 생각이 별로 없는 것처럼, 기계 중독에 대한 방지도 마찬가지로 힘들 거라 본다. 게임 중독을 학계 용어로 정립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그나마 난 책 읽는 게 좋고 가족들이랑 대화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추고 있으니 다행이지 그거 아니었음 개중독 ㄷㄷ

 

건물 간판 그려진 그림이 개인적으론 가장 좋다. 배경이 시부야인가? 왠지 괴기담 다룰 때 많이 나오는 장소인 듯? 하긴 일본 수도는 안 가봤지만 TV에서 보면 쓰레기 하나 안 뒹구는 깨끗한 콘트리트 도로가 연속이고 빌딩이 그 위에 엄청 세워져 있던데 굉장히 괴기스러움을 느낌. 나만 그러나...

 

아직까지 네트워크에서는 육체의 기능을 다 수행할 수 없다. '아바타'가 먹고 자고 생식하는 것일 뿐,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어도 네트워크에서는 내가 먹고 자고 쌀 수가 없다.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귀족 생활로 설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귀족들은 코르셋으로 육체를 날씬한 것처럼 조정한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 먹고 싸고 숨쉬는 존재이기에 코르셋이 과하게 몸을 조이면 기절한다. 나의 싫은 부분을 다른 사람들이 왜곡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부분에서 도망치면 안 된다. 결국 사람은 누구나 방귀를 뀐다. 물론 귀족의 사교장 같은 곳에서 대놓고 방귀를 뀐다면 누구나 손가락질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방귀 냄새 똥 냄새마저 결국 나 자신이다. 나도 넷상의 나와 현실의 내가 엄연히 다른 존재임을 알고 있다. 현실의 나는 남자들에게 무력하고 힘없는 여성이며, 넷상의 나처럼 당당하지 못하며 비겁한 면도 있다. 넷상에선 오타쿠의 이미지인지라 넷친구들이 나를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많이 놀라는 경우가 있다. 원피스 등 예쁜 옷들을 좋아해서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기도 하기 때문이다. 넷상에서 사람을 아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장점부터 말해보자. 예를 들어 여성에게 꽤 친절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일베에 접속하는 사람이었다고 하면, 그 사람의 넷상 인격을 알고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넷상 인격만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은 아니니 심각하게 분노할 필요까진 없다. 넷상에서 사람의 모든 성격을 알 수 없다는 사실만 숙지한다면 넷상에서 본 사람을 오프라인으로 만날 때, 혹은 오프라인에서 친한 사람의 넷상 성격을 볼 때의 당혹감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는 온 지구에 깔려있으며 이미 사람이 도망칠 장소는 없다. 그러나 사람의 온기와 심장 속 사랑이 여전히 우리를 이끈다는 것은 잘못된 결말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난 레인의 스카이캐슬과 기생충 사이의 어중간한 결말이 좋다. 기생충처럼 도망치지 않는다 해서 레인이 현실도피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와이어드 세계에 갖힌 레인은 세계와 신에 대해 '명징'하게 이해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또 다른 레인은 '인간이 네트워크의 앞날에 대해 어떻게 될지 알 수나 있을까? 그렇게까지 해서 알 필요가 있을까?'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굳이 잔인한 현실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걸로 된 게 아닐까. 솔직해진다는 건 내 치부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고 이건 와이어드이던 리얼 월드건 간에 마찬가지이다. 자신을 지켜야 남도 지켜낼 수 있는 법이다. 또한 남에 대해 모르면서 그 사람을 욕하는 것도 상대를 위한 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건 레인이 와이어드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다 실수로 친구의 비밀을 까발리게 되면서 간접적으로 나오지만, 친구에게 상처가 된 건 매한가지니까.) 난 내 동생 기저귀까지 갈아줬지만, 그래도 성평화 단체에 동조하며 여혐을 하는 내 동생에 관해선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굳이 알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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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의 성공수업
전한길.이상민 지음 / 문이당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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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좀 벌었다고 과시나 하고, 여행이나 다니고, 골프나 치고, 화려한 집이나 짓고, 술이나 마시고, 한가하게 시간이나 보내는 사람치고 쇠퇴기에 접어들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강의를 듣다가 만나게 된 강사인데 가끔 한국사를 가르치시다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그게 재밌어서 결국 책까지 사게 되었다. 욕쟁이스러운 스타일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계발에 나오는 '언니오빠'처럼 자신같이 살라 강요하는 느낌은 별로 나지 않는다. 최근 공무원의 기형적인 시험 문제에 대해 분노하신 것으로 인해 더 유명해지셨으니 말이다. 그만큼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몇몇 단어 선택들은 좀 아쉽다. 강의하다 차별 발언이 나와 학생들이 지적하면 고치는 노력은 하신다. 예를 들어 동성애자 차별 발언이라던가. 그러나 여성에 관련된 발언 중 약간 문제가 되는 게 있다. 그러나 그것마저 다른 강사들보단 낫다는 게... 심지어 강의마다 자기 아내 흉 보는 강사도 꽤 있다. 아니 전국의 학생들이 듣는 강의에서 그럴거면 왜 결혼함?

 

이 책의 단점 하나를 더 지적하자면 사업하는 인간들 중 진짜 싸이코 같은 인간들은 디스인센티브를 할 수 있다는 데에 꽂혀서 인센티브를 안 보는지라 인센티브를 강조해야 하는데 그쪽에 취약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어떤 의사는 실수 한 번 했다고 최저임금도 안 주거나, 견습생이라고 신입 직원에게 20~40만원 주는 경우도 왕왕 봤다. 신고는 안 했지만 이 지역에서만 해도 2번 정도 겪음. 여러분 그런 곳 발견하면 꼭 퇴사 전 신고하십쇼.

 

속고만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욕하는 페친들을 여럿 본 적이 있다. 나는 속는 사람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 때문에 페절을 했다. 그러나 속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가족과 자식의 앞날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술 마시는 돈, 동료 직원들에게 잘 해주는 힘을 가족들에게 쓰면 어떨까'라는 생각만 한다면 속지 않고 살 수 있다. 물론 가족이 동료 직원만도 못하면 빨리 이혼을 해야...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면 내가 퇴사한 게 그닥 로맨틱한 경우가 아니란 걸 절감할 수 있었다. 애초 내가 다녔던 기업 자체가 지방기업 특유의 권위의식이 쩔기도 했고. 그러나 의문점은 남는다. 88만원 세대들이 지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제 자리를 잡고 있다. 나도 만 30세인데 한 분야에서만 5년 일했고, 고졸들은 한 10년 경력 쌓은 사람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내 또래들 중 쎈 척하는 인간들 엄청 많다. 걷기도 힘들다며 카페 들러 커피 마시며 시간 죽이는 애들 왕왕 봤다. 그런데도 막상 그들은 돈이 없다. (뭐 커피 마시는 건 개인 자유지만 그런 인간이 위기의 순간에 돈이 없다며 돈 빌려달라 페북에 적는 걸 보면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독한 척을 하지만 사실 그게 강한 게 아니라, 절망적인 시기에 사람들이 보이는 혼란 증세인 경우도 있다. 아님 대단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회사 내에서 텃세를 부린다. 그게 퇴사하면서 보인다. 이들이 만일 10년 후 고참이 되어 높은 자리에 앉게 된다면 우리나라 기업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벌써부터 불안하다. 세상은 전쟁이라고 싸우다 다 죽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조직 간에는 치고 박고 해야 할지 몰라도, 조직 내부에서 필요한 건 사람에 대한 이해와 전한길 씨의 말대로 선한 마음이다. 그러나 개인주의와 워라벨과 욜로가 섞인 사회에서 선한 마음이란 악이다.

 

정말 기업에 위기가 닥칠 땐 능력없는 사람부터 자르는 게 좋지만, 평상시 일에 기울이는 노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남은 사람도 기업에 위기가 오면 빠져나갈 것이다. 노력을 별로 기울이지 않아도 성공하는 인간은 어쨌던 존재하기 때문이다. 효율성이 좋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대게 얍삽스럽다. 결국 조직은 이 책에서 나온 것보다 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뭐 전한길 씨가 원래 담백한 사람이라 여우같은 인간들을 부러워하는 성향이 있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나는 또 역시 사람이 정직해야 한다는 걸 요새 많이 느끼는지라. 글에서 후회가 좀 남겨져 있던데 어차피 조직의 보스는 좀처럼 편할 수가 없는 자리다. 학원을 차리실 때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대거 직원으로 두셨다 하는데, 한국에서 종교 기업이란 조직구성원을 편하게 결집시키려는 얄팍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예수는 믿지만 룸싸롱 문화는 버리지 못하는 현상이 그 증거다. 노력하지 않으니 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

 

요즘에도 순천, 원주까지 설명회를 자원해서 간다. 그런 곳은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 가는 곳이 아니다. 돈을 주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 간다. 수험생의 무한감동을 위해서 가는 것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었다. 평상시 독서를 좋아하긴 하지만 빨리 책을 읽고 싶어 잠도 적게 자고 새벽에 일어난 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이후 처음이다.


이상민 작가가 많은 도움을 준 모양이다. 이전에 손정의를 직접 다룬 책은 이상한 점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이 분은 자신이 드러나지 않게 글을 써야 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그닥 많지도 않은 한 명의 과거사를 주제별로 다루다보니 내용이 중복될 수밖에 없는데, 문장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정리를 잘해놓아 지루함이 없다. 세이노의 칼럼과 너무나 비슷한 글이라 하니 읽을지 말지 고려는 해보시길 바란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세이노 칼럼에 기반하여 쓰여진 책은 또 평가가 그닥 좋지 않으니, 세이노 칼럼을 하나하나 찾아보기 귀찮다면 차라리 이 책을 읽어도 될 것 같다. 베끼긴 했어도 책 자체로선 괜찮다. 맥락없이 젊은이에 대해 비판을 툭 던지거나 하는 부분이 아쉽긴 했으나 그 연령대의 강사들에 비해선 봐줄 만했다.

어쨌거나 남의 글을 베꼈으면 이 책에서도 말했듯이 저작권의 문제로 소송 들어가거나 벌금 물어야 할텐데;; 뭐 지금은 돈도 잘 버시니 그냥 합의하고 일정 금액 지불하심 되겠죠 화이팅입니다;;; 난 신경숙 때도 그렇고 일단 베끼던 말던 글 잘 썼음 됐다 주의니까 중립이고+남에게 돈 뿌리고 다니시는 게 왠지 우리 아버지같아 안 됐다 여겨져서 정으로 0.5점 추가해 5점 만점에 3점 드리겠습니다;;;

 

나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처럼 '영혼의 자유'를 줄 수 있는 공부를 하도록 돕고 싶었고, 영화 세 얼간이에 나오는 주인공 란초의 말처럼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이 뒤따라올 것이다"라는 진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특히 좋아하는 회사가 만든 요구르트로 2미터가 넘는 탑을 쌓았다는 데선 경악했다(...) 용감한 여성들 저자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어떤 것에 빠지는 게 오타쿠의 자세가 아닐지 생각해본다(응?)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만년의 저작인 여록과 보유에서 이렇게 말한다. "온갖 협잡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이 세계에서 사람은 강철 같은 기질을, 운명의 일격을 막아낼 갑옷을, 사람들을 밀치며 나아가기 위한 무기를 지녀야 한다. 인생은 하나의 기나긴 전투다. 인생의 매 단계에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공할 때는 칼날 바로 끝에서 성공하며, 우리가 죽을 때는 손에 든 그 무기로 죽는다."



 


 

사실 난 아직도 쇼펜하우어를 동경하는데, 그와 일치하는 여러 의견 중 하나가 '인생은 게임'이라는 것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의견은 언뜻 이중적인 면이 있다. 어떤 일을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뻑으로 인해 자신에게 붙어 있던 여러 조건들을 무시한다(예를 들어 늦은 나이에 공뭔에 합격했지만 사실 예전에 직업이 학원 강사였다는 건 말하지 않는다거나). 그러나 내가 실패해봐서 아는데는 약간 어감이 다르다. 나와 똑같은 실패의 길을 걷지 말라는 충고를 해주면서, 길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게 해준다. 이 책은 후자의 방법을 채택하면서 과거의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으면 좋았을지를 냉철하게 지적한다.

 

성공을 하려면 자신만 알고 있는 암묵적 지식이나 종합적 통찰력이라고 불리는 길거리 지식이 필요한데, 이런 방식으로 얻어지는 전공 공부 내지 학점은 그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 (...) 워런 버핏은 이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과거를 알면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 사서가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위대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 대단한 수학 실력이 필요했다면, 아마 나는 신문 배달이나 했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얻은 적이 별로 없다."



 

지금도 고교 입시의 면면을 보면, 시험 때문에 독서를 등한시한다. 또한 대학교 도서관의 대출목록 순위를 보면 판타지 소설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고, 대학 4학년생들은 영어나 면접 기법을 공부하느라 분주하다. 제대로 된 철학서나 사상서, 경영서 등은 대부분 대학생이 1년에 채 몇 권을 보지 않는다.



 


 

전혀 끊을 데가 없는, 매우 좋은 글귀라 생각해서 길게 인용했다.

 

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보면, 효율적으로 일을 해내기 위해 기발한 방법까지 동원하는 우리 주변 평범한 소시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혼자서 두세 명의 일을 해낸다. 결국 자기가 하는 일에 애정이 많고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나도 생활의 달인은 좋아하는 편이다 ㅎㅎ 특히 음식점을 경영하는 사장님들의 기상천외한 비법을 보면 감탄사까지 나온다고 할까. 빨리 일하여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일에 대한 애정이 최우선인 것 같다.

 

그러므로 임금 및 복지를 확대할 때는 그 속도를 조금 보수적으로, 즉 한 번 올라가면 다시 내리긴 힘들다는 걸 꼭 염두에 두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 고전 속에는 숱한 자기계발서들이 존재했으며, 그중에도 사람관계에 대한 언질이 많았다. 아픈 연애를 한 사람이 드라마나 노랫말이 모두 내 얘기인 것처럼 느끼듯이, 나 역시 여러 구절들이 내 어리석음과 좁은 식견을 아프게 꼬집어주었다.



 


 

나도 자기계발서를 구입한다. 하지만 그 범위는 일러스트가 예쁘거나, 사회적 관계같이 내게 필요한 분야를 다루고 있거나, 혹은 책을 쓴 사람을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있거나에 한정된다. 사실 뭐니뭐니해도 인생사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책은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같은 거장이 쓴 고전소설이나 모험기인데, 내가 어린시절 그 의미를 파악해가며 책을 읽었더라면 인생이 좀 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실력과 실적이 뒷받침되는 사람은 어떤 조직에서도 환영받으며, 독자적으로 사업을 해도 성공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업을 하는 사람도 기본에 충실하면 최고로 거듭날 수 있다. 모 회사의 TV광고 멘트처럼 기본이 혁신이다.



 


 

근데 책을 읽어보면 이건 88만원 세대가 아닌 그들 부모세대를 위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뭐 일단 그들도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소수나마 있으니; 이 책에서는 부하직원에 관한 얘기만 나오지만 자식놈도 신통치 않음 너 혼자 돈 벌고 살라고 내쫓는게 좋다. 나중에 자식도 그걸 고마워할 거라 생각한다. 애초에 성실히 수업에 임하지 않는 글른 자식일 것 같으면 공뭔 공부도 시킬 필요가 없지 않은가.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는 게 더 생산적이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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