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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선생님과 또 다른 세계
남동윤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평점 :
그림책인 줄 알았는데 받아보니 꽤 두꺼운 만화책이었다. 놀랐다. 요즘 만화책은 표지가 이렇게 이쁘구나 싶었다. 핑크핑크 한게 여자 어린이 독자들 마음을 한번에 빼앗을 것 같다. 참 오랜만에 만화책을 봤는데 요즘 트렌드를 알 수 있어 좋았다.
1권을 읽지 않아 인기를 잘 몰랐는데 에필로그를 보니 이 책이 나오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어린이 독자들이 꽤 많이 후속작을 기다렸던 모양이다. 그럴 만하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인 귀신과 마법, 판타지가 모두 나오니 말이다.
이번 이야기는 어린이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잊혀진 것들이 나온다. "굶주린 돼지 저금통, 잃어버린 우산, 버려진 인형들..." 그런 대상들이 마법을 통해 자신들의 마음을 토로한다. 우리를 벌써 잊었냐고?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이다.
지난 금요일, 교실 바닥 청소를 하는데 여러가지 학용품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놀랍지도 않다. 이름이 써져 있지 않아 찾아줄 수도 없다. 교실 청소를 하다보면 항상 그렇다. 어린이들이 잃어버린 물건이 꼭 몇 개씩 나온다. 어린이들은 굳이 찾을 생각도 안 한다. 또 사면 되니까. 그렇게 쉽게 버려진다. 자신의 물건 분실했다고 찾고 싶다고 애타게 찾는 어린이를 본 적이 까마득하다. 물질이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물건은 그냥 잃어버리면 또 사면 되는 대상일지도 모르겠다. 휴대전화도 신형 나오면 재깍재까 바꾸는 시대인데 하물며 이런 조그마한 물건 쯤 잃어버렸다고 해서 마음이 아플까! 이 물건들도 예전에는 어린이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았을텐데 안타깝다. 비단 어린이 뿐이 아니다. 나도 그렇다. 필요해서 아님 갖고 싶어서 샀던 물건이지만 금세 싫증 내고 관심을 거두곤 한다. 이 만화책은 그렇게 잊혀진 물건의 입장에서 주인(?) 들에게 말하고 있다. 우리를 벌써 잊어버린 거냐고? 일침을 놓고 있다.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예전에 초등학생일 때는 지우개 하나를 잃어버려도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꼭 찾고야 말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곤 했었다. 몾 찾으면 며칠이고 애달팠다. 그런데 지금은 그까이거 또 사면 되지 하고 넘어간다. 이 만화를 통해 나를 비롯해서 우리 어린이들이 물건의 소중함에 대해 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일단 구매 전에 꼭 필요한 물건인지부터 생각해 보기, 구매하여 내 물건이 되었다면 이름부터 써서 분실하지 않도록 노력하기,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아끼고 잘 사용하기. 이 정도라도 실천하면 좋겠다.
교실 청소하며 나온 학용품들은 주인 찾아주기 귀찮아서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분실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이 와서 찾아가면 가장 좋은 일이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그 물건이 필요할 때 가져가서 사용하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