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두이 바일라 12
한정영 지음 / 서유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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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042 오늘 읽은 책

<소년 두이/한정영 글/서유재 출판사>

한정영 작가님의 글을 참 좋아한다. 페친이 아니었던 훨씬 오래 전에 작가님의 책 <칼눈이의 꿈>을 읽은 적이 있다. 느낌이 강렬해서 책제목만 기억하고 있었다. 페북에서 한 작가님이 그 책의 저자란 걸 알고 관심이 더 갔다. 여러 방면의 책을 쓰시는데 내가 좋아하는 역사 동화 쪽도 자주 써주셔서 참 감사하다. 페북에 올리시는 글은 매우 유머러스하신데 작품은 매우 깊이 있으시다. 우연히 카페에선 뵌 적이 있는데 천상 작가님이시다.

이 책은 표지가 아주 강렬해서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 흡인력이 뛰어나 한 번 쉬고 다 읽어버렸다. 제목에 나온 16세 소년 두이가 주인공이다. 두이는 진도에서 좀 떨어진 가상의 섬 음죽도에서 약초쟁이 아버지를 따라 약초 캐는 일을 돕고 가끔 글도 읽으며 살고 있었다. 표지에 대나무가 많이 그려진 게 바로 두이가 살고 있는 음죽도를 표현한 거다.

평범하게 살던 두이와 음죽도에 청나라 배가 들어오고 거기로부터 알 수 없는 역병이 퍼진다. 마치 코로나 19가 퍼지던 것과 흡사하다. 청나라말과 약초를 잘 아는 아버지는 평소 소신대로 역병이 창궐하는 곳으로 스스로 들어가고 이를 말리는 어머니와 심각한 갈등이 생긴다. 두이는 가치관이 다른 부모님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결국 어머님 소원대로 뭍으로 몰래 빠져나가려 하지만 실패한다.

다시 돌아온 음죽도는 더 심각하게 상황이 변해 있었고 내부 갈등도 매우 심했다. 설상가상 병자를 돌보던 아버지마저 쓰러져 버린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선 위험을 무릅쓰고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함께 갔던 엄지섬에 가 어성초를 따와야 한다. 그 위험한 일을 과연 두이가 할 수 있을까.

두이가 살던 시대적 배경은 정조대왕이 승하하고 난 뒤 순종이 즉위하고 나라가 어지럽던 시대이다. 작가의 말을 보니 그때 진짜 도성에 역병이 돌았던 모양이다. 두이의 아버지가 청나라말을 할 줄 아는 걸로 봤을 때 평범한 섬사람이 아니다. 두이의 아버지가 예전에 어떤 인물이었을까가 이 책에서 참 중요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두이에게 바라는 삶이 완전 대조적인 것도 아버지의 과거 행적에 기인한다. 실학자였던 아버지는 두이에게 "진정한 벼슬아치는 백성를 위하는 거다"라고 하며 사서삼경을 굳이 가르치지 않고 과거를 준비시키지 않은 채로 자신처럼 약초 캐는 일을 가르쳐준다. 그게 백성을 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내 섬에서 자란 어머니는 그런 남편의 태도가 못마땅해서 사사건건 부딪힌다. 어머니는 두이에게 과거를 보라 하고 뭍으로 가라고 권유한다. 역병이 도는 음죽도를 빠져 나가기 위해 뒷돈 주고 배를 태운 것도 어머니의 계획이었다. 왜 그런 일까지 했을까 싶지만 어머니의 과거사를 알면 그 마음도 이해된다. 부모님의 정반대 가르침에 갈등하던 두이가 아버지와 역병에 걸린 백성을 구하기 위해 서책을 덮고 위험에 뛰어드는 모습은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읽으면서 장면이 모두 머리에 그려지는 게 놀라웠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참 멋질 것 같다.

음죽도에 역병이 번지기 시작하자 그 섬을 차단해 버리고 섬에서조차 내부 분열이 일어나는 게 현실과 똑같다. 이게 비단 역병 뿐이겠은가! 무슨 일이 터지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기 보다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봐 선긋기하고 차단부터 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흡사해 큰 울림이 있었다.

음죽도 안에서도 살고자 안간힘을 썼던 백성과 그 백성을 살리고자 노력했던 두이와 두이의 아버지가 있었듯 현실의 곳곳에서도(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수많은 두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수많은 "두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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