빕스의 엉뚱한 소원 비룡소의 그림동화 219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글,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그림,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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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렇게 운수 없는 날이 또 있을까!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날이 바로 이런 날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빕스는 자전거가 없어진 일 때문에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수영도 못 가고,  형은 방을 쓰레기통으로 만들어 놓고, 심지어 형이 틀어 놓은 시끄러운 음악 때문에 도대체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살다 보면 빕스처럼 이렇게 하루에 몽땅 안 좋은 일만 줄줄이 일어나는 날이 간혹 있다. 빕스에게 오늘이 바로그런 날인가 보다. 빕스는 그래서 골방에 스스로 갇힌다. 어디냐면?  맨 아랫층 오른쪽 컴컴하게 보이는 곳이다. 오늘만큼은  온 세상이 못마땅한 빕스는 골방에 있는 빨래 바구니에 들어가서 풍선껌이라도 씹었으면 하고 생각해 본다

 

 

 

 

 

 

 

 

 

 

 

 

 

 

 

 

 

 

 

그랬더니 진짜 커다란 풍선껌이 빕스를 향해 내려오는 게 아닌가! 이건 소원들 들어 주는 신기한 빨래 바구니였던가? 저 껌을 다 씹다간 이가 부러지겠는걸. 빕스는 다시 한 번 알록달록한 색깔의 풍선껌이 먹고 싶다고 소원을 말해 본다. 그랬더니 정말 무지개색 풍선껌이 쏟아진다. 너무 많으니 풍선껌도 별로 반갑지 않은 빕스. 아무리 좋은 것도 적당해야 돼.

 

 

 

 

 

 

 

 

 

 

 

 

 

 

마구 쏟아지는 풍선껌 때문에 더 짜증이 난 빕스는 " 온 세상아, 다 사라져 버려라!" 라고 말해 버리고, 그러자 곧 골방과 빨래 바구니가 사라지더니 진짜 세상이 사라진 채 빕스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밑으로 밑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세상이 없어지면서 햇빛과 공기까지 사라져버려 온통 깜깜하고, 숨을 못  쉬어 새파랗게 되어 버린 빕스의 모습을 보시라.  빕스가 다음으로 외쳐야 할 말은?  그렇지. " 빛아, 있으라! 공기야, 생겨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인데.... 그렇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의 상황과 같다. 세상이 사라진 곳에서 이제 빕스는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창조하는 창조자가 된 것이다. 그게 자의든 타의든지 간에 말이다.  이제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세상을 창조할 수 있으니 운수대통하고 행복할 수 있겠지? 늦잠을 자도 되고,  숙제도 안 해도 되고, 엄마의 잔소리도 안 들어도 되고, 형이 틀어 놓은 그 시끄러운 음악도 안 들어도 되고, 또 나만의 방도 가질 수 있고........ 이제 창조자로 다시 태어난 빕스의 활약으로 넘어가 보자.

 

 

 

 

 

 

 

 

 

 

 

 

 

 

 

 

 

 

 

 

 

 

가장 먼저 빕스는 천천히 아래로 떨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커다란 낙하산이 나타나 서서히 낙하를 하게 된다.  발을 디딜 새로운 세상이 필요함을 깨달은 빕스는 " 새로운 세상아, 생겨라!" 라고 말한다. 그러자 세상이 생겨나긴 했는데 에게게? 이건 너무 작잖아. 빕스가 어린왕자도 아니구 말이야.

 

 

 

 

 

 

 

 

 

 

 

 

 

 

 

" 세상아, 커져라!" 빕스의 말대로 커진 세상이다. 그런데 또 뭔가가 빠진 기분이 든다. 그래 맞아. 색깔이 모두 흑백이잖아! 이렇게 밋밋할 수가. " 색깔아, 나와라!"  그래, 훨씬 좋아졌네!

 

 

 

 

 

 

흑백 세상---------------------> 천연색 세상

 

 

 

 

 

 

 

 

 

 

 

 

 

빕스는 자기가 그토록 원했던 자신 만의 방을 주문하고, 거기에 있어야 할 것들을 주문하기 시작한다. 침대를 주문하고, 이불을 주문하고, 그런데 베개를 주문했더니 펜촉이 나오고, 튼튼한 자전거 바퀴를 주문했더니 마차바퀴가 나오는 등 황당한 일들이 발생한다. 대충 주문하면 절대 안 된다. 꼼꼼하게, 세밀하게 주문을 해야지 안 그러면 펜촉과 바퀴 같은 배달 사고가 벌어지는 것이다. 아이고 머리야!!! 이런 식으로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어떻게 일일이 주문한담 말이야?  주문하는 일에 서서히 지쳐가는 빕스!  이쯤 되면 새로운 세상도 운수 없던 세상보다 더 행복하진 않아 보인다. 빕스는 어떻게 될까! 원래 자신의 세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아님 계속하여 자신만의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좌우 화면이 나오는데 왼쪽 화면은 자세히 보면 하나씩 하나씩 뭔가가 더 생겨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엔 나무 한 그루와 울타리, 부엉이, 달팽이만 있었는데, 다음엔 아빠와 민들레가, 다음엔 엄마와 고양이, 다음엔 벌과 사다리, 집이 생기고, 형이 나오고, 잃어버린 자전거가 나오는 식이다.  후반부에 보면 왼쪽 화면에 있던 사물들이 빕스가 있는 화면에도 등장함을 알 수 있다. 해설서처럼 알고 보면 더 재미난 그림책이다.

 

 

빕스의 말 한 마디면 뭐든지 이뤄지는 세상. 그런데 빕스를 보니 그게 그닥 행복해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뭐든지 꼬치꼬치 다 신경 써서 주문해야 한다면 참 힘들 것 같다. 그것에 대한 책임 또한 온전히 나의 몫이다.  하다 못해 난 뷔페나 샤브샤브처럼 내가 일일이 조리해서 먹어야 하는 게 가끔 귀찮을 때가 있다. 집에서도 매일 그러는데 외식 가서는 누군가가 정갈하게 차려준 음식을 먹고 싶은 게 요즘 내 심정이다. 그래서 빕스의 기분이 이해가 간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있었던 일들보다 어쩌면 새로운 세상을 일일이 창조해 나가는 일이 빕스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에잇! 왜 이렇게 운수가 없는 날이야?" 라고 한 번이라도 그런 경험을 가진 독자들은 빕스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였을 법하다. 내가 말하는 대로 뭐든지 되는 세상. 상상만으로도 멋져 보인다. 하지만 창조를 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책임도 뒤따른다는 것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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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정서를 잘 표현한 그림책이었다.

여자 아이가 도대체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바삐 달려 가는지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케 한다.

 

 

 

 

 

오늘에서야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

글밥이 조금 맣은 편이라서 아들에게 읽어 주고 나니 목소리가 잠겨 버렸다.

아들은 꼬마 사냥꾼역, 난 해설과 거인 역을 맡았다.

감동 또한 거인급이다.

이 책이 이런 주제를 담고 있었다니....

자연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이 책을 보니 두 책이 생각난다.

하나는 <마지막 거인>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아빠, 숲의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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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슐레비츠의 글과 그림으로 다시 태어난 그림 형제의 <황금 거위>

 

바보라고 얕보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는 행인에게라도 친절을 베풀라!

 

 

 

 

 

 

 

바닥에 대자로 누워 분을 삭이고 있는 이 남자 아이의 표정이 압권이다.

 

"아들, 너도 울음 참을 때 이런 표정이지? 완전 똑같다. "

 

<눈물바다> 만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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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2-2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이 읽은 책, 일일보고 좋은데요.^^
황금거위는 못 봤어요.
친구랑 싸웠어는 리뷰를 썼고, 눈물바다는 재밌게 봤는데 리뷰는 못 쓰고...

수퍼남매맘 2012-02-25 12:23   좋아요 0 | URL
시공주니어책이 208권이나 되어서 이렇게 정리를 안 해 놓으면 헷갈릴 것 같아서요.
아이랑 함께 읽고 있는데 정말 좋은 그림책이 많구나 새삼 느끼고 있어요.
 
코끼리아줌마의 햇살도서관 일공일삼 68
김혜연 지음, 최현묵 그림 / 비룡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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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면 무슨 일을 하고 살까 생각해 본다. 고민까지는 아니더라도 은퇴 이후를 생각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 적어도 은퇴 후에 20-30년 이상은 여생을 살아야 하는데 그 때 나는 무슨 일을 해야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안 세웠지만 이 책을 읽고 조금씩 아웃라인을 정해 가고 있는 중인데 뚱딴지 같긴 하지만 프레드릭처럼 햇살을 모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햇살을 모은다는 것은 다시 말해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 준다는 뜻이기도 하다.즉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지.

 

김혜연 작가의 세 작품을 연거푸 읽어 봤는데 개인적으로 난 이 책이 가장 최고였다. 햇살 처럼 따스하고, 희망적이고, 감동적이고, 플롯도 치밀하고..... 완전 반했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구성된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도서관과 즉 책과 친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권해 주면 안성마춤일 책이다.

 

5명의 각각 다른 주인공들이 바톤을 이어 받듯이 이야기를 이어 받아  5편이 이야기가  따로 전개되는 방식으로 후편은 전편에 나온 주인공과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금례도서관"이라는 공동 매개체를 통하여 각각 벌어지는 5명의 인생 이야기. 그들이 이금례도서관에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과 책과 친해지는 이야기들이 따뜻한 봄 햇살처럼 내 몸에 사르르 퍼져 아주 단꿈을 꾸게 만든다. 나에게는 도서관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나에게도 진주처럼, 정호처럼, 수정이처럼 책과 친해지는 계기가 있었겠지? 나도 코끼리 사서 아줌마처럼 나중에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 아직은 막연하지만- 생각까지 들게 하였다.

 

말더듬이 엄마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언제나 외톨이로 진내는 진주에게는 로알드 달의 <마틸다>를, 15점 짜리 정호에게는 박지성 선수의 꿈을 향한 노력이 담뿍 담긴 책을, 자신의 방을 가지고 싶어 하는 수정이에게는 <몽실 언니>를. 어려서부터 말더듬이로 살아온 진주 엄마 명혜씨의 수다쟁이가 되고 싶다는 꿈을 실현시켜 줄 책으로는 <빨간머리 앤>을 살며시 권해 주는 코끼리 사서 진숙씨 같은 사람이 나도 되고 싶다. 진숙씨처럼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진숙씨도 절망 밖에 없던 시절 그녀에게 희망을 준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담임 선생님. 그녀의 담임 선생님 또한 힘든 그녀에게 고마운 손을 내밀어 준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이렇게 희망은 다른 이의 희망을 낳는 것이다. 햇살을 모았다가 절망으로, 슬픔으로 힘든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줘 따뜻하게 해 주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이 책은 앞으로 내가 은퇴하고 나서 무슨 일을 하며 살까에 대한 의문과 함께 그 해답을 던져 준 소중한 책이 되었다. 5명이 나에게 햇살을 한 줄기를 전해 주었으니 나도 누군가 필요한 이에게 전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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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좀 무리를 하였더니 몸살이 다시 재발하여 읽어주지 못하고

아들 혼자 읽는데 그림책 치고는 상당히 글밥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혼자서 끝까지 읽는 게 대견하구나!

 

아들 책 읽는 소리에 엄마가 스르르 잠이 들었네.

내일은 엄마랑 한 쪽씩 교대로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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