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아줌마의 햇살도서관 일공일삼 68
김혜연 지음, 최현묵 그림 / 비룡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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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면 무슨 일을 하고 살까 생각해 본다. 고민까지는 아니더라도 은퇴 이후를 생각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 적어도 은퇴 후에 20-30년 이상은 여생을 살아야 하는데 그 때 나는 무슨 일을 해야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안 세웠지만 이 책을 읽고 조금씩 아웃라인을 정해 가고 있는 중인데 뚱딴지 같긴 하지만 프레드릭처럼 햇살을 모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햇살을 모은다는 것은 다시 말해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 준다는 뜻이기도 하다.즉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지.

 

김혜연 작가의 세 작품을 연거푸 읽어 봤는데 개인적으로 난 이 책이 가장 최고였다. 햇살 처럼 따스하고, 희망적이고, 감동적이고, 플롯도 치밀하고..... 완전 반했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구성된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도서관과 즉 책과 친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권해 주면 안성마춤일 책이다.

 

5명의 각각 다른 주인공들이 바톤을 이어 받듯이 이야기를 이어 받아  5편이 이야기가  따로 전개되는 방식으로 후편은 전편에 나온 주인공과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금례도서관"이라는 공동 매개체를 통하여 각각 벌어지는 5명의 인생 이야기. 그들이 이금례도서관에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과 책과 친해지는 이야기들이 따뜻한 봄 햇살처럼 내 몸에 사르르 퍼져 아주 단꿈을 꾸게 만든다. 나에게는 도서관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나에게도 진주처럼, 정호처럼, 수정이처럼 책과 친해지는 계기가 있었겠지? 나도 코끼리 사서 아줌마처럼 나중에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 아직은 막연하지만- 생각까지 들게 하였다.

 

말더듬이 엄마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언제나 외톨이로 진내는 진주에게는 로알드 달의 <마틸다>를, 15점 짜리 정호에게는 박지성 선수의 꿈을 향한 노력이 담뿍 담긴 책을, 자신의 방을 가지고 싶어 하는 수정이에게는 <몽실 언니>를. 어려서부터 말더듬이로 살아온 진주 엄마 명혜씨의 수다쟁이가 되고 싶다는 꿈을 실현시켜 줄 책으로는 <빨간머리 앤>을 살며시 권해 주는 코끼리 사서 진숙씨 같은 사람이 나도 되고 싶다. 진숙씨처럼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진숙씨도 절망 밖에 없던 시절 그녀에게 희망을 준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담임 선생님. 그녀의 담임 선생님 또한 힘든 그녀에게 고마운 손을 내밀어 준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이렇게 희망은 다른 이의 희망을 낳는 것이다. 햇살을 모았다가 절망으로, 슬픔으로 힘든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줘 따뜻하게 해 주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이 책은 앞으로 내가 은퇴하고 나서 무슨 일을 하며 살까에 대한 의문과 함께 그 해답을 던져 준 소중한 책이 되었다. 5명이 나에게 햇살을 한 줄기를 전해 주었으니 나도 누군가 필요한 이에게 전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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