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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 줘, 내 모자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2
우메다 슌사쿠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공주니어 그림책을 번호순으로 정리하다 우메다 슌사쿠의 또다른 책이 눈에 들어 읽었다.
겉표지를 보면 두 남자 아이가 뒤엉켜 싸우고 있다.
아마 모자를 빼앗아 돌려달라고 싸우는 장면인가 보다 생각했다.
바닥에 깔려 있는 아이는 위에 있는 아이 요지 일당 세명으로부터 늘상 놀림을 당하곤 한다.
이유는? 요즘 왕따는 이유가 없다.
굳이 말하자면 나와 달라서 내지는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정도?
우메다 씨는 "모르는 척"에서 이미 학교 폭력에 대해 자세히 다룬 적이 있다.
이 그림책에서도 현장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현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현실이기에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미 초등 저학년에서 폭력 및 왕따를 경험한다고 응답한 아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공감 가는 건 요지 같은 녀석이 교실에 꼭 있다.
남을 놀리고 괴롭히면서 재밌어 하는 아이 말이다.
그런데 혼자서는 못하니까 꼭 제 편을 끌어들인다.
학교 폭력 예방 강사 하는 말이
학교 폭력은 셋이 되면서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셋이 모이면 무서울 게 없고 양심이 가출하나 보다.
이 그림책에서도 요지 일당 셋이 "나"를 괴롭힌다.
작가는 이미 그걸 알았던가 보다.
지난 번, 캣맘 사건도 아이 셋이었던 걸 떠올려 보라.
일리 있는 말인 듯하다.
그래서 담임은
교실에 셋이 뭉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팁을 알려주셨다.
"3의 법칙" 명심하도록 하자.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요지 일당은
" 대머리 대머리 민민 민대머리
동전만한 구멍이 빵!"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놀린다.
눈치 챘겠지만 외모로 놀리는 거다.
사과도 그때뿐이고 돌아서면 다시 시작이다.
속상한 마음에 할머니한테 털어놓으면
할머니는 뜨개질을 하시며 부처님 같은 말씀을 하곤 한다.
"이렇게 한 코 한 코 짜다 보면,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이 생각난단다.
그러면 심술궂은 사람도, 욕심 많은 사람도, 다 이 할머니한테는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나"에게도 요지 일당이 소중하게 생각되는 그런 날이 올까!
할머니가 "나" 를 위해 떠준 모자를 쓰고 학교 간 날,
요지 일당은 역시나 모자를 빼앗아 던져 버린다.
너무 나쁜 녀석들이다.
너무 슬프고 화가난 "나" 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할머니를 향해 이렇게 악다구니를 한다.
" 다 할머니 때문이야! 내 머리에 난 흉터, 다 할머니 때문이라고!"
할머니 마음이 얼마나 무너져 내렸을까!
할머니는 죄인처럼 방으로 들어가신다.
"나"의 머리 흉터는 할머니 때문이었던가 보다.
할머니가 이발 해주다가 실수로 그렇게 되었나 잠깐 상상력을 펼쳐 본다.
저녁 시간, 온가족이 둘러 앉아 대화를 하곤 했는데
이날은 할머니 자리가 비어있다.
아까 " 나"의 말이 할머니에게 생채기를 낸 게 분명하다.
부모님은 " 나" 를 향해 할머니가 차마 하지 못한 흉터의 진실을 말씀해 주신다.
부모님의 이야기를 다 들은 " 나 "는 베개를 안고 할머니를 찾아간다.
다음 날, 요지가 다시 모자를 빼앗아 던졌는데 그만 나뭇가지에 걸려 버린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를 괴롭히는 이 녀석들 진짜 나쁘다.
지금 같으면 당장 학폭위 감이다.
할머니가 "나"를 위해 떠준 모자인데...
감히 이 녀석이~~
'그래! 용기를 내어 보렴' 어느새 "나"를 응원하고 있는 나.
그 다음 이어지는 장면이 바로 겉표지 장면이다.
그렇다. 일방적으로 당하던 "나" 가 아주 용감하고 멋지게
요지에 맞서는 장면이다.
'그래 그래, 잘했어.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괜찮아. 요지 녀석 샘통이다'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 덕분에 '나'가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번 요지에 맞선 "나"는 더 큰 용기를 내게 된다.
할머니가 요지를 살리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사랑, 용기, 도전, 희생, 분노, 정의 등의 낱말이 떠오르는 멋진 그림책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좀더 용기를 내어 한발 내딛으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2016-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