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는 우리 가족사 이후 최악이었다 .
둘째로부터 시작된 감기가 누나, 나, 남편까지 이어졌다 . 덕분에 어렵게 예매한 ktx 표를 눈물을 머금고 반환해야했고 우리 가족은 연휴내내 집에서 감기와 씨름해야했다. 나는 아픈 가운데서도 세 끼를 차려야해서 이중고였다 . 엄마는 마음 놓고 아플 수도 없는 신세다.ㅠㅠ
감기도 독해서 고열과 근육통에 모두 힘들어했다 . 부부는 하필 빨간날 열이 나서 진료를 못 받아 딸 약을 나눠먹었다. 그나마 난 몸살기가 와 딸이 처방받은 진통제 먹었더니 금세 나아져서 살림을 할 수 있었다 . 남편은 3일 끙끙 앓더니 오늘 좀 나아졌다며 병원 안 간단다 .
오늘 인근 소아과가 오전진료를 한다고 하여 수퍼남매 데리고 연휴 처음으로 바깥에 나왔다 . 모처럼 햇살이 따사롭고 바람과 구름없는 봄같은 날씨라 내내 우울했던 기분이 좀 좋아졌다. 어디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랐지만 우린 진료를 받으러 가야했다 .
환자가 많아 오래 대기했다. 전후사정을 들은 의사가 온김에 나도 진료 받는 게 좋겠다해서 진찰받고 약도 지었다 . 목감기란다. 남편도 왔어야 하는데... 다른데는 괜찮은데 목소리가 쇳소리가 나온다. 내일 수업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한번 변한 목소리는 잘 안돌아온다 . 일광욕이라도 할겸 산책하고 싶었으나 그러면 또 덧나니 당장 집으로 고고씽!
집에 비상식량이 다 떨어져서 대강 장을 봤다. 연휴 전 대파 한단이 4500원이라 안사고 돌아섰는데 2500원으로 떨어져 얼른 사왔다. 아파서 이번 설에는 좋아하는 떡국도 못 끓여 먹고 애들은 친척을 못만나 세뱃돈도 하나도 못받아 좀 서운한가보다 . 그나마 좀 기운차린 후 하루키의 대표작 ˝ 노르웨이의 숲˝을 꺼내들었는데 참 재미있어 위안이 되었다. 감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는 책도 안 잡히고 머리가 지끈거려 안 읽힌다.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행복이란 생각이 들었다.
건강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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