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이 들기 전에 긴 머리 구불구불 펌을 하였습니다.

일명 "여신 펌" 이라고 하는 셋팅펌이에요.

셋팅펌은 머릿결이 건강해야 하고, 어느 정도 길이감이 있어야 제대로 표현이 된다고 해요.

짧은 머리에 하기엔 좀 아깝죠.

초기 비용이 비싸지만 한 번 해 놓으면 1년은 간답니다. 그 사이 본인이 싫증 나는 게 다반사죠.

볼륨감이 좋아서 그냥 샴푸하고 말리기만 하면 고데기로 만 것처럼 되어 아주 관리가 편해요.

나같이 머리에 손 대는 것 싫어하고,

드라이 못 하는 사람한테 제격인 펌이에요.

이제까지 해 본 펌 중에 만족도가 가장 크답니다.

긴 머리 셋팅펌하러 머리카락 자르고 싶은 마음을 꾸욱 누르며 지금까지 머리카락을 길렀어요.  

오랜 로망이기도 하여서 마지막 긴 머리 구불구불 펌 하고, 잘라야지 싶었죠.

지금보다 더 나이 들면, 긴 머리가 어울리지 않을 듯하기도 하고요.

나이 들면 머리가 점점 짧아지게 마련이고,

나이 들어 머리 긴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용기도 필요한 듯해요.

일단 어울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말이죠.

 

둘째 낳고부터 11년째 다니는 미용실이 있어요.

전 단골 가게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그 쪽이 장사를 접지 않고, 사기를 치지 않는 한 의리를 지키는 편이죠.

그 동안 한 번 이전하여 지금은 노원역에 있답니다.

부부가 하는 곳인데 셋팅펌을 해도 머리가 전혀 상하지 않고 오히려 더 좋아지는 곳이지요.

약을 좋은 것을 사용한답니다.

미용실에 있다보면 지방에서 오는 분도 가끔 보는 경우가 있어요.

부산, 여수에서 온 분도 직접 목격했더랬죠.

KTX타고 온다고 하더라고요. 대단하죠.  머리 하러 서울까지....

이런 분들은 악성 곱슬인 경우가 거의 100% 래요.

단골 미용실이 악성 곱슬 매직으로 나름 유명한 곳이라서 입소문을 듣고 오는 것이라고 해요.

저도 처음 이 미용실 갈 때

인터넷에 검색해서 찾아간 곳이거든요.

곱슬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수퍼남매도 직모라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조카 중 한 명은 아빠 닮아 곱슬이라면서 사춘기 때 그렇게 아빠를 원망했다고 하네요.

 

셋팅펌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하루를 꼬박 비워놔야 해요.

평일에는 시간이 안 나서 토요일로 예약했다가

갑자기 돌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져 예약을 미루고, 일요일에 갔어요.

이번에는 그래도 빨리 끝난 편이에요.

머리 말리는 것까지 포함 4시간 걸렸으니까요.

점점 기술과 약이 좋아져서 그런가 봅니다.

예전에 할 때는 6시간 이상 걸려서 정말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했었죠.

 

시술하는 동안,

부원장과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봤어요.

미용실 큰 딸이 우리 딸과 동갑이라 이야기가 잘 통하는 편이랍니다.

미용실에서 읽을만한  책을 골라갔는데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이에요.

어차피 눈이 나빠 TV를 못 보니 책 읽는 게 더 편해요.

청소년 소설인데 고등학생 정도 되어야 이해할 듯한데 딸은 벌써 읽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내용을 보니 엥?

조금 선정적인 부분이 있던데....알아서 잘 걸러냈겠죠?

초등학교 때 읽어서 이해 못 하고 그냥 읽었을 수도 있고,

지금은 대강의 내용만 기억할 지도 모르지 싶고요.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죠.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뭐!

 

30년 전에는 참 멋졌을 이 구라파식 이층집이

도미노처럼 한 군데 두 군데 망가져가기 시작합니다.

때마침

여기 사는 가족의 마음에도 금이 가기 시작하죠.

안 좋은 일은 꼭 겹쳐 온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맥심 노랑이를 좋아하는 할머니,

야동 중독이 되어가는 아빠,

에스프레소 중독이 되어가는 엄마,

입양을 하겠다는 오빠와 새언니,

흑인 남성을 사귀고 미국 연수를 떠나겠다는 이기적인 언니,

공부에 관심 없고 마술을 배우는데 열중하는 막내 몽주까지.

이렇게 일곱 식구가 아슬아슬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고부 간의 갈등이 가장 크답니다.

그냥 이층집에서 살자는 할머니와 팔고 아파트로 이사 가자는 엄마의 팽팽한 대립이 긴장감 넘친다.

할머니를 무조건 따르는 주인공 몽주는 집안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금 가기 시작한 가족의 마음이 원래대로 회복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너무 우아하게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엄마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PC방을 지키면서 야동을 즐겨보는 아빠.

둘의 간극 또한 예사롭지 않아 보이던데....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엄마는

기울어져 가는 이층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포르투갈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와

"과테말라 안티구아"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시곤 하죠.

그 문장이 나올 때마다

커피 마시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와서 참기가 힘들어요.

게다가 엄마가 자주 가는 카페 " 심포니" 사장님이 몽주에게 타준

화이트 카페 모카도 여러 번 나와 침샘을 자극하곤 한답니다.

날이 쌀쌀해지면 한 번 마셔봐야겠어요.

몽주가 말했듯이 그렇게 맛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

책 내용은 여기까지....

 

 

다시는 이런 여신 펌을 할 기회가 올 것 같지 않아

기념사진을 찍었어요. 헤헤헤

딸이 요즘 셀카 대세가 뒷모습 찍는 거라고 하네요. 반가운 소식이죠.

점점 사진 찍는 게 두려워지는 나이가 되었네요.

조금 전, 애들 피아노 선생님이 펌이 예쁘게 잘 되었다고 칭찬해 주셔서 자신감을 갖고 사진을 올립니다.

(전혀 드라이한 것 아니고, 미용실에서 말려 주기만 한 상태예요. 마치 드라이한 것 같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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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8-10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릿결이 정말 좋으시네요. 전 흰머리가 늘고 앞머리가 훤해지는 것이 나이가 들어감이 서글퍼 지는데.ㅜㅜ

수퍼남매맘 2015-08-11 00:50   좋아요 0 | URL
저도 흰머리 많아서 따로 염색해요. 노안도 오고요.
늙는다는 것은 서글프지만 어쩌겠어요.
인정해야죠. 아름답게 늙도록 해야죠.

유부만두 2015-08-10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신펌이네요! 멋지세요! ♡

수퍼남매맘 2015-08-11 00:5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책읽는나무 2015-08-1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뒤태가 완전 여신이옵니다^^

수퍼남매맘 2015-08-11 00:51   좋아요 0 | URL
앞태는 자신이 없어서 뒤태로 보여드립니다.

2015-08-12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2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