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주도 여행은 맛집 탐방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 제주도 맛집을 여기저기 찾아 다녔다.
원래 우리 가족은 맛집 탐험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지난 담양 여행부터 맛집 탐험이 시작되었다.
보고 체험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먹는 즐거움도 크단 걸 깨달았기 때문이랄까.
특히 먹는 것을 좋아하는 누구 때문이기도 하고.
비가 추적추적 오는 첫 날, 저녁 먹으러 간 곳은 "수요미식회" 제주도 편에 나온 "고객식당"이란 곳이다.
제주도 동문 시장에 위치한 곳인데 갈치조림이 유명한 곳이란다.
동문시장을 따라 걸으면서 수퍼남매는 생전 처음 재래 시장이란 곳을 구경하였다.
가다보니 런닝맨 팀이 와서 먹었다는 유명한 분식집이 나왔다.
너무 배가 고파 짜증 내는 아들 때문에 어묵과 튀김 1인분을 사서 걸으면서 먹었다.
김말이를 먹어본 딸이 맛이 아주 색다르다고 하였다.
바로 옆 분식집은 손님이 없는데 이 집은 바글바글한 걸 보니 유명세는 다른 듯하다.
고객 식당에 도착하니 아주 허름한 곳이었다. 고객 지원 센터에 맛집이 있다니 정말 특이했다.
들어 서니 대기를 하고 있는 여러 사람이 보였다.
카운터에 이름을 올리고 한 30분 기다리자 자리가 났다.
주인장이 참 친절하였다.
내가 앉은 자리가 일 주일 전에 "씨엔블루"의 강민혁이 앉았던 자리라고 알려주었다.
유명세를 알 수 있게 뒤에는 여러 유명인이 다녀갔다는 사인이 즐비하였다.
내 바로 뒤에 강용석 씨의 사인이 크게 보였다.
갈치조림 하나를 시켰다. 무를 큼직큼직하게 썰고 갈치를 조렸는데 매콤달콤한 맛이 입에 맞았다.
아이들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양이 모자라 고등어 구이 하나를 더 시켜 먹었는데 이것도 싹싹 다 발라먹었다.
비 오는 날과 딱 어울리는 메뉴가 아니었나 싶다.
8시까지만 손님을 받았다.
가게 운영을 가족이 함께하는 것 같아 보였다.
혹시 주차 도장 찍어주냐고 물어보자
주인장이
" 6시 30분까지만 돈 내고 그 후론 무료예요. 공무원들이라 퇴근해야 해서 돈 안 받아요"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주인장이 불친절하면 좋은 추억으로 남지 않는데
고객 식당은 맛도 좋은데다 주인장까지 친절하고 유머가 있으셔서 좋은 추억이 되었다.
동문시장을 지나 주차장까지 가는데
그렇게 먹고도 아직 배가 차지 않았다는 딸 때문에
귤 한 봉지를 샀다.
길을 걷다 보니 돌하루방 모양의 빵을 만들어 파는데 정말 앙증맞았다.
특허 받은 빵이라는 말에 또 한 봉지를 샀는데 한라봉 향기가 그윽하게 나는 맛있는 빵이었다.
딸은 여전히 배가 차지 않았다며 하루방 빵 2/3을 혼자 해치웠다. 한창 성장기 인 듯하다.
둘째날은 날씨가 괜찮아서 우도에 갔다.
우도에서는 관광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다.
지리도 모르고 길도 좁아 운전하기가 무서워서 말이다.
어지간하면 버스 타고 다니는 게 낫다고 생각된다.
재미있고 우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사님의 설명도 듣고 말이다.
아침을 먹었는데도 검멀래해수욕장 근처에 도착하니 걸을 힘도 없을만큼 배가 고파 아들과 난
"배 고파 배 고파"를 연발하였다.
남편은 아무데서나 먹을 수 없다며 폭풍 검색을 시작하고
우린 우도에서 유명한 땅콩 아이스크림과 한라봉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두번 째 코스인 하고수동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식당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아까 검멀래에서 안 먹길 다행이다 싶었다.
이 곳에 맛집이 있었다.
보말(고동 종류)칼국수로 유명한 집이 있단다.
하고수동 해수욕장 즉 두번째 버스정류장 바로 뒤에 위치한 "해광 식당"이란 곳이다.
보말성게전복 칼국수 3인분을 시켰는데 아주 푸짐하고 보양식처럼 힘이 솟는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에 공기밥2개를 시켜 볶아 먹었는데 이것 또한 아주 맛있었다.
해수욕장에서 놀아야 하는데 제대로 에너지 충전을 한 느낌이었다.
해수욕을 제대로 하고 "서빈백사"로 갔는데 이 곳에 또 맛집이 있었다.
땅콩 아이스크림 원조 가게였다.
여기서 또 땅콩 아이스크림과 한라봉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날이 매우 더웠다.
아까 검멀래 해수욕장과는 달리 땅콩 아이스크림을 예쁘게 문어처럼 장식해줬다.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예뻤다.
여기도 여러 유명인이 다녀간 모양이다. 사진과 사인이 즐비하였다.
전에 왔을 때 서빈백사는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해수욕장이라고 하였는데
연구 결과 산호가 부서진 게 아니라 빨간 조개가 부서진 것이라고 한다.
모래처럼 잘게 부서져서 겉으로 봐선 조개가 부서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15년 동안 파도에 의해 이렇게 잘게 부서질 수 있구나 싶었다.
우도에 가면 꼭 보말 칼국수와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길 추천한다.
보말 칼국수는 완전 보양식이다. 여행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준다.
우도에서 실컷 놀고, 구경하고, 맛있는 것 먹다보니 벌써 저녁이었다.
숙소 가는 길에 요기도 할 겸 맛집 검색을 하였다.
블로거 덕분에 여기저기 맛집 찾기가 참 수월하다.
비가 와서 회는 안 된다고 내가 극구 반대하여 날씨에 어울리는 해물 라면을 먹기로 결정했다.
라면 맛집 "경미네 집"을 찾아갔다.
이 곳 역시 외관은 허름한데 문어와 각종 해물을 넣어 만든 라면 맛이 최고였다.
공기밥은 무료였다.
먼 길 온 손님들인데 돈을 안 받는다는 주인장의 말씀에 미소가 지어졌다.
셋째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이 날 아침 ,일찍 서둘러 풍림 다방에 갔다가 허탕을 쳤다.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할 때는 날이 개어 있어 아름다운 에메랄드색 바다를 볼 수 있었다.
협재 해수욕장은 언제나 바다 색깔이 이쁘다. 마침 날이 개어 해수욕하는 사람이 많았다.
우린 어제 우도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실컷 놀았기 때문에 이 곳은 눈으로만 감상.
게다가
어제 썬 크림을 바르지 않아 살갗이 익어버린 아들과 남편은 걷기도 힘들 정도로 여기저기 아프다고 난리가 났다.
덩달아
배꼽 시계까지 요란하게 울어대어 일단 먹어야했다.
얼른 맛집 검색에 들어가니 지척에 빅 버거 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짜 고마운 블로거들이다.
바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 "붉은못 허프 팜" 이라는 프로방스 풍 건물에다 허브가 인상적인 가게가 보였다.
빅 버거와 음료 4잔을 주문했다.
빅 버거는 정말 컸다. 흑돼지로 만든 패티가 특색이란다. 다 못 먹을 것 같았는데 어느새 다 먹어치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 연해 먹은 것 같지 않아 커피가 땡겼다.
거기서 또 다시 검색 시작
가까운 곳에 "최마담네 빵다방"이란 핸드 드립 카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딸이 아까 오다가 간판을 봤다는 말에 무작정 왔던 길을 되돌아 걷기 시작하였다.
한 15분 정도 걸었을까. 점점 딸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하던 차에 빵마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딸은 어떻게 저런 눈에 잘 띄지 않는 간판을 봤던 걸까!
역시 미술 영재라며 엄청 칭찬을 해줬다.
제주 일반 가옥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는 아기자기 참 예뻤다.
주인장의 핸드 드립 솜씨는 1편에서 이미 말했고...
여기서 마신 커피 덕분에 운전한 피로가 말끔히 해소되었다.
한 잔 더 먹고 싶었지만 운전 중에 화장실 가고 싶을까 봐 참았다.
카페와 안채 사이에 잔디가 깔려 있고 그 곳에 개 한 마리가 느긋하게 자고 있었다.
안채에는 엉청 큰 고양이도 보였다.
최마담과 고양이라! 잘 어울리는 듯하다.
넷째 날, 느긋하게 체크 아웃을 하고 나와 선상 낚시를 하러 성산포항으로 갔다.
우리 가족 모두 선상 낚시는 처음이라 매우 떨렸다.
2시간 동안 꼼짝 없이 낚시를 하여야 하는데 바람도 불고 비도 내려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갯지렁이도 처음 끼어 보고(처음엔 징그러웠으나 하다 보니 괜찮아짐)
릴 낚씨도 생전 처음 해봤다.
낚시 시작하자마자 아들이 고기를 낚아 올렸다. 붉은 고기였는데 까먹었다.
나도 얼떨결에 알록달록한 예쁜 고기를 낚았다. 부녀는 소득이 없어 의기소침해졌다.
아들은 강태공도 힘들다는 멸치를 낚아 올렸다. 2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항구로 돌아오니 허기졌다.
근처에 먹을 곳이 없다 찾아보다
제주도에 왔으니 흑돼지 구이도 한번 먹어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 검색을 했다.
마침 딸이 우도 갔다 올 때 손님이 바글바글하던 곳을 기억해내서 갔더니 낮인데도 손님이 제법 있었다. 맛집이었다.
회는 못 멋었지만 가격이 좀 비쌌지만 흑돼지구이라도 먹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다.
스테이크처럼 아주 두껍게 썰은 흑돼지를 연탄에 구웠다.
주인장이 전혀 뚱뚱하지 않고 오히려 말랐는데 가게 이름은 "뚱삼촌 연탄구이"였다.
주인장이 계속 왔다갔다 하시며 고기를 뒤집어 주셨다.
수퍼남매는 비계라며 먹지 않았는데 통째로 먹어보니 껍데기가 쫄깃한 게 색다른 맛이었다.
마지막날까지 맛집을 찾아내어 제주도 요리를 먹게 되어 기뻤다.
비록 날씨가 계속 흐리고 비가 와서 회를 먹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서도...
전에는 맛집 찾아다니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더랬다.
심하게는 몇 시간씩 기다리고 그러는 게 시간 낭비다 싶었는데
이제 우리 가족도 맛집 탐험을 하게 되었다.
친절하고 부지런한 블로거들 덕분에
실망하는 경우가 훨씬 줄어들었다.
생각은 변하기 마련인 듯하다.
여행의 즐거움은 여러 가지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일단 여행 가기 전, 설레임과 기대이다.
다음은 보는 재미,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먹는 재미도 크다는 걸 깨달았다.
다녀와서 사진을 들춰보며 되새김질해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갈치 조림 / 땅콩 아이스크림/ 한라봉 아이스크림
하루방빵/ 보말성게전복 칼국수/ 핸드드립 커피& 시나몬 빵
빅 버거/ 빅 버거 집 생과일쥬스/ 흑돼지 연탄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