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사를 했다.
나 원 참
이사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중간에 사다리차가 도망갔다.
책짐이 많다고 말이다. 헐~~
그럼 책 많은 사람은 이사도 못한다는 말인가!
어제 그러니까 2월 28일이 이사하기 딱 좋은 날( 손 없는 날)이라고 하여 포장이사값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우리도 보통 때보다 50만원을 더 내어야만 했다.
우린 손 없는 날 안 따지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손 없는 날에, 주말에, 거기다 월말까지 겹쳐
부르는 게 값이라 하였다.
그걸 틈타 사다리차 운영하는 사람이 짐 내리다가 우리 집에 올라와서 책이 엄청 많은 것을 보더니
상도를 어기고, 더 많이 준다는 곳으로 얼른 내뺀 것이다.
와~ 내 생전 이사하다 사다리차가 도망가는 것은 처음이다.
그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이사팀장이 말씀하셨다.
팀장이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아파트 관리실에 엘리베이터를 써도 되냐고 물어보러 가셨다가 퇴짜를 맞고
짐 싸다 말고 여기저기 전화를 거셨다.
그렇게 시간이 지연되고.....
사다리차가 줄행랑을 칠 때는 이러다가 이사 가지도 못하나 보다 완전 식겁했는데
팀장님의 수고로 다행스럽게 다른 사다리차를 구해 무사히 짐을 내리고, 올렸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서 오후 9시에 대충 마무리를 했다.
다른 분들은 열심히 일을 하시고 늦은 시각까지 일해 주셔서 고마웠는데
주방 아주머니가 일은 안 하고 농땡이를 부리는 것이 못마땅했다.
오자마자 나한테 고무장갑과 행주 여러 개를 사달라고 하더니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다른 분들 열심히 일할 때 자기는 친구랑 전화 통화만 하고 말이다.
다른 분들은 세제도 여러 가지 챙겨 가지고 다니시면서 가스렌지도 새 것처럼 닦아주시는데
그대로다. 완전 어이 없다. 나중에 닦는다고 세제 뿌려놓더니 그냥 갔다.
게다가
청소기로 한 번 밀어준다 하면서 자신은 운동화를 신고 청소기를 돌리다니......
예전 어떤 팀은 새로 옮기는 집은 아예 신발을 벗고 작업을 한 적도 있었다.
믈론 나중에 스팀 청소기도 해 주고 말이다.
시각이 늦어지니 다들 집중력이 떨어지고, 지쳐서 이해하는데 이 아주머니는 오늘 한 게 별로 없는데
마지막까지 대충 하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원래 식시비도 팀에서 알아서 해결하는 것인데
우리가 워낙 책짐이 많다보니 점심값도 챙겨드렸건만
일을 그 따위로 해 놓고 가다니......
다른 분들이 정말 열심히 일해서 참고 넘어갔다.
꼭 팀 중에 한 명은 불합격자가 끼어 있다.
이래서 내가 이사를 싫어한다.
내가 아는 선배는 10톤 이사가 오후 4시에 다 끝났다고 한다. 우린 4시에 끝나 본 적이 없는데.... 책이 많아서인가 보다.
우리 집은 그 시각에서야 짐을 올리기 시작하여
밤 9시가 되어서야 겨우 끝났으니 진짜 오래 걸린 것이다. 중간에 사다리차 구하느라 시간이 지연되고 말이다.
너무 늦게까지 작업을 해서 잔짐 정리는 못해 주고 갔다.
못도 못 박아서 액자가 널브러져 있다.
우리 집은 전동 드릴도 없는데....
교실 이사와 집 이사가 겹쳐 엄청 피곤하다.
목이 따끔거린다.
새학기에는 에너지를 100% 충전시켜 놔야 하는데
두 이사 때문에 방전된 느낌이다.
내일도 잔짐 정리 때문에 못 쉴 텐데.......
내일모레는 신학기가 시작되고, 딸아이 입학식에도 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이사하고나서 제일 적응 못하는 것은 온이다.
오늘 내내 침대 밑에 숨어서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다녔다.
가족은 그대로이지만 자신에게 익숙한 냄새가 안 나서인지
처음 집에 데려왔을 때처럼 꼭꼭 숨어서 반나절을 지냈다.
지금은 가족 옆에서 잘 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