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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의 선택은 늘 나와 달랐지만 그러하기에 오히려 그것에 크게 미련을 갖지 않고 진짜 읽고 싶고, 갖고 싶은 책 위주로 인문 신간을 소신껏 고를 수 있다. 타인의 취향이 나의 취향과 닿는 것을 보는 재미도 크다. 물론 지난 달은....^^;;

 

 

7월에 출간된 책 중 내 관심을 끌어당기는 책은 단연 알랭 드 보통의 신간이다. 그는 내가 김영하와 더불어 전작주의에 가깝게 사고 읽은 작가이다. 요즘 살짝 관계가(?) 소원해져 구매만 하고 아직 읽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그는 내 청춘을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사랑에 대한 글을 좋아하지만 [뉴스의 시대]라니, 제목이 요즘 내가 관심을 갖는 부분과 닿아 있어 기대가 된다.

 

 - 알라딘가 13500원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 인문 신간 평가단들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그림책 상상 그림책 여행] 역시 나만 추천한 신간 도서가 아닐까 하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그림책에 대해 공부를 하고 정보를 찾던 중 '그림책 상상'이라는 잡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나오는 그림책들이 모두 작품성이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바로 그 잡지에 소개된 특집 기사들을 보완하여 엮은 책이라고 하니 무척 기대가 된다.

 

- 알라딘가 26100원

 

 

 [구중궁궐 여인들]이라는 제목만 보고서 많은 사람들은소장용이라기보다는 대여용이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나는 진지하게 중국 역사에서 여인들의 역할이 무척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흥미도 대단히 높다. 아무래도 중국 사극 좋아하는 취향이 다분히 반영된 추천이지만 꽤나 진지한 태도로 나는 그녀들을 대하고 있다. 너무 구구절절한가? 목차나 가격을 보건대 가십적인 기획으로 이 책을 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 알라딘가 17820원

 

 

 

교황 방문 일정으로 인해 어른책이건 아이책이건 교황이나 카톨릭에 대한 책들도 적지 않게 나온다만 내가 딱히 종교가 없기에 큰 관심이 생기지는 않는다. 제목으로 보자면 내게 딱인 책도 있지만 살펴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다. 느낌으로는 왠지 교황 관련 책이 다음 달 리뷰 도서가 될 것도 같고 그것도 나쁘지 않다.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세 권의 추천은 내가 정말 마음 가득 궁금함이 뻗친 책들이니 이 추천의 글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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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8-0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혜윰님이 애정하는 작가가 김영하와 알랭 드 보통이군요.
저는 김영하꺼는 [살인자의 기억법]이랑 에세이 하나 읽어봤구요,
보통꺼는 [우리는 사랑일까]를 읽었네요.
갈길이.... 머네요@@
눈에 들어오는 책은 [구중궁궐 여인들]이예요.
신간 평가단..... 멋있어요^^

그렇게혜윰 2014-08-01 19:32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은 신청을 안하신거죠?^^
문학은 취향이 분명해서 하지 않는 것이 맞는데 인문은 하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김영하 작가님은 초기와 최근작이 좋고, 알랭드 보통은 최근작을 안 읽어서 모르겠지만 요즘 너무 자주 출간되는 것 같기는 하네요 ㅋ

2014-08-01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01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신의 오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스스로도 좀 웃겼던 것은 나는 어쩌면 이토록 다수의 선택과 일치되는 적이 한 번도 없는가 하는 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선택을 환영하는 데에는 그들의 선택이 나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런 책이 있었던가?' 내심 당혹스러웠었지만 어느 새 '다른 사람들이 아니면 어떻게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겠어?'라는 고마움이 들기도 했다. 이번에 두 권의 책을 받으면서도 나는 같은 질문으로 시작했다. '이런 책들이 있었던가?' 다만 두 책들에 대한 기대감은 이전보다는 많이 낮았다. 그중 이 책 [독신의 오후]의 제목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부제에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가 있어 '과연 나하고 맞을까' 싶은 의구심 반 '이참에 같이 사는 남자를 이해해보자'는 기대감 반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우에노 지즈코라는 이름이 낯익어 찾아보니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쯤 아주 인상적으로 읽은 조한혜정과 주고받은 서신을 모은 책 [경계에서 말한다]를 쓴 사람이었다. 기대할 만 하지 않은가! 더구나 [독신의 오후]라는 제목도 왠지 쿨해 보이고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남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50대를 안넘어서 그런가, 일본인이 아니라서 그런가, 내가 혼자 있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 등등 공감이 되지 않아 집중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제목에서 주는 뭔가 시니컬하고 쿨한 느낌의 글이 아닌 데이타로 점철된 글들이 다른 노후대책 관련 자료들과 차별화되지 않아 인상적이지 못했다. 제목이 쿨한 데에 비해 내용은 너무 맹맹한 게 아닌가 싶다. 
 
보통 남자의 나이듦에 있어 자립의 세 단계라던가 ADL이라던가 하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수십개씩 쏟아지는 비슷비슷한 뉴스들을 모은 것처럼 그 말이 그 말 같고 저 말이 저 말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저자만의 신선한 시각이 아쉬웠다. 정녕 [경계에서 말한다]는 조한혜정 여사의 힘이었단 말인가! 아니었기를.
 
처음엔 이 책과 함께 선별된 책이 피파 관련 책이라 이 책에 더 큰 기대를 가졌었는데 이 책을 덮자마자 자연히 그 책을 향한 나의 기대감이 더 높아진다. '너마저는 안돼! 내 취향이 있어야해! 너 안에 나 있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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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9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9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8-0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지 제가 읽고 있는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혜윰 2014-08-01 19:35   좋아요 0 | URL
그 책 마저도...ㅋㅋ 그냥 혼자 사는 것의 의미는 개인적으로 새기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내야 겠네요 ㅎㅎㅎ
 
[히틀러의 철학자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히틀러의 철학자들 - 철학은 어떻게 정치의 도구로 변질되는가?
이본 셰라트 지음,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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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가장 심오하고 복잡한 사고를 소유함으로써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그러한 천재, 그러한 '슈퍼맨'이 히틀러처럼 사악한 인물에게 매수당한다는 게 가능했을까? (159쪽)

 

과연 의식이 있는 철학자가 나치의 당원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그렇다'라는 답을 얻기 위한 질문에 불과했다. 생각해보면 많은 일들이 그러하다. 국가가 시민을 향해 총을 쏘는 것, 단지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셀 수도 없는 사람들을 대량 학살한 점,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가의 재산을 자기 주머니에 넣기 위해 온갖 머리를 굴리는 점 등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공통점은 있다. 그들은 권력을 사랑했다. 그 지랄맞은 권력이 이 모든 일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면 과격하게는 그들이 벌레처럼 하찮아 보이는데 그들이 그토록 위대한 철학자이며 위대한 철학 이론을 가진 사람들이라니, 인간 참 하찮다.

 

우리 나라 역사에서도 20세기 초반은 암울하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것이 전세계적인 일이었을지라도 멀게만 느껴진다. 지금 팔레스타인의 삶에 대해 뉴스에서 흘려 듣는 그 이외의 것을 내가 어찌 더 알겠는가 말이다.

내가 히틀러라는 사람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는데, 어린 나이였기에 희화화된 주인공에 대한 반감은 가졌지만 그것이 얼마나 참혹했는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몇 년 전에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읽었고 작년에 [백년의 지혜]를 읽으며 도대체 어떻게 히틀러의 사상과 행동이 그 오랜 시간 동안 받아들여졌는가에 대한 의문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어떻게 한 사람의 생각이 그토록 견고한 성처럼 무너지지 않고 지켜질 수 있었는지 정말 가능할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2.

 

[히틀러의 철학자들] 표지 속의 히틀러는 책을 읽고 있다. 그가 읽은 책이 니체와 하이데거의 책이고 읽지 않은 책이 벤야민과 아렌트의 책이라고 되어 있다. 전혀 사실 관계를 모르는 입장에서 니체와 하이데거 같은 위대한 철학자를 히틀러가 읽었다고?라는 놀라움 정도이지 하이데거가 나치당원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서로 반대의 입장에 있던 아렌트와 연인 사이었다는 점은 씁쓸해진다. 결국 하이데거는 아렌트의 사랑 때문에 여전히 하이데거로 행세할 수 있기 때문이니까. 어디 가서 히틀러의 사상과 행동을 존경한다고 하면 단번에 돌을 맞고 미친 사람 취급 받을 테지만 하이데거를 존경한다고 하면 막연하게나마 대접을 받기도 하는데 도대체 하이데거가 히틀러'의' 철학자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이다. 모른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찬양한 범죄자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허용적인가에 대해서는 멀리 독일로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히 볼 수 있다. 최소한 알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얼마나 나쁜 놈들이며 미친 놈을 위해 나쁜 짓을 서슴치 않았다는 사실을.

 

저자는 에필로그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들의 사상을 가르쳐야 하는가? 우리는 그들이 쓴 언어의 맥락을 무시한 채 거리낌 없이 학생들에게 [존재와 시간]을 읽으라고 권하고 슈미트의 저작과 논리학자 프레게의 책을 읽으라고 권해야 하는가?" 아마도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저자는 이 책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왜 히틀러의 철학자였던 그들은 여전히 존경받고, 그들의 이론은 살아있는가 말이다. 앞서 이 위대한 학자들이 히틀러에게 동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그렇다'라고 답할 수 밖에 없는 씁쓸함이 있다면 이번엔 단호함으로 저자의 이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하며, 그 답이 옳다고 믿어본다. 그들의 책을 읽고 배워야 할 사람들은 일반 대학의 철학과 학생이다. 교양 철학 수강생 혹은 철학 서적을 읽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 책의 저자 이본 셰라트처럼 그들의 행위를 비판하고 당시의 참상을 밝혀내기 위한 이들 뿐이라고 믿는다.

 

 수백 만 명의 유대인들이 도살장으로 보내질 때 하이데거가 자신의 고국 독일에서 잠 못 이루는 밤에 시달렸다는 증거는 없다. 히틀러 정권 아래에서 하이데거의 가족은 호의호식했고 그 자신은 많은 영광과 화려한 경력을 누렸다. 여러 가지 면에서 그의 직업적 경험은 크리크와 보임러, 로젠베르크, 슈미트의 직업적 경험에 견줄 만했고 그 점에선 히틀러 치하에서 활동한 수많은 철학자들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헌신적인 나치당원이든 기회주의자이든 평범한 철학자이든 탁월한 철학자이든 그들은 모두 부역의 과실을 따먹었다. (189쪽)

 

 

 

3.

한 사람의 허세와 가식, 자아도취와 분노조절장애 및 열등감의 결과물 치고는 너무나 많은 희생이 있었다. 전범국가로서 일본의 태도에 비해 독일의 태도는 성숙했다고 믿어왔던 것이 그들도 그저 눈가리고 아웅 밖에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도대체 악행은 저지르는 것에 비해 처벌은 얼마나 미약한지 새삼 확인하여 씁쓸하다. 얼마 전에 본 기사에 수십 억대 사기를 쳐도 고작 1년 정도의 징역을 사는 것이 우리의 법이라고 한다. 그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댓글로 화를 내기도 했지만 그보단 자조 섞인 농을 던지는 글도 많았다.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히틀러의 지식 홍보단으로 활동했던 많은 철학자들이 그대로 교수직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태연히 삶을 누렸다는 사실은 실망을 넘어 허탈했다. 히틀러의 세계가 끝이 났다면 그들에 대한 신뢰도 무너져야 마당하거늘 어찌하여 그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지속할 수 있었단 말인가.

 

한 영역에서 한 사상의 권위자로서 굳건히 여전히 위세를 누리는 하이데거와 슈미트 등의 학자들을 믿을 수는 없다. 그들의 이론을 들먹거리며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 이들도 믿을 수 없다.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감정적인 결론이 아니라 본질적인 결론이다. 철학이 윤리학에서 시작되었다는 본질적인 이유에서 뿐만 아니라 극악한 학자의 학문은 그것이 철학이든 건축학이든 사람을 향하고 있지 않기에 믿을 수가 없다. 최소한 이 책을 읽는 나는 이 책에 거론된 '히틀러의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무너져야 한다. (칸트나 니체가 반유대교적 이론을 펼쳤고 그들의 사상을 히틀러가 추종하고 나치주의에 깊게 적용했다손 치더라도 그들에 대한 판단은 잠정 보류할 것이다. 이 책에서도 말했듯이 아마 히틀러는 그들의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해석한 것을 동시대의 철학자들이 용인했다는 것이 더 문제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 히틀러의 총질은 나치가 패망하면서 멈추었지만 그 때 호사를 누리던 그의 철학자들의 펜질은 여전히 큰 힘을 발휘 중이다. 유대인 철학자들은 히틀러 치하에서 출판이 금지된 이래 책이 출간되지 않는데에 반해 하이데거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자'라는 호칭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이제 그만 그 펜질을 멈추라고 말하고 싶다.

 

 

4.

이 책을 읽으며 공교롭게도 지금의 대한민국을 많이 떠올렸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문득 문득 이런 저런 사람들이나 사건들이 스쳐지나가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그 사람들이 사건들을 잊어가고 있다.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본 셰라트가 [히틀러와 철학자들]이라는 책을 썼듯이 우리에게도 용기 있는 비평가가 필요하다. 지금 시민단체나 학생단체에서 서명 운동을 하고 용기 있는 미디어에서 사실 규명을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고맙다. 그들이 소수라는 점이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그들의 용기는 다수의 비겁함에 비할 수 없이 값지다. 이 책도 그러하다. 모르면 모르는 채 덮어둘 뻔 했던 이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해 주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하게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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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하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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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철학 사상을 읽는 것을 훨씬 더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그것에 큰 흥미를 느끼지만 아무리 이해하려 하여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것들의 의미에 대해선 최근 회의를 느끼고 있다. 국내 철학자 중에서 누군가가 방대한 철학 사상을 맛있게 버무려서 먹기 좋게 요리를 해 주면 좋겠다는 갈증이 있었지만 인문학의 대유행으로 철학서를 빙자한 자기 계발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좋은 책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았다. 때로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고병권의 [철학자와 하녀] 서문을 읽으며 기대감을 품었던 것은 일전에 한병철 철학자의 강연이나 탁석산 교수의 강연을 들었을 때 강조하던 어떤 불편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앞서 철학서를 가장한 자기 계발서에는 온통 사탕발림과 희망적인 이야기 뿐이라 읽고 나면 영양은 없고 살만 찐 느낌인데 어느 정도 불편함을 인식하는 철학서를 읽고 나면 살은 찌지 않고 영양을 흡수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은 후자에 해당한다.

 

오랜만에 책을 다 읽고 밑줄 친 부분들을 옮겨적어보았다. 그중 처음 옮겨적은 것이 철학의 역할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이 부분이 철학하는 이로서 저자의 마음가짐이랄 수도 있어 이 책을 이해하는 데에 이정표가 되었다. 물론 이는 내가 동의하고 공감하는 부분이기에 그러하다. 저자가 말하는 철학의 역할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이 책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철학한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은 곧바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지름길을 믿지 않는 것이다. 철학은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삶의 정신적 우회이다. 삶을 다시 씹어보는 것, 말 그대로 반추하는 것이다. 지름길이 아니라 에움길로 걷는 것,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펴보는 것, 맹목이 아니라 통찰, 그것이 철학이다. 철학은 한마디로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다. (29-30쪽)

 

불안하면 사람은 그른 선택과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제대로 보고 옳게 행동하게 하는 것, 그것이 철학이라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무척 당연한 말인데 요즘의 철학서들은 자기 최면이나 합리화, 자기 긍정이 답인양 제시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읽지 않는 편이 나아 보인다. 서문에서 말한 철학이 '박식함'에 있지 않고, '일깨움'에 있다는 말도 일맥상통해 보이는데 철학 사상들을 외고 그것을 입밖에 과시하는 것은 결코 철학적이지 않다. 철학은 커피처럼 일상의 각성을 요구한다.

 

책은 읽기에 어렵지 않다. 박식함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책의 제목처럼 철학자도 하녀도 모두 이해가 가능한 언어들이고 논리이다. 대중적이되 본질적이다. 낮은 곳에서 살피고 소외되고 어두운 곳을 바라보게 한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눈 감지 말고 눈 뜨고 보라고, 그리고 그것을 우리 사회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동의를 구한다. 철학은 질문을 던지는 학문으로 알고 있다. 다소 저자의 생각이 강하게 들어가 있지만 그 생각이 나를 각성시키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저자는 거짓을 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듯 보였다. 아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아는 것만을 이야기하기 위해 부딪쳐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철학자들의 생각과 다양한 책과 영화에서 얻은 간접 경험 그리고 자신의 직접 경험을 잘 요리하여 내 무릎 위에 올려주었다. 산지 직송 특산물처럼 고마운 요리이다.

 

좀더 삶에 밀착된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철학'이 맞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마치 그것은 그저 '발언'의 형태라고 그들은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 이전에도 철학적인 삶의 태도에 관한 좋은 책을 읽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기왕 삶에 다가가기 위해서라면 이렇게 조목조목 깊이 들어가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살아남은 아이]라는 이야기가 베스트 셀러였고, 화제가 되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형제 복지원'의 구체적인 현실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홈에버 파업도 노사관계의 문제가 있었다는 정도로만 알았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차례를 받았다는 것에 뜨악했다. 제시된 많은 사건들이 모두 그러하다. 나는 무엇을 알고는 있었던 것일까? 철학은 박식함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니 이 많은 이야기들을 그저 알고 있다면 그것은 시사 자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 모든 문제들을 우리 모두의 현실 사회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왜 아니겠는가? 그저 모르는 척 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많은 책들은 아는 '척'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한동안 멍했다. 생각을 정리하지 못해서 이렇게 긴 글을 남기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는 새 책에게서 많은 질문을 받은 모양이다. 답이 길어진다.

 

개인으로서 모두는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그것이 해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을 품은 채 삶의 어떤 부분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개인으로서 자신의 아픔도 많은 순간 외면하고 마치 남의 삶인 듯 그렇게 살아간다. 결코 해결하거나 부딪히려 하지 않고 그저 없는 '척' 한다. 그러다 촉매를 만나면 개인은 회복할 수 없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위험하다. 사회도 그렇지 않을까? 개인이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고 마주하고 고민해야 한다. 용기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사회가 되려면 좋은 사회의 극단에 있는 사회의 모습을 인정하고 마주하고 고민해야 한다. 용기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설 것이고 그것이 해결이 된다면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 자, '감히' 용기를 내어보자. 아닌 척 하는 이에겐 인정이나 마주보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당신의 용기가 발휘될 그 시점에 서서 '감히' 알고자 하여 보자.

 

그가 떠올린 계몽된 사람이란 박식한 사람이 아니라 용감한 사람이었다. '감히' 따져 묻고 '감히' 알려고 하는 의지와 용기를 가진 사람 말이다.

(80쪽 - 여기서 그는 칸트를 일컫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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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의 신간들을 쭉 찾아보다보니 유난히 내 취향인 책들이 많다. 이전엔 꼭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읽어보고 싶은 신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면 지난달의 신간엔 내가 한번쯤은 만나봤을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책들이 출간되어 유난히 반갑다.

 

<민음한국사 17세기 대동의 길>이 출간되었다. 올 초에 시작된 민음한국사 조선편의 세번째 책으로 이미 15세기와 16세기의 책을 읽었기에 이 책을 읽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민음 한국사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편집과 알찬 사진 자료들이다. 책을 쓴 사람도 만든 사람들도 이 기획에 대한 애정이 높아 책이 잘 만들어진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논어>에 대한 관심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이 문제 상황에 있을 때 그 구절을 읽고 한번씩 써보게 하는 용도였는데 쓰기 전에 내가 몇 줄 씩 써주다보니 자연히 내가 그 글들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후 <논어>에 대한 책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가졌는데 마침 지난달 <한글 논어>가 출간되었다. 본격 <논어> 이전에 공자의 삶에 대한 내용도 있다고 하니 좀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조선의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려나, 대체로 기생인 황진이나 매창을 떠올리지 않을까? 하지만 소설 속의 춘향이를 빼놓으면 서운하지 않겠는가? <옛 여인에 빠지다>는 아름다움으로 많은 이들을 현혹시킨 한국 고전 소설 속의 여주인공을 다룬 책으로 이런 기획 자체가 무척 신선하다. 더구나 문장 좋기로 소문난 책들을 출판하기로 유명한 마음산책의 책이 아니던가! 그녀들의 삶, 지금 우리들의 삶과 얼마나 멀어져 있을까? 개미 한 마리 정도의 거리는 되려나?

 

 

 

 

 

 

 

 

 

 

 

 

 

 

<묵자>. 사실 묵자하면 유덕화의 얼굴만 떠오르는 묵자 무식쟁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하다. 공자와 맹자의 사이에서 그는 무엇을 말하였을까? 이참에 야무지게 제대로 알아보고픈 마음이 생긴다.

지그문트 바우만을 언제쯤이면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몇 달 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있다. 권수로 따지자면 세 권을 읽었건만 그저 그의 생각을 아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그의 생각을 알고 싶다.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는 인터뷰집이라고 하니 그래도 좀더 쉽게 더 많은 걸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이상하게 야심한 밤에 내 취향인 신간들을 소개하고 나니 침이 고인다. 허기진다. 채워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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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7-0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 바우만을 세 권이나 읽으셨다구요? 완전 멋지십니다~~
저는 한 권도 안 읽어봐서..... @@
<17세기> 표지가 완전 눈길을 끄는데요. 저도 15세기는 간단히 ㅋㅎ 훑어봤습니다.

그렇게혜윰님 취향과 제 취향이 언뜻 비슷한데요. 바우만 빼고요^^

그렇게혜윰 2014-07-05 09:19   좋아요 0 | URL
읽다가 이제는 접어야 하는갑다 하면서도 [부수적 피해]를 사두던 참에 새 책도 나왔네요^^

우리가 취향이 비슷하다는 것을 저도 느끼고 있었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