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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적 글쓰기 - 당신을 치료하는 글쓰기
제임스 W. 페니베이커.존 F. 에반스 지음, 이봉희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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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이 책을 골라낸 것은 이 책이 '글쓰기 책'이라서 가 아니라 '치료'하는 글쓰기 책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때 나는 몹시 힘들었다. 이 책을 따라 글을 쓰다보면 이 힘든 마음이 사라질까 싶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은 6주간의 과정을 다루는데 대출 기한은 2주, 살짝 망설였지만 읽다가 좋으면 사서 진행하기로 마음 먹고 책을 빌렸다.

 

서문에 공감을 많이 했고 그래서 나도 책의 1부와 2부를 읽으며 이 과정의 효과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나 역시 표현적 글쓰기를 시도해보았다. 생각보다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의 경우 오전 8시 10분경에 썼는데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꽤나 글쓰기를 3일 정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참여자 후기를 읽으며 왜 그런지 깨닫게 되었는데 한 참여자가 '나는 이곳에서 나에게 친절할 수 있었다.(171-172쪽)'라는 문장에서 말이다. 아, 그렇구나! 내가 나를 너무 피곤하게만 대했었는데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의 마음에 최대한의 친절을 보이며 글을 썼구나!

 

그리고 넷째 날 역시 참여자 중 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도 무척 흥미로운 경험을 했따. 3일 속에 배설과 같은 속내를 뽑아내다 보면 자연 주변 사람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을 글로 쓰게 되는데 4일째가 되니 주변 사람을 이해하는 말 또는 그들에게 감사하는 말을 쓰게 되었다. 마치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다가 마무리는 훈훈하게 "그래도 걔가 애는 착해"이러는 것처럼 말이다.

 

 넷째 날은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내 이야기는 분노, 슬픔, 절망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넷째 날 내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글쓰기를 시작하자 변화가 일어났다. 내 삶에서 경험했던 많은 멋진 일과 모험들, 내가 만났던 멋진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173쪽)

 

이후 개인적으로 심적 안정이 이뤄져 교류적 글쓰기까지만 진행했다. 마침 얼마 전 읽은 박준 시인의 에세이를 통해 편지가 쓰고 싶어졌던 참이었다.

 

그렇게 이 책을 통독 또는 발췌독으로 읽었지만 의도에 충실하게 읽고자 했다. 저자들의 연구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고 효용성도 있다고 생각이 된다. 어찌됐든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가 주는 이로움은 분명 적지 않을 테니까. 더구나 나처럼 글로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더 편한 사람의 경우엔. 말은 소모적일 때가 많은데 글은 그렇지 않아 좋다. 그 좋은 것으로 마음을 다스리니 더 좋았고. 때때로 나에게 글로써 친절을 베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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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 시인선 101
문태준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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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의 시를 오래 전에 필사한 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는데 나와 일면식이 없던 이가 댓글에 시인의 시를 폄하하는 댓글을 단 적이 있다. 그의 말이 너무 단호하여 시인도 아닌 내가 불쾌해졌었다. 개인적으로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시가 많은 그의 시의 주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크게 팬이 아닌데도 말이다. 시집의 제목에서처럼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다고, 내가 좋다고 옮겨 적은 시에 비난의 글을 달았는지 지금도 불쾌하다.

 

문학동네시인선 101번째의 시집도 역시나 제목이 기가 막힌다. <호수>라는 시의 구절인데 시 전체도 무척 맘에 들어 옮겨적어 보았다.

 

며칠 전 옮겨 적은 <꽃의 비밀>이라는 시와 더불어 이 시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 3편에 들어간다. 마지막 한편은 솔직히 길어서 옮겨적진 않았는데 마음을 평화롭게 한 후에 한 번 옮겨적고 싶어지는 시이다.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지라 좋아하는 주제가 아니고 더구나 내 외할머니와는 큰 교류가 없어 개인적으로 겹치는 경험이 없는데도 이 시를 읽고 있자면 내게도 이런 외할머니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 이런 외할머니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외할머니는 가슴속에서 맑고 푸르게 차오른 천수를 떠내셨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등지고 곡식을 까부르듯이 키로 곡식을 까부르듯이 시를 외셨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외할머니의 밭에 자라 오르던 보리순 같은 노래였습니다.

  나는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가 울렁출렁하며 마당을 지나 삽작을 나서 뒷산으로 앞개울로 골목으로 하늘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중략)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를 몰래 들은 어머니와 누나와 석류꽃과 뻐꾸기와 햇빛과 내가 외할머니의 치마에 그만 함께 폭 싸였습니다.

-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의 일부

 

 

문태준의 이번 시집을 읽자면 그의 시가 어떨 땐 맹숭맹숭하고 어떨 땐 마음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건 그의 시가 달라서가 아니라 그 시를 읽는 내 마음이 호수여야 한다는 것을 어느 순간 느끼게 되었다. 그의 시는 절정이 없는 시처럼 느껴지지만 가만가만 시를 내 마음에 띄우고 구절이 내 마음의 잔물결을 일으키는 것을 가만가만 느껴야 다가오는 시들이었다.

 

물론 그게 모든 시에 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와 나는 다른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의 시가 아무래도 절정이 없는 시들로 느껴져 일면 지루하고 아무 느낌이 없는 시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가 어떻게 시를 쓰는 사람인지는 더 잘 알게되는 시집이었다. 그의 서정은 출렁이지 않고 요란하지 않다. 그래서 어쩌면 문득문득 생각이 날 것 같은 시들이었다. 나이가 드니 요란함이 피곤함으로 연결되곤 한다. 아, 하나 더 말하자면 그와 내가 큰 나이차가 안나는데 시인이 너무 나이든 사람같다는 것도 좀 아쉬웠다. 어떤 시들은 그랬더란 말이다.

 

오랜만에 시집을 읽고 고운 종이에 시를 옮겨 쓰는 시간이, 그저 나는 마냥 좋았다. 내가 시를 좋아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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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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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소문만큼 좋지는 않았다. 때로는 명성이 평가를 갉아먹기도 하겠다. 이 책을 무척이나 머릿속과 마음속이 복잡한 요즘에 읽었다. 제목만으로도 내 머릿속과 마음속을 달래기에 충분하였기에 '소문만큼'이라는 것은 딴지에 지날지도 모르겠다.

 

모든 글이 다 좋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는 결이 얇고 다정했다.

그 결의 두께와 개수가 내 마음을 달랬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내가 울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래의 글은 이 책에서 내 마음과 가장 같았던 글이다. 이 글 외에도 좋은 글들이 많았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는 어찌 보면 좀 오글거리는 문장이다. 사람의 눈빛을 제철처럼 반가워할 수 있다면 좋겠다. 부러운 마음에 기억에 남았나 보다.

 

그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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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말 2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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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말1]리뷰는 http://blog.aladin.co.kr/tiel93/9970801

 

[마스터스 오브 로마]시리즈에서 카이사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어쩌면 이 시리즈 자체는 카이사르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리하여 마리우스와 술라를 거쳐 카이사르라는 꽃을 피우고 그 꽃이 얼마나 완벽한지에 대하여 말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시리즈를 읽는 내내 느끼게 된다.  그 완벽한 꽃이 졌다.

 

어떻게 카이사르는, 귀족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그는 태생에 제약받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어 무한한 곳까지 볼 수 있는 걸까? 카이사르에게는 계급이 없다. 그는 내가 알거나 문헌에서 본 사람들 중에서 엄청나게 큰 그림을 보면서 가장 작은 디테일까지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33쪽)

 

피어나는 꽃, 옥타비우스의 생각을 빌려 말했듯이 작가는 소설 내내 카이사르의 완벽함에 대하여 쉬지않고 말한다. 그러하기에 때로는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삐딱한 시선으로 읽곤 했지만 그래도 카이사르의 비범함 만큼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전 권에서 카토조차 인정했던 카이사르의 비범함을 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아! 키케로 정도는 가능하겠다. 그러했던 위인이 죽었다.

 

 "오, 가이우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걸까! 이제 우리는 어찌한단 말인가? 이 세상이 자네 없이 어찌 돌아간단 말인가? 차라리 우리의 신들을 잃는 편이 쉬웠을 텐데" (330쪽)

 

애도의 마음이 비단 루키우스 카이사르 뿐일까? 그를 완벽하게 사랑하지 않았던 나조차도 그의 죽음에는 애도의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은 힘겹게 살아가다가 너무나 쉽게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카이사르가 추구하고자 했던 아직 완성되지 않은 로마의 모습이 모래성처럼 부서질 것만 같아서 그의 죽음을 읽으면서도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로마인들은 제 아무리 카이사르일지라도 재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니 소설이기에 지는 꽃은 지는 꽃으로 두고 피어나는 꽃에 더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안토니우스는 벌써 물이 건너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그것이 새로운 소식은 아닐 것이다. 피어나는 또다른 카이사르는 옥타비우스요, 그는 그런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해방자들이라 자칭한 그들이 꺾은 카이사르의 운명을, 그리고 난파된 로마의 운명을 이제 또다른 카이사르가 책임지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도대체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책의 3권은 내용이 짐작 가능하지만 이 다음 시리즈인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라니! 그래, 내 기억에도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랑 사랑을 했던 것 같은데 카이사르의 마지막 여인이었던 클레오파트라는 어떤 상황에서 안토니우스를 선택했으며, 안토니우스는 그간 클레오파트라를 모르지도 않았을텐데 풀비아를 제쳐두고 어쩌다 클레오파트라를 사랑하게 될까? 궁금증이 밀려온다. 어서 3권을 독파하고 빨리 다음 시리즈이자 마지막 시리즈인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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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의 개정을 거쳐 나온 책.
내가 읽은 것은 초판으로 아쉬움이 남는다면 제목과 시대착오적인 몇몇 사건들이었는데 도서관에서 새책이 예쁘게 나왔나보다고 읽어보려니 새옷을 입은 것이었다.
제목도 디자인도 편집도 너무 맘에 든다^^ 다시 읽어보고 싶을 정도다.

도서관에 오다가 내가 본 중 가장 낮게 핀 벚꽃을 보았는데 이런 기분 좋은 개정판을 보니 그 벚꽃 덕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말~~ 이 책을 가장 낮은 서가에서 발견했걸랑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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