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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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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답게 글맛을 보이며 써 내려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첫 번째 시리즈 작이다. 5년 전쯤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다시 읽어도 늘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 신화나 전설이 아닐까, 특히 신화의 신들의 이름과 계보는 여러 번 읽지 않고서는 며칠 지나고 나면 금세 가물가물 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어쩌면 신화 속에 나오는 망각의 샘은 인간의 머릿 속 리바디아에 살고 있는 건 아닐런지, 인간의 머릿 속이 하나의 올림푸스 천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12가지 열쇠가 무엇이냐고 읽고 난 사람들은 질문할 지도 모른다. 분명 12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1권에서는 작가가 말하는 열쇠가 다 들어있을테지만 그것을 파악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므로, 이어 말하는 열쇠들은 다분히 개인적 견해임을 알아두시길.

 1. 신발

  신발에 관한 이야기는 흔하게 신데렐라에서부터 콩쥐팥쥐 그리고 테세우스까지 우리는 많은 이야기 속에서 들어온다. 역사라는 이름을 족적이라 부를 수 있다면, 잃어버린 한 짝의 신발을 찾는 과정을 우리는 역사(뿌리)를 찾는 과정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이야기는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에서 시작되므로.

 2. 혼돈과 질서

 난세영웅이라고 했던가. 무질서한 세계에는 그를 정리할 1인이 필요한 법이다. 최초의 신들의 세계에서는 그 역할이 제우스의 몫이고 그로 인해 올림푸스 12신이 정비된다. 혼돈을 정리하며 나선 영웅신 제우스, 그가 만든 세계에서 펼쳐지는 또다른 혼돈과 질서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신화일지니.

3.  사랑

 못말리는 바람둥이 제우스는 감히 결혼의 신인 헤라 여신을 두고도 신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채운다. 올림푸스의 대신이 그러할진대 세상사 사랑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할 자 누구란 말인가. 비록 그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입고 손가락질 당한 들 신들의 세상에서는 크게 개념치 않을 일일 터. 신화 속에서도 헤파이스토스를 두고 아레스나 헤르메스와 정을 통한 아프로디테의 음탕함을 지적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있겠어?'라고 생각하고, 프쉬케의 경솔함을 탓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런 열렬한 사랑을 꿈꾸고 행하라.'고 말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진심으로 사랑하라, 그러면 다 된다 그게 무엇이든.

4. 태양

이 책에서는 아폴론 이전의 태양신이었던 헬리오스와 파에톤 부자의 이야기만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본질적으로는 태양마차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루의 절반을 태양마차를 모는 것은 태양신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임을, 그리하여 인간은 비록 그가 태양신의 아들일지라도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태양(신)에 대한 경외감을 품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5. 나무

태양과 마찬가지로 나무 역시 자연의 이름으로써 더욱이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과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가 보살피는 나무에 대한 경외감 역시 신화를 푸는 열쇠가 되고 있다. 그리스인들의 승리의 전유물로 '월계관'을 씌우는 것이 큰 상징이듯. 하지만 태양과 다른 점은 나무는 사랑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것. 

6. 저승

신화의 세계는 하늘의 세계 뿐만 아니라 바다와 땅과 그 아래의 세계를 포함한다. 따라서 저승의 신인 '하데스'와 그를 만나러 가는 세 개의 강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책에서는 페르세포네를 아내로 맞이한 하데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오르페우스와 헤라클래스의 이야기를 첨가하여 저승의 영역을 중요시 다루며 당시 그리스인들의 세계관이 생각보다 입체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7. 노래(유흥, 희로애락)

자연계와 인간계를 굳이 나누자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어느 세계의 인물들일까. 이들 자연계에 속한 자연물이기도 하고 인간의 품성을 가진 자들이기도 하다. 이는 인간이 그들이 만들어낸 창조물이기도 하겠지만 신화를 읽다보면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인간과 자연의 융화에 대한 어떤 의도된 목적의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희로애락을 느낌에 있어 노래란 빠질 수 없는 것. 오르페우스란 신의 이름이기에 앞서 노래나 사랑의 또다른 이름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가수도 자연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는 법.

8. 바다

바다의 신이 포세이돈이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어느 한 곳 빠짐없이 12신을 골고루 배치한 꼼꼼함이란. 바다라는 것은 가만히 두면 별 탈이 없으나 노하게 하면 안된다는 사실, 바다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미약한 존재라는 사실 역시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신들을 노하게 하면 파멸할 것이요, 그들을 언제나 존경하고 두려워해야 함을 바다를 통해 경고한다.

9. 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의 조각상에는 뱀들이 함께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뱀이라는 존재는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법인지라 그들을 대할 때 인간은 조심스럽게 마련이다. 하지만 신들의 경우 그들을 통해 마법같은 일을 벌이기도 한다. 그것은 뱀이라고 해서 죽이지 않고 다른 생물과 같이 대하는 그들의 태도 덕분일 것이다.

10. 술

노래와 마찬가지로 술은 누군가를 홀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디오니소스가 주신으로서 인간들에게 경계하는 것은 술을 먹고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먹고 취하여 빠져나올 수 있다면 마시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죽음의 귀로에서 제우스의 허벅다리에서 생을 다시 얻은 디오니소스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11. 뿔

뿔이라는 것은 일종의 저장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먹을 것과 필요한 것, 식물과 동물의 번식에 관한 풍요의 상징물. 그리고 그것은 모두 신(자연)들의 몫.

 12. 기억

누구나 잊기에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이것은 신들이 애시당초 그렇게 인간을 만들어 놓았기에 가능 한 것이기도 하다. 저승에 도달하기 전 이승을 잊는 것은 망각의 강과 망각의 걸상이 하는 일이 듯 세상 모든 일은 잊음으로서 기쁨이 올 수 도 있지 않겠는가. 기억하는 것은 므네모쉬네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저 잊어가보자.

재밌게 읽었지만 아직도 신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하여 작자의 의도를 알지 못한 까닭에 횡설수설이다. 그런 들 어떠랴, 내일이면 잊으리. 
 

* 참고 : 올림푸스 12신

1. 제우스 : 최고의 신. 신들의 지배자
2. 헤라 : 제우스의 처, 결혼과 가정의 수호신. 신중의 여왕
3. 포세이돈 : 제우스의 형, 바다의 지배자
4. 데메테르 : 대지의 여신, 곡물과 농업기술 관장
5. 아테나 : 전쟁, 지혜와 각종 기예의 신
6. 아폴론 : 궁술과 의술, 예언, 태양의 신
7. 아르테미스 : 아폴론의 쌍둥이 여동생. 들짐승, 가축의 보호신, 달과 수렵의 여신
8. 아레스 : 전쟁의 신
9. 헤파이스토스 : 불과 대장장이의 신
10. 헤르메스 : 상업과 통신의 신이며 죽은 자를 안내하고 도둑, 거짓말의 신.
11. 하데스(하이데스) :  죽음의 나라 지배자. 저승, 땅속의 신
12. 헤스티아 : 불의 여신. /아프로디테 : 사랑과 풍요와 미의 여신 / 디오니소스 : 포도와 술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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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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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처음 표지를 보고 흠칫 놀랐다. 그 언젠가 꿈을 꾸웠던 나의 모습이 있었다. 그 땐 호퍼의 그림이 떠올라 기억에 지금껏 남아 있던 그 꿈. 이 책을 만나려고 그랬나 보다.

  한 십년 전 쯤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다. 서른이 되면 그 때의 힘든 일들이 모두 해결되어 편안해질거라고 막연히 기대했다. 서른은 마치 전지전능한 나이인 것으로 믿었던 모양이다. 순진하고 어리석게도.

  작가는 서른 살이라는 나이를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과도기로 본다. 그래서 방황도 하고, 자신을 감추기도 하고, 도망도 치는 사춘기와 비슷하게 보는 것 같다. 그 첫 번째로 꺼내는 이야기가 '쿨함'이다. 서른 즈음의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쿨함을 내세운다. 시련을 당해도 쿨하고, 살짝 서운해도 쿨하게 대처한다만 그 모습에 작가는 연민을 내세우는 건지도 모르겠다. 부정할 수 없었다. 다양한 감정을 cool로 표현하는 몸부림이 스스로도 안쓰러웠다.

  여타의 감정적인 것 외에도 이 즈음에 겪는 사회적 관계의 문제나 업무의 문제, 가족 관계, 사랑 등에 대해서도 쉽게 풀어낸다.(영화나 소설을 예로 드는데 그 예로 든 컨텐츠가 젊은 감각의 것이라 사실 작가가 젊은 줄 알았다가 혼자서 당황했다.)

  결국, 서른이라는 나이는 꿈을 꾸어야하는 나이지만 그 꿈은 현실을 떠나서는 안된다는 것, 너무 조급해하지도 너무 도망가지도 말아야 하는 나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하다.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고 그저 편안할 줄 알았던 내 나이 서른은 여전히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하지만 서른이 되어 보니 지금의 고민은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해결을 해야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러하기에 지금 난 그 때와 달리 나이 먹는 것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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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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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숨은 이야기 찾기

 

'글머리에'에 쓴 작가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서양의 그림과 달리 우리 나라의 옛그림엔 스펙타클한 '역사화'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사실. 우리에게도 신화가 있고, 영웅이 있고, 사건이 많았을진대 얼핏 떠올려도 정조대왕의 행차도를 비롯한 도화원의 그림 외에는 떠오르는 역사화가 없다. 김홍도, 신윤복, 김득신의 풍속화가 그것에 조금 해당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발달'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므로 역사화로서 우리 옛그림을 분류하고 연구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책은 역사화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한다. 제일 처음 지배자에 관한 역사화를 다루고 '산은 높고 골은 깊다'라고 제목을 붙인 장에서는 알렉산드로스, 아우구스투스, 루이 14세, 나폴레옹, 이반 뇌제, 스탈린의 사상과 생을 담은 그림들을 보여준다. 태양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루이 14세의 상징은 화가들의 그림에서였을 뿐 실제 그는 타협왕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자신의 지배력을 위해 화가들을 후원하여 자신을 태양왕으로 보이게 했다는 점에서 서양의 역사화가 발달할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사관이나 화원들은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시했기 때문이다. 옳고 그르고의 여부를 떠나 루이 14세는 표면적으로 절대 왕정의 판타지를 이루었고, 나폴레옹은 정치에 그림을 더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고 이후의 서양 지배자들 역시 자신의 권력을 강화 혹은 미화하기 위하여 화가의 붓을 이용했고 화가들은 기꺼이 그것에 응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여성에 관한 역사화를 다루었다. 역사 속의 여성이라면 첫 번째로 꼽힐 클레오파트라를 비롯하여 퐁파두르 부인, 오달리스크, 매춘 여성까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녀들을 그린 그림을 볼 때 외면적 아름다움이나 관능미, 교태 등을 중심으로 감상한 후 지나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작가의 설명을 겸해 듣다 보면 당시의 여성으로서 각자의 지위에서 충실히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살아야했던 모습이 다가오게 된다. 마지막까지 사명감을 잊지 않음을 보여주는 '클레오파트라의 죽음'과 어떻게든 자신을 팔아야했던 여인을 그린 '노예시장' 처럼 말이다. 작가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시대의 자식인 그림은 이렇게 그 시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203쪽)'

 

세 번째 장은 전쟁화이다. 장의 이름처럼 '역사는 피를 먹고 자란다.'. 우리 나라도 전쟁이라면 빠지지 않는 나라인데 그런 기록화들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오래 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본 몇 점 안되는 그림들이 아주 어렴풋이 떠오르곤 하지만 무슨 전쟁인지, 누가 그렸는지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서양의 전쟁화는 화가들의 철학이 묻어나는 그림들이 많았다. 풍속화가로 알려진 피터르 브뤼헐(피터 브뤼겔)의 '죽음의 승리'를 보면,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오직 죽음 뿐임을 우리는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때로는 강력하게 때로는 냉철하게 전쟁과 혁명을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전쟁을 그린 역사화에서 많이 느껴졌다. 사는 게 다 뭐란 말인가, 이렇게 한 번 휩쓸고 가버리면 아등바등한 행동들이 모두 의미없어지는 것을 말이다.

 

마지막 장은 '정신의 역사, 역사의 정신'이라는 내용으로 역사화의 주제가 된 인물들의 카리스마와 유럽의 종교와 철학,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네이처리즘을 다룬다. 그 가운데 당대 역사화가로서 이름을 높인 다비드의 그림만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라의 죽음'과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그린 다비드는 격동의 시대를 산 만큼 그가 그린 그림도 역사화의 범주 안에서도 다양하다. 신들의 모습부터 당시 가장 핫이슈가 된 내용까지. 개인적으로는 그의 그림 중에 새로 알게 된 '사비니의 여인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로마인과 사비니인들과의 전투에서 로마로 잡혀간 사비니 여인들이 중재하는 모습, 그 둘의 피가 섞인 아기들을 데리고 중재하는 모습은 울컥할 정도로 마음이 아파왔다.

 

그림은 그런가 보다. 역사란 그런가보다. 그린 사람도 보는 사람도, 살아간 사람도 지나간 사람도 모두 울컥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개인적으로 서양의 역사화에 대해 깊은 호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들의 역사였고, 그들만 아는 사람들이었고, 그들만 아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그들의 역사를 나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그들만 알던 사람을 나도 알고 있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그림의 힘이다. 글의 힘이기도 하다. 찬찬히 숨은 이야기를 찾아보고 싶어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을 읽다가 글에서 설명하는 그림이 글 옆면이 아니라 뒷면에 나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 몰입이 조금 번거로웠다. 이 책의 한국판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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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 영광과 좌절의 오백년
이상각 지음 / 들녘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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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된 조선왕조실록을 찾고 있다가 우연히 덕수궁북페스티벌에서 들녘 출판사 부스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출판사에서는 고려사도 한 권으로 되어 있는 등 우리 나라의 역사서를 한 권으로 묶는 작업을 꾸준히 한 모양이다.

읽고 난 소감은 무척 만족이다. 사실 27대 왕의 삶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것은 이 한권으로 되지 않을 일이지만 그 동안 조선의 왕에 대한 인문서, 역사서, 역사 소설 등을 통해 그리고 사극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상상력의 이야기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지 않은가. 여담이지만 사극의 영향으로 문정왕후, 정희왕후 등 전인화 씨의 얼굴이 자꾸 겹쳐서 혼자 웃기도 했다.

각 왕들의 생과 업적, 당시 주요 사건과 관련 인물들을 간략하면서도 재미있게 엮은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또한 그 내용들만 싣기에도 버거웠을텐데 작가의 생각과 그 근거가 제시되어 있어 신뢰감이 들기도 하였다.

한 때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이덕일과 정병설의 열띤 토론을 기억하는 독자로서 궁금증이 생기는데, 저자는 실제로 사도세자의 정신질환 및 반역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또한 당쟁의 여파로 희생된 것임도 부정하지 않아 또 다른 의견인지 아니면 절충의견인지 아무튼 그런 점을 보는 것도 좋았다. 그 외에도 연산군의 현군으로서의 자질과 사육신과 세조와의 관계 등 우리가 드라마 등으로는 편파적으로 과장되게 알았던 부분을 사료에 입각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당쟁이라는 막연한 그림을 이황과 이이의 동인과 서인을 비롯하여 동인 안에 남인과 북인, 북인 안에 소북과 대북, 서인 안에 노론과 소론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된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소득이라하겠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내가 읽은 책이 3쇄본임에도 여전히 문맥에 어긋나는 단어와 토씨들, 그리고 더욱 심각하게는 내용에 오해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잘못된 내용들이 몇 군데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일일이 읽으며 밑줄을 고치고 수정을 하여 가족들이 읽기 쉽게 한다고 했는데, 졸린 밤에 읽은 경우가 많아 아마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도 더러 있지 싶다. 좀더 수정을 거듭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누군가 조선사를 알고자 한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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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로 읽는 한국사 - 우거왕부터 김구까지 한국 역사를 뒤흔든 죽음들
정명섭.박지선 지음 / 청아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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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역사를 이렇게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오히려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기에 팍팍하지 않으면서도 신선한 평을 써 넣을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살로 읽는 한국사'는 우리가 그 동안 조선의 왕과 선비 등을 중심으로 다소 흥미 위주의 암살 사건들과는 다르다. 일단, 소설의 형식이라기 보다는 역사 서적의 형식을 띠고 있다. 그러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것은 앞서 말한 작가의 이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고조선부터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의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죽음으로 범위를 넓힌 점이 차별성이 있다. 역시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이 주고자 하는 것은 흥미나 호기심이 아니라 우리 나라 역사에 대한 관심과 의미찾기에 있기 때문이리라. 또한 쉬운 말로 써서 일반 독자들로 하여금 접근하기 쉽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암살 사건을 다룬 역사 관련 서적에서 많이 읽은 정조나 소현세자의 이야기가 빠진 것도 개인적으로는 반갑다. 남들 다 다루는 내용은 왠지 성의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암살 사건은 기철과 정여립, 김구 세 사람 뿐이지만 그 세세한 내용을 잘 알지 못했으므로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실상 '암살 당했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편집도 흥미롭다. 내용 전에 피살자, 암살자, 사망일, 사건 요약을 개괄식으로 간략히 쓴 다음 비교적 상세하고도 다가가기 쉬운 문체로 사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더욱이 거의 매 쪽마다 붙어있는 주석은 이해에 큰 도움이 되고 주석 역시 본문과 마찬가지로 일반 독자들도 읽기에 어려움이 없다. 

 분량은 300쪽이 넘는 반면에 인물은 고작 11명을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류의 책들은 1장에 11명을 담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데 전체 11명을 다루는 것, 그것도 한 시대가 아닌 우리 나라 역사 전반에 걸쳐서 다루었음에도 11명을 다룬다는 것은 그 내용이 얼마나 세세한 가를 알 수 있다. 혹자는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그 11명을 통해서도 충분히 우리 나라 각 시대별 역사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맥락에서 당시와 전후의 사회상을 잘 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뿐만 아니라 간혹 둘러 말하기도 하지만 현 시대를 풍자하는 글들이 보인다. 직접적이 아닌 것이 흠이 될 수도 있지만 작가의 위트라고 보기로 했다. 가령 김구에게 '바보'라는 수식어를 자주 갖다 붙여 독자가 자연스럽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던가, 

 인간의 복잡함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 바로 정치다.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권력을 잡아야만 했다. 지금은 선거철에 인사를 열심히 하고 발품을 파는 것으로 승부를 걸지만, 이 시대에는 칼과 베짱이 곧 권력으로 가는 열쇠였다. 모든 게 비정상적인 시대였으니 정권도 비정상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 (118쪽) 

독재 정권이 일사불란하게 잘 움직이는 건 사실이다. 단 자신들의 정권을 지키는 일이라는 전제조건 한해서다. (137쪽)

 

의 문장들은 당시의 정치를 비판하는 것이지만 읽으면서 우리는 지금의 정치를 그리게 되지 않는가.

사실 그간의 역사 소설이나 역사 서적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소설같은 책들에 질릴 무렵 이 책을 만난 것은 유난히 반가웠다. 이 책을 계기로 흥미가 아닌 관심을 가지고 좀 더 깊이 있는 역사책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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