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1 - 정사 비교 고증 완역판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13
나관중 지음, 모종강 정리, 송도진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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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필의 말이 각기 다른 세 종류의 병기를 들고 원소에게 나는 듯이 달려들었다. 깜짝 놀란 원소는 영혼이 육체에서 떠난 듯이 혼비백산하여 손에 들고 있던 보도를 말아래로 떨어뜨리고는 말을 젖혀 허둥지둥 달아나자 모두 죽기 살기로 그를 구원해 다리를 건너갔다.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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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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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단편 소설들만 골라 읽었던 때가 있었다. 도서관 3층 정기 간행물실에 가서 문학잡지들에 실린 단편 소설들을 읽으며 맘에 든 소설의 작가 이름을 기억하기도 하며 단편 소설만이 주는 여운에 조금은 중독되기도 했었다. 정기구독을 하던 때이다. 아이를 키우며 이상하게 단편 소설들을 덜 읽게 되었다. 연달아 보지 못해 드라마도 안 보는 처지인데 짧은 단편을 못 읽을 게 무엇이랴만은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여운을 충분히 만끽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결국엔 처지의 문제가 되었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단편 소설은 짧은 대신 곱씹는 맛이 있고 여운이 주는 느낌이 가장 큰데 그걸 못할 바에야 장편이 낫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나마 익숙한 느낌의 김영하 작가의 단편은 간간이 읽어왔다.

 

  그렇게 가장 최근에 읽은 단편 소설은 김승옥의 [무진기행]이었다. 나로선 모든 작품이 좋았다고 하기도 어려웠고 일부 작품은 몹시 안좋았고 무릎을 칠만한 작품은 한두편에 불과해 썩 좋은 느낌의 독서는 아니었다. 그리고 카버를 읽는다. 김승옥과 비슷한 연배였다.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김승옥의 어깨엔 뽕이 잔뜩 들어간 느낌이었는데 카버의 단편들은 나와 비슷한 처지가 아닌 인물들에게조차 밀착된 느낌을 받았다. 박완서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박완서의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카버는 미국의 박완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봤다.

 

 처음 읽었을 땐 아무래도 표제작인 <대성당>을 먼저 읽었는데 그때 기억엔 그다지 대단한 느낌을 못받았기에 이번엔 순서대로 읽었다. <깃털들>은 추와 미를 대치시키면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세상에 못생긴 아기라니 설정이 너무 한 거 아닌가 싶은 엄마의 마음이었지만 결론을 보면 도대체 못생긴 게 무슨 의미냐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극락조라는 공작의 등장도 그렇고 배턴을 터치하듯 전해준 깃털들도 그렇고 강렬한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 처음에 등장해 신선했다. 독서모임으로 읽은 책인데 다른 회원들 역시 이 작품이 주는 느낌을 좋아했다. 다만 역시나 번역의 문제가 있어 우리끼리 원서를 보며 재해석한 부분이 있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말이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열>이었다. 전작의 경우 편집자의 편집본에서 2/3가 잘렸다는데 (<목욕>이라는 제목이다.) 도대체 어디를 잘라낼 수 있었을까? 문학동네에선 편집 전후의 단편집을 모두 출간한 상태이니 비교하실 분들은 비교해봐도 좋을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작이 더 내 취향에 맞는 것 같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 앤이 프랭클린의 부모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장면이나 앤과 하워드의 이야기를 빵집 주인이 들어주는 장면을 통해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자신의 일상을 견디어 내듯이 우리는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고 들으며 우리의 일상을 견디어 낼 수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열>도 마찬가지 이유로 좋았다. 나에게도 웹스터 부인 같은 존재가 있었더라면 싶은 건 두번째 마음이고 우선은 칼라일이 웹스터씨 부부에게 이야기를 하고 부부는 그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장면이 더없는 평온감을 주었다. 나는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카버의 단편들을 읽으며 카버는 아이든 술이든 이혼이든 평범한 일상에 던져지는 균열들로 발생하는 삶의 굴절을 너무나 잘 표현하는 작가 같았다. 최근에 나온 황현산 평론가의 책 제목이 [잘 표현된 불행]이었던가, 딱 그 느낌이다. 그 불행들이 해결된다면 판타지겠지만 굴절된 채로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결론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라 이 맛에 카버의 소설을 읽는구나 절로 감탄하게 되었다. 어차피 세상은 내가 열심히 착하게 살아간다고 내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가는 것도 지극히 공감이 되었다. 비록 운명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내게도 힘이 있겠지 싶은 마음은 드는 것이다. 그것을 희망이라고 불러도 될까?

 

 12편의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모두 좋았다. 그런 단편집을 만나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다. 단편만 썼다는 작가의 삶을 엿보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우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로 그를 위로해 본다. 그렇게 당신은 한 고비 고비를 넘기려 애썼군요. 이제는 제 차례인가 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다른 단편집도 읽어볼 생각이다.

 

그들은 새벽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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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9-10-21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걸로 다시 읽어야겠다!!

그렇게혜윰 2019-10-21 15:28   좋아요 1 | URL
대성당은 편집본이 아니라 좋더라구요. 다만 번역 논란은 좀 있어요 ㅋㅋㅋㅋ
 
내 서재 속 고전 - 나를 견디게 해준 책들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나무연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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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 생각이 단단해지되 유연해져야 하는데도 아직도 '고전'이라는 것에 나도 모르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서경식의 고전 목록은 내가 그동안 고전 목록에서 본 이름이라곤 조지 오웰과 몽테뉴, 루쉰, 반고흐 뿐 다른 작가는 처음 알게 된 이가 절반도 넘고 책의 주제도 대체로 인간의 존엄성을 다룬 인문학 책이 더 많아 당황스러우면서도 신선했고, 나의 편협한 생각을 무너뜨려주어 고맙기도 했다.

 

  책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읽고 싶어지는 책의 목록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이 책 역시 내가 알지 못했던 낯선 책으로 나를 초대해주었다. 우선 두 번이나 소개된 에드워드 사이드의 책 중 20년동안 쓴 음악 평론을 모은 [사이드 음악 평론]은 음악 바보인 나에게 지적 허영심을 좀 채워줄 책으로 기대가 되었다. 요샌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가 평생을 공들여 쓴 책에 대한 믿음이 크게 작용한다. 조사 기간이 긴 역사 소설들이 그러한데 에드워드 사이드는 굴렌에 대한 글을 쓴 이후 음악 평론을 쓰기 시작했다니 그의 대표작이 이 책에도 소개된 [지식인의 표상]이라고 할 때 음악 전문가가 아닌 그가 했을 그 노력이 더 특별해 보인다.  그리고 떠도는 이름만 한 보따리 들어 이미 읽은 착각이 들지만 전혀 읽지 않은 프레모 레비의 책도 읽고 싶어졌다. 특히 작가가 단 한 권의 책으로 꼽은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그 외에도 다양한 책들의 존재를 알게된 것만으로도 즐거운 책이다. 다만, 미술에 관한 책이라면 서경식의 책을 읽고 싶어졌는데 에드워드 사이드가 인문학자로서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면 서경식은 그 대상이 미술일 테니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서경식 교수의 팬인 독서 모임의 회원 한 분이 이 책을 통해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인생]을 읽고 정말 좋았다고 입에 침을 튀며 추천했기 때문인데 이 책을 읽어보니 나는 그 책 보다 다른 책들의 목록에 더 놀란 터라 우리가 많이들 '책에 관한 책'을 읽지만 그 추천 도서들 중 서로 마음에 닿는 책은 서로 다르다는 점이 새삼스러웠다. 그러면서 '책에 관한 책'을 읽고 꾸려가는 독서 모임을 하나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자신만의 책을 찾아가다 보면 나만의 고전 목록이 좀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겠구나 싶어 혼자 계획서도 만들어보고 그랬다. 하지만 사람을 구할 길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함정!

 

  아무튼 이 책의 낯설고도 매력적인 고전 목록은 서경식 교수에게서 독자에게로 이미 전달이 되었고 그 목록을 취할 것인지 말 것인지도 전적으로 읽는 이의 몫이다. 기존의 목록과 다른 서경식의 목록을 보며 나만의 고전 목록을 만들어보자 하는 마음이 든 것만으로도 좋은 독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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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10-1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목록에 소개된 책들을 찾아서
읽었네요. 아이러니네요 :>

나탈리아 긴즈부르그 <가족어 사전>
니콜라이 바이코프 <위대한 왕>
가토 슈이치 <양의 노래>

인디아스 파괴는 도서관에서도 찾을
수가 없는 책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혜윰 2019-10-15 11:39   좋아요 0 | URL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만날 수 없는 책들이 여럿 있다는 게 가장 아쉬운 점이었어요. 가족어사전은 귀에 익은데 없군요.... 위대한왕도 번역된 적은 있던데 없군요.
 

사람들은 희생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과거에서 배우지 않는다. 무서운 속도로 모든 것이 천박해지고 있다. 루쉰 따위는 읽지 않으며, 설령 읽는다 해도 그 부름의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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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꾸리는 법 - 골고루 읽고 다르게 생각하기 위하여 땅콩문고
원하나 지음 / 유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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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꾸려본 독서모임은 지금껏 세 개. 그리고 참여하고 있는 독서 모임은 현재는 하나.이다. 그들을 들어 이 책에 대해 말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하나는 어느 날 들은 강연에서 윤독의 장점을 강조하신 강사님의 말에 의지를 불태워 친한 동생 하나와 만날 때 마다 서로 돌아가며 소리내어 윤독하기로 했다. 두 권을 채 못한 것 같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와 [1984]를 했는데 다른 번역본으로 했을 때의 긴장감이 내용에 더 집중하게 하는 등 장점이 많았지만 흐지부지 되었다. '단둘이 독서모임'은 분명 장점도 있었지만 친한 상대라 어찌어찌하다보면 책 이야기 보다는 신변 이야기가 더 길어지게 되었다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처음엔 누가 보거나 말거나 씩씩하게 책을 읽었지만 둘이서 소리내어 책을 읽는 행동이 남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달까? 이 책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터디룸'이나 '회의실 대여'(58쪽)를 제안해 주셨는데 '스터디룸'의 경우 효율적으로 그 시간을 잘 쓸 수 있었던 것 같고, 내 경험으론 단골 카페를 하나 섭외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같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독서 모임은 온라인 독서 모임이다. 내가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6명이 회원인 이 모임은 책 선정부터 함께 한다. 각자 원하는 책을 3권 정도 추려서 그 중에 가장 희망도가 높은 책으로 각자 맡아서 1회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모임이니 일단 앞서 말한 장소의 문제는 개인의 몫이고 문제는 발제인데 그것도 진행하는 사람의 역량에 맡기는 편이다. 책에서는 발제문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장단점이 나와있는데 우리 모임의 경우엔 모임 1주일 전쯤에 올려 '사고의 틀이 좁아져서 더 뻗어 나갈 수 있는 생각을 한계짓기도 하고 해봄 직한 대화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55쪽)'는 단점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일찍 읽는 사람은 자기만의 생각대로 읽다가 발제문을 보고 나서 생각을 정리하고, 특히 우리 모임처럼 온라인 모임의 경우 애매한 순간이 찾아올 때 발제문의 흐름대로 진행하니 무리가 없어 좋았다.

 

 이 책은 독서모임을 만드려는 사람들에게는 첫모임에서 나눌 이야기의 목록(33-34쪽)부터 모임의 진행 순서 예시(69-74쪽), 그리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들까지 사례별로 잘 나왔다. 나 역시 저자가 인상깊게 읽은 앤 후드의 [내 인생의 책]을 읽고 저런 독서모임 하나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 후로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터라 저자의 마음이 내 마음과 많이 비슷해서 독서모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좋은 가이드북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얇으니 몇 번씩 읽으며 숙지해도 되고 필요한 부분만 표시해서 도움 받아도 될 것이다. 역시 유유출판사의 책은 실용적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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