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는 유독 더 따뜻하다. 오늘은 마지막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한때는 너무 착한 추리소설 같아서 별로 안좋아했던 적이 있는데 나이가 드나 철이 드나 많이 읽고 싶어진다.

 

가가 형사의 면모가 드러나는 말들

 

"윗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아랫사람들이 생각할 필요는 없어. 우리가 할 일은 사실을 하나하나 밝히는 거야.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사실만 골라내다 보면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지." (158쪽)

 

"이렇게 어중간한 상태로 사건이 종료되면 누구도 그 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어. 어떻게든 밝혀내야 해."(191-192쪽)

 

뭐니 뭐니 해도 그의 가장 큰 무기는 기가 질릴 정도의 끈기다. (298쪽)

 

"...그건 당신이 그 아이들에게 잘못된 것을 가르쳤기 때문이야. 잘못을 저질러도 어물쩍 넘어가면 다 해결된다고 말이지. 3년 전 당신은 세 아이에게 그렇게 가르쳤어. ... "(41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영혼 Dear 그림책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올가 토카르추크 글,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은 어디에 있으며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게 한다. 초반의 글을 배경 삼아 그림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작품 선집 대한민국 스토리DNA 23
백석 지음 / 새움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석, 윤동주, 기형도 등의 시집이 나쁠 수가 있을까? 굳이 좋다 나쁘다를 따지자면 원본을 참고했는지 영인본을 참고했는지 정도이고 이북의 사투리를 살려 번역하는 정도로 따질 수 있을텐데 전자의 경우 이 책이 어떤 본을 참고했는지 나와 있지 않아 판단이 불분명하고, 사투리는 살린 곳도 있고 살리지 못한 곳도 있어(예를 들어, <비>라는 시의 '물쿤'을 '물큰'으로 현대어로 실었다.) 신뢰감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기존에 백석 시집으로 인정받은 문학동네판에 실리지 않았던 해방이후의 시들과 번역시 그리고 수필과 서간까지 실린 것은 아주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백석의 시집은 기존의 문학동네 백석시집 뿐이었는데 새움출판사의 이번 시집에는 해방 이전의 작품만 보자면 그 시집에서 몇몇 시들이 빠진 대신 해방 이후와 그 외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비교할 수 있다.  판형이 일반적이라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도 좋았고 종이가 얇아 개인적으로는 촉감도 좋았다. 수록작마다 실린 출처를 싣고 있는 점도 꽤나 신경을 쓴 것 같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라는 시를 빼놓은 것은 무척 아쉽다. 왜 뺐을까? 그 시가 있었다면 그 시도 옮겨적었을텐데 이번엔 옮겨적지 않고 두 편의 시만 옮겨적었다. 사실 더 많이 옮겨적으려고 했다. 예전에 백석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을 기억하기에 더 많이 옮겨적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요즘 시가 더 좋은 것 같다.  요즘 시인들의 요즘 시가 더 맘에 와 닿는다. 이제서야 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가 시대를 반영하는 가장 예민한 문학이라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그래도 백석, 윤동주, 기형도의 시집은 그냥 갖고 있다 한 번씩 펼쳐보고 읽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고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나무 2018-11-05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글씨가 이뿌오!
그대가 캘리그라피로 만들어준 책갈피가 생각난다는. ^^

그렇게혜윰 2018-11-05 17:41   좋아요 0 | URL
내가 그랬어요?ㅋ 캘리를 제대로 안배워서 막 쓰는데 이쁘다고 해주니 그저ㅍㅎㅎㅎㅎ
 
은유가 된 독자 -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베르토 망구엘의 신간 [서재를 떠나보내며]와 거의 비슷하게 구매한 지라 꾸준히 읽어오던 작가의 책은 왠만하면 순서를 지키며 읽자는 생각을 하는지라 그 책을 일단 두고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이 책은 [독서의 역사]와 비슷한 무게감이지만 독서에서 '독자'에 대한 부분만 더 집약적으로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아이 이름을 '은유'라고 짓고 싶었던지라 제목에 '은유'가 들어가면 일단 맘이 설렌다. 왠지 내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다 들려줄 것 같아서. 하지만 생각보다 말랑하지 않았고 다소 각을 잡고 읽어야했다. 10월 초 친구와 떠난 1박 2일의 여행 중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책읽는 공간에서 이 책을 읽을 때가 가장 잘 읽혔는데 생각해보니 그 순간 나는 여행자였고 은둔자였고 책벌레 상태였다. 이 책에서 독자를 세 가지 부류로 나눈 것이 모두 해당이 된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런 분류는 독자를 한 가지 유형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독자는 어느 때엔 여행자로, 어느 때엔 은둔자로, 다른 때엔 책벌레로 혹은 두세 가지가 다 모두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경험을 해 보니 이 세 가지 모두의 상태일 때 읽을 때 책은 진짜 내 안에 쏙 들어오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기쁨은 망구엘이 독자를 어떻게 규정했느냐를 알고 그에 맞춰 어떤 지식을 알거나 나를 어떤 규정 하에 두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망구엘이 책에 대하여, 독서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귀기울여 듣는 기쁨이다. 번역가는 이 책을 읽은 후에 [독서의 역사]를 읽도록 권하고 있지만 그 둘의 순서는 어찌하여도 좋다. 하지만 분명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땐 [독서의 역사]를 택하고, 어느 순간 몰입적으로 읽고 싶을 땐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전 손택의 말 -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수전 손택 & 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수전 손택의 첫 책으로 이 책을 참 잘 선택했다. 생생하고 깊다. 인터뷰어인 조너선 콧의 질문들과 대화를 끌어가는 힘 그리고 그것을 책으로 만드는 능력이 모두 좋았다. 물론 수전 손택의 생각과 말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완성도 있게 만든 것은 수전 손택의 생각과 말을 잘 이끌어낸 조너선 콧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다]에 도전해본 적이 있었지만 너무나 쉽게 포기했었는데 그 책이 아니라 다른 책으로 수전 손택의 말이 아닌 글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 싶다.  이 두사람의 대화는 현재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속에 담긴 수전 손택의 생각도 현재의 생각 혹은 미래의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옮긴 문장>

 

그 책([은유로서의 질병])을 썼던 건 내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쓴다는 건 크나큰 기쁨이지요. (31쪽)

 

엄청난 양을 읽었는데, 상당 부분을 무념무상으로 읽었죠. 전 사람들이 TV를 보듯이 책 읽기를 즐겨요. 읽다가 잠들기도 하고요. 우울할 때 책을 한 권 집어 들면 기분이 좋아져요. (63쪽)

 

그래요.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세상이 못 견디겠으면 책을 들고 쪼그려 눕죠. 그건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66쪽)

 

내 작품의 요점은 '나'를 표현하지 않는 거예요. 나 자신을 '빌려줄' 수는 있지요. (164쪽)

 

자기 공간은 스스로 창조해야만 해요. 침묵과 책들로 가득한 공간 말이에요.(187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나무 2018-10-30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출간되었을때 출판사에서 수전 손택의 다큐영화를 함께 보는 시간도 만들어줬었어..
다큐로 만난 수전 손택은 뭐랄까.. 인간적이라서 한층 더 빠져들었던 기억이...^^
이 책을 시작으로 손택의 책들 하나씩 만나보시길.... 그런데 소설은 좀 아닌듯..^^;;

그렇게혜윰 2018-10-30 17:34   좋아요 0 | URL
지금 타인의 고통을 읽고 있는데 졸린 것 빼곤 괜찮은데 그럼 대체 뭐가 괜찮다는건지 말해놓고 어이없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