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오른쪽 귀가 막 간지러웠다. 남편이 보더니 벌레 물린 것 같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게 14일이었다. 15일은 계속 오른쪽 귀가 너무 간지러워 긁게 되는 일 말고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16일엔 일을 안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간지러운 부위가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오른쪽 귀가 더 커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다음날은 일하는 날인데 이비인후과 수술이 있어서 이비인후과 의사인 K의사가 와서 수술을 했고 그 의사샘의 첫 환자가 내 환자라서 내 귀에 대한 얘기를 했다. 내 귀를 보시더니 피부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다음 날인 18일도 일하는 날이었는데 수술이 겨우 6건이라고 쉬고 싶은 사람은 쉬라고 해서 내가 쉰다고 하고 의사 사무실에 갔었다. 내 설명을 들은 PA는 아무래도 알러지 문제 때문인 것 같다면서 자기가 염색했을 때 얘기까지 하면서 증상도 너무 비슷하다고 해서 Epi주사를 맞고 알러지 약도 먹으라고 했다. 나는 이제 모든 문제는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음 날 내 귀는 여전히 가려운데 이제는 왼쪽 귀까지 가렵고, 건조해졌고, 이마나 목 주변도 가렵기 시작했다.
그래도 알러지 약을 일주일 동안 먹으라고 했으니까 계속 먹고 있는데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제는 목덜미도 간지럽다. 너무 간지러워서 잠을 자다가 너무 많이 깬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알러지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지 알았는데,, 그리고 머리숱도 없고, 얼굴이 안 이뻐도 피부 하나는 타고났다면서 은근 피부 미인은 아니라도 피부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 나는 이제 피부마저,,, 이런 생각이 드니까 더 우울해졌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양한 키워드를 입력해서 검색을 하니까 역시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일단 오늘은 토요일이고 내일은 일요일이라 의사 사무실이 다 문을 닫으니까 월요일에 가봐야지 하는데 월요일은 일하는 날이기도 하고 미리 약속을 잡지 않았으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적거렸는데 엔 군이 Urgent Center에 갔다며 연락을 했다. 코비드 확진을 받았다고. 아 놔~~.ㅠㅠ
엔 군의 침대는 남편의 형이 사용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 엔 군은 해든이 침대에서 생활하고 방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되었다. 또한 나는 심한 알러지 반응으로 신경이 너무 예민해져있고 너무 간지럽기도 하지만 괜히 큰 병은 아닐까? 머 그런 생각이 들어서 더 불안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나도 Urgent Center에 갔다. 이번엔 PA가 아닌 의사를 만났다. 이 의사는 정말 너무 상냥한 의사였다. 내 얘기를 귀담아듣는 것도 그렇지만 장갑도 안 끼고서 두드러기가 심한 내 얼굴, 머릿속, 목뒤 등을 만져보고 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어쨌든 의사가 생각하기에 역시 알러지 반응인 것 같은데 스트레스가 알러지를 더 촉발시킨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니까 신경이 예민해지고 집안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 스트레스가 몸으로 표현을 하고 있는 거였다. 갑자기 내가 참 불쌍하게 느껴졌다.
스트레스 엄청 많은데 스트레스 많다고 말도 못 하고 (나만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온 식구가 스트레스를 대빵 받고 있으니까.) 그러니 몸이 알아서 표현을 해준 것 같다. 어쨌든 그래서 오늘 스테로이드 약을 처방받고, 바르는 약도 6통이나 받고 (1통도 아니고 6통의 연고를 받아서 깜놀. 온 몸에 다 바르라는 건가요??ㅎㅎㅎ)
사람이 간사한 것인지, 이렇게 의사가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겠냐며 당신이 그런 일을 겪게 된 것이 미안하다고 하는 말을 듣는 순간, 약을 안 먹어도 나아질 것 같았는데 그 뒤에 의사가 하는 말을 듣고 빵 터졌다.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니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서 잠자기 전에 들어가란다. 집에 있지 말래.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이 의사 명의 아닌가? 남편에게 말했더니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란다. 어쨌든 스테로이드 약으로 인한 것인지 연고로 인한 것인지 모르지만 오늘 아침 urgent center 갈 때보다 훨 낫다. 더구나 의사가 3일 동안 일 가지 말라는 편지도 써줬는데 내일 내가 온 콜이라서 아무래도 가야 할 거 같다.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
오늘 아침 9시에 Urgent Center가 열리기 때문에 나는 8시 57분쯤 도착했는데 omg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 안에 들어가서 방을 안내받았는데도 또 넘 오래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를 읽었는데 손가락이 곱을 정도로 추웠다. 아무리 환자를 보고 바로 돌려보내는 곳이라고 해도 그렇게 넘 춥잖아.ㅠㅠ
역시 기자였고 작가라서 그런가? 쉬운 단어로 쉽게 쓰고 있지만 핵심을 잘 짚어가며 자기의 상태와 있었던 일을 풀어 놓는다. 그녀의 글쓰기가 부담 없고 솔직하게 느껴지면서 더구나 피아노에 대한 생각이 비슷해서 더 공감을 하며 읽었다.
"나 있지, 최근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어. 초등학교 때 배운 뒤로 처음이야!"하고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떠들었다. 그러면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겠다!!"라고 반응한다. 특히 나와 같은 세대의 여성은 90% 이상이 그런 반응을 보였다. 그렇구나...모두 피아노를 치고 싶은 마음이 있구나."
-전자책 모바일 앱 설정 p.95
70%도 아니고 거의 90%가 그런 반응이라니!! 하고 싶은데 여건 상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가는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퇴직하고 싶었을 때 퇴직을 하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데 피아노를 배우고. 인생 뭐 별거 있나?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지. 어쨌든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피아노나 다른 악기를 배우고 싶으면 어디든 학원이니까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부러웠다. 물론 이 작가처럼 피아니스트에게 레슨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나라면 학원을 선택할 것 같다. 일본의 사정은 한국보다 미국에 가까워서 그럴까?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알 수 없지.
요즘 남편의 형이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다. 특히 시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살찐다고 잔소리를 하면 형(앞으로 1년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이 그런다. "I don't care."라고. 그 말을 들으면 형이 너무 얄밉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고... 그런데 형처럼 어차피 오래 살 수 없다면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죽음을 맞는 것이 맞는 거 아닌가? 그런 면으로 나는 형을 응원한다.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는 만큼 다 먹고 죽어라. 다른 사람이 무슨 상관이냐.
하지만, 내가 봤을 때 형은 음식중독이면서 그것으로 자기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 내가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서 귀부터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한 것처럼. 어쨌든 내일 일을 안 가도 되고 가도 되는 날인데 어떻게 할까?
이번 알러지 소동으로 느낀 점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장담은 어리석다는 다른 말이라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