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류화선 님께서 보내주신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거북이가 2000원>의 추천글입니다.


초등학교 때 교문 앞에서 산 병아리에 대한 씁쓸한 추억, 특별한 날이면 강아지를 사달라고 조른 경험이 누구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하지만 동물이 살아있으며 아픔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반려동물을 '움직이는 장난감' 정도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미숙한 아이들은 동물을 자기 입장에서 사랑해준다. 사랑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거북이가 2000원>은 이런 아이에게 극약처방을 내린다. 아키라는 여동생 에이코의 돈 2000원을 빌려 거북이를 산다. 아키라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거북이들은 마루 밑으로 도망가 버린다. 거북이들은 아키라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떤다.


거북이들에 의해 재판에 회부된 아키라는 변명할 여지없이 유죄. 거북이 재판관은 아키라를 거북이로 만들어 버린다. 아키라가 괴롭힌 거북이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직접 겪어보라는 것.


거북이가 된 후에도 아키라는 조금도 반성의 여지가 없다. 애가 타서 동동거리는 에이코와 달리 아키라는 친구 사토시도 똑같이 죄를 저질렀는데 자기만 이런 꼴을 당해야 하냐고 아우성을 친다. 그런 아키라에게 수난이 이어진다.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 상처받은 후에야 아키라는 처음으로 거북이들도 자기들이 힘든 걸 몰라줘서 화가 났을 거라는 것을 알 게 된다.


줄거리만 보면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는 뻔한 이야기 같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줄거리로 요약될 수 없는 부분에 있다. 장난꾸러기 오빠 아키라와 순하면서도 강단 있는 에이코의 갈등, 엉뚱한 포인트에서 분노하는 거북이들, 거북이로 변신한 후에도 여전히 뻔뻔하고 철없는 아키라의 행동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얼핏 보면 말썽꾸러기 오빠와 착한 여동생의 구도로 보이지만 세밀히 행간을 읽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말썽꾸러기 아키라는 사실 겁쟁이이고, 착한 에이코는 의외로 대범한 구석이 있다. 성격이 다르기에 아키라와 에이코는 반발하면서도 남매이기에 서로 의지한다. 티격태격 싸우지만 에이코가 아파 보이면 아키라가 걱정하고, 아키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에이코가 제일 먼저 나선다. 거북이로 변했을 때 아키라는 누구보다 에이코에게 의지한다. 하루에도 열두 번 싸웠다가 열세 번 화해하는 오빠와 여동생의 평범한 모습이다. 남매간의 갈등과 거북이로 변한 아키라의 변신에 부모가 개입하지 않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눈높이와 아이들의 힘으로 상황을 해결하려고 애를 쓴다.


그렇게 호된 꼴을 당한 아키라는 인간으로 돌아온 후 동물을 사랑하고 남을 배려하는 착한 아이가 되었을까? 그렇지 않을 거라는 여운을 남기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다. 조금은 변했겠지만 아키라는 여전히 장난꾸러기인데다 철이 없어 가끔씩 동생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그런 아이일 것 같다. - 류화선(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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