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6 <도착> 깊이 읽기
- 2007년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 수상작


그림 숀텐

 

그림으로 쓰는 서사시
이 그림책은 가난과 박해, 그리고 다른 어떤 이유에서건 고국을 떠나 낯설고 물선 나라에 정착해야만 했던, 그리고 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그림으로 쓴 서사시입니다. 세계적으로 약 1억9천1백만 명의 이주민들이 고국을 떠나 생활하고 있습니다. 여기, 지구에 사는 사람 35명 중 1명이 다른 나라에서 거주하고 있는 셈입니다. 전쟁이나 재난, 정치적 박해나 가난 등 생존을 위협하는 일들이 사람들에게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향하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기 말엽의 혼란과 일제 식민지 시대, 한국전쟁과 개발독재 등 고단한 역사를 지나오는 동안 많은 이들이 한반도를 자의로, 타의로 떠나 이국에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시아, 남아메리카, 동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정치적 박해를 피해 우리나라로 이주해오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책이 예전에 이 땅을 떠나야만 했던 수많은 이주자들, 그리고 지금 여기 이 땅으로 들어오는 또 수많은 이주자들을 우리들(떠나지 않은 자, 먼저 거주하는 자)이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글 없는 그림책 사용법

'글이 없음은 독자를 더 확고하게, 한 이주자 캐릭터의 처지에 서게 해 준다. 책 안에는 이미지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의미와 익히 아는 것들-이것들은 감춰져 있거나 드물게 있다-을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글은 우리의 주의를 끄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글이 없을 때 이미지는 더 여유 있는 개념적 공간을 가질 수도 있으며, 독자의 관심을 더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다. 글이 있다면 독자는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설명글에 의해 상상력을 지배당할 수도 있다.'-숀 탠, '『도착 The Arrival』이 만들어지기까지' 중에서


어떤 책을 보든 글자를 먼저 찾아 읽는 사람에게는 처음 이 그림책을 볼 때 모든 것이 불확실해 보입니다. 총 841컷의 그림들로만 전하는 이야기가 잘 읽히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저자가 만들어낸 처음 보는 낯선 사물들의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훑어보기만 해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여유를 갖고 그림에 머물러야 합니다. 글이 없으니 읽을 게 없는 게 아니라 글이 없으니 그림을 읽고 또 읽어야 하는 책이 되었고, 읽을 때마다 그림에 숨겨졌던 의미들이 찾아집니다. 글의 행간을 읽듯 그림의 행간을 읽는 즐거움이 있는 것입니다.

 

1장 아내와 딸을 남겨 두고 고국을 떠나다

이 1장의 그림이 있는 첫 번째 면 작은 그림 아홉 개와 마지막 장인 6장의 그림이 있는 첫 번째 면 작은 그림 아홉 개를 비교해 보세요. 앞의 것에 나오는 그림은 분명히 우리가 익히 아는 것들의 모습입니다. 종이 새, 시계, 중절모와 수건, 냄비와 수저, 아이가 그린 새와 식구와 해, 금 간 찻주전자, 이가 나간 찻잔, 여행가방, 가족  사진. 뒤의 것을 볼까요? 동물이지만 우리가 아는 동물 모양이 아닌 것, 시계이지만 우리가 아는 시계 모양이 아닌 것, 중절모(이것은 전자와 똑같군요.), 우리가 모르는 음식을 담은 그릇과 포크처럼 쓸 것 같은 포크 같은 것, 아이가 그린 하늘을 나는 배 같은 것, 찻주전자처럼 쓸 것 같은 찻주전자 같은 것, 차를 담은 찻잔 같은 것과 모르는 문자로 쓰인 신문, 가족사진(이건 정말 전자와 똑같습니다), 그리고 동전을 건네주는 어른의 손과 그것을 받는 아이의 손. 저자 숀 탠은 이처럼 낯선 것들의 탄생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 현실의 이미지들을 완전히 상상된 세계로 연결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생전 처음 가보는 나라를 여행하는 느낌을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서 나를 포함한 어떤 연령의, 어떤 배경의 독자라도 똑같이 익숙하지 않을 만한 허구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이곳은 물론 내 취향대로 상상한 이상한 나라였다. 새는 '새 같고' 나무는 '나무 같은' 것에 불과한, 사람들은 이상하게 옷을 입고, 주택 구조는 혼란스러우며 길거리의 일상이 굉장히 이상한 그런 곳 말이다. 나는 많은 이주자들이 이렇게 느꼈을 것이라 상상했다.'

 

2장 여정, 새로운 나라에서의 첫날

새로운 세계의 항구에는 악수를 하는 동상이 서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듯한 동상의 두 인물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은 '당신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건네는 듯합니다. 하지만 다른 세계로 들어가려면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복잡하고 까다롭고, 게다가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답답하고 두렵기까지 한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고 이주자들은 제각각 흩어집니다. 남자는 기차를 타듯 애드벌룬에 매달린 우체통 닮은 것을 타고 이파리 같은 나무들이 있는 도시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온통 낯설고 괴상한 일상 속에 첫발을 디딥니다. 익숙한 것이라곤 자기 자신과 가족사진뿐인 세계로.


3장 새로운 만남과 호의

왜 남자 곁에 있는지 모를 괴상한 생물은 마치 고양이처럼 남자의 주변을 맴돕니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남자에게 호의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남자는 지도를 펴고 낯선 이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길을 찾고 탈 것을 타고 또 식료품을 삽니다. 그러면서 남자는 새로운 세계에 익숙해져 갑니다. 그러는 동안 남자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저마다 사연을 가진 이 새로운 세계의 사람들의 사연을 저자는 서너 페이지의 그림으로 간결하게, 상징적으로, 하지만 섬세한 묘사력으로 잘 보여줍니다.

 

4장 직장을 구하고 시간이 흘러간다

남자는 이제 괴상한 생물을 고양이 쓰다듬듯 어루만지고 먹이를 줍니다. 둘은 서로 의존하고 돌보는 관계가 된 것입니다. 일자리 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한 공장에 취직한 남자는 생산라인에 서서 불량품을 골라내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살아남은 한 노인을 사귀고 그의 친구들과 어울립니다.

 

5장 식구들을 불러오다

3장에서 남자가 선물 받아 창턱에 놓아둔 조그만 항아리에 물고기를 닮은 새 같은 것이 둥지를 틉니다. 남자는 식구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항아리 둥지에도 식구가 생기고, 이파리 같이 생긴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떨구고. 어느덧 눈이 쌓입니다. 남자는 두고 온 식구들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남자가 타고 왔던 우체통 같은 것이 도착하고 거기에서 아내와 딸이 내립니다.

 

6장 정착

따뜻한 김이 오를 것 같은, 즐거운 콧노래가 흘러나올 듯한 일상이 보입니다. 딸아이가 식료품을 사러 나갑니다. 괴상한 생물을 데리고 다녀오는 길에 지도를 펴든 젊은 여인을 보고 아이는 기꺼이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펼칩니다.

 

저자인 숀 탠은 이 책에서 좁게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이룬 나라인 호주의 이민사를, 넓게는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자가 갖는 두려움과 고독,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는 새로운 세계에 모인 자들이 서로를 돕고 위하는 마음씨와 따뜻한 정서가 흐르고 있어 긍정적이며 낙관적인 저자의 인생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 숀 탠

1974년 오스트레일리아 퍼스 주의 프리멘틀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중국계 말레이시아 인이고 어머니는 오스트레일리아 인입니다. 문학과 미술을 좋아했으며, 많은 시간을 공룡이나 로봇, 우주선 따위를 그리며 보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하여 열여섯 살이던 1990년, 공상과학 소설에 처음으로 삽화를 그렸습니다. 대학에서 미술과 영문학을 공부했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그림책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인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와 픽사 등에서 원화를 그리는 일도 합니다.

 

1992년에 국제 미래의 출판미술가 상을 받았고, 2001년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 판타지 어워드에서 '최고의 아티스트'로 뽑혔습니다. 쓰고 그린 작품 『잃어버린 것』으로 볼로냐 라가치 명예상을(이 작품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빨간 나무』로 CBCA(호주어린이책위원회) 명예상를), 『도착 The Arrival』으로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그림을 그린 작품 『토끼들』(존 마르스덴 글)로  CBCA 올해의 그림책상을, 『Memorial』(개리 크루 글) CBCA(호주어린이책위원회) 명예상을, 『The Viewer』(개리 크루 글) 크릭턴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받았습니다.

 

아래 글은 작가가 쓴 Comments on The Arrival(『도착 The Arrival』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전반부를 번역한 것입니다.


출처 : http://www.shauntan.net/books/the-arrival.html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또 글 작가로서 내가 해 온 작업들(『토끼들』, 『잃어버린 것』, 『빨간 나무』)을 돌아보면서, 나는 내가 '소속감'이라는 개념에 대해 관심이 많음을 깨닫는다. 특히 그것을 찾거나 잃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이것이 나의 삶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의식적인 관심보다는 잠재의식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뒷받침이 될 만한 하나의 경험으로는 거대한 사막과 더 거대한 바다 사이에 끼인, 세계에서 가장 단절된 도시 중의 하나인 호주의 퍼스에서 자란 것을 들 수 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우리 부모님은 뚜렷한 문화 정체성이나 역사라고는 거의 없는, 그저 공기 좋은 북쪽의 변두리에 자리를 잡으셨던 것이다. '원주민 추방'(나중에 『토끼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주목하게 된)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면서, 나는 불도저로 밀어버린 백지 상태의 바닷가 모래 언덕에 급조한, 벽으로 둘러싸인 집들이 있는 이 세계를 도대체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에 몹시 혼란스러웠다.


중국인 혼혈이 흔하지 않았던 시대에, 그런 곳에서 혼혈아로 살아가면서 나는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니?'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아야 했다. 그 질문에 '여기 사람'이라고 대답하면 '너의 부모님은 어디 사람이니?'라는 질문이 이어질 뿐이었다. 그래도 이런 질문은 어릴 때 겪어야 했던 저질의 인종차별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시선이었다. 그리고 이런 차별은 종종 공공연하게 또는 은밀하게 나의 중국인 아버지를 향해 있었다. 자라면서 나는 막연한 격리감과 뚜렷하지 않은 정체성 또는 뿌리에서 떨어진 듯한 느낌들을 가졌고, 그 위에서 'Australian'으로 사는 것은 무엇이고, 또 'un-Australian'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대하여 습관적인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그것이 무얼 의미하든지 간에).


개인적인 이슈를 넘어서라도, 소속감에 대한 문제는 아마 모든 사람이 종종 혹은 정기적으로 갖게 되는, 기본적인 존재에 관한 질문일 것이다. 이런 문제는 평안한 현실에 시련이 오거나 우리의 기대가 좌절되는 등 일상생활에서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경우에 표면으로 떠오른다. 대개 이런 순간들에서 좋은 이야기가 시작되며, 그것은 소설의 아주 좋은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새로운 학교, 직장, 관계 혹은 국가 등 새로운 소속감의 창조를 필요로 하는 현실을 맞게 된다.

 

이 문제는 내가 이주 경험을 주제로 하는 책인 『도착 The Arrival』을 진행하는 오랜 기간 동안 내 마음에 꽉 차 있었다. 이미 '이상한 지역의 이상한 사람' 이라는 경험을 가진 나에게, 누군가 집을 떠나 알려지지 않은 나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마저 이상한,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그런 새로운 곳으로 가는 이야기는 분명히 다루어야 할 문제였다. 이는 이야기의 형태로 구체화되기 전, 여러 해 동안 내가 생각해오던 시나리오였다. (후략)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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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5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 깊이 읽기
- 연암 박지원의 「예덕선생전」을 이은홍이 다시 쓰고 그리다

 

글․그림 이은홍 / 원작 박지원

 

보기에 더러우나 더없이 깨끗하고 바른 사람의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는 조선시대의 문인이자 학자인 박지원이 쓴 한문단편 「예덕선생전」을 작가 이은홍이 다시 쓰고 그린 것입니다. 「예덕선생전」의 주인공은 똥 푸는 일을 하는 엄행수라는 사람입니다. 더럽다는 뜻의 예(穢)와 남이 보나 자기 스스로 생각하나 바람직하다는 뜻을 지닌 덕(德)을 써서 예덕선생이라고 이름을 붙였으니, 말 그대로 하는 일이 겉보기에는 더럽지만 그 살아가는 모습은 더없이 깨끗하고 바른 선생님이라고 풀어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선생님 선귤자가 제자인 자목에게 들려주는 예덕선생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고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여기서는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책을 보는 즐거움이 줄어들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문으로 된 글이라 지금의 우리가 읽기 어렵고 또한 한글로 번역을 하여도 18세기의 이야기라 지금의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조금 있습니다. 해서 그 이야기를 다시 쉽게 풀어서 잘 다듬어 그림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책을 보신 후 원래의 이야기를 꼭 다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18세기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서울 사대문 밖에서는 어떤 농사를 지었는지도 알 수 있고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읽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답니다.

 

서당 선생님의 가장 멋진 친구는 똥퍼 아저씨
이 책의 주인공 똥퍼 아저씨는 집집이 다니며 똥 푸는 일을 합니다. '똥'이란 것, 그것이 연상시키는 첫 번째 단어는 아마도 '더럽다'일 것입니다. 그 더러운 똥을 퍼 담아 옮기는 일을 하는 사람, 아마 이런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첫인상도 역시 '더럽다'일 것입니다. 똥퍼 아저씨 역시 하는 일이 그런 터라 사람들이 더러운 일을 하는 이, 그래서 더러운 이, 가까이 두고 사귈 만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말이죠, 여기, 그 똥퍼 아저씨가 자신의 가장 멋진 친구라며, 한술 더 떠서 친구보다 더한 자신의 선생님이라며 자랑으로 여기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나'의 아버지예요. '나'의 아버지는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서당 선생님의 가장 멋진 친구가 어떻게 똥퍼 아저씨일 수가 있는 거지요? 그 궁금증은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풀릴 테니 여기서는 책에는 못다 실은 것들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똥퍼 아저씨의 일 도구
똥퍼 아저씨가 등에 진 것은 똥을 담아 나르는 똥장군입니다. 맨 위에 뾰족한 것은 똥장군의 주둥이를 막아놓은 나무 토막입니다. 아저씨가 들고 있는 것은 똥을 퍼내는 똥바가지예요.

 

그림 찾아보기
그리고 책의 그림 중에는 옛 그림을 본떠 그린 것이 몇 장면 있습니다. 한번 찾아보세요. 단원 김홍도의 그림들 가운데 『씨름』에서 따온 엿 파는 아이도 있고요, 『서당』에서 따온 회초리 맞고 우는 아이, 『벼 타작』을 본떠 그린 것이 있습니다. 또 강희언의 『사인삼경첩』 중의 「사인시음」('선비가 시를 읊는다'는 뜻
입니다)을 본떠 그린 것도 있습니다.


글․그림 / 이은홍
이은홍은 충북 제천, 월악산 아래 마을에 삽니다. 책을 통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과 만나는 일을 가장 기쁘고 보람된 일로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역사신문', '세계사신문', '한국생활사박물관', '어린이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다른 이들과 함께 만들어 펴냈으며, 『역사야, 나오너라!』, 『술꾼』(2001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 『호랑이가 예끼놈!』 등의 책을 지었습니다.

 

원작 / 박지원
원작인 「호질」을 쓴 박지원(1737~1805)은 조선 후기에 살았던 문인이자 학자로 호는 연암입니다. 실제생활에서 동떨어진 채 점잖고 고상한 말과 글만을 귀히 여기는 학문 풍토를 비판하고, 귀천을 떠나 사람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문물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킬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담은 수많은 글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청나라의 수도 북경을 여행하고 돌아와 쓴 『열하일기』는 우리나라 여행문학의 으뜸으로 꼽힙니다. 그밖에 「예덕선생전」, 「호질」, 「광문자전」, 「양반전」, 「허생전」 등, 젠체하는 사람들의 위선을 꾸짖고 사회의 모순을 꼬집는 여러 편의 짧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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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4  <인종 이야기를 해볼까?> 깊이 읽기

 

뉴베리 아너 북 선정 작가․줄리어스 레스터 글 / 카렌 바버 그림 / 조소정 옮김


'인종'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은 인종을 '피부색과 같은 신체의 특성에 따라 나눈 사람의 종류'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단지 겉모습에 따른 분류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 겉모습, 특히 피부색에 대한 편견은 수많은 사람들을 차별의 고통과 피해 의식에 시달리게 하고, 또 그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을 우월감과 가학증이라는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에 빠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우리는 '인종 문제'라고 부르며, 이 그림책은 바로 그 인종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흔히 인종 문제를 말하고자 하면 비감하거나 격앙된 어조를 띠기 십상입니다. 그만큼 심각한 문제니까요. 그러나 이 책은 마치 할아버지와 손자가 마주 앉아 서로의 취미나 기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감한 말투로 편안하게 그 문제를 풀어 갑니다. 그러면서도 명쾌하고 정확한 비유와 논리를 구사하고 있지요. 그것은 아마 칠순을 바라보는 노작가의, 삶과 세상에 대한 웅숭깊은 통찰과 사유,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가는 제목에서 '인종 이야기를 해 볼까?'하고 제안해 놓고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씩의 이야기'라는 화두를 던집니다. 이야기......,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갖고 있지요. 언제 어디서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 어떤 이름을 갖고 어떻게 자랐으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장차 꿈은 무엇인지, 어떤 아픔과 자랑을 갖고 있으며 지금 고민은 무엇인지, 키는 얼마나 크고 목소리는 어떤지, 국적은 어디고 종교는 무언지, 남잔지 여잔지 어른인지 어린인지, 지금 앓고 있는 병은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그렇게나 많은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는 '그가 어떤 인종인지, 즉 그의 피부색이 무엇인지' 하는 것도 들어 있습니다. 아주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단지 하나의 이야기로서 말이지요. 그런데 그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단지 그 하나의 이야기만을 보고 그 사람이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똑같이 말합니다. '우리 인종이 너희 인종보다 더 나아.'작가는 그들을 위해 이런 질문을 합니다. '내가 어디에 살기 때문에, 또는 어떤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남자니까 혹은 여자니까, 우리 아빠나 엄마가 돈을 잘 버니까 너보다 낫다고 말한다면, 그게 참일까 아닐까? 마찬가지로 내가 백인이니까, 또는 흑인이니까, 히스패닉이니까, 아시아 인이니까 너보다 낫다고 말한다면, 그게 참일까 아닐까?' 그러고는 다소 엉뚱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비유로 그런 말들이 참이 아님을 깨닫게 해 줍니다. '너나 나나 살갗 한 꺼풀만 벗으면, 모든 것은 그대로인 채 백인인지 흑인인지 히스패닉인지 아시아 인인지 구별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어질 텐데, '우리 인종이 너희 인종보다 나아.'라는 이야기를 믿어야 할까?' 그리고 스스로 이렇게 되묻습니다. '그런데 너를 볼 때에 나는 너의 어떤 이야기를 보는 걸까? 너의 피부색? 너의 눈 모양? 너의 머릿결? 오로지 이런 이야기들만 보는 걸까?'

 

사람이 사람을 알고자 할 때는 겉모습만이 아니라, 이름과 나이와 거처와 기호와 성격과 취미와, 그밖에 '그를 이루는 모든 것들'을 모아야만 한다는 대답을 들려주기 위함이지요. 그러다 보면 '어쩌면 우리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게 같을 수도 있다'는 뜻밖의 반가운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이렇게 차근차근, 그러나 눈앞이 확 트이는 비유로 인종에 대한 편견이 거짓임을 분명히 알려 준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나는 이제 내 살갗을 벗어 버릴 테야. 너도 네 살갗을 벗지 않을래?'너와 나를 구분하고 규정하는 피부색을 벗어던지고, 너와 나를 이루는 많은 이야기를 온전하게 들려주자는 선언입니다.


그리고 그 선언을 실천하는 일의 하나로, 작가는 그린이 카렌 바버의 시원시원한 그림을 빌어 책 곳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 들려주고 있습니다. '생명의 나무 이야기'를 알고, 낚시와 물고기 요리를 즐기며, 꽃과 새와, 특히 나비-나비는 껍질을 벗고 비상하는 변화와 희망의 은유이며, 재생과 부활의 상징이요, 평화와 부드러움을 또한 의미합니다-를 좋아하는.......

 

글 / 줄리어스 레스터
'내가 글을 쓰는 까닭은 우리의 삶이 곧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삶이 이야기된다면, 우리는 아마도 우리의 삶이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씩 다를 뿐, 결국은 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1939년 1월 27일 미국 미주리 주의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토크쇼 진행자, 자유기고가, 사진가, 대중음악가, 시민운동가, 작가, 대학교수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일해 왔습니다. 1968년부터 35권의 책을 써서 출판했으며, 지금은 메사추세츠 주의 작은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슬하에 두 아들과 세 딸을 두었습니다.  
홈페이지 : http://members.authorsguild.net/juliuslester/
블로그 : http://acommonplacejbl.blogspot.com/


그림 / 카렌 바버
『불이야 불! 서둘러!』, 『나의 올리브 나무』, 『놀라운 수학』에 그림을 그렸으며 특히 『놀라운 수학』은 페어런츠 초이스 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니노네 피자가게』에는 글과 그림을 모두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카렌 바버의 그림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도쿄, 그리고 로마에서 전시된 바 있으며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포인트 레이즈 스테이션에 살고 있습니다.

 

번역 / 조소정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청소년 문학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림책 『나야? 고양이야?』, 『아빠!』, 『아빠는 하나 아기는 열』과 어린이 철학 동화인 〈생각을 부르는 이야기〉 시리즈를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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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2  <잃어버린 아이들> 깊이 읽기

- 수단 내전으로 집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이야기


메리 윌리엄스 글 / 그레고리 크리스티 그림 / 노성철 옮김

 

'가랑아, 용기를 내어라.'

아버지가 소떼를 돌보라고 처음 말했을 때 가랑은 지레 겁을 먹고 자기처럼 조그만 애는 덩치 큰 소를 돌볼 수 없다고 얘기했지요. 그러자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가랑아, 용기를 내어라. 네 마음과 정신은 강하단다. 네가 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아버지의 이 말씀은 가랑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었습니다.
전쟁은 하루아침에 가랑의 세계를 모두 파괴했습니다. 가랑이 소를 몰고 마을 밖에 나가 있을 때에 비행기가 마을을 폭격했습니다. 가족도 집도 모두 잃어버린 가랑은 무작정 길을 걸었습니다. 길에는 가랑 같은 아이들이 수천 명이나 있었습니다. 모두 사내아이였어요. 나이가 많아야 열다섯 살이고 다섯 살이 채 안 된 꼬마도 있었어요. 이제부터는 혼자 힘으로 살아야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습니다. 여러 개의 무리로 나누고 무리마다 우두머리를 정했습니다. 가랑 뎅도 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아야 하나 하고 가랑은 잠시 걱정했습니다. 그때 아버지 말씀을 떠올리고 가랑은 용기를 냈습니다.

 

희망은 그것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이웃나라인 에티오피아로 가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어른들이 그곳이라면 피난처를 제공해줄 거라고 얘기했으니까요. 아이들은 밤에는 걷고 낮에는 숲에서 자며 길을 갔습니다. 햇볕과 군인과 전투기를 피하기 위해서였지요. 또 나이 많은 아이가 어린아이를 하나씩 맡아 돌보기로 했습니다. 가랑은 추티 볼이라는 다섯 살 아이를 맡았어요. 굶주리고 아프고 목마른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고, 오히려 힘든 걸 잊으려고 서로 이야기도 들려주고 놀이도 하며 길을 갔습니다.

 

가랑과 아이들은 오랜 굶주림과 노숙 끝에 에티오피아의 난민수용소에 도착했습니다. 먹을 것과 잘 곳이 생겼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살 만하다고 느낄 무렵 다시 전쟁이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전쟁에 쫓겨 수단과 에티오피아의 국경을 이루는 길로 강을 건넜습니다. 한창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죽은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가랑 뎅은 추티를 데리고 강을 건넜어요. 이번에도 아이들은 멀고 험한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케냐의 카쿠마라는 난민수용소로 가기 위해서였지요.

 

내 마음은 내 형제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어 강했습니다
카쿠마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마땅치 않았지만 달리 갈 곳이 없었습니다. 가랑과 아이들은 그 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저희들끼리 가르치고 먹을 것을 구하며 성장했어요. 삶은 날마다 살아남기 위한 싸움의 연속이었어요. 그 때 아이들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인도주의 단체들이 미국 땅에 살 곳을 마련해 준 것입니다. 가랑은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가랑은 용기를 냈고 새로운 미래를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수단 내전으로 부모와 집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실제 겪은 일을 적은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제 몸 하나 돌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돌보고 위하며 살아왔습니다. 저자 메리 윌리엄스는 가랑이라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 무렵까지 이들이 겪은 험하고 가슴 아픈 일들을 독자에게 들려줍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모진 고난 속에서도 가랑과 아이들이 보여준 지혜와 사랑과 용기가 여러분의 마음 깊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옮.긴.이.의.말
우리나라도 일제의 강점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온 나라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동족간의 전쟁, 6․25를 겪었다.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무려 이백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남북한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난민과 전쟁고아가 생겨났다. 그러나 이제 이 비극은, 21세기의 오늘을 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먼 옛날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수단의 잃어버린 아이들'은 이런 우리를 55년 전 비극의 현장 속으로 데려간다. 그 가슴 아픈 역사가 결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전쟁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수많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 위에서  '잃어버린 아이들'이 보여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용기 그리고 신념은, 오늘날 상대적 풍요로움 속에서도 이기적인 욕심을 앞세워 다투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불어 사는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 노성철

 


글 / 메리 윌리엄스
미국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국제난민기구와 유네스코 등 인도주의 단체에서 일을 했습니다. 2000년 미국에 정착한 '수단의 잃어버린 아이들'을 만나고 나서 '잃어버린 아이들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이 재단은 이 젊은이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들을 돕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책 『잃어버린 아이들』이 첫 작품입니다.

 

그림 / 그레고리 크리스티
미국의 뉴욕에서 살고 있습니다. 1977년에 처음 그림을 그린 작품『내 마음의 종려나무』와 2006년에 이 책 『잃어버린 아이들』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주는 상인 코레타 스콧 킹 아너 상을 두 차례 받았습니다.

 

번역 / 노성철
서울대학교인문대학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기업에서 국제 협력과 계약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이 좀 더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들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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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1  <비가 오면> 깊이 읽기


신혜은 글 / 최석운 그림


그 많은 엄마들 중에 우리 엄마는......... 없습니다.

구름 하나 없이 말짱한 한낮 하늘에 느닷없이 새까만 먹구름이 몰려들면 세상은 금세 어두컴컴해집니다. 그럴 때에 교실 안 아이들의 마음은 술렁술렁 흔들리고 교단에서 수업 중인 선생님은 칠판을 탁탁 두드리며 '자, 집중하자ꡓ라고 하지요. 하지만 선생님의 마음 역시 아이들처럼 조금은 술렁일 겁니다. 옆 짝과도 한마디, 앞뒤 아이들과도 한마디씩 저마다 하다보면 공중에는 조그만 소리들이 와글와글 떠다니고, 두꺼운 구름 탓에 낮아진 하늘을 보는 시선들이 창밖으로 날아갑니다. 그 수업이 마지막 시간이기라도 하면 교실은 한층 더 어수선해지지요.


그런 일이 소은이네 반에서 벌어졌습니다. 마지막 수업 시간이었지요. 소나기가 갑작스레 내리자 교실 안이 소란스러워집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수업을 마치자마자 복도에서 손자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뒷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진수야, 할미 왔다.' 아마도 할머니는 먹구름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곧 학교에서 돌아올 손자를 떠올렸겠지요. 우산을 챙겨들고 걸음을 재게 놀렸을 겁니다. 그 순간에 반 아이들도 누군가 우산을 들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을 거예요. 데리러 올 사람이 있건 없건 말입니다.

 

청소 검사를 맡으러 가는 길, 소은이는 현관에서 주춤거리며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들을 봅니다. 엄마들은 큰 소리로 아이를 부르고, 추울세라 아이의 옷깃을 여며 주고, 얼굴을 한번 쓰다듬기도 하고, 꼭 껴안기도 합니다. 소은이는 엄마가 오지 못하는 줄 압니다. 그래도 엄마를 찾아보지만 역시 엄마는 없습니다.


“너희들 그거 아니?
비구름 뒤엔 항상 파란하늘이 있다는 거“.


소은이는 성찬이, 진수, 은영이와 현관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서 빗방울이 가늘어지기를 기다립니다. 그때 선생님이 나타나 말하지요. '얘들아! 너희들 라면 먹고 갈래?'학교 숙직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라면을 끓여 먹는 일은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축축한 오후에 먹는 따뜻한 라면 맛도 맛이지만 그 재미가 아이들을 더 기쁘게 했을 겁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지요. 검은 먹구름 뒤에는 늘 파란 하늘이 있다는 것, 땅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파란 하늘은 늘 제자리에 있다는 것을요. 소은이와 아이들은 그 말의 속뜻을 알 듯 모를 듯합니다. 하지만 뭔가가 마음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압니다. 창턱에 기대어 하늘을 보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저마다 다릅니다.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소은이는 선생님의 말을 되뇌고 있었지요. '먹구름 뒤엔 언제나 파란 하늘이 있다…….'


“난 다음에도 비가오면
학교에 끝까지 남을거야“.

 
 선생님과 보낸 시간이 우산이 없어 집에 가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 주었습니다. 빗방울도 가늘어지고 아이들의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웃음이 아이들의 속에서 터져 나옵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 네 아이는 오동나무 잎을 하나씩 우산 삼아 듭니다. 갑작스런 비가 내린 날, 데리러 오는 이가 없어서 잠시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그런 마음은 잠깐, 그런 일은 잠깐이니까요. 먹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고 나면 세상은 더 맑아진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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